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9화 (9/217)

[9화]

‘역시 이 세상에서는 힘이 있고 봐야 해. 플레미 선생님도 고아지만 힘이 있으니…’

다시금 기분이 좋아졌다. 막연한 생각이 아닌 명확한 예시가 있으니 힘이 났다.

“1학년 기숙사로 가는 방향이… 어디 보자.”

아카데미에서 1학년은 기숙사가 아예 따로 지어져 있었다. 1학년은 아카데미 학생이라기보다 예비학생으로 취급했다.

1학년이 250명 가까이 들어와도 2학년이 되는 순간 100명이 자의로, 타의로 나가게 되기 때문이었다.

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생으로 인정받았다.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학생 수는 평균 50명으로 졸업장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높은 대우를 받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졸업하기 어렵다는 것. 특히나 수도 아카데미는 다른 아카데미보다 더 높게 쳐준다.

그렇다 보니 거의 모든 귀족 자제들은 수도 아카데미로 향하는 것이다.

기숙사로 가면서 생각한 것은 하나였다.

‘이번에는 제발 귀족 말고 좀 괜찮은 애랑 방을 같이 썼으면 좋겠다.’

전생에서는 하필 귀족이랑 같은 방이 되는 바람에 안 좋은 기억만 잔뜩 있고, 결국 퇴학하게 되었었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자신의 방을 확인하고 들어가자 상아색의 머리에 노란색 눈을 가진 소년이 앉아있었다.

“안녕! 범이구나! 우와 신기하다! 반가워. 난 카인이라고해.”

“어? 어… 반가워 카인.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어?”

‘와 텐션이 무슨.’

“에이~ 상위 재능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그렇지! 기본재능인 너두 엄청 유명하다구! 90년 만에 등장한 기본재능!”

“그렇게 오래됐나?”

“그럼~ 넌 대단한 거 같아! 엄청 용기 있는 거 같아! 앞으로 쭉 잘 지내보자!”

‘마틴이 활기차지면 왠지 저 아이 같아질 것 같은데? 나쁘지 않네.’

“그래. 반가워. 같이 잘 지내보자. 근데 가야 하지 않아? 나 옷도 아직…”

“아 맞네! 빨리 갈아입어. 너도 종합2반이지? 나도 같은 반이야. 여기 옷이 엄청…!”

카인은첫인상이 참 좋았지만, 말이 끊이지 않았다. 꼭 누구처럼.

익숙하게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자신의 옷장에 걸린 옷을 보았다. 전생의 교복과는 확연히 질이 달랐다.

‘수도 아카데미는 이런 부분에서도 차이가 나네. 역시 수도 아카데미로 오기로 잘했어.’

1학년의 교복인데도 교복이 질이 좋았다. 검은색 면바지와 하얀색의 리넨 셔츠. 그리고 가죽 벨트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은색 가죽의 긴 코트가 있었다.

‘이 코트가 수도 아카데미의 코트구나…’

아카데미 학생들은 모든 학생이 교복만을 입는다. 가죽 코트의 재질과 부여된 마법이 학년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었다.

그리고 졸업을 하게 되면 코트를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

가죽 코트의 왼쪽 어깨에는 고대어로 ‘무’(武)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무인은 고대어 ‘무’. 마법사는 마법진. 생산은 망치와 책이 수놓여진다.

그리고 코트를 입자 가슴에 빛나는 황금빛으로 블레어 아카데미라고 수놓아 있었다.

교복을 입자, 그제야 자신이 진짜 수도 아카데미에 왔음이 실감이 났다.

‘이번에는 전생과 다른 아카데미 생활을 해보자!’

환복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카인과 함께 기숙사 옆에 있는 강의실로 향했다.

[종합2반] 이라고 새겨진 강의실로 들어가자 이미 와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빈자리에 카인과 함께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자신이 들어오자 한 무리에서 수군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충분히 들리는 소리들이었다.

고아, 기본재능, 무식하면 용감하다 등의 소리. 전생 내내 들어왔던 소리지만 지금 듣자 새로운 기분이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무시하는 고아한테 철저히 당해 봐라. 그때는 뭐라 하는지 두고 보자.’

다짐에 다짐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차례차례 들어왔고, 어느새 15명이 다 들어왔다.

아이들이 다 들어온 것을 알고 들어오는 것인지 타이밍이 좋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들어온 선생님은 일전에 상담실에서 봤던 안경을 쓰고 계시던 남자 선생님이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앞으로 종합2반을 담당하게 될 둑스라고 해요. 아직 정식 학기가 시작한 것은 아닌 것은 모두 알고 있죠? 그럼 소개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아카데미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 하고 마치도록 할게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학년은 기숙사, 식당, 강의동이 따로 한 구역에 모여 있다

1학년은 학비가 면제된다.

1학년은 외출이 제한된다.

밖으로 출입은 사유서를 1학년 총담당 선생님에게 제출해야 나갈 수 있다.

그리고 1주일간 학년별로 제한이 있는 아카데미 도서관이 금서를 제외하고 공개된다 였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카인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니 200명이 넘는 신입생들이 모여 있었다.

중심 탁자에는 당연하다는 듯 세 명이 앉아 있었고, 모든 아이들이 그 아이들을 중심으로 인사를 하며 모여 있었다.

찬란한 세대의 주역들. 그들 중 눈부신 백금발에 빛나는 녹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에게 시선이 갔다.

‘저 아이가 전생에 ‘무’의 정점. 로사 카시스. 저 아이를 넘어서는 걸 1차 목표로 한다. 할 수 있어’

“뭘 할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할 수 있다를 말한 것을 들은 카인이 범에게 물어왔다.

“아~ 아카데미 생활. 잘 하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거야. 근데 카인 넌 왜 저리 안 가고?”

