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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33화 (33/217)

[33화]

마르쿠스의 오열을 보고 난 후 1주가 지났다. 마르쿠스는 죽을 듯이 훈련을 했다.

스승님과 함께 한 훈련에서도 죽을 듯이 하는 마르쿠스를 보며 스승님께서 무엇이 되도 될 것이라 말씀하실 정도였다.

섬세함을 걷어 내니 드러나는 것이 미친듯한 힘이었다. 애초에 마르쿠스는 섬세함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와 다르게 아카데미에서는 자신을 점점 더 괄시하고 무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그러했다.

“마르쿠스를 네 동아리에서 내보내는 것이 어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스콜라스. 너까지 그래야 하는 문제인 거야?”

“훗날 네가 내 휘하에 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야.”

“하…. 저번에도 그랬고 예전에도 그랬지만, 나 수호 용병 될 거라니까.”

그때 옆에 있던 재인이 나섰다.

“지금까지 지켜보기만 했는데,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아무리 아카데미라 할지라도 왕자님께.”

“후… 내가 어떤 무례를 저질렀지?”

“왕자님께서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너를 청했다면 감사함으로 받아야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인데.”

“와…”

“게다가 너를 위해서 기다려주시는 그 마음에 감사해하지는 못할망정. 예의도 없이. 스승 하나 믿고 그러는 거야?”

필사적으로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면서 스콜라스에게 말했다.

“스콜라스. 너도 재인과 같이 생각하는 건가?”

“아주 같다고 할 수 없지만. 재인이 지금 틀린 말을 한 거 같지는 않은데?”

“후…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나는 왕국에 소속될 생각이 없어. 그리고 마르쿠스의 문제는 [우시아]의 문제야.”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스콜라스보다 더 화나게 한 재인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너. 사과해. 감히 스승님을…”

‘감히… 스승 하나라고 표현한 거지?’

기세가 담긴 말에 재인은 서늘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인은 사과하지 않았다.

“내… 내가 어째서? 틀린 말을 한 게 뭐가 있다고! 초인 한 명이 그렇게 대단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는 못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심을 토해내는 재인이었다.

“하… 돌아가시겠네. 지금 초인 한 명이라고 한 거야? 진심으로?”

그제야 스콜라스가 나섰다.

“재인이, 실수한 부분이 있어. 그렇다 한들 네 태도가 맞는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넘어가지.”

실로 어이가 없었다. 이래서 귀족이든 왕족이든 엮이고 싶지 않았던 범이었다.

‘진짜… 죽이고 싶다.’

“후… 그래. 간다.”

그렇다고 해서 스콜라스와 대립을 할 수도, 할 생각도 없기에 그저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절대적인… 힘이 필요해…’

*

범이 자리를 나서고 나서 스콜라스가 재인에게 말을 했다.

“안 되겠네. 범. 그리고 [우시아]. 포기하지.”

“네. 왕자님. 그러면 로사 공녀와 함께 갈등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게요.”

“그래. 그나저나 경솔했어 재인.”

“초인… 이야기인가요? 어차피 나서지도 않고, 한 명의 초인일 뿐인데요. 뭐.”

“후… 그렇다 할지라도 경솔한 말이었어.”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감히 고아가… 왕자님의… 죄송합니다.”

“후. 알아. 그 마음은 고맙게 생각해. 들어가지.”

그렇게 뒤돌아 나서는 두 사람이었다.

*

탐탁지 않았던 만남을 뒤로하고 스승님에게로 향했다.

분명 스승님의 오두막으로 향하는 길이 산뜻하고 찬란해 보였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음산하고 으스스하고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과 같이 느껴진다.

이는 최근 들어서야 하는 훈련 때문이었다. 신체의 무기화라는 명목하에 열심히 맞는 것.

“하… 진짜 가기 싫…”

학기가 시작하기 전이 다시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

시련의 던전을 다녀오고 스승님께 인사를 드린 다음 날. 이제는 습관을 넘어서 하루의 일과가 된 도축을 개운하게 끝내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오두막에 도착하자 스승님이 한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감사하기 그지없는 스승님.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스승님! 저 왔어요!”

언제나 나를 웃으며 반겨주는 스승님의 모습은 항상 좋았다.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조금 더 긴 시간 나를 바라보던 스승님께서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었다.

“흠… 좋아. 범아. 이제 되었구나.”

“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가 된 것 같구나.”

“다음… 다음 단계요?”

기대감이 차올랐다. [바람의 탑]은 두 번째 탑을 개방한 뒤로는 감감무소식.

스승님께서는 적어도 익스퍼트에 올라야 다음 탑을 개방할 수 있을 거라 하셨다.

