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65화 (65/217)

[65화]

씨어 님이 들고 온 상자는 2m 정도 길이의 1m 높이의 거대한 상자였다. 씨어보다 그가 들고 온 상자를 보고 더 놀랐다.

속칭 ‘량이의 보물상자’. 량이의 졸업 선물로 받는 상자로 알고 있었다. 온갖 마법과 알 수 없는 장치가 덕지덕지 부여된 상자에는 량이의 실험 중 성공한 물품들을 고이 모셔두는 상자였다.

“후… 이 새끼들이.”

씨어 님도 부발 님의 잘린 왼팔을 보고 놀라고 분노했다. 씨어 님과 부발 님이 이야기하는 사이 자신은 상자의 포션들 중 회복에 관련된 포션들을 부상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심지어 최상급 포션이 2개나 있었다. 죽지만 않으면 살려는 낸다는 포션. 돈으로 구할 수도 없는 오로지 파울로만이 만들 수 있다는 포션이었다.

덕분에 위태로운 상황이었던 불스용병 단원이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하게 호전되었다. 전투는 불가능해도 거동은 가능한 모습을 보며 새삼 그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

다만, 데마르 님은 수없이 쓰이는 값비싼 포션들을 보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하… 이렇게 받아버리면….”

데마르 님의 한숨을 뒤로하고 자신은 상자의 포션들을 정리하고 아공간에 차곡차곡 쌓아 넣었다.

정리하던 중에 발견된 주먹 정도 크기의 크리스탈. 그 옆에는 종이가 그 성능을 말해주고 있었다.

“신전의 결계석을 본 떠 만들어 본 시험작. 결계석만한 방어 능력은 없지만, 실험 결과 2시간 정도는 다수의 익스퍼트의 공격에도 능히 버틸 수 있었다. 미친 시끼.”

고작해야 18살이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없는 괴랄한 능력이었다. 그 밑으로 범위와 사용 방법에 대해 기술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종이의 뒤편에 새로 추가된 글자들이 있었다.

[이걸 보고 있다면, 범이겠지. 잘 쓰고 꼭! 회수해 오고. 거기를 꼭 찾아봐.]

“거기…?”

상자를 선물로 받은 당시에 량이가 자신과 카인에게 자랑하면서 보여주었던 비밀 공간이 생각났다.

수많은 비밀이 있다면서 보여준 비밀 공간. 그것은 상자에 음각된 파울로 님의 문양을 비틀면 나오는 작은 공간이었다.

문양을 비틀자 공간 안에 들어있는 종이 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눈에 익은 글씨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종이를 열심히 읽다가 순식간에 다 읽고 데마르 님과 부발 님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데마르 님과 부발 님은 함께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단장님! 증거!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

갑자기 달려오더니 증거를 외치는 자신의 모습은 사고를 치고 수습할 방법을 고심하던 두 사람에게 단비와 같은 모습이었다.

“갑자기? 너가 어떻게 그걸 찾아?”

“량이가 준 겁니다. 상자 안에 들어있었어요. [마타하리]의 보증이 찍혀있는!”

“하! 진짜. 너도 량이도 정말…”

감동하는 부발 님의 옆에서 데마르 님은 자신에게서 종이 뭉치를 받아 들고는 읽기 시작했다.

15장으로 이루어진 종이 뭉치에는 이 사건이 일어난 원인부터 주동자와 그 증거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종이를 읽으면서 데마르 님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더니 결국 허탈한 한숨으로 끝이 났다.

“그래서. 뭐라고 적혀 있어?”

요약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부발 님의 물음에 피식 웃은 데마르 님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데스투도 백작이 살살 꼬셔서 왕자랑 울프 용병대를 가지고 장난친 거라는 거지?”

“그렇다고 적혀 있네.”

“그리고 노렸던 거는 마수의 부산물이고, 허. 왕자가 멍청한 거야 백작이 간이 부은 거야?”

“쯧. 아무래도 이번 대의 왕자는 나름대로 위치가 확고했으니까. 그리고 수호성도 한 번 뒤집어야겠네. 아! 그리고 왕가에는 따로 서신을 보낸다고 하더라.”

“하! 그럼 우리가 수습할 필요도 없겠네? 왕가가 나설 테니까.”

“그렇지. 제일 잘하는 걸 하면 되겠네.”

그렇게 마지막 근심마저 해결한 이들은 진군을 시작했다. 단장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달라졌다.

