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대부분의 아이들 면접을 보았다. 본래 많은 아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지만, 처음에는 10명을 받아들이려 했었다.
하지만, 놀라운 제안을 받았기에 [우시아] 자체를 소수정예로 바꿀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면접을 통과한 아이들은 초진과 소하. 둘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학생이 마르쿠스.
분명 1살이 더 많을 텐데도 그리 크지 않은, 호리호리한 학생이 들어왔다.
타오를 것처럼 붉은 머리와 눈썹을 가진 마르쿠스는 의기소침한 자세였지만, 눈빛만은 간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우시아]에 지원한 마르쿠스입니다.”
“왜 갑자기 우리 동아리에 지원한 거죠?”
에밋이 날이 선 상태로 질문을 던졌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요… 선생님들조차 포기했구요.”
“선생님들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들어오면 뭐가 변할 거로 생각하나요?”
“재능이 아니라 본질을 본다고 하는 그 한마디가 마지막 희망이에요…”
“지금… ”
“에밋. 잠시만.”
“하…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겠습니까?”
“네! 변할 수만 있다면…”
“지금 마르쿠스 학생이 들어오는 문제를 가지고 저는 자리를 걸었어요.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무기를 바꾸라고 하더라도?”
“?!!”
잠시간의 침묵 뒤에 마르쿠스가 대답했다.
“네.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에밋. 어때 이 정도면.”
“하… 정말. 몰라 마음대로 해. 대신 본선이야.”
“역시! 알았어. 고마워 에밋!”
그렇게, 아카데미 공식 클라운이 [우시아]의 수습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빠르게 아카데미에 퍼졌다.
*
클라운이 [우시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퍼지게 된 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드러나게 적대적이었다.
오전의 재능의 이해 수업에서는 아카데미 선생님조차 자신을 빗대어 수업에서 질책할 정도였다.
선생 왈(曰)
“자신이 그나마 선천 재능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고 자만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자만하는 순간 자신도 주변 사람도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분위기가 더 익숙했다.
면접이 지난 지 4일이 되었을 때, 범은 마르쿠스에게 수련장에서 보자고 말을 했다.
정식 회원들과는 환영식을 치렀지만, 마르쿠스는 1년간 혼자 담당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스승님께 부탁해서 받은 두 가지를 아공간에 넣고 예약해 놓은 수련장으로 향했다.
예약해 놓은 수련장 앞,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로사?”
스승과의 일정으로 인해서 1주 늦게 학교에 돌아온 로사였다.
초인의 제자이자 사탈레스의 후계자이니 이래저래 많은 배려를 받고 있었다.
“범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클라운을 동아리에 들이다니!”
“응? 너도 들었어? 왜 다들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잘 다녀왔어?”
“하!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몰라서 이렇게 태평한 거야? 에밋 공녀님이 말하지 않았어?”
“거… 참… 그 뭐냐 귀족들의 공식적인 클라운도 아니라며. 그냥 아카데미 학생들, 아니지 아카데미에 있는 귀족 후계들이 만든 거라며.”
“그래! 넌 지금 아카데미에 있는 귀족들에게 선전포고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냥 빨리 퇴출해 버려!”
“로사. 우선 아카데미에 귀족은 없다. 그리고 네가 [우시아]에 누굴 들이고 말지 결정할 권리는 없다. 맞지?”
이번에는 조곤조곤 잘 말했다 싶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엄청나게 침착하게 말한 거 같은데… 왜 카인은 좀 잘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나도 오랜만에 널 봐서 좋긴 한데, 난 클라운이니 뭐니에 어울려 줄 생각 없어.”
“하… 진짜! 너!”
잠시 생각을 하던 로사는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그 동아리에 내가 들어가겠어!”
“어?!?”
“나도 [우시아]에 가입 하겠다고.”
“안 돼. [우시아]는 보조 동아리가 아니라 주 동아리야. 넌 [고귀한 검]에 이미 주 동아리로 들어가 있잖아.”
“아니야! 아직 주 동아리로 들지 않았어!”
“뭐?!”
“그러니까 [우시아]에 들어갈 수 있어!”
“하… 일단 애들이랑 말은 해볼게. 근데 괜찮겠어? 에밋 밑으로 들어오는 건데?”
“몰라! 그럼 나도 에밋이랑 동등하게 있으면 되지!”
“하… 진짜 일단 다음에 이야기하자. 지금 약속이 있으니까.”
