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49화 (49/217)

[49화]

“이제 곧 들어온다!”

“누가… 누가 들어오는 거지?”

“와아아아아!!! 스카우터다!!”

“불스용병단!!!”

거대한 수호성의 북문으로 들어오는 6명의 인원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끌고 오는 것은 2성 마수에 버금간다는 몬스터 트롤의 시체였다.

“결국에 이번에도 불스용병단이 1위구먼.”

“작년부터 싹이 보였지 뭐. 그래도 내년이면 마지막이잖아. 그때는 또 달라지겠지.”

“참나… 이제 2년 차밖에 안 됐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니까. 나이도 어리다며?”

웅성대는 사람들의 사이로 몬스터의 시체를 끌고 온 이들의 갑옷에는 모두 불스용병단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선 이의 갑옷에는 발굽과 뿔이 하얗고 왼 뿔에는 1이 오른 뿔에는 3이 새겨져 있었다.

1대대 3소대장을 나타내는 문양을 갑옷에 새겨진 인물. 바로 범이었다. 그 옆에는 마르쿠스가 자신의 키만 한 망치를 들고 있었다.

범의 일행, 아니 불스용병단 1대대 3소대는 이내 북문의 단상에 있는 성주에게로 나아갔다.

“불스용병단! 레오 축제: 루키레이스 완주. 사냥 몬스터 트롤! 신고합니다!”

“불스용병단 최종 시간 1일 8시간! 사냥 등급: 최상! 고생하셨습니다.”

성주에게 신고를 마치고 범은 소대원과 함께 용병단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범이 다가오자 용병 단원들이 모두 환호를 하며 맞아주었다.

“이열!! 막둥이~ 작년에 아슬아슬했다고 이번에는 아주 압도적으로 나왔구만. 막내가 무서워서 살겠어?”

“진짜… 씨어 부대장. 막내 아닌 게 언젠데 아직도 막내라 불러요.”

“큭큭큭 넌 평생 막둥이야. 꼬우면 내 자리 받아 가라니까?”

“범아 내가 부탁한 거는?!”

한창 씨어와 투덕거리던 사이로 고개를 들이민 것은 량이었다. 1년 전 조기 졸업한 량이는 데마르의 소원대로 잠시 용병단에 소속을 두고 있었다.

“자. 여기! 너 때문에 살살 잡느라 힘들었어… 하필 트롤일 게 뭐야.”

“에이… 다 네가 할 수 있으니까 부탁한 거지~ 고마워!!”

마르쿠스에게서 받은 상자를 량이에게 건네주자 부리나케 뛰어가는 량이었다.

“진짜… 쟤는 천재인 건지 괴짜인지 모르겠다니까…”

“그래도 데마르 님이 량이 꾀려고 진짜 온갖 수를 다 쓴 거 보면… 진짜 천재긴 천잰갑다.”

“바로 들어가죠? 어차피 축제 말일이나 돼서야 시상할 텐데.”

“막둥아. 네가 그래서 아직도 막둥인 거야! [바람이 머물다 간]으로 가자! 이미 준비해놨지!”

범이 불스용병단에 등록하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블레어수호성에도 [바람이 머물다 간]의 지부가 생겨났다.

여관이 아닌 식당으로 개업했는데 항상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티에르가 블레어성으로 이사를 와서 도축을 해주고 있기 때문.

차원이 다른 고기의 질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바람이 머물 다 간]이었다. 별채에서 파티 아닌 파티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벌써… 2년이나 지났네…”

정신없이 지나간 2년이었다. 오자마자 마르쿠스와 함께 반년을 굴렀던 기억은 지금 와서는 즐거운 추억이었다.

반년이 지나자 자신에게 소대를 짜라는 단장의 말에 혼이 나가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잘 짤 수 있었다.

길잡이로는 최고라는 파로 님을 섭외했고 한참을 구를 때 같이 굴렀던(씨어가 매우 아끼던) 베어와 씰을 데리고 왔다.

또 다른 한 명은 파로의 추천으로 받아들였는데 약초꾼이자 치료술로 꽤나 이름을 알리던 사람이었다.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었다.

그렇게 자신과 마르쿠스, 파로, 베어, 씰 그리고 힐페까지, 이 6명이 1대대 3소대원이 되었다.

몇 번의 단순한 의뢰로 손을 맞춘 뒤에 바로 루키 레이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블레어성에서 매년 진행하는 축제에서 꽤 인기가 많은 경기로 5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용병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불스용병단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며 으름장을 놓던 씨어 부대장 때문에 긴장했지만, 아쉽게 공동 1위에 그치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의뢰를 하면서 이제는 수호산맥이 조금 익숙해지게 되었고 이번에 참가한 루키 레이스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예상하고 있었다.

