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82화 (82/217)

[82화]

“자!”

“선물!”

그런 자신에게 패를 하나 내밀어주는 이들이었다. 중앙에 메이스가 새겨져 있고 3이라고 쓰여 있는 꽃 모양의 증표였다.

“이건?”

“우리 우정의 증표야!”

“다르게 말하면 화패(花牌)라고 하는 거!”

골드 로즈 이후 이 화패는 하나의 증표이자 증명이 되었다. 화쟁투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섬에서 가장 강력한, 그리고 자유로운 신분증이라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아니.”

감히 받기 어려운 선물이기도 했다. 사실 갑판장이랑 보급대장이 그렇게 높은 줄도 몰랐다.

“범이 너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정도면 충분히 줄 수 있어!”

실질적으로 3대대를 관리를 하는 이들이 바로 린과 럼니였다. 그들의 위로는 오로지 항해장과 기관장뿐이었다.

그리고 그들 위에 구문 님과 퍼그 님이 존재했으니, 새삼 이들이 얼마나 높은 직위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전해 듣기로 간부라고 해서 화패를 그저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시험을 통과하거나 업적을 세우고 공을 세울 때 하사 되는 것이었다. 또한 화패에도 급이 있었다,

금패, 은패, 동패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패. 사실 목패만 되어도 엄청나게 귀한 것이었다.

동패는 적어도 전투에서 가장 공을 세운 이에게만 하사가 되었고, 은패는 전쟁에서, 그리고 금패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이 내밀어 준 것은 은패였다. 아마도 이들이 부관이 되면서 받은 유일한 패일 것이다.

“과해 동패만 해도 충분해.”

“아니야! 그 정도로는 안 되지!”

“너는 우리 둘 모두의 친구니까!”

‘이번 생은 진짜 인복이 넘치는 생이네. 뭔가 몰아서 받는 느낌이야.’

“고맙다.”

계속 거부하기도 미안해서 조심스럽게 받아서 품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아니야! 그거 아니다!”

“내 놔!”

그러다니 냉큼 화패를 빼앗더니 자신의 가슴에 달아주는 린이었다.

“자랑스러운 화패다!”

“그리고 넌 애먼 놈에게 빼앗기지도 않을 거고!”

어느새 자신의 가슴에 은패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괜히 따스함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어머? 애기들이 준 건가 보네? 흠. 꽤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구문 님!”

“어머니!”

“어머니이!”

퍼그 님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오로지 구문 님만이 다가오고 계셨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그 모습이 괜히 무서웠다.

“나중에 그걸로 청혼한다면서? 그런 은패를 줘도 되는 거니?”

“어머니!!!”

“아니요!!”

그러면서 자신의 은패를 린에게 건네주는 구문 님이었다.

“자. 어차피 난 많으니 가져가렴. 나도 주려고 했고, 이이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그 말에 냉큼 다시 은패를 받아든 린이었다. 아쉽기는 했던 것 같았다.

“이이는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말이다. 오늘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올 것 같구나. 이제 슬슬 준비하렴.”

언제나와 같이 다정한 모습의 구문 님이었지만, 왜 다들 구문 님을 어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저 구문 님”

“음?”

“혹시, 최상위 재능이시라고”

“호오? 두 애기들인가 보지?”

“전! 정리할 게 있어서!”

“저. 저도요!”

그러면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린과 럼니. 남은 이는 오로지 구문 님과 자신뿐이었다.

“흠. 최상위 재능이라.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그래서 뭘 물어보고 싶은 거니?”

‘두 사람이 없으니까.’

“초인에 관해서요. 그 말씀을 들었는데”

“아! 어머니께서 내게 해 주신 말씀을 들었나 보구나.”

그럼에도 구문 님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으셨다.

‘초인에 별로 관심이 없으신 건가?’

초인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꺼냈음에도 여전히 변화가 없는 구문 님을 보면서 의아함이 올라왔다.

모든 강자들이 원하는 바를 단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 초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그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인정이 안 되기도 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 인정을 받았단다?”

아무렴, 그냥 인정이었을까. 모든 자식들 중에서도 첫째는 언제나 특별한 법이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그렇게 구문 님의 이야기를 경청해 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녁 환송식이 시작되었다.