“그렇게 알아 놔! [우시아]에 들어가는 거로!”
“안될 가능성이 크다만….”
자신의 말을 마저 듣지도 않고 뒤돌아가는 로사였다.
“하… 진짜 쟤는 갑자기 왜 저런다냐…”
고개를 저으며 수련장으로 들어가는 범이었다.
예약한 수련장에 들어가자 마르쿠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 반갑습니다?”
“하… 선배도 말 편히 해요. 일단 선배잖아요.”
“아… 아니에요. 범 님이 말을 편히 해주세요. 제… 제가 배우는 입장인데요.”
“후… 그럼 둘이 있을 때는 말을 편히 할게. 자 일단, 무기부터 바꾸자!”
“네?!”
“무기부터 바꾸자고”
범의 말에 진짜로 무기를 바꾸라고 할 줄 몰랐던 건지 놀라는 마르쿠스였다.
“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선천 재능이… 돌을 만드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선천 재능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워낙 눈에 보이는 능력이기에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아… 돌을 만든다기보다… 쥐고 있는 무기를 돌로… 보여드릴까요?”
“음… 네 먼저 보여주세요.”
이내 패용하고 있던 검을 꺼내는 마르쿠스였다.
꺼낸 검에 잠시 집중을 하자 검의 가드 부분을 시작으로 돌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나름 집중을 해서 가드 윗부분만으로 변화할 수 있어요… 근데 정말… 쓸모가 없죠…”
갑자기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의기소침해지는 마르쿠스였다.
“저희 가문의 검술은 섬세함이 생명인데… 돌이 되어버리고… 그렇다고 날카롭지도 못하고…”
마르쿠스 가문은 타고난 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굉장히 섬세한 검술로 유명했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검술에 타고난 신력이 더해지니 약할 수가 없는 무가였다.
한데, 그 장자라는 자식의 선천 재능이 무기를 석화하는 것이니, 문제가 될 법도 했다.
“게다가… 저는 섬세한 검술에는 영 맞지 않는다고… 타고난 신력이 너무 강하다고…”
“그럼. 대검은 들어봤어?”
“아? 네… 온갖 검은 다 들어봤어요. 사실 날이 붙은 모든 무기는 다 들어봤어요… 그런데 석화가 되어버리니… 날이…역시… 저는…”
우울해지는 마르쿠스를 두고 아공간에서 책 하나와 거대한 무기를 꺼내는 범이었다.
“자! 이건 내 선물. 이거로 무기를 바꿔보자!”
“진심… 이십니까?”
붉은 머리에 붉은 얼굴이 된 마르쿠스는 당황과 분노가 서린 얼굴이 되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자신이 꺼낸 것은 1미터 정도의 손잡이에 한쪽은 뾰족한 망치였다.
충분히 마르쿠스가 보기에는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을 할 만했다. 둔기를 무기로 삼는 이가 없는 것은 아녔다.
하지만, 대부분 메이스의 형태이거나 곤이였지 망치를 무기로 삼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망치는 대장장이의 것. 무기로서 망치는 논외의 존재였다.
“응. 굉장히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그리고 너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자신을 놀리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을 건네자 분노하던 마르쿠스가 조금 잠잠해지는 것이 보였다.
“잘 이해가 안 가지? 음… 망치를 무기로 쓰는 이가 왜 없었을까? 파괴력만 놓고 보면 이만한 무기도 없을 텐데?”
“그야. 망치는 대장장이의 것이지 무기가 아니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아니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무기를 다루는 게 아니라 끌려다녀 버리니까.”
망치에 대한 설명을 들은 마르쿠스는 납득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너는 가능하니까. 아니, 너라서 가능한 거지. 타고난 신력이 엄청나니까. 대륙에서 타고난 신력으로는 첫손에 꼽히는 너희 가문에서도 특출난 너니까.”
“아…”
괜히 감동한 표정이 보기 어색하기에 빠르게 설명을 이어갔다.
“다만, 문제는 무 기술을 네가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야. 곤을 다루는 법이랑 대검을 다루는 법을 생각하고 익히면서 만들어 가야 할 거야.”
그러면서 범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일타(一打)…? 무슨 책인가요?”
“곤법에 관한 책이야.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곤법에 관한 한 가장 기본적인 책이라고 하셨어.”
책은 얇았다. 보통의 무서가 그림이 없다고 한들 꽤나 두꺼운 편에 속하는데 그것에 비하면 그림도 있는 [일타]는 굉장히 얇았다.
