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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87화 (87/217)

[87화]

통로를 다 지나 3층의 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제야 탑의 실체를 조금 엿본다.

“와!”

설명은 들었지만,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거대한 곳이었구나.”

1층의 접수대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함과 웅장함이 있었다. 하나의 층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연무장 주변을 가득 채우는 인파와 벽에 있는 인물들의 환호성이 그 층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럼 오르시지요.”

연무장 중에서 가장 위에 있는 단 하나의 연무장을 오르는 계단. 이 계단은 하나하나 밟아서 올라가는 것이 불문율/(추가)./

그간 있던 전투에 대한 예우이자 상대에 대한 예우였고 자신에 대한 무투의 탑에 예의였다.

‘생각 이상으로 거대하고 생각 이상으로 사람이 많구나.’

자신이 아카데미에 다니던 시절, 무투 대회도 어지간한 규모는 아니였지만 지금은 비교조차 안 된다.

계단을 향해 걸으면서 보이는 이들, 가장 밑에 자리한 이들조차 꽤나 부요(富饒)해 보인다.

계단을 오르며 주변을 바라보고 벽을 바라보자 새삼 무투의 탑의 수준이 보이는 듯하다.

벽에 자리한 이들은, 몇몇은 특수한 막에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카시스 후작과 비견되는 위치 같았다.

심지어 그저 가장 큰 연무장 밑에 자리한 이들도 각자 한자리를 하는 이들이나 대리인으로 보였다.

천천히 시간을 들이며 오르는데도 그 누구도 야유를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이내 연무장의 위에 섰다.

‘하. 참. 미쳤나. 정신 차리자.’

고양감을 느끼려는 무렵에 손에 잡힌 도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자신을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

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신도 별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 낮지도 않지만, 아주 높지도 않은 연무장. 그 연무장보다 높은 이들은 몇 없었다.

벽의 몇몇 방을, 심지어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제외한다면 모두가 자신의 아래에 있었다.

그 기분이 묘하게 자신을 모든 이의 우위에 서는 마음을 들게 한다. 마치 시험처럼.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고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가운데 석상처럼 가만히 있던 사람이 과장된 손짓과 함께 입을 연다.

“과연! 오랜만의 루키 이벤트의 주인공답게 순식간에 빠져나오는 모습입니다.”

‘내가 방금 무언가에 있던 건가?’

“이 연무장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마법. 컨디셔닝(2서클)과 힐(1서클) 그리고 큐어(2서클)와 함께 리프레슁(3서클)이 같이 작용하면 신비한 고양감을 갖는다고 하죠!”

‘아. 어쩐지. 평소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지는 듯하더라니. 그런데 그걸 내가 못 느꼈다고?’

“더군다나 그것은 VIP룸의 차단막의 마나와 함께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며 차근히 진행되어 초인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가 와도 잘 모른다고 하는 작고 작은 시험! 그 시험을 바로 통과하는 이번 루키입니다!”

환호성이 들려오고 여러 소리가 이어지지만 그것보다 저 앞의 사내가 설명한 것이 뇌리에 남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마법이 그것도 차근히 적용된다고?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거였어?’

당최 이 무투의 탑에 들어와서는 놀랄 일 투성이었다. 상식에 벗어나는 일만 일어나는 곳이다.

“그리고! 이제야 모든 대상이 정해졌습니다. 모두! 베팅을 시작하세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벽 한쪽으로 무수한 배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접수원들이 나타나 베팅을 받고 있었다.

“저. 사회자님?”

“네. 말씀하세요.”

“혹시. 저도 가능할까요?”

이 탑에서는 모든 것이 점수로 돌아간다. 그 점수를 돈으로 사려면 상상 이상의 금액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다들 베팅에 미치는 것이기도 했다. 운이 좋으면 순식간에 몇 배의 점수를 벌 수 있으니 말이다.

“하하하! 재밌는 참가자네요. 당연히 패배에는 걸 수 없다는 점은 알고 계시죠?”

그리고 대상자도 도박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만, 오로지 승리에만 베팅이 가능했다.

거기에, 대상자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베팅을 걸어야 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몇 연승에 거시겠습니까?”

“전승에만 걸 수 있는 게 아니구요?”

“하하하! 저희가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소로 걸 수 있는 곳은 3연승 부터입니다.”