“하… 다들 잘 지내려나… 내일인가… 빨리 잠이나 자야지.”

상념을 털고 곧장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그 모습이 어느새 소년티에서 벗어나 청년과 같아 보였다.

*

“범아~~!!”

풍성한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이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게 되는 범이었다.

“카인. 넌 변하게 없냐 어째.”

“일 년에 몇 번이나 본다고!! 좀 반갑게 맞아주면 어디가 덧나?!”

[바람이 머물다 간]의 별채에서 투덜거리는 카인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래 그래 고생했어. 그나저나 웬일이야?”

“왜! 올 수도 있지!!”

“에이. 바쁘고 바쁘신 후계자 나리께서?”

“하아… 힘들어. 진짜 별로야 그거… 이번에 중앙신전으로 초대받아서!”

“응? 중앙신전? 마틴이?”

“응 응!! 계속 부탁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허락을 받았지롱!”

“너도 참… 끈기가 대단하다.”

“사제 수행을 같이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인데!! 정보는 돈이라고!”

“예이~ 예이~ 그럼 내년 여름이 되기까지는 못 보는 거네…”

“봐 봐! 너도 서운하지!! 크! 내가 이런 사람이라구!!”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 만큼이나 쌓인 이야기를 서로 나누던 와중에 카인이 불현듯 진지한 말투로 변했다.

“범아.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조금 조심해. 소문이긴 한데 좀 이상한 이야기가 돌고 있어.”

“응? 내가?”

“울프 용병대라고 기억하지?”

“울프… 용병대? 기억하지”

작년에 루키 레이스에서 공동 1위를 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범과 마르쿠스에 대한 자격 증명이 되었다.

이로 인해서 울프 용병대는 명성과 실리 모두 크게 손해를 보게 되었다. 용병단에 버금간다는 그들의 순위가 내려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래도 널 노린다는 소식이 있어. 근데 이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소문이라…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자신을 걱정해주는 카인이 고마우면서도 별걱정을 다한다 싶었다.

“카인. 수호 용병이, 그것도 수호 용병단에게 칼을 들이대는 미친놈이 어딨어. 그리고 나도 꽤 많이 발전했고 마르쿠스도 그렇고.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실제로 얼마 전 마르쿠스까지 익스퍼트에 발을 걸치게 되었고 범 자신은 완숙함을 넘어서 익스퍼트의 끝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고마워. 날 걱정해주는 건 카인  뿐이네.”

“그리고 이거! 받아. 진짜 [마타하리]를 소식지로 쓰는 건 너뿐일 거야.”

“그래도 이거 덕분에 돈 엄청나게 벌었으면서!”

“그야… 그건 … 뭐 내가 잘한 거지!”

투덕거리면서도 카인이 건네준 얇은 책자를 소중하게 받았다. 카인이 건네준 소책자는 아이들의 근황이 적혀 있는 정보 집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카인이 바쁜 이유이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절 자신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가져다주던 것에서 착안해서 제안한 소식지였다.

각국의 인물평을 하는 소식지였는데 생각 이상으로 인기가 많아져서 지금도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만들고 있는 카인이었다.

자신이 받은 것은 자신의 전용으로 만들어진 소책자. 자신 친구들의 근황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이번에도 로사는 빠지지 않고 집어넣었구나?”

“헤헤헤. 일단 나가자! 나도 마르쿠스도 보고 싶어!”

말을 돌리면서 황급하게 뛰어나가는 카인을 보면서 내심 웃음이 났다. 하지만, 로사의 소식지를 보면서 씁쓸한 감정도 들었다.

-로사(16세)

-소속: 아카데미 초인의 요람

-15세가 되기 무섭게 익스퍼트에 이른 말도 안 되는 천재. 비록 범에게 밀렸지만, 천재임은 확실. 하지만 여전히 아카데미를 떠나지 않고 있음. 현재는 초인의 요람에서 계속 지내고 있음. 카시스 가문의 이름을 버리고 사탈레스의 성을 받을 것으로 보임.

“하… 그래도 천재는 천잰데… 많이 변하겠네…”

일단은 소책자를 아공간에 보관한 뒤에 카인을 따라서 용병단으로 향했다.

*

결국, 연구실에 박혀 있는 량이는 보지 못하고 마르쿠스와 함께 인사만 하고 떠나게 된 카인이었다.

“갈게!! 몸조심하고!”

“오야 조심해서 다녀오고.”

그렇게 카인을 일별하고 돌아섰다.

“소대장님! 지명 의뢰가 들어왔어요.”

