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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46화 (46/217)

[46화]

수도 아카데미의 무투대회. 실상 아카데미의 축제에만 그치는 대회가 아니였다.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도 참여하고, 용병도 참여하는 국가적인 축제.

그리고 그 꽃은 당연히 골든리그였다. 25세 이하 전문가 이하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회.

그렇기에 예선전이 축제 이전에 시행되는 대회였다. 본선 진출 시드가 없는 이들은 예선을 반드시 참가해야 했다.

본선 진출의 시드는 전년도 대회 4강 진출자와 아카데미 학생 중 뛰어난 학생에게 배정된다.

당연히 범은 시드를 손쉽게 받을 수 있었지만, 마르쿠스는 아니였다.

마르쿠스가 진짜 골든리그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돌자 아카데미는 다시 한번 들썩였다.

뭔가 있다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아카데미 망신을 시키려 한다, 주제를 너무 모른다가 주를 이루었다.

이번에 시드를 받은 이들은 29명. 128강이 본선이기에 99명의 참가자만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예선전을 치르기 위해서 나가는 마르쿠스를 응원하기 위해서 [우시아] 동아리 아이들이 모두 함께 나왔다.

“범아. 그래서 마르쿠스가 예선전에서 몇 등이나 할 거 같아?”

“대충… 30등?은 하지 않을까?”

“그것밖에 안 돼? 그러다 탈락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탈락 안 해. 그냥 지켜봐. 그나저나 왜 갑자기?”

“아니… 네가 그렇게 확언하니까…”

“너? 설마…? 얼마나 걸었냐?”

“가볍게 했어, 가볍게. 10골드 정도…”

“어? 너도? 나도 마르쿠스한테 걸었지. 배당이 엄청 높던데?”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마르쿠스에게 돈을 걸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배당이 그렇게 높아? 얼마나 되는데?”

“예선 통과에만 100배”

“… 아직 안 끝났지?”

“왜? 너도 하려고?”

“응. 해야지. 잠시 다녀온다.”

돈에 별반 관심이 없었지만, 눈먼 돈을 쓸어 담을 기회를 놓칠 이유는 없었다.

무투대회장으로 사용되는 수련장들 앞에는 이미 도박장의 부스가 들어와 있었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참가자의 이름들이 있었다. 각 리그별로 참가자의 이름과 배당이 적혀 있었다.

골든리그의 배당을 보니 마르쿠스가 맨 위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마르쿠스  x100  x1,000]

예선 통과에는 100배의 배당이었고 상위권에는 최고 배당인 1,000배였다.

30%를 상위권이라고 말하기에 30등 안에만 들면 무려 1,000배의 배당이었다. 접수원에 다가간 범이었다.

“마르쿠스 예선 통과에 70골드 상위에 30골드.”

“마르쿠스 님에게 70/30골드 맞으신가요?”

“넵.”

“접수되셨습니다. 그럼 행운이 함께하시길.”

접수된 종이를 받고 나자 부자가 된 기분이 물씬 들었다. 전 재산을 투자했지만 망해도 7000골드. 수도에 저택은 아니더라도 아담한 집 한 채는 가볍게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접수하고 오니 벌써 예선이 시작되어 있었다. 첫 시험은 비교적 쉬운 시험이었다.

어중이떠중이를 거르기 위한 시험이었는데, 허수아비를 치는 시험이었다. 몇 명이 이미 시험을 보았는지 점수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눈에 마르쿠스가 보였다.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훌륭한 검이었다.

“마르쿠스 화이팅!!”

진심을 담아 외쳤다.

*

드디어. 예선전의 날이 밝아왔다. 자신이 변한 것은 알지만 그래도 무섭기도 했다.

어제저녁에 라니우스 님께서 예선전에서는 마나를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특명을 내리셨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예선전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범 님께서는 웃으면서 당연히 통과할 거라고 믿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그 믿음이 너무 좋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눈앞에 허수아비들이 세워진 예선장에 도착했다.

이 시험에서는 반을 거른다. 허수아비를 10초간 공격해서 나오는 점수를 가지고 반을 나누는 시험.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시험이었다.

눈앞에 아이들이 나가는 것이 보이고 종종 이름이 불리는 소리만 들린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는 클라운인데. 괜히 범 님께 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던 와중에 귓가를 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쿠스 화이팅!”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범 님과 [우시아]의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목청도 좋으시지…”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자 그제야 넓은 수련장과 허수아비들이 한눈에 보였다.