“ 한 번의 타격이 기세를 얻으면 만물을 제압하리라…? (一打得勢制萬)”
무서의 가장 첫 장에 씐 구절을 읽는 마르쿠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보여도 유물이야. 다만, 곤을 익히는 사람도 너무 없고 허황되었다 해서 경시되었다고 하시더라고.”
“그런데… 저는 선천 재능이…”
“선천 재능이 왜?”
“고작해야… 무기를 바위로 만드는 것에 불과한데…”
돌. 단단하기 그지없는 물체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온갖 능력이 있는 이 세상에서는 돌이란 깨지기 쉬운 물체에 지나지 않았다.
마르쿠스는 이 부분 때문에 자신의 재능이 하등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생에서 마르쿠스를 일컫는 블러디 제노사이더는 다른 말이 같이 붙어서 왔다.
블러디 제노사이더에 대한 소문은 이러했다.
‘검붉은 빛이 지나는 길에는 오로지 피가 흐르는 길이 난다.’
블러디 제노사이더가 죽고 난 뒤에 수많은 말이 나돌았다.
돌만 생성하던 클라운이 어떻게 과연 그런 대단한 무인이 될 수 있었을까.
훗날 밝혀지기로 광산에서 일하던 블러디 제노사이더가 광산에서 만난 마법사에게 들은 말이 블러디 제노사이더를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보석이라는 것은 돌이 열과 마나로 극한의 압축을 이루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블러디 제노사이더는 자신의 선천 재능을 갈고닦아서 검붉은 무엇인가로 만든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럼에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지. 그 짧은 시간에 성장했다는 거니까. 할 수 있을 거야.’
그럼에도 어떻게 블러디 제노사이더가 한 가문의, 그것도 백작 가문의 기사단 하나와 함께 산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 이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생과 다른 삶을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전생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면 그래도 조금은 달랐을 수 있지만, 그도 아녔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은 밑바닥 용병에 불과했고 전장에만 있는 통에 정말 아무것도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자신조차 회귀를 통해서 일반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아니 귀족조차 원하는 기연을 얻었다.
‘전생에… 조금만 정신 차리고 살았더라면… 아니지. 지금만 해도 충분해.’
새삼 자신의 전생에 아쉬움이 올라왔다. 그런 상념을 두고 마르쿠스를 바로 보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 생각인데 네 선천 재능이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해.”
“네…?”
“재능에 이해 수업에서도 말했듯이. 선천 재능은 고정이 아니잖아. 자신의 단련에 따라서 수많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그렇지만…”
“레드 다이아몬드라고 들어봤어?”
“에? 네… 이 세상에서 모든 물질을 통틀어서 가장 단단한 보석… 이라고 알고 있어요… 근데 갑자기…?”
“그 레드 다이아몬드도 시작은 돌에서 시작해. 마나와 압력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것이 레드 다이아몬드라고 하더라. 너라고 안될 건 없잖아?”
“아…! 제…. 제…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마르쿠스였다. 한창 오열하고 있는 마르쿠스를 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참 좋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남자가 우는 건 그만 보고 싶은데… 왜 내 주변 남자애들은 이렇게 눈물이 많냐…’
왠지 모를 한숨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
마지막이었다. 자신이 클라운으로 불리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듣게 된 소식이 [우시아]에서 새로운 회원을 받아들인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지원했다. 어차피 갈 곳도 찾아주는 곳도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범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것은 절망이었다.
망치라니! 자신을 농락하기 위해서 받아준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하다 보니 그런 것이 아녔다. 저 소년은 자신을 믿고 있었다.
자신 스스로조차 재능이 없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좌절에, 절망에 포기하고 있는 자신을 저 소년은 믿어주었다.
자신도 포기한 자신의 선천 재능의 갈 길 또한 제시해 주었다.
그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연구했을까. 생면부지의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고민해주는 그 소년이 찬란해 보였다.
그러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눈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과거가 떠올랐다.
자신을 클라운으로 만들어 괴롭히던 슐랑거 가문의 아들과 자신을 버러지 취급하던 동생과 새어머니.
안타까워하는 눈으로 바라보시며 자신을 언제나 지켜보시던 아버지.
눈물을 흘리며 다짐에 다짐했다.
보여 주리라. 자신을 무시했던 모든 사람에게.
바치리라 자신의 일생을 저 찬란한 소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