그와 동시에 배당표를 펼쳐서 보여주는 사회자. 언제 적은 것인지 꽤 아기자기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1승 - x1

2승 - x2

3승 - x4

.

.

.

10승 - x50 + 은고(銀庫) (1)

역시나 10승 전승의 혜택은 남달랐다. 자신이 노란 수실로 시작하면서 얻은 점수는 고작 150점.

그 점수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유로운 숙박뿐이었다. 개량이라던가,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전승을 하면 곧바로 7/,500점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무기도 가져 갈 수 있는 듯했다.

“이. 은고는 뭔가요?”

“아! 아직 모르시겠군요. 쉽게 말 해 등급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하겠습니다. 동, 은, 금의 순으로 나누어져 있지요. 동고(銅庫)의 물건도 최소한 500점은 있어야 합니다.”

“그럼. 10승으로 할게요.”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0점이 되면 한 단계가 내려가는 것. 알고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전승으로 부탁드릴게요.”

“하하. 이게 자신감일지 교만일지 모르지만, 탑주님의 선택을 받은 만큼 자신감이길 바라겠습니다.”

‘웃긴 건 사회자 주제에 익스퍼트의 끝에 다다라 있다는 거지. 진짜 이곳은.’

하지만, 자신이 상대해야하는 것은 어차피 자신과 같은 이들. 그러면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주변에 괴물이 너무 많다 뿐이지. 마스터면 지는 게 더 이상하지. 그래도 량이가 말한 게 있으니.’

서서히 기세를 끌어올린다. 하나의 탑을 개방하고 다른 탑을 반만 열어 놓는다.

그것 뿐인데도 주변의 대기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었다 멈추기도 하고 다시 흐른다.

그 중심에 있는 자신만이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경계.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경계에 있는 그 지점이었다. 어떤 이는 평생을 바쳐 도달하고, 어떤 이는 평생을 바쳐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그 모습에 웅성거림이 올라오려는 무렵, 사회자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입을 연다.

“자! 모든 베팅이 종료되었습니다. 후에도 베팅이 가능하지만! 배당률의 차이는 감안하시고. 루키 이벤트 첫 대전자가 등장합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뒤에 수많은 여자 수행원을 이끌고 있는 이.

“첫 대전자! 요즘 핫! 한 신성(新星). 뭇 여성의 마음을 홀리는 만큼 실력도 강하다! 해적도 1대대가 아니면 안 들어가겠다고 말하며 자신의 무명(武名)을 쌓는다는 그!”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갈색 머리의 미소년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냥 재수 없었다.

‘생긴 게 뭐 저리 이쁘게 생겼대. 짜증나게.’

“창을 든, 신속(迅速)의 미소년! 마니에르!”

이상하게 여자들의 환호성이 더 크게 들리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여자가 많았나 싶을 정도.

‘그래도, 이제 조금 있으면 익스퍼트에 오르긴 하겠네. 쟤도 천잰가 보네. 더 재수 없게.’

물론 노력을 폄하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사실 노력이 가장 중요하기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

결국에는, 끝까지 남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재능은 꽤 큰 역할을 한다. 빠르게 도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게으른 천재 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진짜 천재들은 절대 게으르지 않다는게 지론이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

호리호리한 몸에, 생각보다 이국적으로 생긴 그 얼굴. 그리고 붉은 눈은 그를 빛나게 만들어 준다.

절대, 절대 그 뒤를 따르는 미녀들 때문에 그가 미운 것은 아니었다.

‘첫인상이 중요하지!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거야!’

각오를 마치는 순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루키 이벤트! 신성(新星)과 루키의 대결. 시작하겠습니다!”

어느새 여자들은 밑에 남고 그 재수 없는 얼굴이 눈앞에 다가왔다. 참 시원한 미소.

“반갑습니다! 루키. 그것도 노란 수실의 루키라니! 그 첫 대전자가 저라서 영광입니다!”

의외로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방년! 19세. 1번 대대의 대대장을 꿈으로 둔 마니에르라고 합니다!”

“20세. 범. 목표는 우선 보라 수실 다는 것.”

그래도 무뚝뚝하게 대응이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렇게 생기면 어떤 삶을 살아갈까. 뭔 놈이 주인공처럼 생겼냐.’

“잘 부탁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그 붉은 눈빛에 광채가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 모습이 사라진다.

‘호? 생각 이상으로 빠른데? 거의 익스퍼트.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재능도 좋다 이거군.’

