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22화 (22/217)

[22화]

폭풍 같은 첫 주가 지나고. 이제는 조금이나 익숙해진 1조의 아이들이었다. 목책을 보수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목책을 보수하는 방법을 배우고 근처의 목책을 보수하는 2주간은 특별한 일이 없었다.

오히려, 1조는 한정된 지역이지만 자율권을 가지고 돌아다닐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주가 찾아왔다.

“오늘은 조금 멀리 간다. 마지막 주인 만큼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도록. 또한, 나흘 동안 막사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준비하도록.”

파로의 명에 따라 이제는 익숙하게 정비를 하는 아이들이었다. 하루가 꼬박 걸려 도착한 곳은 성과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범아. 여기서 우리가 온 만큼만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아!?”

“수호산맥아니고?”

“중앙신전이야! 신전이자 성역! 진짜 꼭 가보고 싶다.”

“와… 우리 꽤 멀리 왔구나.”

“1조! 막사를 친다. 빨리 치고 쉬자!”

제법 조장 태가 나는 스콜라스의 말에 따라 막사를 치고 저녁을 준비하는 1조 아이들.

그 가운데 여전히 로안은 섞이지 못하고 있었다.

“조장. 우린 어디 갈 거야?”

“흠… 여기까지 온 거 중앙신전 쪽으로 움직이는 게 어떨까 싶은데.”

“너무 멀리 떨어지면 위험하지 않을까?”

“위험? 배리어가 있는데 괜찮을 거야. 관문을 한 번 보는 것도 좋지 않겠어?

“조장. 난 너무 멀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범이 말에 찬성이야. 너무 떨어져 있으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힘들어.”

스콜라스와 에밋 그리고 자신이 목적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홀로 있던 로안이 나섰다.

“조장이 정하면 가는 거지. 상명하복 몰라?”

로안의 말에 기가 차는 에밋과 자신이었지만, 사실이었기에 잠자코 있었다.

“조장 말처럼 나가되 조심해서 다녀오자.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만 않으면 되잖아.”

결국, 로사의 중재안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중앙신전 쪽으로 길을 정하게 된 1조였다.

‘왠지… 별론데…’

저녁에 보고하고 다음 날 1조는 중앙신전을 향해 이동했다.

보수하기보다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오는 임무를 맡았기에, 천천히 이동하며 목책을 점검했다.

이동한 지 2일 차. 임무를 받은 경계까지 확인이 끝나고 그 부근에 야영하는 1조.

“조장. 이제 돌아가자. 경계까지 왔잖아. 이 이상은 우리 몫이 아니야.”

“범.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잖아. 하루 정도만 더 가고 돌아갈 때 조금 빨리 가면 충분해.”

무탈하게 온 것이 자신감이 되었는지 단호하게 말하는 스콜라스였다.

다음 날 1조는 아침부터 출발했다. 한 시간쯤 걷자 멀리서 관문이 보였다.

“범아. 범아! 저게 관문이야! 엄청나게 크긴 한가 보다 이렇게 멀리서도 보이는 걸 보면!”

“멋있긴 하네.”

거대한 문과 성벽이 멀리서도 그 위용을 자랑했다. 중앙신전이 가장 치열한 전쟁터라더니, 방비가 그만큼 엄청나 보였다.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장. 잠깐. 이상한 소리가 들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무슨 소리야.”

“잠시만 있어 봐.”

순간, 목책의 사이에서 5마리의 고블린들이 튀어나왔다.

굶주리고 상처 입어 보이는 4마리의 고블린들. 작지만 그 흉성(凶性: 흉한 성정)은 몬스터라는 것을 알려 주듯 난폭했다.

준비하는 자신과 다르게 정신을 놓는 아이들을 보며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애들이라 이거 구만…. 진짜… 어쩐지 별로라더니…’

“방이, 스콜라스 옆에 붙어! 샨은 에밋, 베라트는 카인, 히베는 스칼렛! 로안은 스텔라!”

자신 말에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는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깨워둔 재능을 발현시켰다.

“로사 프라우! 베라트! 한 마리씩 맡아! 방어만 해 천천히! 천천히 하자!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 말고 보조 마법으로만!”

말을 마치고 가장 덩치가 큰 고블린에게 달려나갔다. 작고 작은 고블린이라지만 그것은 성인에게나 그렇다.

자신들에게는 덩치가 큰 고블린. 그중 자신보다 두 뼘은 커 보이는 고블린을 향해 달려갔다.

‘아직… 덜 깨어났지만… 흐릿하게 느낌이 온다. 어떻게 베면 되는지!’

도끼가 내리쳐지는 것을 피해 왼팔을 베어가는 도. 그때 고블린의 입에서 침이 튀어 나왔다.

옆으로 굴러서 침을 피하고 나서 그대로 소리쳤다.

“입에서 침 튀어나온다.! 조심해!”

말을 마치고 탑을 개방했다. 몸이 가벼워지고 바람이 느껴졌다. 그때 고블린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달려나가 고블린의 목을 베었다. 오러가 담기지 않은 것이라 믿을 수 없게 깔끔한 상흔이 새겨졌다.

