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스승님!”
“범아! 잘 다녀왔느냐? 고생했다고 들었다. 다치지 않고 와서 다행이구나.”
“네 잘 다녀왔어요. 스승님께서 긴장하고 있으라고 하셔서 다행히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래 잘했다. 고생했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오늘 연회에 가야지.”
“아! 잊고 있었어요. 스승님도 연회에 오시나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구나. 오늘 연회에서 큰 사건이 있을 거란다.”
“네?! 사건이요?”
“그래 그러니 너무 놀라지 말거라. 어서 들어가서 준비하거라.”
“네 먼저 들어갈게요! 이따가 봬요!”
‘이상하게 스승님 앞에만 서면 진짜 아이가 되는 것 같단 말이지.’
강당으로 옮기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
*
강당에는 어느새 많은 학생이 들어와 있었다. 각종 음식이 놓여 있었고 몇몇 고학년 선배들이 들어와 있었다.
“카인 선배들도 우리랑 같이 연회를 하는 거였어?”
“아닐 텐데 연회는 1학년만 참석하는 걸 텐데. 연회가 아카데미 학생이 되었다는 축하의 의미로 해주는 거로 알고 있어”
카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단상에 플레미 선생님이 올라오셨다.
“연회에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이 연회는 비로소 아이들이 아카데미 학생이 되었음에 축하하는 의미로 열리는 연회입니다.”
선생님이 말씀을 시작하자 조용해지는 강당이었다. 2, 3층에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조용해졌다.
“그럼 연회를 마음껏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플레미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2, 3층에 있던 사람들이 내려와 자신의 아이들에게로 갔다.
“카인 너희 부모님은 이번에 못 오신대?”
“글쎄…”
“도련님~!”
카인을 바로 향해 달려오는 유모였다.
“유모?”
“도련님~ 보고 싶었어요! ”
“유모가 어떻게 왔어?”
“다 방법이 있죠. 사장님께서는 못 오신다고,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좀 그렇다고.”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유모는 괜찮고?”
“그럼요! 다 방법이 있답니다? 범 님! 감사해요. 범 님 덕분에 우리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지요?”
“저 혼자 한 게 아닌데요. 카인 덕분에 저도 살 수 있었는걸요!”
‘근데 어떻게 알고 있지? 카인이 말했나?’
“사장님께서 정말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 드리라고 하셨어요. 나중에 꼭 도움을 드리겠다면서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순간 조용해졌다.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누구지?’
백발의 노 기사가 보였다. 그가 걸음을 옮겨서 천천히 단상에 올라갔다.
“피에르 사탈레스라고 한다. 오늘 기쁜 소식이 있다. 드디어 사탈레스의 성을 물려줄 재목을 발견했다. 올라오거라.”
‘아 그 안드로니쿠스 님의 후예를 자처한다는, 그럼에도 초인은… 다르구나’
그의 말에 로사가 천천히 단상을 향했다. 조용해졌던 강당이 웅성거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내 로사가 피에르의 옆에 섰을 때 다시 장내는 고요해졌다.
“오늘부로 로사 카시스가 나의 제자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라니우스 님께서 말씀하신 사건이 이거였구나!’
“범아! 범아! 사탈레스의 후계자가 정해졌어! 우와… 대단하다. 역시 로사인가 봐.”
“응. 대단하네.”
‘그래 봐야 진짜 안드로니쿠스의 후계자도 아닌 마당에. 그런데, 전생이랑은 많이 다른데… 벌써 변하는 건가.’
자신이 회귀한 지 2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생에서는 로사는 카시스 가문에 후계가 되었고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나아갔는데 그것이 달라졌다.
‘나 때문인 건가.’
강단에서 내려오는 피에르와 로사를 향해서 수많은 사람이 축하를 건네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카시스 후작에게도 사람들이 축하를 건넸다.
고학년 선배들이 각자 자신의 스승들과 함께 피에르와 로사를 향해 걸어갔다.
‘아 저 선배들은 초인의 제자인 선배들이었구나.’
그때 눈에 라니우스 님이 보였다.
“카인! 이리 와. 라니우스 님께 인사드리러 가자.”
“으응? 내가? 나도 가도 돼?”
“응! 너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었어. 어서 따라와.”
