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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56화 (56/217)

[56화]

방에서 카인의 서류를 읽고 난 뒤에 카인의 편지를 제외하고 남은 책을 가지고 부발 님에게 찾아갔다.

“단장님!”

“씰은?”

량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해 드렸다.

“후. 70%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량이에게 빚을 졌구나. 그건?”

“제가 의뢰한 곳에서 정리해서 준 내용이에요.”

“하 멍청한 새끼들”

조용히 자신이 건네준 책자를 읽으면서 혼잣말을 되뇌는 부발 님이었다.

“신뢰도는 얼마나 되냐? 누구한테 의뢰한 건데.”

순간 뭐라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던 찰나 카인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마타하리… 그러니까 우리 이름을 아는 사람들 자체가 많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외로 꽤 있어. 의뢰하는 이들도 많고. 다만 대다수가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라 그렇지… 초인들은 다 알고 있어. 부발 님도 알고 계셔. 그리고…’

“신뢰도는 저는 100%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타하리에 의뢰했어요.”

“뭐?!”

경악에 찬 시선이 날아드는 것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다, 싶었다.

“마타하리? 너가 어떻게? 아니 라니우스님이라면 그렇다고 해도 의뢰를 받아주는 건? 하”

“이래저래 연이 닿았다고 하시더라구요.”

“마타하리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지. 그나저나 블레어왕국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이라.”

“가능 할까요?”

조심스러운 물음에 피식 웃음을 짓는 부발 님이었다.

“종종 보면 넌 괴물 같기는 한데 멍청할 때도 있단 말이지. 수호용병단이 어떤 곳인지 잘 알아 두고 가라. 데마르!”

근처에 있던 것인지 부발 님의 외침에 데마르 님이 금세 들어왔다.

“이거.”

“뭡니까?”

“마타하리 보고서. 너보다 막둥이가 백배 낫다?”

경악에 찬 시선을 다시 받았다. 빠르게 책자를 읽더니 얼굴에 분노가 점점 드러나는 데마르 님이였다.

“이익. 하. 진짜 멍청한”

읽는 동안 한참을 분노하다가 결국 허탈해 하는 데마르 님이였다.

“와. 수호용병단이 이렇게 무시당하는 게, 얘들이 멍청한 건지, 우리가 너무 조용히 있던 건지. 쯧.”

“그치? 신전에 연락해. 전쟁이다.”

“단장만 신이 낫구만. 씰도 살아날 것 같은데 적당히 하시죠?”

“아니. 안 돼. 그동안 우리가 너무 조용히 있었나 보지. 이렇게 슬슬 넘어가 주면 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참에 수호용병단이 어떤 존재인지 단단히 알려줘야지.”

“하… 그리고 단장은 열심히 날뛰고?”

“그것도 조금? 역시 사람은 가끔 터져줘야 남들이 조심한단 말이지.”

“후… 하튼 신전에 바로 연락하고 만남을 주선해 보죠.”

데마르 님이 떠나가고 난 뒤 부발 님이 다시금 입을 열어 말했다.

“넌 빠져도 된다. 지금은 몬스터나 마수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같은 인간을 상대로 하는 거니까. 상위 세계로 갈 생각이기도 하다면서.”

상위 세계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속설이 하나 있다면. 불살(不殺)의 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면 큰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속설이었다.

자신은 이것이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불살이면 다 불살이지 사람만 안 죽이면 불살이라는 것도 웃긴다 생각했다.

“괜찮아요. 불살의 혜(惠)를 믿지도 않고, 이 복수는 제 복수기도 하니까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자신에게 훨씬 익숙한 일이었다. 오히려 지금 몬스터를, 마수를 상대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베어 왔다. 비록 전생이지만 수많은 전장을 지나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보다 전문가는 없었다.

*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사례가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아침에 떠난 씨어가 저녁이 되어서 사제를, 그것도 고위 사제를 모시고 온 것이다. 고위 사제는 주교와 동일한 위치.

다만, 책임지는 신전이 없고 자유로이 돌아다니면서 선행을 베푸는 이들이었다.

그런 고위 사제를 무슨 수를 썼는지 하루도 안 되어서 모시고 온 씨어였다.

인사를 하고 할 시간도 없이 고위 사제는 량을 따라서 씰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남은 용병들이 모두가 모였다.

“불스용병단! 전쟁이다! 적이 정해졌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부발 님이 외치자 다른 모든 용병이 정렬하며 외쳤다.

““우-우! 우-우!””

