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106화 (106/217)

[106화]

“무명의 영웅들?”

인넨 님의 말에 처음 들어 보는 단어가 있었다. 그리고 얼굴이 터질 것 같은 이들을 보니 레핀과 일리야와 연관이 있는 듯 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그 가까이에 있는 데도 도움도 드리지 못하고. 정말 두 분의 의기에는 이 인넨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넨 님의 말씀이 이어질 때 마다 얼굴이 더 빨개지고 어쩔 줄 몰라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인넨 님의 눈은 마치 프라우가 해적을, 서도의 인물을 소개할 때 보이는 눈동자와 다르지 않았다.

조금 다른 세상에서 홀로 이야기하는 인넨 님을 잠시 두고 카인에게 물었다.

“저건 무슨 소리야? 웬 무명의 영웅들이야?”

“아. 쟤네 부끄러워서 말 안해줬나 보다. 쟤네 덕에 쉽게 성사된 것도 있어.”

“어?”

“량이가 정말 이런 건 잘 써먹더라. 배울 점이 많았지. 너 서도에서 저 둘이 얼마나 유명한지 감이 안오지?”

“응? 저 둘이 그렇게나 유명해?”

“그럼. [무투의 탑]의 초신성인 너보다 훨씬. 자유섬의 의지를 그대로 드러난 무명의 영웅들. 이제는 마을 이름까지 바뀌면서 둘의 이름을 아마 거의 다 알걸?”

‘저 푼수 같은 레핀이랑 얼음장인척 소심한 일리야가?’

“그래서 인넨 님도 동맹을 넘어서 우리 산하로 들어오는 것에 찬성하신 거야. 원래는 동맹을 맺을 마을만을 찾고 계셨어.”

“응? 얼마나 전격적으로 이루어진거야 이 상황은?”

“너가 상상하는 것보다 급하게? 량이 레핀이랑 일리야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그들이 택한 주인이라면 이러면서 확 바뀌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으. 진짜 학자 꼰대 아저씨처럼 생겼는데, 속은 무슨.”

“너도 만만치 않거든?”

카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레핀이 황급하게 인넨 님을 끌고서 자신들에게 왔다.

‘사람이 간절하면 뭐든 할 수 있다더니. 눈빛만으로 살려 달라고 소리를 치네.’

“대장님. 인넨 님께서 대장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시기 원하십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미지가 뭔지. 푼수 레핀은 어디 가고 어디 이상한 진중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순간 토할 뻔.’

“안녕하십니까. [무투의 탑]의 초신성을 뵙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아. 이 사람. 아픈 사람이다.’

인사를 받자마자 바로 든 생각이었다. 어떻게 이런 오글거림을 일상화할 수 있을까.

“인네 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비엔토를 이끌고 있는 범이라고 합니다.”

“비엔토라.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바람이 폭풍이 되어 지나간다는 소문을 말이지요.”

그러면서 우리 일행의 면면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인넨 님.

“솔직히 지금 바로 보아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찌 이런 청년들이 그런 강함을 지녔는지.”

사실 자신을 포함한 수하들의 나이가 확실이 적기는 했다. 제일 나이가 많은 레핀이 고작 32살에 불과했다.

어느 무력 단체든 조장이 어려도 30 중반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대장이 20살 그리고 나이가 많은 이가 32이면 너무 어려도 너무 어렸다.

그리고 그런 무력 단체가 폭풍 같이 점령을 하고 다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러고 보면 진짜 량이는 뭐 잠재능력을 보는 눈이라도 있나? 얘네를 어떻게 찾아낸 거야 도대체.’

“그럼에도 만나 뵈니 믿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저희 문지기가 말하길 모든 인원이 익스퍼트인 것 같다고, 자신조차 가늠이 안되는 이가 넷이나 있다고 하던군요.”

의외였다. 자신들의 경지를 그나마 비슷하게 가늠하는 이가 있을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저도 갈 길이 아직 멀었습니다. 참. 아쉽기 그지없는 이야기지요. 그럼 들어가실까요?”

인넨 님과 함께 온 문지기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마을을 향해 들어갔다.