‘얕아!’

생각 외로 질긴 가죽에 다 베어내지 못했다. 피가 새어 나오긴 하지만 치명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는 애초에 인간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젠장.’

몬스터를 처음 상대하다 보니 인간의 가죽으로 생각하고 베어낸 것이 패착이었다.

“키에에에엑!”

갑작스러운 고통에 더욱 흉포하게 범에게 달려오는 고블린. 내려찍는 도끼를 도를 비꺼 흘린 뒤 찢어진 목을 그대로 다시 베었다.

검은색 피가 흩날리고 땅에 떨어진 피는 풀을 시들게 만들어갔다. 목을 베고 그대로 뛰어서 프라우에게 향했다.

“스트렝스!”

달려가는 데 힘이 더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로사를 신경 쓰느라 급해 보이는 프라우는 어느새 몇몇 군데 상처가 나 있었다.

그 뒤로 접근해서 온 힘을 다해 고블린의 머리를 베어갔다. 고블린이 뒤늦게 무엇이 오는 걸 느끼고 뒤를 돌아볼 때, 그대로 심장을 찌를 프라우.

“프라우! 로사에게 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사에게 달려가는 프라우였다. 그리고 자신은 베라트에게 달려갔다.

“베라트 뒤로 빠져! 내가 앞으로 갈게!”

베라트를 뒤로 빠지게 하고 자신이 앞에서 고블린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순간 고블린의 그림자가 일어서서 발을 잡았다.

넘어진 고블린의 머리를 베어냈다.

“베라트…?”

“아… 미안 내가 아직 집중해야 해서.”

“아니… 고생했어.”

마음을 놓고 돌아보자. 순간. 새끼 고블린이 로안의 뒤에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달리면서 소리쳤다.

“로안! 뒤에!!”

서둘러 뒤로 돌아 겨우 손도끼를 막아낸 로안이었지만, 그 힘에 밀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로안에게 손도끼가 내리쳐지는 찰나,

‘캉!’

눈을 감고 있던 로안의 앞에는 범이 어느새 손도끼를 막고 서 있었다. 범이 먼저 도착해서 손도끼를 막는 사이, 베라트와 로사가 뒤이어 새끼를 베어냈다.

그제서야. 모두가 주저앉았다.

‘살았네…하… 찬란한 세대라도 이 시절은 진짜… 뒤질 뻔했네…’

“하… 카인 괜찮아?”

“응 응! 역시 범이는 대단해!!”

“뭘. 스트렝스. 너였지?”

“헤헤헤”

주변을 둘러보니 크게 다친 아이는 없었다. 프라우는 포션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귀족이라 다행이네. 상비용 포션도 있고… 호화찬란하다 아주’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피는 독이다. 그렇기에 포션이 없었다면 위급할 상황이었다.

마음을 놓고 주저앉은 순간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었다,

“괜찮냐!”

파로였다. 말보다 빠른 인간이라니. 이 인간도 괴물이었다. 파로가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보고했다.

“네! 고블린 5마리 사살. 총인원 13인 이상 무!”

“하…. 너네는 진짜…”

뒤이어 말을 타고 온 것은 기병대였다.

“후… 말에 타라. 우선 막사로 돌아간다.”

기병대의 뒤에 타고 출발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

눈을 뜨자 막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맨 앞에 플레미 선생님이 나와계셨다.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으셨다.

막사에 도착하고 모두가 내리자 플레미 선생님께서 다가오셨다.

“지금! 정신이 도대체 제대로 있는 거니! 조장! “

“넵!”

“무슨 짓을 한 거야! 누가 그렇게 멋대로 멀리까지 가래!”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고블린을 퇴치하고 왔습니다. 오히려 훌륭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스콜라스의 당당함에 화난 표정이었던 플레미 선생님은 싸늘해지셨다.

“그렇단 말이지. 모두 따라와.”

플레미 선생님의 막사에 도착하자 모두 막사 앞에 대기시키고 한 명씩 따로 막사로 불러들이셨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 들어가자 플레미 선생님께서 제약서를 들고 계셨다.

“후… 들어보니 네 덕분에 그나마 모두가 살아 돌아올 수 있던 것 같더구나. 수고했다 범아.”

“네? 아니에요.”

‘애들이 순순히 그렇게 다 말할 리가 없었을 텐데?’

“그래도 나름의 절차니까 너도 해야 한단다. 이 제약서 보이지? 하급의 제약서야.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미친 듯이 간지럽다. 그냥 그런 일회용으로 쓰는 제약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말을 듣고 나서야 왜 아이들이 사실대로 말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범이었다. 제약서에 서명을 하고 상황 설명을 하고 다른 쪽으로 나갔다,

나가 보니, 진이 빠진 채로 있는 스콜라스와 로안 그리고 스텔라가 보였다.

‘그럼 그렇지… 스콜라스… 괜찮게 생각했는데… 쯧’

아이들의 면담이 끝나자 플레미 선생님께서 나오셨다.

