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24화 (24/217)

[24화]

점심을 먹고 나서 연무장에 들어서자 로사가 다가왔다.

“범아. 진짜로 네가 그랬어?”

“어? 뭘?”

“브론즈리그는 어차피 이길 거니까 안 나간다고.”

“하…. 퍽이나 내가 그렇게 말했겠냐.”

“후… 미안. 로안이 가문에서도 이래저래 많이 혼나서 그랬나 보다. 근데 진짜 참가 안 할 거야?”

“응.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거 같아서.”

“난, 네가 참가했으면 좋겠어. 너랑 붙고 싶어.”

“그냥 연무장에서 해도 되잖아?”

“아니. 좀 더 큰 무대에서 너와 대련하고 싶어.”

“난 큰 무대에 별로 관심 없다.”

“내가… 스승님이 생긴 것 때문에 그런 거야?”

뜬금없는 로사의 말에 의아했다. 도대체 스승이 생긴 것과 자신이 무대에 서고 싶지 않다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응? 그거랑 상관이 있어?”

“내 스승님께서 피에르 님이시고, 아무래도 주목이 많이 될 테니까.”

“어…. 결국은 네가 이긴다는 소리인가?”

‘진짜… 얘도… 참… 어쩐지 그동안 대련을 안 하고 싶더니.’

“응.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으면서 알게 됐어. 스승님이 계신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하하하하하하. 로사. 지금 붙어 볼래?”

“아니. 브론즈리그에 참가해. 그게 아니면 도망가는 거로 알겠어.”

그러곤 돌아서는 로사였다.

‘하… 진짜 귀족 애새끼들은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네. 어려서 그런 거야 아님 왜 그런 거야. 로사는 다 좋은데 왜 이럴 때만 이러냐 진짜…’

새삼 열이 뻗친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던 무투대회에 나갈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

“범이. 왔구나. 무슨 일 있는 게냐?”

자초지종을 스승님께 설명해 드렸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스승님께서 이내 결단을 내린 듯 범에게 말했다.

“오늘. 네가 나의 제자가 되었음을 선언해야겠구나. 그리고 무투대회에 참가하거라.”

“네?”

“아무리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싫다 해도 제자가 무시당하는 것이 더 마음에 안 드는구나.”

“스승님…”

“무투대회에 참가해서 네가 누구의 제자인지 보여 주거라. 게다가 파울로 님의 비약이라니,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 반드시 우승할게요!”

관심이 없던 무투대회에 참여할 이유가, 그리고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럼. 가볍게 대련을 해 볼까?”

“네…”

오늘도 어김없이 대련이었다. 말이 대련이지 주구장창 맞지만 하는 시간이었기에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진짜… 너무 아프고… 힘들고…’

더욱 짜증 나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실력이 늘어서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저녁 내내 열심히 대련이라는 이름의 맷집 훈련을 받았다.

*

이른 아침에 나와 브론즈리그에 신청을 하고 교실에 들어가자 웅성이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들어가자 가장 먼저 량이가 나와 물었다.

“범아! 너 정말로 라니우스 님의 제자가 된 거야?”

“어? 어떻게 알았어?”

“진짜?! 어떻게!! 우와!! 대단하다!”

“아니. 아니. 어떻게 안 거야?’

“웬만한 아이들은 다 알걸? 오늘 아침에 학장님께 선언하셨다고 했는걸.”

“축하해 범. 좋은 스승님을 만났네.”

“고마워 에밋. 진짜 소식이 빠르구나 아카데미는.”

“그래서. 그래서 라니우스 님은 어떤 분이셔?”

“음… 좋은 스승님이다?”

“뭐야~ 그래도 진짜 축하해!”

아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축하를 해주셨다.

그리고 연무장에 도착하자 대뜸 로사가 다가왔다.

“왜 말 안 했어?”

“뭘?”

“라니우스 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거. 언제부터였어?”

“얼마 안 됐어.”

“후… 그래. 어찌 되었든 축하해.”

‘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냐 넌… 얘는 진짜 모르겠단 말이지.’

“고마워. 아! 그리고 나 브론즈리그에 나가게 됐어. 스승님께서 참가하라고 하시더라.”

“하! 잘됐네. 꼭 나와 붙을 때까지 올라와. 아니면 실망할 거야.”

“너나 걱정하시구요 그건.”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축제가 개최되었다. 학장님의 축사로 개최된 축제는 아카데미 내부에 수많은 인파를 불러 모았다.

각종 상점이 열렸고, 신기한 발명품들이 전시되었다. 그리고 중앙 연무장에서 무투대회가 시작되었다.

4개의 연무장으로 나누어진 중앙 연무장에서 브론즈리그가 먼저 시작되었다.

브론즈리그는 여타 다른 리그와 달리 예선이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마법사의 출전은 제한되어 있었다.

실상 브론즈리그에서는 어린아이들의 재롱을 보는 맛에 구경하는 경기였다.

아직 유저에도 이르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였기에 아이들의 개싸움을 구경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그 1~3학년의 아이들에게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었고 이미 그들에게 배당이 높게 책정이 되어있었다,

“범아! 내가 조심해야 할 애들을 정리해 왔어!”