***

바닷가에는 큰 모닥불이 불타고 있고,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그 광경은 특별했다.

하지만, 그런 광경이 눈에 들어오기 보다는 구문 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이 머리를 사로잡는다.

‘초인이란 결국 재능을 한 단계 더 개화시킨 인물들. 천지를 울리는 괴물들이라고 하셨지.’

구문 님의 입에서 괴물이라는 소리가 나오니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한 발의 차이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멀어 보일까.

‘설마. 성하께서 그 괴물 중의 괴물일 줄이야. 최상위 재능으로 초인이 된 유일한 인물이라니’

그렇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구문 님과의 대화가 재생되고 있을 때였다.

“애송이!!!”

불과 하루도 안 지났는데 무언가 초췌해진 얼굴로 자신을 부를 퍼그 님의 외침이 귓가를 때린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환송식을 위해서 준비한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밤하늘과 큰 모닥불 그리고 수많은 해산물들과 함께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주인공이 이렇게 늦어 가지고 되겠어?!”

“범!”

“빨리 이리 와!!”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생각들이 한편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이내 자신도 그 사람들 사이에 파묻히기 시작한다.

“퍼그 님!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묻지 마라 애송이. 모르는 것이 때로는 좋을 때도 있는 법이지. 자!”

퍼그 님이 내밀어 주시는 잔을 들고 시원하게 들이켰다.

“크헉.컥컥…”

죽을 뻔했다.

“크하하하하하! 아직 애송이구먼!”

“퍼그 님!! 이게 뭔?

“인생의 술이자, 해적의 가장 친한 친구지! 블루 럼이라는 녀석이다!”

“블루 럼이요?”

이렇게 무식하게 독한 술은 또 처음이었다. 색이 바다처럼 푸르길래 연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웅! 우리 3대의 술이지!”

“아무나 주는 거 아니다!”

린과 럼니가 어느새 옆으로 와서 재잘대기 시작한다.

“10대 모두가 각자의 술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술이 가장 좋다고 자부하고 있지. 그리고 그 술들은 같은 가족이 아니면 같이 안 먹는 거란다?”

구문 님이 오자 움찔하는 퍼그 님이지만, 이내 모두의 손에는 한 가득 블루 럼이 가득 찬 잔이 있었다.

“오크통의 심장은~”

퍼그 님이 갑자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배요, 오크통의 심장은 우리의 사람이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린 항상 준비돼 있어! 꾸준하고 언제나 같지~”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노래였다. 자신도 어느 순간 같이 따라 부르고 있었다.

“싸우다가! 다시 정복하고~ 또 싸우고 또 정복하지!!”

흥겹기 그지 없는 노래 속에서 마시고 먹고 하다 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법이다.

무식하게 좋다고 들이대는 퍼그 님의 이야기, 린과 럼니가 구문 님을 만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

‘왜 해적이 가족인지 알겠네.’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로 오가면서 먹고 마시는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고, 어느 순간 자신도 이들의 가족이 되었다.

***

“잘 가!! 그리고!”

“은패의 소유자는 몇 명 데리고 올 수 있어!”

“그러니까 종종 오라는 이야기란다. 그이는 내가 시킨 일이 있어서 못 나오는 거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렴.”

“네.”

“잘 안 들리는데에~?”

술이 문제였고, 원수였다. 어제 불콰하게 취해서는 신남과 그동안의 바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네. 어머니.”

2주도 되지 않은 시간에 새로운 형제가 생겼고, 어머니가 생겼다.

‘어머니라니 진짜.’

“그래, 그래. 연락도 자주 좀 하고! 아무나 아들 삼지 않으니, 못 하면 큰일 난다?”

하지만, 그 쓰다듬는 손길이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사실 좋았다. 따스하고, 무언가 포근했다.

‘그래서 더 가기 싫지만… 그래도 가야지.’

돌아갈 때는 배를 타고 돌아간다고 했다. 린이 특별히 자기가 데려다 준다고 얼마나 생색을 내는지 몰랐다.