그저 당당하게 직선으로 데스투도 백작가의 영주성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초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진군하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튿날이 되어 영주성이 눈에 보였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인데도 영주성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데스투도 백작의 영주성이 된 이후로 증축을 거듭했다는 성은 과연 단단해 보였다.

본래 왕실의 직할령이었던 영지였기에 성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방어력은 뛰어났다.

본래 있던 후작가가 사라지면서 그 영지가 왕실의 직할령으로 편입이 되었고 그 후 본래 직할령이던 곳을 새로이 백작이 된 데스투도 백작이 하사받은 곳이었다.

그 후 성문을 통짜의 철로 만드는 등, 백작이 성에 돈을 들인 사실은 유명했다.

하지만 그런 단단한 성 앞에서 용병단은 여유로웠다. 후미에 새끼 불스들과 함께 자신이 남아 있고 불스 용병단은 전진을 시작했다.

용병단의 전진을 보고 있던 자신은 부발 님의 전투를 가까이서 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점점 올라왔다.

과거 부발 님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본래 선천재능을 말해주지 않는다지만, 초인 중에는 당당히 밝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 데마르가 옆에서 말해 준 적이 있었다.

*

“부발의 능력? 엄청 단순해. 무식한 주인에 딱 맞는 선천재능이지.”

“크흠. 무식하다니. 얼마나 고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재능인데!”

“아. 예 그러시죠? 그걸 참 무식하게 사용하시는 주제에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능력이 어떤 건데요?

“단단해져. 겁나게. 그래서 무식하게 단단해지는 거야.”

*

일시적으로 단단해지는 그런 능력이 아닌, 단련을 통해서 한계에 이른 몸이 단단해지는 괴랄한 능력이었다.

초인이 되어서도 그 재능은 계속 해서 진행 중이었다. 피부만이 아닌 뼈, 근육, 힘줄 모든 것이 더욱 질겨지고 단단해지는 재능.

굳게 닫힌 영주성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불스 용병단. 그리고 그들이 다가오자 성벽 위에 궁수들과 마법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활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불스 용병단은 멈추어 섰다. 그리고 부발 님이 앞으로 나섰다.

“데스투도 백작! 마지막 경고다. 나와서 항복하면, 주동자를 제외하고는 자비를 베풀어 주마!”

부발 님의 우렁찬 소리가 영주성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응대가 없었다.

그리고 부발 님 혼자 나아가기 시작했다. 오른손에는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들고 산책을 하듯이 걸어 나갔다.

화살이 날아오고 몇몇 마법이 날아들었지만 부발 님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휘둘러지는 클레이모어에 화살은 닿지도 못했고 마법은 그의 주변에 터져 나갔다.

거리를 가늠하던 부발 님은 잠시 멈추어 서더니 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발, 두 발, 세 발. 어느새 철문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이제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으로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쿠아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철문이 종이처럼 찢어졌다. 성벽이 진동하고 환하게 열린 문. 그리고 그 앞에는 찢긴 철문에 함께 휘말린 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패닉이었다. 성벽 위의 궁사들과 마법사들도, 철문에 깔린 기사들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었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불스 용병단은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성벽을 향해서 그리고 부발 님의 뒤를 따라서.

불스 용병단의 3대대는 동네의 뒷산을 오르듯 성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1대대는 미쳐 날뛰는 부발 님의 뒤를 따랐다.

2대대는 부발 님이 농락하는 기사들을 지나쳐 성안으로 들이쳤다. 한풀이였다. 그동안 쌓은 분노와 답답함을 푸는.

타이밍을 놓친 성벽 위의 궁사와 마법사들은 3대대의 농락 대상이 되었다.

진을 치고 있던 기사들은 초인이 어째서 초인으로 불리는지 알려주는 교보재가 되었다.

2대대는 다른 것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데스투도 백작. 그를 찾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부발 님이 성문을 종이 찢듯이 찢는 모습을 보고 머릿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가를 궁리해 보았다.

“흠…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저렇게는”

너무 쉽게 한 번의 휘두름에 찢어버리는 무식한 짓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후… 괴물이구나. 초인이라는 존재는”

그리고 시작되는 농락.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이것이 자신이 아는 수호용병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격전이 일어나고 있는 성을 보면서 자신도 저곳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옆의 4명의 소대원들도, 새끼 불스들도 그 격전을 보면서 자신의 무기에 손이 가고 있었다.