“적은 셋. 왕자 하나 백작 가문 하나 용병대 하나! 목표는 용병대는 말살 백작가문은 초토화 왕자 하나는 유폐!

““우-우! 우-우!””

“비록 씰이 살아날 가망이 있다고 해도. 만일 량이 없었다면! 고위 사제가 없었다면! 범이 던전에 못 들어갔다면! 우리의 손해는?”

““가족의 죽음입니다!””

“그렇다! 가족의 죽음이었을 것이다! 활을 쏴 놓고 안 맞았으면 된거 아니냐고 외치는 이들이 있을 지 모르지만! 애초에 활을 쏜 것 자체가, 죽이려는 의도 자체가 문제다!”

““우-우! 우-우!””

“내일 신전에 가서 확답을 받을 것이니 모두 준비하도록! 그리고 3대대에 전해라. 울프용병대의 모든 간부를 잡아 오라고!!”

““우-우! 우-우!””

“해산!”

조용했던 절규의 산에 전쟁을 준비하는 군기가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

작은 방 안, 부발 님과 데마르 님, 씨어 님 그리고 자신이 량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마 일어나는 데는 좀 시간이 걸려도 이제는 고비는 다 넘겼어요.”

“고맙다. 량이 네게 빚을 졌어.”

“너에게 개인적으로 빚을 졌어. 고맙다 량”

부발 님이 말한 것은 용병단의 빚이라면 씨어님은 개인적으로도 빚을 졌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뭐. 원래는 범이 덕이긴 하지만. 저 의외로 비싸고 악랄해요? 빚. 기억해 둘게요.”

주는 것은 역시 거절하지 않는 량이었다. 조용히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위 사제가 이야기가 끝난 듯하자 나섰다.

“부발 형제님.”

“사제님. 감사합니다. 고위 사제님께서 와 주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씨어 형제님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고, 수호용병단은 수고를 하는 분들이니 그런 소리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전쟁을 준비한다 들었습니다.”

“아. 예 하지만, 아무리 고위 사제님께서”

“전쟁하지 말라고 부탁은 할 생각도 염치도 없음을 압니다. 또한, 이를 판단하는 것은 저의 몫이 아님을 압니다. 다만 부탁드리건대 전쟁이 허가된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자제를 부탁드릴 뿐입니다.”

“흠”

“무릇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가면 그 따르는 이들이 모두 대가를 같이 치르지만, 부발 님께서는 이를 줄이실 수 있지 않습니까.”

“흠. 그 부분은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고위 사제의 뒷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지 고개를 숙인 부발 님이었다.

“단장님. 그렇게 고민할 일이에요?”

“막상 고위 사제님이 고개를 숙이시니, 씰을 살려주신 분이기도 하니. 참…”

“단장님도 참. 그럼 연관 있는 사람들만 족치면 되잖아요.”

이어지는 량의 말에 마치 데마르 님이 량이를 볼 때처럼 량이를 바라보는 부발 님이었다.

“량아! 넌 천재구나!”

“아니. 애초에 다 쓸어버리려는 단장님이…”

“량아!!”

격하게 량이를 껴안는 부발 님을 보면서 수호용병단의 단장은 뭐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

3대대가 신나게 울프용병대를 패면서 제압하고 있을 무렵 부발 님과 데마르 님, 량이 함께 수호성의 신전에 들어와 있었다.

주교의 방에서 정리된 보고서와 함께 복수를, 전쟁을 시작하겠다 말하는 부발 님이었다.

부발 님에게 받은 보고서와 부발 님의 말을 들은 주교님은 난감한 기색이 완연했다.

“허… 50년 만에 전쟁이, 용병대도 아니고 용병단이라… 평화가 길기는 길었나 봅니다.”

자잘한 복수행(復讎行 : 수호 용병이 원한을 갚기 위해 떠나는 길)이있었지만, 주교님의 말대로 용병대나 용병단이 복수를 천명하고 전쟁을 나서게 된 것은 50년 전의 일이었다.

50년 전 교훈을 이미 귀족들은 잊어버린 듯한 사건에 주교님도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보고서도 그렇고 정황이 뚜렸하니 통과가 될 가능성이 크긴 한데… 부디 행함에 자비를 두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네. 안 그래도 고위 사제님의 말을 듣고 관련된 자들만 처리할 생각입니다.”

“흠. 그나저나 왕자는 어찌 될 지 잘 모르겠군요.”

“왕자의 목이 아닌 유폐만을 바라는 것이니, 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 그래도 유폐만으로 끝나야 할 텐데. 그럼. 내일 중으로 다시 뵙도록 하지요.”

