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부발의 명령을 받은 나수투스는 거침이 없었다. 명령이 내려오자 산하 용병대를 데리고 곧장 울프용병대의 본부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벌어진 것은 난장판이었다. 난투라기에는 일방적이기에 아무도 긴장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친… 지금 무슨 짓이야!!”
울프용병대를 지금의 자리로 내려앉게 만든 돌대가리의 등장이었다. 비록 조장으로 강등되긴 했지만 그 능력 때문에 누구도 무시하지 못했다.
“어! 이게 누구야~ 울프용병대의 일등 공신 아니야!!”
“나수투스 뭐 하는 짓이야! 지금!”
“전원 제압 완료되었습니다.”
“수고했어. 잠시 대기해.”
어느새 울프용병대 본진의 일층은 정리가 되어있었다. 모두 포박되어서 정리된 상태. 비록 일반 대원이라고 하지만 이리 쉽고 빠르게 제압된 것이 불스용병단과 울프용병대의 차이였다.
“자! 여기 있다.”
나수투스가 돌대가리 앞으로 던져 둔 것은 하나의 줄이었다. 거미 마수의 실로 만든 줄로 웬만한 힘으로는 끊기 쉽지 않은 줄이었다.
“자. 알아서 묶어 그럼 쉽게쉽게 갈 수 있고 서로 좋자나”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수호용병단이면 다라고 무슨 행패야!!”
“천하의 돌대가리가 왜 이리 혀가 길어. 그냥 쫄리면 쫄린다고 하던가, 아니면 대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가 하면 되지 쯧 이래서 멍멍이들은”
“그 멍멍이가 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오! 물론 아니지. 넌 그래도 멍멍이 대장이니까. 대장 멍멍이라고 해야지!”
“너? 하! 아무리 수호용병단의 대대장이라고 해도 지금 일을 해명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무게를 잡고 내려오는 울프용병대의 대장 엑스를 보면서 비웃음이 나는지 웃고 마는 나수투스였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는 거면 진짜 멍청한 거이거나 부인하는 거일 텐데. 어느 쪽 이려나?”
나수투스의 말에 굳은 표정의 얼굴을 하는 울프용병대의 대장이었다.
“나수투스 너만 온 건가?”
“그럼. 고작 용병대 하나인데 단장님이 올 줄 알았나 보지?”
나수투스의 대답을 듣자 굳은 얼굴을 풀고 살의가 넘치는 미소를 짓는 울프용병대의 대장이었다.
“그럼. 여기 있는 너네만 정리하고 튀면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겠어? 수호용병단이라고 그렇게 잘난 척하니까 당하는 거라고”
울프용병대의 1층 로비에 계단과 뒷문으로 용병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울프용병대에서 각각 조장을 맡고 있는 이들과 간부들이었다.
“수호용병단에서는 용병대의 본부에서는 덤비지 말라는 용병들 사이의 금언(金言: 삶의 본보기가 되는 짧은 어구)도 가르쳐 주지 않나 보지?”
금세 의기양양해진 울프용병대의 대장을 보면서 나수투스는 우습기 그지없었다.
“하. 멍청해진 건 귀족만이 아니었나 보네. 애당초 내가 왜 산하 용병대 셋만 데리고 왔는지도 모르고”
로비의 긴장감이 올라가자 나수트스 뒤로 3대대와 산하 용병대들이 대형을 맞추어 서기 시작했다.
“용병대 대장 나리 말을 들었지? 여기 있는 애들은 다 공범이니까 죽여도 된다. 대장이랑 부대장 그리고 간부만 포박해 가자.”
대대원들과 산하 용병대에게 명령을 내린 나수투스는 가지고 온 목봉을 들며 말했다.
“울프용병대 대장아. 너네가 신성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친절히 설명해 줄게. 왜 한 성에 수호용병단이 5개밖에 없는지 알아?”
“하. 그놈에 수호용병단, 수호용병단. 그게 뭐라고!”
“그치? 그게 뭐라고 그렇게 혜택이 다르고 대우가 다른지 생각을 해보지 그랬어. 쉽게 말해줄까?”
“그래. 유언이라고 들어주마.”
“수호용병단이 5개인 이유, 그 혜택이 다르고 대우가 다른 이유는 하나야 멍청아. 그 5개의 수호용병단이 한 성의 모든 수호용병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개소리하지 마라! 죽여!!”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수투스가 있는 곳을 향해서 용병들이 각자 병장기를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인원만큼은 수호용병단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 울프용병대였던 만큼 그 자리에 있는 이들만 해도 백이 넘어갔다.
이들이 모두 최소 백인 대를 책임지는 간부들로 기세가 달랐다. 그런데도 그 가운데 있는 이들은 태연했다.