카인을 데리고 함께 라니우스 님에게 향했다.
“라니우스 님! 얘가 카인이에요!”
“호오. 네가 카인이구나. 만나서 반갑다.”
“안… 안녕하세요. 카인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래. 그리고 옆에 분은?”
“카인 도련님의 유모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흐음 유모라… 유모가 특이하군 그래?”
갑자기 유모를 빤히 바라보는 라니우스였다. 이에 급히 유모가 입을 열었다.
“그저 유모입니다. 부디. 양해를…”
“두고 보겠다. 아직 범이는 모르는 것 같으니. 혹여나 해가 된다면, 후회할 것이다.”
“라니우스 님?”
“아니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래 섭섭하지는 않더냐.”
식은땀을 흘리는 유모를 뒤로하고 인자하게 자신에게 말하는 라니우스였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렇다고 제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허허… 그래 그래 고맙구나.”
그때 피에르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호오. 라니우스. 네가 제자라도 삼으려고 그러나?”
“피에르. 그래도 뭐 축하한다고 해두지. 제자로 삼은 아이가 지나친 거 같긴 하지만.”
“하! 나 정도가 되니까 스승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래 그래. 축하한다. 로사라고 했나.”
“네 라니우스 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래 축하한다.”
“감…. 감사합니다!”
로사의 떠는 모습을 처음 봐 참 신기해 보였다. 우상을 만난 것 마냥 로사는 떨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그 고아에 기본 재능이라는 아이구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피에르 님. 범이라고 합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범이었다.
“하! 고아에 백정이라. 잘 어울리는구먼. 왜 이 아이를 제자로 삼지 그러나 라니우스.”
“안 그래도 그럴까 생각 중이다만?”
“허허허허허! 정신이 나갔구나? 기본 재능을 제자로 삼는단 말이냐?”
“재능이 다가 아닌 걸 너도 알 텐데?”
“그렇다 해서 재능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 이래서 교육이 중요하거늘…”
“로사도 훌륭하지만, 범도 훌륭하다. 무를 추구하는데 재능은 그저 덤일 뿐이다.”
“무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재능이 기반이다! 재능이 없으면, 한계가 있어!”
두 초인의 대화에 강당이 어느 사이 집중이 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두 초인의 대화에 긴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강당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피에르 네가 제자를 거둔 날이니 그만하자. 축하해야 할 날이지 않나.”
“하… 정말. 넌 도저히 좋아지지 않는구나.”
말을 마치고 돌아서 가는 피에르였다.
“하아 성질 하고는. 쯧 내일 보자꾸나 범아. 이만 가 봐야겠다.”
“네! 내일 봬요. 라니우스 님!”
라니우스가 나가고 나서야 다시 강당이 시끌시끌해졌다. 그 와중에도 자신을 흘낏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범아 범아. 로사 축하해 주러 가자!”
해맑은 카인의 말에 이끌려 로사에게로 다가갔다.
“로사! 축하해! 진짜 멋있다!”
“고마워 카인.”
“축하해 로사.”
“고마워 범. 네가 있어서 내가 더 나아갈 결심을 했어. 앞으로 너에게 지지 않을 거야.”
‘결국 스승을 찾은 게 나 때문이었구나. 이게 좋은 건지 모르겠네.’
“기대할게. 나도 네가 있어서 죽어라 할 수 있으니까.”
로사와의 사이가 수련회의 기간 꽤 많이 좋아졌다. 그때 피에르가 다가왔다.
“호오. 그 범이라고 했나?”
“안녕하세요. 피에르 님.”
“재능이 좋다고 들었다. 안타깝구나. 선천 재능이 조금만 받쳐주었더라도… 쯧쯧”
피에르의 말에 울컥하지만, 대꾸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은 초인. 이 세계 정점 중 한 명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앞으로 로사가 성장하기 전까지는 나쁘지 않겠구나. 그래. 그래. 이만 가보거라.”
축객령을 대놓고 말하는 피에르였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카인과 함께 돌아 나왔다.
“범아 괜찮아?”
“응. 괜찮아. 난 먼저 나가볼게! 유모랑 같이 있다가 와.”
카인을 두고 먼저 강당에서 나와 기숙사로 향했다.