대련으로 항상 수업을 받았지만, 이렇다 할 도식이 없는 나는 무엇인가 정체되는 느낌이 들던 차였다.

그런 순간에 스승님께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설레고 기대감이 차올랐다.

“다음 단계는 어떤 단계인가요?”

“허허허. 요새 많이 답답했나 보구나. 평소와 다른 걸 보니. 다음 단계는 보자… 쉽게 말하면 신체의 무기화란다.”

“신체의… 무기화… 제 몸을 무기처럼 바꾸는 건가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내 몸을 무기로 바꾼다는 건지, 아닌지.

“하하하. 몸을 무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선천 재능이지 않겠니. 그것이 아니란다. 범아. 네가 지금 사용하는 무기가 무엇이더냐?”

“도죠! 스승님과 같은!”

“그렇지. 그럼 도를 쓰는 사람과 검을 쓰는 사람, 활을 쓰는 사람, 그 모두가 같은 신체를 지니고 있을까?”

“어… 사람이니까 일단 다 다르지 않을까요?”

“각자 개인의 차이도 있겠지, 하지만, 한 무기를 단련하다 보면 그 무기에 맞는 근육이 발달하고 그러면서 신체도 변화하게 된단다.”

“어? 맞아요! [육체의 이해]에도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잘 읽고 있구나. 기특하다. 그리니 신체의 무기화는 네가 도를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하게 신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란다.”

“어…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 당연히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맞으니 괜찮다. 겪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에 앞서 왜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할 것 같으냐?”

“음… 도를 더 잘 다루기 위해서요?”

“물론 맞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도를 더 잘 다루기 위해서니까. 하지만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단다.”

“그게 뭔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초인에 대해서 알아야 한단다. 초인이 무엇일까?”

“무기로는 마스터의 경지에, 마법사로는 5클래스 마스터. 연금술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 그렇게 되면 보통 초인이라고 말을 한단다. 하지만 본래는 그들은 초인의 경계에 들었다고 한단다.”

“초인의 경계요? 그럼 아직 초인은 아닌 건가요?”

“그렇지. 진정한 초인은. 본래 일컬어지는 초인이란 5서클을 넘어 자신의 길에 진입한 마도사. 또는 진(眞) 마스터를 뜻 한단다.”

“진(眞) 마스터…”

“그래. 그렇다면 마스터와 진 마스터는 어떻게 다를까?”

“모르겠어요… 검강을 사용하면 마스터 아닌가요? 다른 건가요…?”

“그렇지. 마스터는 검강을 사용한다고 알려졌지. 근데 정말 그럴까?”

“마스터가 되면 검강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사용할 수 있지.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검강을 사용하지 않는단다.”

“왜요? 검강은 막. 무엇이든지 자를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아닌가요?”

“대부분 그렇지. 하지만, 마스터에 이르다면 검강을 생성할 수 있지 자유로이 사용할 수는 없단다.”

“그럼. 진 마스터가 되어야 검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조금은 다르단다. 그건 훗날 배우고. 마스터에 이를 때 신체가 변화한단다. 경지에 이른 자에 대한 축복이라고 하지.”

“신체가… 변해요?”

“그렇단다.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유연하게. 자신이 걸어온 길에 걸맞게 조금 더 좋아지는 거란다.”

“와…. 그럼 모든 사람이 같아지는 건가요?”

“아니지 범아. 1+1과 3+1은 무슨 차이가 날까?”

“당연히 3+1이 더 크죠!”

“그런데 무사의 신체가 그렇게 올라가기가 쉬울까?”

“아…! 그럼! 단련하면 할수록 그 축복을 받을 때 더 큰 축복으로 나타나는 거네요!”

“그렇지! 우리 똑똑한 범이. 그렇다면 왜 이런 훈련을 하는 걸까?”

“음…. 더 좋은 축복을 받기 위해서요?”

“물론 그게 목적이지. 하지만, 지금 네가 이 훈련을 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 줄 아니?”

“음… 잘 모르겠어요.”

“네가 마스터에 오를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는 거란다.”

“……”

울렁거림이 올라왔다. 마스터. 다른 말로는 초인.

그러한 지고(至高)한 경지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 스승님이 있다는 것이.

그러한 확신을 받는다는 것이 부담이 아닌 감격으로 다가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스승님…”

“그럼. 이제 훈련을 시작해 볼까?”

“네!”

새로운 훈련이라니, 그것도 훗날 초인이 된다는 확신을 하고 내려주시는 훈련이라니.

