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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29화 (29/217)

[29화]

“하긴… 그도 그렇네. 난 사실 에밋이 우리 동아리에 들어올 줄을 상상도 못 했어.”

카인도 자신의 말에 동의하며 말을 받았다.

“왜~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가 딱히 없었는데, 너네가 진짜 재밌는 동아리를 만든다고 해서 왔지. 우리 동아리 지금 은근히 인기 많다?”

자신과 카인이 만든 동아리는 사실 아카데미에서 반드시 하나의 동아리는 들어야 했기에 만든 것이었다.

동아리를 개설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카인과 량 그리고 에밋이 같이 머리를 쓴 결과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든 동아리의 이름은 [우시아]. 에밋이 지은 이름인데 본질이라는 의미의 고대어였다.

선천 재능에 집중하는 이 세계에서 무와 마법 그 자체의 본질을 공부하는 동아리였다.

사실, 자신은 몰랐지만, 이들의 동아리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긴… 카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꽤 많은 학생이 참가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이들의 취지도 좋았고 게다가 고문으로 플레미 선생님과 도미토르 선생님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그래? 신입 받아도 된다니까? 어차피 내가 만들었다고 해도 내가 회장도 아닌데 뭐.”

“에이… 그래도. 그럼 진짜 받는다?”

중구난방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던전까지는 3일을 더 가야 했다.

3일간 여행에 온 그것처럼 이야기하며 가자 경계에 다다랐다. 경계를 지나 조금 더 가자 훈련장으로 보이는 곳이 보였다.

“여기…야?”

“응! 저 훈련장 뒤에 있어. 아무나 들어갈 수 없기는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보안 겸 훈련소가 있는 거야.”

마차가 점점 훈련소와 가까워지자 기사로 보이는 이들이 나왔다.

“공녀님을 뵙습니다!”

기사들이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자, 에밋이 정말 공녀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아가씨! 이게 도대체 몇 년 만입니까! 어느새 이렇게 자라셨단 말입니까!”

기사들이 인사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서 있던 중년 사내가 나와 인사를 건네었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갑자기 옆에 있던 샨이 앞으로 나와 인사를 건넸다.

“아니! 세바스찬! 어떻게 여기에…? 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아가씨를 뵙고자 친히 왔지요.”

샨의 어깨를 토닥이며 인사를 하는 세바스찬은 집사의 정석과도 같아 보였다.

“이들이 아가씨의 친우분들입니까? 참 재밌는 친구들을 사귀셨군요.”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아저씨는 어떻게 하나도 변함이 없으세요!”

“하하하 량 도련님은 많이 자라셨군요. 그럼 이 두 분이 카인 님과 범 님이시군요. 반가워요. 에밋 대공가의 총 집사 세바스찬이라고 해요.”

“안녀하세요. 범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에밋의 친구 카인이에요!”

“반갑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제가 아가씨를 위해서 저녁을 준비해 놓았답니다.”

에밋을 보아 온 세월 중에서 가장 밝은 모습으로 함께 훈련소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

훈련소 중심에 있는 건물로 향하자 사용인들이 나와서 짐들을 받아주었다.

‘에밋이… 진짜 공작가의 후계긴 하구나… 정말 특이하네…’

그저 걸어갈 뿐인데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걷기만 했는데 어느새 코트는 벗어져 있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식탁에 앉아 음식이 하나하나 나오기 시작했다. 화려하고 맛이 있는 처음 먹어 보는 식사였다.

“와…. 에밋. 새삼 네가 대공가의 후계라는 걸 느낀다 야…”

“호호호호호호호 범이 넌 참 특이한 거 같아. 밥을 먹으니까 느끼는 거야?”

“아니… 뭐 아까 기사분들에게 인사받는 것도 그런데… 이런 식사는 처음이니까.”

“호호호호호 그래도 넌 내 친구야.”

“어. 아는데 신기한 건 신기한 거니까.”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각자 한 장씩 계약의 서를 받았다. 놀랍게도 최상급의 계약서였다.

“와…. 매번 최상급 계약의 서에 서명을 하는 거야?”

“아무래도… 우리 가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소 중에 하나니까?”

“대단하네…”

계약의 서에 쓰인 내용은 간단했다.

[와흐네 가문의 시련의 던전에서 겪은 모든 일은 같이 시련을 겪은 동료를 제외하고는 평생 발설하지 않는다. 공동의 것을 와흐네 가문의 허락 없이 탐하지 않는다. 이를 어길 시 모든 마나 소실을 대가로 치른다.]