평균 길이보다 훨씬 긴 창으로 어떻게 나올까 싶었는데, 재능이 꽤 특이한 듯했다.

속도가 빨랐다. 그냥 빠르다 정도가 아니라 몹시 빨랐다. 유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

‘익스퍼트라고 해도, 꽤 고생했겠는데?’

여유롭게 보이지만, 자신도 감각을 끌어올려서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명확하게 모든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좀 신명나게 해 볼까?’

모든 공격을 피하던 것을 멈추고 찔러 들어오는 창에 도를 가져다 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진짜 대련이 시작 되었다.

*

‘흠. 탑주님이 눈여겨 본다는 아이가 저 아인가.’

무투의 탑에서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자신은 사회를 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연차가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새 대연무장의 중계는 자신이 맡게 되었다.

사회라는 것이 쉬워 보이고 말만 텐션을 올려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국을 보는 눈이 누구보다 좋아야하고, 사람들보다 한발 빠르게 보아야 했다.

자신은 사회자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벤트를 맡게 되었을 때 궁금했다.

탑주님의 눈에 든 아이가 누군지. 그 사람을 먼저 보고 빛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사회자의 재미 중 하나였다.

생각 이상으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자신의 전승을 선택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흠. 그래도 탑주님이 보신 아이이니 뭔가 다르겠지. 게다가 오늘 상대들이 다 만만치 않단 말이지.’

첫 상대부터가 신성 중에서도 가장 수위를 다투는 신속의 마니에르였다.

선천재능도 무에 대한 재능도 뛰어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그 무엇보다 노력을 많이 한다.

‘아니. 그걸 노력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미친놈이라고 해야 하나.’

붉은 보석이 박힌 눈은 그저 보기에 예쁘기 그지 없고, 언제나 여자와 함께 돌아다니는 마니에르.

하지만, 그런 모습과 달리 진짜 내면에 있는 모습은 미친놈이라고 해도 절대 과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재능으로 인해서 유저임에도 곧 초록 수실을 달지 않을까 가장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

소수의 예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 기대감에 맞게 활발히 도박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유망주 중에서도 뛰어난 마니에르와 이번의 루키 첫 대결이라니. 진짜 심상치 않은 루키 이벤트였다.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나서는 마니에르의 모든 공격을 피하고 피한다.

‘역시. 경계에 오른 인물이구나. 그래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어쩔 생각이지?’

머릿속과 다르게 입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신속의 마니에르! 눈에 잔상을 남기는 움직임을 보이며 몰아붙이고 있습니다만! 단! 하나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 루키!”

이제 생각은 생각대로 중계는 중계대로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몇 경기가 아니고서야 자신의 집중을 쉬이 빼앗아 가지 못 한다.

“이번 루키는 심상치 않아 보이는 군요! 웬만한 익스퍼트들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마니에르의 공격을 완전히 피해 내고 있습니다!”

꽤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거기에 말이 더해지면 더욱 흥미진진해 지는 법이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신성 마니에르는 모든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죠!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직 1단계의 모습일 뿐입니다.”

그리고 중계의 기본은 정보의 전달에 있었다. 역시 사회자는 최고의 직업이었다.

그런데 그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장 먼저 알고 가장 먼저 전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아! 이제 루키가 도를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은 마니에르 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황홀했다. 속도와 속도의 경합. 보는 눈이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감탄할 만 한 광경.

‘못 보는 이들을 위해서 내가 존재하는 거지.’

“신속의 찌르기를 그대로 걷어내고! 바로 베어 들어가지만, 역시 신속이라는 이명답게 피해 냅니다!”

그런데 속도가 속도다 보니 점점 자신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

“왼쪽 가슴을 찌르고 치고 들어갑니다! 루키의 날 선 베기를 그대로 타고 들어가서 다리를 후려치는 마니에르!”

자신의 목소리 외에는 두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연무장에 남았다.

이럴 때는 오로지 두 가지 경우. 너무 재미가 없어서 지루해 하거나.

‘지금처럼 모두가 몰입한 경기! 이런 경기는 중계할 맛이 나지!’

그렇게 수십 번이 순식간에 부딪히고 소리를 만들어 갔다. 그런데 그 순간. 무엇인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

“쾅!”

그리고 보이는 것은 튀어 나가는 마니에르의 모습. 분명 보았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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