“카인. 넌 어디서 이런 걸 구해 오는 거야?”

“헷! 다 방법이 있지! 우선 조심해야 할 아이들은 여섯 명이야!”

“한 명은 로사일 테고 또 누구누구야?”

“1학년에서 출전하는 건 너랑 로사밖에 없어. 2학년에서는 미리암이랑 제논 3학년에서는 브라키, 라그나 그리고 롤로 이 다섯 명이야.”

“와… 카인 너 진짜 대단하다.”

카인이 건네준 종이에는 아이들의 무기와 특징까지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건… 그냥 학생이 정리한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카인도… 뭔가 있나 보네.”

“헤헷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난 항상 너에게 도움만 받았는데!”

“아니야. 넌 나한테 언제나 큰 도움이 되는데, 그런 소리 하지 마.”

“응 응! 그리고 브라키가 우승 후보로 유력하대. 재능을 가장 잘 쓴다고 하더라.”

브론즈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카인에게 주의해야 할 사항과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들었다.

설명을 다 듣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연무장 중앙으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아… 아… 여러분! 반갑습니다!! 아카데미 축제의 꽃! 무투대회를 개최합니다!”

브론즈리그임에도 많은 사람이 구경하러 몰려와 있었다.

“이번의 우승 상품은! 무려 파울로 님께서 직접 조제한 비약입니다! 그럼… 브론즈리그! 그 경기를 시작합니다!”

256강으로 시작된 경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을 포함한 나름의 아이들이 나중에 만나도록 배정이 되어있었던 듯 무리 없이 8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수준이 높네. 그래 봐야 다 13살도 안 된 아이들인데…’

2학년만 되어도 나름 자신의 재능을 잘 쓰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경험하면 할수록, 수도 아카데미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단해! 역시 범은 대단해!”

옆에서 끊임없이 칭찬과 응원을 하는 카인 덕분에 한층 무투대회를 편히 즐길 수 있었다.

“브론즈리그! 어느새 8강이 되었습니다! 브론즈리그임에도 여느 때보다 수준이 높은 경기! 8강에 오른 어린 전사들을 소개합니다!”

자신과 로사를 포함한 8명이 연무장에 오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한 명 한 명 소개가 되었다.

“입학 때부터 파란을 일으킨 최상위재능! 사탈레스의 후계자! 로사!”

“강력한 우승 후보! 13살이라고 믿을 수 없는 타고난 괴력! 브라키!”

한 명 한 명이 소개 될 때마다 각자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내 범의 차례가 되었다.

“파란의 주인공! 라니우스 님의 제자! 범!”

의외로 자신도 꽤나 많은 환호를 받았다. 처음 받아 보는 환호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이제 이 8명이 각자의 대련 상대를 뽑게 됩니다. 과연! 누가 누구와 붙을지!!”

앞서 호명된 순서대로 상자 안에서 구슬을 꺼냈다. 그리고 대전이 정해졌다.

로사 vs 미리암  브라키 vs 제논

라그나 vs 범  롤로 vs 가우리

“8강부터는 실버, 골드리그처럼 라이프 크리스탈을 목에 메고 경기를 하게 됩니다! 어린 전사들의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범은 창을 쓰는 라그나와 붙게 되었다. 그리고 곧장 로사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쌍검을 쓰는 미리암의 상대로 로사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저 한 번의 찌르기로 대결을 끝냈다.

“역시… 로사는 대단한 거 같아 그치? 근데 내려갈 때 널 보는 거 같던데?”

“응. 로사 잘하지. 뭐…. 지지 말고 올라와라. 이런 거겠지?”

브라키와 제논의 경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힘으로 시작해서 힘으로 끝난 경기였다.

“세 번째 경기는! 라그나와 범의 경기!”

“다녀올게!”

“응! 이기고 돌아와!!”

연무장에 오르자 환호 소리와 응원 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졌다.

“네가 라니우스 님의 제자가 된 기본 재능이라지?”

시작 전에 자신에게 말을 거는 라그나였다.

“진짜… 아카데미 소문은 엄청 빠르네요. 네 맞아요.”

“어쩌나… 스승님 이름에 먹칠하게 돼서.”

“하… 진짜 로안 같은 인간이 또 여기 있네.”

“자! 그럼! 대결을 시작합니다!.”

헛소리에 약간 짜증이 난 범은 바로 탑을 개방하고 달려들어 갔다.

‘창은… 간격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지. 어차피 12살인데 뭐. 달인도 아니고’

뻗어 있는 창 안으로 들어가서 바로 발도로 베어간다, 순간 창대가 자신의 팔에 부딪혔다.

그 순간 찌릿함을 느꼈지만, 그대로 무시하고 가슴에 있는 구슬을 향해 도를 강하게 휘둘렀다.

‘챙강!’

구슬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대결이 끝이 났다.

“승자! 범! 대단합니다. 순식간에 들어가서 끝낸 경기! 1학년이 3학년을 순식간에 끝장을 내버립니다!”