“죽여도 되니까 다치지 말고 대대 애들은 그림 보여준 거 기억하지? 생포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자! 난 대장이나 패러 간다.”
말을 마치고 튀어 나간 나수투스는 자신의 이명에 따라 섬광과 같았다. 그리고 나수투스의 뒤를 따라 대대원이 몸을 날렸다.
몇 명의 대대원들은 로비를 벗어나 2층으로 향했다.
“어딜 가려고!”
“응. 갈 수 있어. 넌 나랑 놀아야지.”
2층으로 올라가려는 대대원들을 막으려다 눈앞에 나타난 나수투스에게 막힌 울프용병대의 대장이었다.
“하! 수호용병단의 대대장이라고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내가 수호용병단에 들어가지 못한 게 아니라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말과 함께 뽑은 것은 두 자루의 도였다. 일반적인 도보다는 짧지만 두꺼운 두 자루의 도. 그것이 지금의 울프용병대를 만들게 해준 그의 성명병기였다.
“가끔 생각해 보면, 진짜 이해가 안 간다니까. 수호용병단을 만들고 싶어했으면서 실상 수호용병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걸 보면.”
“헛소리는 나중에 들어주마!”
쌍도를 교차로 베면서 달려드는 모습은 과연 날카로웠다. 쌍도에 어린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그가 진심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엇차!”
목봉으로 교차된 순간에 장난치듯이 툭 친 나수투스의 행동에 울프용병대 대장이 나수투스를 지나쳐 갔다.
다시 돌아와 머리와 가슴을 향해서 찔러 들어오는 도를 보면서 봉을 부드럽게 휘둘러 다시 옆으로 흘려 내는 나수투스
“흐음. 그럼 일단 맞고 생각해 보는 거로 하자. 내가 널 죽일 수는 없어서 말이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봉이 눈으로 좇기 어려운 속도로 울프용병대의 대장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둘 잘 막았지만, 끊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봉의 움직임을 하나둘 놓치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갖 곳을 노리면서 쏟아지는 봉의 향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말, 말도 안 돼! 크헉!”
정말 골고루 패는 나수투스였다. 정신을 잃은 것이 분명한데도 일어선 자세에서 넘어지지도 못하게 패는 나수투스였다.
*
“야! 야! 일어나 봐”
힘겹게 정신을 차리자 온몸에 지끈거리는 고통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자신 앞에 양아치처럼 앉아있는 나수투스가 보였다.
“헉!”
“헉은 무슨. 강단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쯧.”
일어나려고 했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뜬 눈으로 주변을 보자 다 제압이 되어있는 자신의 용병대가 보였다.
“말도, 말도 안 돼. 고작 대대 하나에?”
“뭐. 그래도 산하 용병대 셋이나 데리고 왔으니 고작 대대 하나는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말자.”
수호용병단에 근접했다고 생각했기에 느껴지는 충격은 더욱 컸다. 제압된 자신의 용병대 주변으로 큰 부상이 하나도 없는 이들이 보였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발…’
눈앞에 있는 온갖 고초가 상상되자 암담함이 몰려왔다.
‘그냥 죽자.’
그 생각과 함께 온몸에 있는 마나를 폭주시키려는 찰나.
“아나 귀여운 새끼 그냥 쳐 자라!”
그렇게 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 그 공간을 밝혀주는 것은 오로지 횃불밖에 없었다.
마수와 몬스터의 시체와 피가 가득했던 곳에 인간 손님들이 여러 명 찾아왔다.
“흠. 일어나려나 본데?”
“하. 진짜 허약하네. 대도 없고. 그런 주제에 무슨 생각으로 그랬나 모르겠네.”
아련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한 방 안에 부발과 씨어 그리고 나수투스가 있었다.
“일어났냐?”
마치 땅에 질질 끌려온 것처럼 여기저기 긁히고 붓고 멍이든 인영이 눈을 떴다.
“부으발.”
“그래. 부발 님 여기 계시다 이 새끼야.”
그리고서는 친절하게 입에 포션을 부어주는 부발이었다. 포션이 들어가자 정신이 드는지 눈을 제대로 뜨는 그였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자 무감정한 씨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름 울프 본명 발러. 수호성 고아원 출신으로 14세에 용병계 입문 15세 울프로 개명 용병사무소에서 배운 마나 호흡법으로 25세에 실버 용병이 되어 팀을 창설 34세에 울프용병대를 만듦. 현재 반역자이자 배반자.”
“난…! 울프다!”
“개소리 말고. 맞나 틀리나만 말하라고.”
“하! 차라리 죽여라. 수호용병단 따위.”
“얘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됐고 하루 뒤에 보자.”