주교님의 축객령에 신전을 나와서 용병단의 저택으로 온 네 사람이었다.

“단장님. 근데 왕자의 유폐가 가능한 일일까요?”

“범아. 너는 항상 괴물 같은데 가끔 진짜 멍청할 때가 있는 것 같아.”

최근에 계속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 자신이 진짜 멍청한가 싶었다.

“왜? 나라의 왕자잖아.”

“너는 수호용병단이라니까? 아카데미에서 뭘 배운 건지…”

“아니. 수호용병단이 왕자를 유폐 할 정도냐는 거지.”

“왕가의 일보다 대륙의 일이 우선이니까. 본래라면 불가능하지. 그런데 그 왕자가 수호용병단에 해를 끼치려 했으니 문제가 되는 거지.”

“대륙의 일이 우선이라고?”

“응. 수호산맥의 몬스터와 마수를 방어하는데 일생을 바치는 것이 수호용병들이잖아.”

“그렇지.”

“그래서 수호용병들에게는 귀족들도 함부로 못하고 처형할 권리도 없는 건 알고 있지?”

“그래?”

“하… 거기에 귀족뿐만 아니라 왕가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용병들이 다들 수호용병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있고.”

“흐음…”

“쉽게 말하자면, 대륙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을 왕족이나 귀족들이 함부로 한다고 생각해 봐. 그럼 되겠어 안 되겠어.”

“안 되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서 수호용병단을 건든 거지 왕자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생각이 없거나”

“흠. 하여튼 수호용병단의 힘이 강하긴 강하다 이거구나?”

그 말에 머리를 짚는 량이었다.

“하. 진짜. 바보… 그냥 그렇게 생각해라 멍청아.”

“장난이야~ 조금은 알겠어. 대륙의 안전을 지키기에 그만큼 존중을 받는다는 거잖아. 권력의 침범을 못 하도록 보호도 받는 거고.”

“진짜. 너”

투닥거리면서 말을 하는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듣는 데마르 님과 부발 님은 점점 량이 더 탐날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수호용병도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조차 알고 있는 량은 보물 단지처럼 보였다.

“야. 어떻게 안 되겠냐? 너도 엄청 편할 거 아냐”

“하. 애초에 데리고 온 것도 범이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좀. 어떻게 해 봐. 진짜 보석 아니냐 보석.”

“하. 저도, 저도 그러고 싶죠. 량이 오고 나서 얼마나 편하고 빨라졌는지. 진짜 어떻게 안 되려나…”

“그나저나 범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얼마나 되려나.”

“최대로 끌면 한 4일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오늘 문지기도 우리 산하일 때 온 이유가 그거니까요?”

“흠. 다행이군. 내일, 내일이면 세상이 뒤집히겠어.”

*

부발 님의 말대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신전에서 발표된 소식으로 인해서 블레어왕국이 들썩여졌다.

일반 시민들은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에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을 나누기 시작했고, 귀족들은 50년 만의 전쟁이 용병단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리고 가장 경악한 이들은 슐랑거 가문과 데스투도 가문 그리고 스콜라스 왕자였다.

수도 아카데미의 동아리들이 모여있는 9층의 방. 연꽃이 그려진 의자에 앉아있는 스콜라스는 역정을 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 소리가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내가 유폐를 당하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야? 절대 성공을 확신한다며!!”

그리고 그 앞에서 역정을 듣고 있는 이는 바로 재인이었다. 스콜라스의 역정을 듣는 재인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어떻게. 안 거지? 결코 나와 왕자님이 나와서는 안 됐었는데! 수호용병단이 유폐를 시킬 정도로 힘이 강하다고?’

“재인!”

재인에게 한참을 역성을 내던 스콜라스는 동아리방 문이 열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왕자님. 왕궁에서 왕자님께 소환령을 내렸습니다. 전하께서 직접 내리셨습니다.”

그 말에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 스콜라스는 재인에게 일갈을 하며 나섰다.

“해결해! 당장. 돌아오기 전까지 해결책을 만들어 놔!”

스콜라스가 나간 동아리방에 혼자 남은 재인은 여전히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누가 알아차린 거지? 그리고 분명, 분명 이 길이 나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길이었는데!’

동아리방에 남은 재인은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했다.

*

“전쟁이다! 다 데리고 와! 간부들은 모두 다 잡아와!”

불스용병단의 3대대장 나수투스는 불스용병단이 전쟁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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