“다음!”

자신의 차례가 왔다. 어깨를 한 바퀴 돌려주면서 손에 잡은 망치에 힘을 주었다.

‘힘으로만 치면 네가 아카데미 최고야.’

범 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머릿속에 들려왔다. 괜히 웃음이 나는 것 같았다.

자신 앞의 허수아비가 보였다.

“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양손으로 잡은 망치를 머리 오른쪽 위로 들었다. 그리고 한 발 내디디면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쿠와왕”

해머가 허수아비에 닿는 동시에 바람이 원형으로 펴져 나갔다. 굉음을 싣고.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이름이 가장 위에 씌어 있었다.

[마르쿠스: 1120]

마음에 드는 점수였다. 그리고 쿨하게 뒤돌아 나오면서 [우시아]의 친구들이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주는 것을 즐겼다.

‘역시. 범 님은 언제나 옳으셔.’

기분이 좋았다. 예선은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서 범 님께 가서 칭찬을 받고 싶었다.

*

“쿠와왕”

마르쿠스의 망치가 허수아비를 내려치고 난 소리와 바람. 그리고 점수에 예선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고요해졌다.

[우시아]의 인원들만이 환호를 지르며 축하해 줄 뿐이었다. 마르쿠스가 준비하는 사이에 에밋이 자신에게 물었다.

“범아. 마르쿠스가 지금 한 방에 매직 미사일 10발의 점수를 낸 거야?”

“응. 그렇지 않아? 100점이 매직 미사일 한 방의 점수잖아.”

“와… 대단하네… 마르쿠스가 저 정도였구나…”

‘진짜 대단한 건 저게 마나를 하나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한 거라는 거지만…’

“예선 끝나면 다들 마르쿠스한테 한 끼 거나하게 쏴. 덕분에 돈이 넉넉해질 테니까.”

제일 적게 건 아이도 1골드를 걸었다. 그러니 최소한 100골드 이상은 번다는 뜻이었다.

그 말에 다들 깨달았다는 듯이 풍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음 시험이… 그 무식한 시험이지…?”

“뭐… 잘할걸? 그냥 맞고만 있어도 통과잖아? 엄청 쉽잖아?”

“그냥… 맞고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어?”

“에이… 뭐 그 정도에 맞는 거는 당연하지.”

새삼 자신을 괴물로 바라보는 아이들이었다.

*

다음 예선 시험을 준비했다. 어차피 예선은 한 시험장에서 치르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곧이어 허수아비들이 치워지고 문 모양의 벽이 20개가 세워졌다. 그와 동시에 탈락자들이 정해졌다.

아카데미의 모든 수련장에서 예선전이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진행이었다.

마르쿠스가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은 5등으로 통과가 되어 있었다.

‘한 방으로 5등이라… 역시 범 님은 항상 옳아.’

곧이어 2차 시험이 시작되었다. 2차 시험은 굉장히 단순했다. 벽 사이로 들어가서 최대한 버티기만 하면 되었다.

벽에서는 매직 미사일이 계속해서 날아오는데 그것을 맞아도 되고 피해도 되고 막아도 된다.

갈수록 빨라지고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지만, 그저 버티기만 하면 되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앞으로 당당하게 나섰다. 벽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범 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냥 맞아도 돼. 어차피 스승님이 때리는 것보다 안 아파.’

피식 웃음이 났다. 라니우스 님께 맞을 때는 정말 전신이 저릿저릿한 아픔이었다.

벽 안으로 들어오자 시험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한 발씩만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이었다. 그리고 한 번 맞아 보았다.

“퍽”

꽤 아프긴 했지만, 이 정도면 맞을 만했다.

‘역시. 범 님은 언제나 옳아.’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험을 시작했다. 하나하나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추는 것이 꽤 재밌었다.

곧이어 미사일들이 2개씩 날아오기 시작했다. 망치로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자 이제는 양 벽에서 나오고 시간 차로 나오더니 어느새 3개의 미사일이 동시에 나오기 시작했다.

피하고 맞추고 피하고 맞추고, 어느샌가 몇 대 맞기도 하면서 시험이 아니라 수련을 하듯이 즐겼다.