모든 아이들이 망설임 없이 계약의 서에 서명과 인을 마쳤다.

“근데 은근히 조건이 약한 거 같은데? 마나만 잃는 거면, 다시 쌓으면 되지 않아?’

“그래도 너희는 내 친구니까. 조건이 많이 완화된 거지. 원래는 생명이 기본이지.”

“헤… 친구 하나 잘 두었네?”

모든 아이가 계약의 서에 서명과 인을 마치자 세바스챤이 와서 계약의 서를 거두어 갔다.

이내 다음날을 기약하며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침대에 눕고 나서도 막상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이번 생은 정말 다르네…. 공작 가의 후계랑 친구가 되지를 않나… 시련의 던전에도 들어와 보고… 많이 컸다. 나…’

시련의 던전은 초인이 선조 중에 있지 않다면 만들기조차 어려운 장소였다.

그러한 던전을 겪어볼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지금 공작가의 훈련소에 와 있는 것 그 자체가 꿈인 듯싶었다.

쉽게 잠이 들지 않는 그런 밤이었다,

*

그리고 그다음 날 다섯 사람은 던전의 앞에 자리했다.

“이게… 던전 입구야?”

“응! 멋있지?”

던전하면 숨겨진 입구, 으스스한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거대한 절벽에 거대한 문이 대놓고 그려져 있었다.

“던전…이라기에는 뭔가 엄청나게 드러나 있다?”

“뭐.. 시련형 던전이 대부분 그래. 아닌 것도 있지만. 그리고 특히 우리 가문의 던전은 더하기도 하고.”

“왜?”

“던전이 숨어 있는 이유가 뭐인 거 같아?”

“아무나 못 찾게 하려고?”

“정답! 근데 여기는 대놓고 있는 이유가! 들어가는데 꽤 여러 조건이 필요해서 그래.”

“아… 그런 거야?”

“응! 그리고 후대가 지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하신 것도 있다던데?”

“강하게 키우시는 선조님이네…”

“그래도 결과적으로 잘 지켜왔으니까! 자 이제 준비해!”

말을 마치고 에밋이 문의 중심에 가서 손을 대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오… 신기하다… 이게 현자께서 만드신 시련의 던전…’

주문을 외우자 음각된 문을 따라 푸른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쿠쿠쿵’

거대한 소리와 함께 진짜 문이 되어 문이 열렸다.

거대한 동굴이 보였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자! 밖에서 아무리 봐도 어차피 들어가 봐야 알잖아!”

열린 문으로 모두가 함께 어두운 동굴을 향해 들어갔다.

들어간 동굴에는 직선으로 깊게 길이 나 있었다.

모든 아이가 들어온 순간

‘쿠쿠쿵!’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어둠이 찾아왔다.

“어?!”

순간 문이 닫히고, 어둠이 찾아왔다. 다들 당황에 빠지려는 찰나,

‘파파팟!’

빛나는 돌들이 벽을 따라서 켜지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이 나타났다.

“우와… 멋있다.”

카인이 순수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길을 따라 얼마 걷지 않아 공동이 하나 나왔다.

10개의 문이 이 있는 공동 중앙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너는 너를 알고 있는가? 너 자신을 알라.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니. 아미쿠스 와흐네]

“이게… 선조님의…”

5대 영웅이자 자신의 선조가 남긴 비석을 보며 감격해서 하는 에밋이었다.

“에밋. 그냥 각자 다른 문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야?”

눈치 없이 끼는 것은 역시나 량이었다.

“응. 근데 이 비석의 말을 잘 염두에 두고 가라고 하셨어. 그리고 생명의 위협은 없지만, 인생을 포기한 사람은 있다고 하니까 다들 조심하구.”

에밋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비석의 글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에밋이 이야기를 했다.

“아! 그리고 이거 가지고 가. 각자의 문에 있는 홈에 넣으면 문이 열릴 거야.”

에밋이 나눠 준 것은 작은 구슬이었다. 그리고 그 구슬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에밋의 말에 따라 다시 한번 비석의 글귀를 마음에 담고, 가장 오른쪽의 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두운 공동이 자신을 맞이했다.

*

던전을 나오고 아카데미가 시작되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자신은 최연소 익스퍼트가 되어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경지에는 오르지 않았다.

어느새 로사뿐만 아니라 로안에게도 추월당했다.

결국, 견디다 못해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마침 태자가 된 스콜라스를 필두로 정복 전쟁이 일어났다.