그 때 귓가에, 아니 귀 안으로 바로 들어오는 소리가 있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

“이것이 비엔토의 전원입니까?”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해서 말해. 팔찌에 있는 기능이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전원이라기보다 공격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귓가에 카인이 말을 해 주는 대로 따라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무엇인가 있는 듯 했다.

[지금 보니 후계 경쟁에서 황금 문지기는 아예 열외된 듯해. 그럴만도 하지. 에펫 님의 직속이니까.]

“어떻게 단시간에 이렇게 강한 이들을 찾아내셨습니까?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찾은 것이 아니지요. 그들이 찾아와 준 것이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렇다 보니 둘 모두 외부의 세력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모양이야. 역시 직접 와 봐야 아는 것이 있는 거야. 너를 통해서 아마 최대한 떠보려고 하는 것 같아.]

‘와. 세상 진짜 복잡하게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근데 은근히 어렵네.’

그래서 귀를 닫았다. 앵무새가 되기로 했다. 인넨 님의 말이 아닌 오로지 카인의 목소리에만 집중을 했다.

[좋아. 잘 하고 있어. 표정도 좋아졌고! 잘 하면 다른 길도 생길 수도 있겠다.]

괜한 느낌일까. 의도적으로 천천히 가는 듯하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눈에 보이는 마을이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마을의 문이 이제 눈에 확연하게 들어올 무렵. 약간은 푼수 같고 많이 프라우 같던 인넨 님의 분위기가 변했다.

고집이 가득한 입매에서 나오는 그 날카로움은 선한 눈이 반감시키는 데도 느껴진다. 대쪽 같은 그 느낌.

“허허. 이거 제가 한 방 먹은 것 같군요. 어린 나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이리도 철벽 같으실 줄이야.”

[저 모습이 아마 인넨 님의 진면목일 거야. 한없이 온화하지만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이상적인 통치자의 싹이 보이는 자. 그게 [마타하리]의 인물평가였어.]

소름이 돋는다. 정말 자신이 표정 관리를 못 한다는 것이 인넨 님을 보니 이해가 간다.

‘사람이 기세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한다고? 뭐야 이 괴물은.’

“표정을 보아하니 범 님의 오롯한 뜻은 아니었나 봅니다. 궁금하네요. 순(順)의 총수님이.”

인자한 웃음으로 말씀하지만, 지금 행동이 자신의 온전한 행동이 아닌 것을 알아보는 것도 놀라웠다.

‘진짜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위에 서는 건 못 해 먹겠다.’

대화를 나누면서 과연 몇 번의 생각을 하고 몇 수를 바라보는 것일까.

‘차라리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아. 백만 배는 더.’

대충 이야기가 끝나 간다는 것을 프라우는 어떻게 느꼈는지 슬그머니 다가온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탐구하는 무도가를 직접 뵐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만 그렸는데. 영광입니다!”

눈을 반짝이면서 인넨 님에게 다가가는 프라우를 보면서, 조금의 부끄러움과 함께 말리려는 찰나.

[그냥 두어. 프라우가 생각 없어 보여도 가장 귀족 같이 사고하는 아이니까. 그러니까 카시스 후작이 로사에게 붙여 준 거야.]

‘저게? 귀족적으로 사고하는 거라고? 저렇게 무슨 영웅을 만난 것처럼 대하는게?’

그게 사실이라면 소름이었다. 호호하하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프라우의 모습은. 영웅을 만나 행복해 하는 이의 전형이었다.

프라우와 인넨 님의 대화는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거대한 문이 열리자 곧게 뻗은 큰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는 그 동산까지 이어져 있었다. 마치 마을의 모든 길이 동산으로 이어진 듯한 광경.

“멋있지요? 저희 마을의 자랑이랍니다. 모든 길은 황금의 길로 통한다. 아버님의 역작이시지요.”

총천연색의 특이한 형형색색 건물들의 중심에 우뚝 선 하얀 동산. 그 비대칭은 형용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나타냈다.

“혹시 범 님은 연금술사의 탄생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들려온 질문은, 언젠가 량이 자신에게 해 준 말과 같았다.

‘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금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던가?’

“사실 많은 이들이 착각을 하고 있지요. 연금술의 태동이 금을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자연히 고개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근데, 저걸 어떻게 알고 있지?’