“삐---”

한참 즐겁게 수련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리더니 더 이상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서 보니 15분이 벌써지나 있었다. 여기저기 까지고 멍이 들긴 했지만 아쉽기 그지없었다.

아쉬움을 삼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데 범 님이 눈에 들어왔다.

“마르쿠스 잘한다!!”

역시 범 님은 항상 옳으신 것 같다. 예선이 이렇게 즐거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꽤 재밌었다.

*

마르쿠스가 2차 시험을 보러 들어가자 나름 긴장을 하면서 아이들이 보았다. 오직 그 사이에서 자신만이 여유로울 뿐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마르쿠스가 매직 미사일에 맞자 아이들이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범아. 위험한 거 아니야?”

“아니야. 저거 일부러 맞아 본 거야. 두고 봐.”

곧이어 아이들의 아쉬운 탄성은 놀람의 탄성으로 바뀌었다.

길고 거대한 망치를 가지고 매직 미사일을 정확하게 하나하나 맞추는 마르쿠스. 2개가 되고 3개가 되자 피하고 맞추는 마르쿠스.

저 거대한 망치로 추는 정교한 춤 사위 같았다. 4개가 되자 맞기 시작했지만, 끊이지 않는 저 춤사위는 참 멋져 보였다.

“저게… 어떻게 클라운이야… 애들이 눈이 삐었네…”

마르쿠스가 이내 시험을 마치고 걸어 나올 때 샨이 한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마르쿠스 잘한다!!”

자신이 마르쿠스를 받은 것은 참 인생을 통틀어 좋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다시금 들었다.

*

마지막 3차 예선만이 남아 있었다. 어느새 천 명을 넘어갔던 예선 지원자 중에서 남은 것은 200명도 되지 않았다.

정리되고 탈락자들이 호명되면서 남은 참가자들이 한 수련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학생들이 마르쿠스의 성적이 종합 3위라는 것에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마르쿠스가 정말 그 마르쿠스라는 것을 확인하자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마르쿠스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200명이 조금 안 되는 모든 인원이 수련장에 도열해 있었다.

3차 시험은 실로 간단했다. 그저 서 있으면 되었다. 다만, 초인의 기세를 견디면서 서 있어야 했다.

곧이어 나온 이는 로브를 가리고 나온 성기사였다. 매년 아카데미에서 신전에 부탁해서 언제나 성기사님이 나와서 시험을 주관하고 있었다.

언제나 로브로 전신을 가리고 나오지만, 그 성기사가 초인인 것은 확실했고, 그렇기에 누구보다 공정했다.

시작하자마자 몇몇 아이들이 힘겨워하고 쓰러지는 것이 들렸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역시. 범 님은 언제나 옳아.’

범 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어차피, 초인이라도 다 같은 초인이 아니야. 나와도 마스터일 거야. 스승님과 매번 대련하는 넌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을 거야.’

범 님의 말대로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그 기세가 강해져 갔다. 주변에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기세가 강해져만 갔다.

그 강한 기세에서 웃기게도 생각나는 것은 역시나 범 님의 말씀이었다.

‘기세가 강해지면, 흘리고 피하고 이런 게 있는데 그런 건 너랑 안 어울려. 그냥 버텨. 무식하고 우직하게 뚫고 나가. 그게 너다워’

그 생각이 나자 자신도 모르게 내려가 있던 고개가 들려졌다. 그리고 허리가 펴지고 망치를 곧게 들었다.

눈에 그 로브로 가린 성기사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세상이 어두워졌다.

‘통과…. 했으려나…?’

그렇게 마르쿠스가 쓰러졌다. 그리고 예선이 종료되었다.

*

“야. 못난 아들이라며, 아픈 손가락이라며. 쟤가 그때 내가 본 걔가 맞다고?”

“허허허… 칼이 주인을 잘 찾으면 그런 거지.”

“미친… 내가 분명히 작년에 본 거 같은데 벌써 저렇다고? 아픈 손가락은 무슨… 그나저나 어쩔 거냐.”

“두고 봐야지. 자기 일을 자기가 풀 수 있는 거 같으니까… 그래도 우리 가문을 무시한 대가는 치르게 해야지만…”

“하여튼… 도대체 왜 너를 인격자니 참된 스승이니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네가… 침묵의 검이라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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