“너희 처분은 수호성으로 돌아가서 알려주마. 지금 당장 정리해서 마차를 타고 돌아가도록.”

그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은 플레미 선생님의 태도를 보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1조 아이들은 마차를 타고 수호성으로 돌아갔다.

“1조는 이번 수련회에서 최하점이다.”

수호성에서의 마지막 날, 1학년 전체의 점수를 매기는 시간, 1조는 꼴찌가 되었다.

스콜라스는 결국 조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로사가 조장이 되었다. 그렇게 파라 만장했던 수련회가 끝이 났다.

탑을 통해서 아카데미로 돌아온 날 플레미 선생님이 자신을 따로 불렀다.

“범. 너도 1조이니만큼 같은 최하점을 받게 되었단다.”

“아니에요. 결국, 저도 1조 원이니까요.”

“그래도 네가 공이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 아이들을 모두 살리는데 크게 기여했고 로안의 일까지 있으니. 너에게 아티팩트를 주기로 했단다.”

“네?!”

“물론, 제한은 있단다. 선택의 방에서 한 층만이 개방될 거란다. 그곳에서 골라오면 된단다.”

선택의 방. 수많은 아티팩트가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게 되면 하나의 아티팩트를 가져갈 수 있었다.

3개의 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1층에는 범용 아티팩트가, 2층에는 전용 아티팩트가, 3층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3층에 있는 무구는 주인을 선택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와… 수도 아카데미의 선택의 방을… 1층이라도 들여보내 준다고? 귀한 집안 애들을 살려줘서 그런가… 운이 좋은데?’

학생들이 선택하고 선택을 받기에 선택의 방으로 불리는 보물창고였다.

아카데미에서 졸업을 제외하고는 업적을 이루는 이에게만 개방되는 곳을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굳이 축제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건데…’

1학년에게 개방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한 일이 업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 선생님이랑 다녀오자. 어차피 1층에서 가져오면 되니까. 잘 선택해보렴.”

플레미 선생님과 다시금 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탑에 들어가자 플레미 선생님이 땅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입구가 나타났다.

“들어가렴. 1층만 개방되어있으니 잘 구경하고 선택하렴.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택의 방이 탑에 있었구나… 진짜 이 탑이 여기 있는 이유가 있네… 초인들을 누가 뚫고 올 수 있겠어…’

입구로 들어가자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공동이 하나 나왔다. 각각의 무구들이 전시되었었다.

공동에 들어가자 범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아래에서 느껴지는데…’

지금으로서는 밑으로 내려갈 수 없기에 졸업을 기다려야 했다.

“와… 엄청 많네. 수도 아카데미라서 더 많은 거 같은데…이게 1층이라는 거지…”

수많은 무구들이 있었지만, 범은 이미 생각해 둔 아티팩트가 있었다. 그를 찾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을 수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사슬 문양의 팔찌. 그 가운데 직사각형의 판에 [이니티움]이라고 양각되어 있었다.

“찾았다!”

기쁜 마음에 찾고 나서 바로 팔에 채우는 범이었다. 조금 길어 보였지만 이내 손목에 맞추어 줄어드는 팔찌였다.

[이니티움]을 고르고 나왔다.

“벌써 나오는 거니? 뭘 가지고 왔니?”

“이거요. 이니티움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팔을 들어서 플레미 선생님에게 보여드렸다.

“오? 운이 좋은 건지 안목이 좋은 건지 모르겠네. 이번 축제에서 2위 부상으로 하려 했던 건데. 잘 골랐네.”

“선생님. 그런데 이 팔찌는 능력이 뭔가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물어보는 범이었다.

“기본적으로 힐, 큐어가 내장되어 있단다. 네 마나로 사용하는 것이고 마나의 양에 따라 효과가 다르 단다.”

“우와! 마음에 들어서 골랐는데 잘 고른 거 같네요!”

“그게 다가 아니란다. 그 팔찌 봉인되어 있단다. 방법을 알게 되면 더 좋아질 거란다. 봉인이 풀려 있다면 아마 2층에 있었을지도 모르지. 잘 찾아보렴.”

“네! 꼭 찾아낼게요.”

“그럼. 들어가 보렴.”

“넵!”

인사를 드리고 곧장 오두막으로 향하는 범이었다.

‘운이 좋은데? 이 팔찌를 이렇게 빨리, 쉽게 구하게 될 줄이야. 잘됐다. 축제 안 나가도 되는 게 제일 마음에 드네.’

팔찌는 전생에서 로안이 가지고 있었던 아티팩트였다. 전생에서 봉인이 개화되어 유물로 판정받은 엄청난 아티팩트였다.

그 당시 로안이

“아직 모든 봉인을 풀지 못했다.”

라고 말을 한 바 있어, 더욱더 유명해진 아티팩트였다.

‘거기다… 로안은 모르겠지만 뒤통수 한 대 갈긴 것 같아서 기분 좋은데?’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스승님에게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