익스퍼트인 자신의 참전은 환영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아무리 구르고 굴러도 경지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로안이 초인의 경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에 어디가 끊어진 느낌이었다.

상관의 명을 거부하고 혼자 전장에 나아갔다. 결국, 군기 문란으로 감옥에 잡혀 들어왔다.

감옥은 어둡고 습했다.

감옥에 잡혀 온 자신의 오른팔은 휑했다.

‘결국, 이렇게 되나… 왜!!! 도대체 왜!!’

그런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넌 결국 기본 재능이라 안되는 거야. 아쉽네.”

“역시 고아에 기본 재능 따위 결국 이렇게 될 걸 알았지.”

“그래도 살려는 줄게 외지에 가서 조용히 살아.”

‘결국, 나는 또 실패한 건가… 그런 건가…’

로사와 로안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밋과 량이 들어왔다.

“쯧… 내 친구라고 여겼는데, 결국 여기까진가 보네. 너무 무모했어. 후… 본질은 결국에 선천 재능에 있나 보다.”

“왜 이렇게 변했어! 당당하던 너는 어디 갔어! 후… 실망이야.”

자신을 난도질하며 실망했다고 쏟아내고는 나가 버리는 둘이었다.

‘왜! 왜! 너희가 실망하는 건데. 나도…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블레어 수호성 근처의 작은 마을로 유배라는 조건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려났다.

며칠간은 술에 절어 살았다. 그런 자신에게 카인이 찾아왔다.

“정신 차려. 네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 안 나? 재능이 다가 아니라며. 이 악물고 다시 일어서. 아니면, 내가 끝내러 올 거야.”

그런 카인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난…. 할 만큼 했다고! 빌어먹을 재능 때문이야!’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마틴이 찾아왔다.

“이대로… 포기할 셈이야? 우리가 했던 약속은 기억 안 나? 난. 널 믿어 범아. 꼭 다시 일어설 거야! 기다릴게…”

마틴이 떠난 후 정말 처절하게 울었다. 눈물이 미치듯이 흘렀다.

‘어차피… 사는 게 의미가 없는 거 죽든지 아니면 일어서든지 하자.’

이내 마음을 다잡고 왼손을 도를 쥔 순간. 눈을 떴다.

“어…?”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공동의 천장이 이었다.

“…뭐… 뭐지…?”

일어나 보니 공동 전체에 은은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하나의 글귀였다.

[너의 두려움을 마주했는가?]

“…내가…. 방금 겪은 게… 사실이 아니라는 거구나… 진짜… 다행이다…”

미친 듯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너무 다행이고 안심이 되었다.

글귀가 하나 더 생겨났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너를 보아라.]

그러자 빛이 강해지더니 공동 벽을 둘러싸고 빛으로 이루어진 그림이 벽에 나타났다.

그 그림을 찬찬히 보니 자신이 겪은 환상과도 같은 일들이 그림으로 하나하나 표현되어 있었다.

천천히 그림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기 시작했다.

익스퍼트에서 경지가 더 오르지 않자 전장으로 향하는 자신의 모습.

‘왜 저기서 포기한 거야! 충분히 빠른데… 왜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그랬을까…’

전장에서 구르고 구르는 모습, 그럼에도 안되자 결국 항명을 하는 자신의 모습

‘내가… 정말 사람들의 평가에 약하구나… 스스로가 자신이 없는 거였어…’

감옥에 찾아온 친구들의 모습

‘아직도…아직도… 남아 있구나…’

그 그림을,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이 모습이. 나구나. 내가,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그림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살펴본 후 자신을 조금은 정리한 무렵, 다시 한번 공동에 빛이 났다.

[자신을 마주하고 나아가라.]

벽에 있던 그림들의 빛이 공동의 중앙에 모이더니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갔다.

똑같은 복장과 무기, 모든 것이 똑같은 자신이었다.

앞에 있던 자신이 도를 잡았다. 자신도 모르게 도에 손이 갔다.

이내 두 사람이 도를 맞부딪혔다. 똑같은 사람이 같은 도를 휘두르는 장면은 마치 공연 같았다.

똑같은 두 사람이 똑같은 도를 마주하는 모습, 두 사람은 바람을 닮았다.

하지만 막상 도를 대고 있는 자신은 죽을 맛이었다.

‘진짜… 짜증 나네. 로사가 이런 기분이었겠네.’

베는 맛도 없고 나아가는 맛도 없다. 허공에 휘두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뭘 베는 느낌도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너무나 자신과 같은 모습의 상대를 이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을 할 때 스토 님이 해 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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