“응?”

성 안으로 격전이 옮겨지게 되자 성벽은 고요했다. 성 밖에는 새끼 불스들과 자신들뿐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가 감각에 잡히고 있었다. 말을 타고 달려오는지 다가오는 속도가 상당했다.

“흐음… 아주 놀고 있지만은 않을 수 있겠네. 준비하자.”

자신의 말에 소대원들이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끼 불스들의 단장을 맡고 있던 두 명의 용병이 자신의 옆으로 나왔다.

촘촘하게 방진을 짜고 그 중앙에 결계석을 들고 있는 간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방진의 밖으로 범과 소대원들 그리고 단장 두 명이 있었다.

먼지가 이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말들이 달리는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당당하게 자신들의 깃발을 들고 말을 타고 오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족히 50은 되어 보이는 이들.

역수로 된 검에 꿰뚫린 해골이 그려진 깃대를 들고 다가오는 이들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비에 용병대… 피에 미친 놈들이 왜 여기에…”

“용병대? 알고 있는 용병들입니까?”

파로의 물음에 전생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전쟁 용병으로 활동하던 당시.

용병단보다 더 위명을 떨치는 용병대가 있었다. 용병단이 될 수 있지만 용병대로만 활동하는 이들.

가장 격한 전장을 좋아하는, 피에 미친 대장과 대원들이 있는 용병대. 대장인 비에가 이끄는 이들은 용병기사단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다른 별칭으로는 피에 미친 악귀들. 전쟁의 마력에 빠져 오로지 전쟁과 전투만을 갈구하는 이들이었다.

자신의 생에에서는 비에가 죽었지만 그럼에도 기어이 다음 대를 이어서 활약하던 용병대였다.

“전쟁 용병들 중에서는 꽤나 이름있는 이들입니다. 전투에 환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투에 환장을 했다라… 결국 그냥 피에 먹힌 놈들이라는 거잖아?”

시큰둥한 파로의 대답이었다. 대체적으로 수호 용병들은 다른 용병들을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었다.

수호산맥이 아니라면 몬스터를 보기 쉽지 않은 대륙에서 결국 용병들이 상대하는 것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무시할 정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사람을 상대하는 건 저쪽이 더 경험이 많을 거예요.”

“그래봐야. 결국 너가 있는데 뭘”

그 말 또한 사실이기도 했다. 익스퍼트는 공략의 대상이지만 마스터(대부분은 마스터와 초인을 분별하지 못한다)부터는 공략 불가의 대상이다.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정리해야 해요. 너무 마음 놓지 마세요.”

자신의 말에 따라서 조금은 해이해진 마음들을 다잡는 소대원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르쿠스. 넌 단장만 상대해. 저 단장, 익스퍼트에 오른 지 꽤 된 인물이니까 조심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는 거로 가죠. 단장님께서 더 이상 제한 따위 없다고 하셨으니. 두 대장님들도 전력으로.”

자신의 말에 들으며 파로는 힐페의 곁에 서고 나머지는 각자 자신의 무기를 잡기 시작했다.

특히나 사상자가 많은 새끼 불스들을 담당하고 있는 대장 두 사람은 더욱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대장 두 사람은 실상 불스용병 단원이었지만, 새끼 불스들을 키우기 위해서 대장으로 임명된 경우였다.

자신들의 임무가 교육과 양성인데, 그 임무를 실패하게 된 상황. 거기에 보호에 집중하느라 전력을 발하지 못한 응어리.

그것들을 풀어줄 수 있는 존재가 달려오고 있었다. 50이 넘어가는 인원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결계석이 가동되는 것이 느껴졌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후 자신도 도를 쥐고 입을 열었다.

“사냥을 시작합니다.”

몬스터와 마수를 상대하는 수호 용병들은 전투하지 않는다. 사냥할 뿐. 그 진정한 위용이 지금 드러나고 있었다.

*

“흠. 애매한데? 조금만 이대로 두고 볼까.”

다양한 무기들을 앞에 두고 그 뒤에서 무엇이 그리 당당한지 서 있는 데스투도 백작이었다.

그 모습이 몹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자신이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단장이 누차 강조했던 것이 백작은 자기 것이라는 말이었다.

섣불리 다가가기에는 피해가 조금 생길 수 있기도 했기에 두고 보기로 한 2대대장이었다.

“슬슬 오실 때가 되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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