“네? 저한테도?”

“네. 그것 때문에 단장님이 단장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넵. 감사합니다.”

‘벌서 나한테 지명 의뢰가 들어왔어?’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유명한 이에게는 종종 지명 의뢰가 들어오곤 한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이름난 루키일 뿐이었다. 의아함을 가지고 단장실에 올라가 보니 데마르 님도 함께 계셨다.

“왔냐? 그래. 이야기는 들었어?”

“아뇨. 그냥 저한테 지명 의뢰가 들어왔다고…”

“하… 엄밀히 말하면 넌 아닌데… 일단 읽어 봐라.”

[경애하는 불스 수호 용병단 단장님께]

오글거리는 말투로 시작한 지명 의뢰서는 놀랍게도 왕궁에서 의뢰한 일이었다.

“아… 제가 아니라 파로 님 때문에 들어온 지명 의뢰였네요…?”

파로는 세 손에 꼽히는 길잡이였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그렇지… 근데 이게 좀 애매한데… 어떻게 생각하냐 넌. 데마르는 다른 팀에게 주자고 하는데… 거절하기는 좀 그렇고.”

의뢰서의 내용은 수호산맥 깊은 곳에 대한 조사 의뢰였다. 그 지역이 블레어성과 안쉐성 중앙쯤에 위치하다 보니 장기 의뢰였다.

그 부근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서식하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 의뢰의 주 내용이었다.

작년의 몬스터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 이번에 오버플로가 일어나는 11월 전에 조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단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뭐… 장기 의뢰다 보니 힘들긴 하겠지만, 아마도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지 싶은데?”

“부발! 그래도 첫 장기 임무가 너무 길고 어렵지 않아?”

“뭐… 파로도 있고 마르쿠스도 익스퍼트에 올랐으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결국, 선택하는 것은 너다 범아.”

“저희 소대랑 이야기해 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래. 그렇게 해라. 이제 조금 소대장 태가 나는데?”

“감사합니다. 그럼. 저녁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다행히 모든 소대원이 방에 있어서 부르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3소대의 응접실에 모두가 모이자 지명 의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 설명을 듣자마자 지도를 가져오는 파로였다.

“소대장. 그러니까 여기까지 다녀오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흠… 그 주변 정찰을 해달라고 하는데 그 지점을 짚고 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아요.”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기 의뢰를 한 번 경험해 볼 때도 되었고, 마수 사냥보다는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파로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의사를 표시한 것은 베어였다.

“저도 동의요. 그냥 정찰이 목적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마르쿠스였다.

“저는 보류입니다. 아직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대장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저도 소대장이 하자는 대로 할게요. 근데 베어 말대로 저나 베어가 있으니 생존은 괜찮을 것 같고 힐페도 있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힐페는 어떻게 생각해요?”

사냥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르쿠스 말고 모두에게 여전히 존대를 하는게 익숙했다.

“저…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 준비를 좀 과하게 해서 가는게 좋..좋을 것 같아요.”

모두가 동의를 하자 마음 편히 의뢰를 수행하는 것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럼 이번 의뢰를 받는 거로 결정할게요. 장기 의뢰는 수당도 두둑하고 상여금도 있으니 다녀오면 제가 거하게 살게요!”

“오오!! 소대장 갑자기 멋있다!!”

“우리 소대장도 한 번 털려 봐야지!”

“그럼. 먼저 식당으로 가 계세요 단장님께 보고하고 저도 갈게요.”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범은 다시 단장실로 향했다. 노크하고 들어간 단장실에는 단장님을 감시하고 있는 데마르가 여전히 눈에 띄었다.

“범이 왔냐. 그래 어쩌기로 했어?”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조심해서 다녀오는 거로 하고, 출발은 일주일 뒤다. 얼마로 예상하고 다녀오는 거냐.”

“음… 최대 3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말해 놓으마. 아! 그리고 오늘 라니우스 님께서 돌아오신다고 한다. 아마 곧 돌아오실 거야.”

“스승님께서요?! 알겠습니다! 가볼게요!”

범이 빠르게 나가자 데마르가 부발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발. 조금 이르지 않아? 아무리 범이 잘한다고 해도. 3달 장기 의뢰는 또 다른 이야긴데…”

“파로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흠… 좀 이것저것 챙겨줘야 겠네. 돈 좀 쓴다?”

“그래. 좀 팍팍 써라. 근데 너무 범이만 챙겨 주는 거 아니야? 아무리 량이를 데리고 왔다고 해도…”

“크흠… 서류나 처리하시죠. 단. 장. 님.”

“에휴… 나도 장기 의뢰…”

*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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