멍한 표정의 라그나를 두고 담담하게 내려왔다.

‘찌릿함 정도야 참을 만하지. 어차피 진짜 다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카인 덕을 많이 보네.’

“우와 우와 범아 진짜 대단하다. 3학년 선배를 그렇게 간단하게 이기다니!”

“카인. 네가 알려줘서 그래. 전기를 쓰는 듯하다며. 진짜 어디서 난 건지 네 정보가 보물이다. 야.”

“헤헤헤 그치? 진짜 1학년이 우승하겠다. 올해는!”

“아마도…그렇지 않을까?”

곧이어 준결승의 대전이 발표되었다,

로사 vs 브라키  범 vs롤로

“로사가 이기겠지…?”

“그렇지 않을까? 모르겠네… 그나저나 무투가는… 처음이네”

곧이어 로사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로사의 경기는 명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경기였다.

제아무리 힘이 좋아도 맞추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 그것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브라키가 온 힘을 다해 휘두르는 할버드에 로사는 한 번의 타격도 입지 않은 채 경기를 끝냈다,

“로사가… 진짜 많이 성장했네. 거의 유저에 다다른 거 같은데…”

“벌써?! 로사는 대단하구나… 이길 수 있겠어?”

“나? 다녀올게.”

롤로와 자신이 연무장에 올라왔다. 손에 건틀렛을 끼고 있는 롤로를 보니 마틴이 절로 생각났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중앙신전에 도착했다는데… 생활이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우선 집중하자.’

라그나와 달리 롤로는 과묵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롤로에 상념을 지우고 이내 집중하기 시작했다.

탑을 개방한 범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뛰어나오는 롤로의 주먹을 피한 뒤 그 팔을 그대로 잡고 몸을 돌려 뒤집어 내려쳤다.

내리쳐진 롤로에게 온 힘을 다해 주먹을 얼굴을 향해 내려쳤다.

‘챙강!’

소리와 함께 롤로의 구슬이 깨어졌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뒤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범아! 너! 너! 뭐야?”

“고향에 있을 때 유술을 배운 적이 있어서. 최근에도 계속 수련했구.”

“우와! 우와! 대단해!! 엄청나 범아!”

하나의 이변이 일어난 상황에서 결승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결승이 시작됩니다! 브론즈리그의 결승!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가 1학년! 결승 진출자를 소개합니다!”

연무장으로 로사와 그 반대편, 자신이 걸어 올라갔다.

“자신의 찬란한 재능을 그대로 보여 주는 피에르 님의 제자! 로사!”

“준결승에서는 도를 사용하지 않고도 승리한 이번 대회의 이변! 범!”

두 사람이 연무장에 마주 섰다.

“역시. 네가 올라올 줄 알았어.”

“그래. 나도 로사 네가 올라올 것 같았어.”

“이번에는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나도 질 생각이 없어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자세를 취했다.

“브론즈리그의 결승을~~!!! 시작 합니다!”

두 사람은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움직이지 않고 대치 상태로 서 있었다. 가만히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이내 먼저 나아갔다.

천천히 정말 조금씩 거리를 재며 나아갔다. 순간 로사가 뛰어 들어갔다.

두 사람의 경기는 1학년의 경기로 보이지 않았다.

폭풍 같은 찌르기로 베는 동작이 사라지고 오로지 찌르는 것의 연속이었다.

그런 찌르기와 베기를 부드럽게 넘기고 흘려냈다.

로사는 폭풍 같았고 범은 산들바람 같았다.

‘역시… 안드로니쿠스 님의 북동풍만을 배웠구나. 컬리키아스는 노투스에 잡아먹히는 법이지.’

쉼 없이 몰아치는 로사였지만 그를 수월하게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런 양상이 계속될수록 점점 속도가 느려지는 로사였다.

로사의 찌르기가 조금 늦어졌을 때, 도가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서 몸통을 베었다.

하지만 구슬에 금이 갔을 뿐 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에 로사가 뒤로 물러선 것이었다.

로사가 뒤로 물러서자 두 사람의 잠시간 대치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쁘지 않네. 박수받고 환호받는 기분’

그 환호를 편히 감상하는 자신과 달리 로사는 초라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번에도 범이 먼저 다가갔다. 다가오는 범의 어깨를 노리고 레이피어가 찔러 들어왔다,

찔러 들어오는 레이피어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 채 로사의 가슴을 베어가는 도.

‘챙강!’

구슬에 금이 갔다. 그리고 로사의 구슬이 깨졌다.

“이변입니다! 이변! 범의 승리!!”

생각보다 싱거운 결말이었지만,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또… 또 졌네.”

“이번에는 진짜 위험했어. 실제로 싸운 거면 달랐을 거야.”

“어떻게 어깨를 그렇게 쉽게 포기했어?”

“라이프 구슬로 어차피 보호되니까. 맹점이라면 맹점이랄까…?”

“역시… 대단하네. 축하해 범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고마워.”

‘진짜… 얜 잘 모르겠단 말이지… 후련해 보이는 것 같은 표정은 뭐야…’

그래도 로사와의 대련을 하면서 가장 훈훈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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