그런 범의 손은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
‘언젠가 그 얼굴에…’
*
로사가 초인의 제자가, 그것도 사탈레스의 후인이 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퍼졌다.
사탈레스의 후계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여러 소식을 잡아먹었다.
왕자가 조장에서 내려가게 되었다는가, 1학년 최초로 아티팩트를 받은 학생이 있다는 소식을.
덕분에 자신은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연회의 다음 날, 그래도 수업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진행되었다.
점심을 먹고 연무장으로 향하는 길에 스콜라스를 만났다.
“어? 네가 왜 이쪽에 있어?”
“너 잠시 보려고. 범아. 너 아카데미 졸업하면 어디로 갈 거야?”
“나? 아직 크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무게를 잡더니 진지하게 말을 하는 스콜라스였다.
“내 기사가 돼라 범. 너를 내 기사로 임명하고 싶어.”
“어…. 난 어디에 소속될 생각은 없었는데, 난 상위세계로 가는 게 목표라.”
‘더군다나 네 밑에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단다.’
“그걸 막지 않아. 그런데 상위세계로 가려면 최소한 초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전까지 나에게로 오라는 거야.”
“스콜라스. 정말 고마운데, 난 소속될 생각이 없어. 만약 소속된다면 수호 용병대려나?”
“하! 너도 날 무시하는 거야?”
“전혀 아니야. 다만 난 귀족에게 소속될 생각이 없을 뿐이야.”
“난! 이 나라의 왕자야! 귀족이 아니라!”
“음 누군가에게 소속될 생각이 없는 거야.”
자신의 말이 끝나자 자신을 말없이 노려보다가 이내 뒤돌아 가는 스콜라스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하 이래서 잘난 핏줄은 피곤하네. 나도 저렇게 되었으려나? 진짜 그놈에 특권의식은 독하다 독해’
고개를 저으며 연무장으로 다시 향했다. 그리고 그를 우연히 듣게 된 아이가 있었다.
“흠 스콜라스 왕자님이랑 범이라… 그 사이에 로사도 있고… 재밌네?”
그렇게 빠르게 두 달이 지나갔다.
*
아카데미는 한창 바쁜 시기였다. 다름 아닌 마지막 달의 축제를 준비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었다.
3월 한 달 동안 치러지는 축제는 여러 가지 물품들이 소개되기도 하고 각자의 성과를 발표하는 달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꽃은 무투대회였다. 1~3학년의 브론즈리그, 4~6학년의 실버리그. 그리고 골드리그는 성인 이하의 모든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다.
수도 아카데미의 축제는 비단 아카데미만의 축제가 아닌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좋은 기회가 되는 장소였다,
용병이 기사가 되기도 하며, 이름 없는 마법사가 부호가 될 수 있는 국가의 축제였다.
그런 축제가 준비되는 과정은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그 가운데 자신은 고요했다. 별로 무투대회에 참가할 필요가 없어져 나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범아! 너는 이번에 무투대회에 참가 안 할 거야?”
“응. 뭐 굳이 참가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래도! 우승하면 비약을 받을 수 있는데도? 거기에 준우승이면 아티팩트를 받을 수 있잖아!”
“글쎄…”
카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로안이 지나가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아가 가지고 있는 서킷이 어떻게 감히 파울로 님의 비약을 감당하겠어. 주제를 그래도 알고 있네.”
“어떻게 넌 변한 게 없냐. 범이 심지어 널 살려주기도 하고 수련회에 참가하게 해줬는데도 아직도 그 모양이냐.”
그 중얼거림을 들은 량이 나서서 말을 해주었다.
“그건! 애초에 저 고아만 없었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었어!”
“하…. 너도 진짜 답이 없다.”
“량아 괜찮아. 어쩌겠어.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범아. 넌 속이 좋은 건지 아니면… 참.”
“게다가! 네가 출전한다고 해서 감히 우승은 가당키나 하겠어? 로사가 피에르 님의 제자가 된 후로 얼마나 변했는지 모르지?”
“아 예, 예 네가 이길 자신도 없으면서 그만해.”
“이…. 이… 잌”
이내 혼자분이 차서 튀어 나가는 로안이었다. 참 지독히도 변하지 않는 로안이었다.
‘쟤도 참 한결같다. 정말 저러기도 쉽지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