그 말에 정말 미련 하나 없이 뒤돌아서는 세 사람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죽이지 말고 말도 잘할 수 있게 해야 해. 정신도 온전해야 하고.”
부발에 말에 너무나 어려운 과제를 맡은 사람처럼 고심에 찬 표정을 짓는 이였다.
“너무 험하게 다루지 말라고, 나중에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지금은 아니야.”
그 말에 환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였다. 하지만 그 미소가 어딘가 뒤틀려 보였다.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종종 올라오고 하라니까 더럽게 말은 안 듣지 진짜.”
그제야 사람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하는 인영을 뒤로하고 나서는 세 사람
“진짜… 오싹오싹할 때가 있어요. 여기 오면.”
“그래도 쟤 덕분에 마수나 몬스터에 있어서 우리만큼 정보를 가진 사람도 없는 거야. 량이는 잘만 이야기하더만.”
“하. 그건 둘 다 이상해서 그래요 단장. 그나저나 울프용병대야 이렇게 쉬웠다지만 백작가나 왕자는 어떻게 할 거예요.”
“흠. 왕자는 조금 두고 보는 거로 하자. 우선은 슐랑거 가문부터. 슐랑거 가문은 진짜 전쟁할 생각인 거 같던데?”
“그래요? 미친 거 아닌가? 아니면. 진짜 수호용병이 이제는 별 게 아닌 게 된 건가.”
“잊은 거지. 시간이라는 약에 취해서. 정신 차리게 해줘야지. 아주 아프게. 안 그래?”
조용히 있던 씨어에게 부발이 말을 건네자 씨어가 여전히 무감정하게 입을 열었다.
“씰이. 말을 못 하는데 그놈들이 말을 할 이유가 없죠. 모두. 입을 다물게 해 드려야죠.”
“진짜. 표정 좀 풀어라. 씰이 보면 걱정한다. 그건 밖에서나 하라니까. 다들 단장 말 겁나 안 들어요. 쯧”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대한 문을 닫고 지상으로 향하는 세 사람이었다. 세 사람 뒤에 닫힌 문에는 [몬스터&마수 연구실/몹시 위험]이라고 적혀 있었다.
*
불스 수호용병단의 로비. 다른 때와는 다르게 완전히 무장한 단원들이 각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종종 외부 인사가 있던 것과는 다르게 오로지 불스용병단과 산하 용병대 다섯만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로비의 계단 위에는 소대장들과 대대장이, 그리고 가장 위에는 데마르와 부발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스용병단! 그리고 새끼 불스!”
““우-우!””
“우리는 평화를 좋아한다! 우리의 검은 오로지 몬스터와 마수만을 향해 있었다!”
““우-우!””
“그런 우리에게! 검을 들이댄 이들이 있다! 보고!”
그러자 데마르가 앞으로 나섰다.
“울프용병대. 관여 사실을 모르는 일반 용병들을 제외하고 전원 제압. 판결. 사형”
““우-우!””
“슐랑거 가문. 잘나신 백작가 가문. 전쟁을 선포. 데스투도 백작가 가문 회신 없음. 왕가 보류”
““우-우!””
다시 부발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블레어 왕국민인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검을 든 슐랑거 가문부터 해결한다! 마르쿠스!”
“베라타 가문은 공식적으로 불스 수호용병단을 지지하며 다른 귀족들이 슐랑거 가문을 도울 시에 좌시하지 않을 것 입니다.”
“들었나! 우리만의 전쟁이다! 고귀하신 귀족 나리께서 기사대전을 하자하고 하신다!”
““우-우!””
“보고! 슐랑거 가문의 기사단 셋. 슐랑거기사단, 백사기사단, 백사기병대 총 인원 700명!”
“들었나. 700명! 고작 700명의 인간이다! 말을 탄다 해도 마수보다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다! 우리가 반도 안된다고 두려운 이가 있나!”
““없습니다!””
“그럼! 전쟁을 준비하자! 감히 수호용병을 무시하는 이들에게 가르쳐주러 가는 거다!”
““우-우!””
그렇게 전쟁 준비가 시작되었다.
슐랑거 가문과 수호용병단의 기사대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은 대륙 전역으로 퍼졌다. 대륙의 눈이 모두 이 대전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는 수호용병단의 힘을 가늠하고자, 누군가는 자신의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판단의 잣대로 사용하고자 그렇게 전쟁이 시작하지도 전에 대륙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어찌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우선은 지켜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슐랑거 가문이 나섰으니 그 후에 대비하셔도 될 듯합니다.”
“하. 하필이면. 이제 정리가 되고 안정을 찾으려는데, 쯧. 지금 뭐 하고 있소?”
“나름 방안을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시오.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