린이 자신을 구해 준? 나룻배에 올라타자, 점점 멀어지는 만(灣)이 눈을 가득 채운다. 특히 자신을 끝까지 바라보는 구문 님이.

“너도 가기 싫구나?”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응. 그렇지 뭐.”

“괜찮아. 나한테 배운 만큼 대충 항해할 줄 알자나, 아직 초보에 초보에 초보지만. 나보다 엄청 느리지만. 길을 잘 기억해놔.”

실제로 린에게 매일같이 바닷길을 보는 법, 배를 운전하는 법을 배웠다.

‘얘도 생각 이상으로 천재과란 말이지. 특히 항해는 정말.’

꽤나 가르침이 훌륭했다. 세세하게 머릿속에 잘 들어오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을 따라서 마을이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흐음. 이쯤인데.”

린이 혼잣말을 하다가, 어느새 방향을 틀었다. 협곡 사이에 강의 작은 지류가 숨어 있었다.

“됐다! 자! 내리자.”

“응? 내리자고?”

협곡 사이에 숨어 있는 곳에 배를 묶는 린이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그 증표가 있으면, 이 배를 몰 수 있어. 알지? 구동하는 방법은?”

“응? 어?”

“선물이야! 자주 오라고 어머니께서 주시는!”

“…”

마나 엔진은 그 자체로도 가격이 무섭게 비쌌다. 게다가 잠금까지 되었다면 더더욱.

심지어 최적화까지 마친 것이라고 들었을 때, 해적이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나중에 자제 조선소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심지어 블랙 펄도 인정한 유일한 곳이라고 들었을 때는…’

“그리고 여기 봐 봐!!”

선미가 아니라 배의 옆에 적힌 구절이 있었다.

“사랑하는 막내 - Gypsophila”

“어머니가 불리던 이명인데, 대모님께서 이명대로 되었다고 엄청 좋아하셨대!”

린의 이야기가 들리지만, 배경음처럼 들렸다. 먹먹한 느낌이 그를 보면서 차오른다.

‘참. 이 생은 정말 인복이 많구나. 어머니, 어머니라…’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구문 님, 아니 어머니께서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한 인물은 극소수였다.

린과 럼니를 포함해서 5명이 다였다. 그런데 2주도 안 된 자신이 6째가 되었다.

(린과 럼니가 4, 5째였다. 막내가 생겼다고 엄청 좋아했다.)

어떤 것을 보고 자신을 그렇게 자식이라고 칭하라고 했는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좋아하면서 네라고 대답한 자신도 신기했다.

한참을 그 글귀를 바라보고 조용히 있었다.

“그럼! 간다~!! 막둥이. 너무 늦지않게 친구들 데리고 오고! 형이 잘 챙겨 줄게!”

신이 난 표정으로 막둥이라고 부르며 떠나는 린을,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졸지에 형, 누나가 5명이나 생긴 건가? 왜 다들 퍼그 님을 도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네.’

자신조차 그 술자리에서 퍼그 님에게 도둑이라고 부르고 말았다. 그에 자식 놈들이 다 똑같다고 부르짖던 퍼그 님이 떠오른다.

몇 번을 뒤를 돌아보다가 이내, 마을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친구들한테 다시 돌아가야지! 해 줄 이야기가 많네.’

발에 힘을 주고 마을 방향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

“범아!!”

“범아! 살려줘!!”

“꼬맹이. 너? 그 화패??”

카인과 량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상회의 앞에 있었다. 튀어나오는 카인과 달리 량은 여전히 칼라 님에게 잡혀 있었다.

‘은근히 잘 어울린단 말이지.’

“다녀왔어.”

그 말에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카인도 량도 아니었다. 바로 칼라님이었다.

“흐음. 이렇게 빨리 그것도 은패까지 달고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카인의 방에 들어온 칼라 님의 첫마디였다.

“어. 칼라 님?”

“응? 아! 말 안 해줬구나! 량이는 이제 내 거야! 그러니 나도 여기에 포함되는 거지!”

그 말에 량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터질 듯 붉어졌다. 그리고 은연중에 수치심이 보였다.

“네?”

잘못 들은 게 확실했다. 량이 얼굴이 붉어진 것도 잘못 본 게 확실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