량이 분명이 알려 주었다. 이는 세상이 나뉘기 전 연금술의 시초였던 존재가 제자들에게만 알려 주었다고.

그리고 파울로 님께서 그 제자들 중 한 명의 진전을 잇고 있기에 알고 있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하하하. 조금 이상한 소리긴 하죠? 저도 아버지께 듣지 않았다면 아마 믿지 않았을 소리죠.”

‘에펫이라는 사람이 그랬다고? 설마?’

“저희 아버지께서도 파울로 님께 지나가는 듯하게나마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뭐야. 괜히 식겁했네. 량이는 엄청 진지하게 말하더니. 그런 게 아닌가?’

카인과 함께하던 술자리에서 엄청난 비밀을 알려준다는 식으로 말했기에 큰 비밀인 줄 알았다.

“그래서 황금의 길에는 황금이 없습니다. 그저 하얄 뿐이지요. 사실, 저도 그다지 믿지는 않습니다. 연금술은 이름 그대로 금을 만드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이상한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100% 순수한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걸 인정하고 시작하는 게 연금술의 시작이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잡힐 듯 아닌 듯한 화두가 계속해서 머리에 맴도는 느낌이었다.

“뭐. 그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총천연색과 하얀색 사이에 회색 건물이 있으면 얼마나 이질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 답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질감이 아닌 독특하다는 느낌을 주는 저택.

“굉장히 오래된 저택이라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저 저택 때문에 당시에 꽤나 골머리를 썩었다고 하더군요,”

“흐음. 애송이들이잖아? 뭐야. 괜히 긴장했네.”

저택의 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인넨 님과 비슷하지만, 눈매가 날카로워 더욱 고집있어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형님. 제 손님에게 너무 무례한 언사는 하지 마시지요.”

“무례라니.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게 무례인 건 처음 알았는걸? 그러니 가만히 있을 것이지. 쯧.”

‘와. 진짜 카인이 이야기 해 주지 않았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네.’

자신조차 참기 힘들었는데,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온 이들에게는 어땠을까.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돌려 보니 얼굴이 붉어진 이들이 다수 보인다.

‘레핀은 일리야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튀어나왔겠구만. 하 진짜. 여기도 귀족 같은 놈이 있네.’

“호크 님. 들어가시지요.”

인넨 님 곁에 있던 황금 문지기의 말에야 투덜거리면서 들어가는 그 중년인.

‘량이 그랬지? 우물안 개구리. 딱 그 짝이라고. 진짜 그 말 그대로네.’

“죄송합니다. 저의 형이 조금. 세상을 보는 시야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예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말에 더욱 얼굴이 붉어지는 인넨 님. 인넨 님과 다르게 그의 형인 호크 님은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었다.

아니, 떠날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하나. 다양한 검사들이 존재하고 가르침이 있었다.

그럼에도 에펫 님은 본래 수도 아카데미에 진학을 시키려 했었다.

‘역시나 현명하신 분이라고 량이 말을 했었지. 량이 쉽게 현명이라는 단어를 안 쓰는데.’

그런데, 그에 반발한 것이 호크 님이라고 했다. 자신은 이곳에서도 충분하다면서.

그리고 탄생한 존재가 바로 지금의 우물안 개구리의 호크 님이었다.

30년간 마을을 지키며 발전시킨 지배자의 아들. 모든 이들이 과하게 감싸 준 것이 흠이었다.

재능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필이면 그와 같은 나이대에 그렇게 뛰어난 이들이 없었다.

아니, 있더라도 그저 수하에 불과했고 이미 성격이 굳어지고 난 후에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이 마을인 줄 알았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이 마을에 들어오니 더욱.

자신이 철부지인 줄 모르고 세상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는 철부지. 그것이 호크 님이었고 그래서 [맘몬]이 쉽게 접근했다.

“후우. 저희 형님도 원래는 그런 분이 아니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따라오시지요. 아버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인넨 님. 그리고 우리를 안내해서 그 저택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호오? 생각 이상인데?’

곳곳에 있는 무인들의, 마법사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자신들이라고 해도 수성을 한다면 엄청 골치 아팠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성벽도 보이는 것 이상의 강도랬지. 이상한 마법 아닌 마법도 있다고 하고.’

그렇게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저택의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노년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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