감격과 함께 설렘이 차오르고 있었다. 한데 스승님께서 오두막에서 꺼내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진한 갈색의 나무로 된 봉? 아니 몽둥이라고 해야 하나. 봉이라기에는 두께가 심상치 않았다.

“범아. 도를 들고, 절대. 절대 도를 놓으면 안 된단다. 도가 너의 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네…?”

“그럼.”

말과 함께 뻗어 나오는 나무 몽둥이?에 넋을 놓고 있다가 한 대 맞고 말았다.

“어허허허… 허…”

세상에, 이런 아픔은 처음 느껴보는 것 같았다. 살이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은 아픔에 나도 모르게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멍조차 들지 않았다. 분명히 아픈데, 너무나 아픈데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중앙신전에서만 나는 특별한 나무로 만든 거란다. 몸을 자극하는 성질이 있는 것 같더구나. 하지만 몸이 상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스승님의 자상한 목소리와 자상한 표정이 악마의 미소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럼. 이번에는 잘 피해 보거라!’”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 것이 차라리 기절한 것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느 때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넋만 놓고 주구장창 맞은 것 같았다.

도를 놓칠 때마다 들어오는 연격에 필사적으로 도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새하얗게 정신이 타고 난 후에야 수련이 끝났다.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할 것 같구나. 나는 내 제자가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네…”

오롯이 믿어주시는 스승님께 감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지옥은 시작되었다.

*

상념이 끝나면서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난 것이 보였다.

“하… 그래도 가야지…그나마 마르쿠스가 있으니까…”

마르쿠스를 받아들인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마르쿠스를 보고 난 후에 스승님께서 종종 마르쿠스를 봐 주시곤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내가 숨을 쉬고 살아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에 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쿠스가 먼저 도착해서 수련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 보았던 그 수줍고 의기소침한 마르쿠스는 더 이상 없었다.

신력을 타고났으면서도 호리호리한 몸의 마르쿠스가 거대한 해머를 들고 수련하는 모습을 보면 의기소침이라는 단어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범 님! 오셨습니까!”

“응. 일찍 왔네?”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매번 이러지 않아도 된다니까?”

마르쿠스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스승님께서 돌아오셨다.

“허허. 왔느냐. 오늘은 조금 늦었구나?”

“아! 네… 도중에 조금… 스승님.”

“왜 그러느냐?”

“초인… 그러니까 진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얼마나 강한가요?”

“어허? 어쩐 일로 그런 것을 묻는 게냐. 잘 물어보지도 않던 녀석이.”

“사실…”

스콜라스와 재인과 함께 있었던 일을 말하자 갑자기 스승님께서 크게 웃으셨다.

“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상단 가문이 무시당하는 거다. 제대로 아는 바가 없으니.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전생에서 언제나 전장에 있던 자신이었다.

전장에 있다 보면 종종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이들의 무위를 볼 수 있을 때가 있었다.

사실 경이로웠다. 익스퍼트인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경지의 무위를 펼치는 이들은 보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본다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전장을 아예 바꾸어 버리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전술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전략 무기는 되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인간 하나가 전술 무기가 된다는 것 자체가 그 대단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계는 확실하게 있었다.

“음… 그래도 한 가문, 특히나 무가는 상대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하하하하. 그렇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단다. 하지만, 그것은 마스터에 이른 이들만이 그렇단다.”

“그럼. 진 마스터는 다른가요?”

“다르지. 무척이나 다르단다. 한 명의 진 마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그것도 이기는 것이 아닌 상대하기 위해서 마스터가 몇이나 필요할 거 같으냐?”

“음… 마스터를 상대하려면 익스퍼트가 10명은 있어야 하니까… 10명 아닐까요?”

범의 대답에 라니우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20명. 적어도 20명이 있어야 진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단다.”

“그렇게나 차이가 나나요?!”

“그럼. 괜히 중앙신전에서 진 마스터에 이른 이들에게 되도록 전투에, 전쟁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것이 아니란다.”

“와… 상상이 안 가요…”

“한 명이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존재가 진 마스터. 진정한 초인이란다.”

“스승님이… 그렇게 대단한 분이신거네요!”

“하하하하하.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초인이 없었던 가문은 이를 모른단다. 그러니 상단 가문이 무시를 당하는 것이고.”

“그렇구나… “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무지에서 오는 자신감은 멍청할 따름이니.”

“네!”

“그럼. 이제 범이 너도 수련해야지?”

“아… 네에….”

그렇게 다시 범은 지옥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 옆에서 있던 마르쿠스는 범의 비명이 울릴 때마다 움찔하며 해머를 휘둘렀다.

‘나는… 힘든 게 아니야…’

안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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