“에이~ 나 낯 엄청 가려. 불편해서 그런 거 못해.”

자신을 보자마자 쉼 없이 이야기하던 카인이 낯을 가린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마시던 물을 뿜었다.

“범아! 뭐야아!”

“아 미안. 순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서. 너가 낯을 가린다는 그런 소리”

“에이! 나 진짜 낯가려. 너는 그냥 봤는데 마음에 든거구! 처음이었다구!”

활발한 마틴을 보는 것 같아서 카인이 귀여워 보이는 범이었다.

“그래, 그래 그렇다고 하자. 좋게 봐줘서 고맙네 ”

‘전생에는 웬 남작가 자제랑 방을 쓰더니 이번 생은 운이 좋은가 본데?’

“그럼! 영광으로 알라구!”

“그럼. 다 먹고 먼저 방에 가있어. 나는 총담당 선생님 뵙고 올게.”

“응? 왜? 나갈 일이 있어?”

“응. 나 저녁에 도축을 배우고 있는데, 매일 나오기로 약속했거든.”

“그런 거로 외출이 되려나? 하튼 알았어! 금방 와야 해!”

카인과 저녁을 마치고 다시 강의동으로 향한 범. 강의동의 가장 위에 있는 총담당 선생님의 방으로 향했다.

‘그냥 쉽게 됐으면 좋겠는데. 정 안되면 라니우스 님께 말씀드리면 되겠지 뭐.’

한 층을 다 사용하는 방이 범의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들어오세요.”

들어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타오르는 불꽃같은 적발의 여 선생님이 거대한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어? 범 학생? 무슨 일이죠? 설마…”

“안녕하세요. 아니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훗. 똑똑하네. 플레미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돼요. 그럼 무슨 일로 왔죠?”

“저… 다른 게 아니구요. 매일 저녁에 나가야 해서요.”

“응? 수도에 아는 사람이 있나요? 범 학생 고아면서 코입툰에서 온거 아닌가요?”

“저… 라니우스 님과 한 약속이 있어요. 매일 저녁 도축을 배우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라니우스 님? 요람에 속해있으신 라니우스 님?”

“네.”

“네가 어떻게 라니우스 님을 알고 있지?”

“어… 소개를 받아서 무작정 찾아뵀어요.”

“흠 그렇게 쉽게 소개받을 수 있는 분이 아닌데…”

“라니우스 님께서 총담당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외출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건 내가 확인해보고 네 말이 맞다면 허가해줄게. 범이 생각보다 더 대단하네~?”

“아니에요 운이 정말 좋았던 거죠.”

“훗 그래. 더 기대할게.”

“감사합니다.”

*

조건을 달아 허락을 받은 범이라는 아이가 방을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플레미는 창문으로 나와 요람으로 향했다.

“아저씨!!!”

“플레미구나. 어쩐 일이냐. 또 고기 달라고 투정부리러 왔느냐.”

“고기!! 가 아니구요. 아저씨 혹시 범이라고 아세요?”

“아! 범이에게 들었구나. 그래 안다.”

“아저씨 어쩐지 갑자기 총담당을 맡아보라 하시더니…. 제가 1학년 총담당 돼서 저를 그렇게 써먹으려고… 그나저나 아저씨 제자로 범이를 받으시게요?”

“그저 과제를 주었을 뿐이란다.”

“아저씨가 과제를 내주는 것도 몇 년 만이네요. 범이가 뭐가 있어요?”

“플레미. 네가 보기에는 어떻드냐”

“흠 그냥 독기 있고 기대도 조금 되는 정도요?”

“하하하. 천재 플레미가 기대하는 꼬맹이구만.”

“그럼 외출은 매일 보내는 거로 할게요! 대신에 여기 온 김에…”

“그래. 잠시 있어 보거라.”

오두막에 들어가서 나온 라니우스의 손에는 고기가 한가득 들려있었다.

“옛다.”

“아저씨이이이 사랑해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라니우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온 플레미는 책상에 앉아 범의 인적상을 펼쳐 놓고 생각에 잠겼다.

“흠 재밌네. 재밌다아~ 라니우스 님의 제자가 되면 진짜 한바탕 난리 나겠네에~ 안 그래도 피에르 님이 로사 공녀를 노리는 것 같던데~ 총담당 맡기를 잘했네!”

혼자 생각에 빠져 신나하며 혼잣말을 하는 플레미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인적 사항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

자신에게 플레미의 관심도가 올라갔다는 것을 모르는 범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범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허락은 받고 온 거야?”

“오래 걸렸어? 미안. 어… 조건부랄까? 근데 받을 거 같아”

“우와~ 대단하다! 총담당 선생님은 어떠셨어?”

“엄청 젊고 예쁘셔. 성함이 플레미이신 마법사 분이셔.”

“플레미?!? 최연소 5서클마스터이신 그 플레미 님?”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마 맞지 않을까? 그분이 최연소 5서클 마스터셔?”

“엄청 유명하신 분이야! 전투면 전투 연구면 연구 못하는 게 없으신 천재마법사. 우와! 부럽다… 나도 플레미 선생님 만나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카인의 이야기는 잠이 들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

다행인 건 카인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여러 가지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알려줘서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아카데미에서의 첫날 밤이 흘러갔다.

*

“전설… 전설… 전설과 신화”

이른 아침부터 아카데미 도서관에 찾아왔다. 다름 아닌 [바람의 탑]을 찾기 위해서였다.

책을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전설과 신화 칸에 존재했었다.

거대한 규모에 걸맞게 방대한 양이 있는 아카데미 도서관이었지만, 분류가 잘 되어 있어서 찾아 나갈 수 있었다.

“전설과 신화 8칸… 찾았다!”

마침내 찾아낸 [바람의 탑]은 꽤나 크고 두꺼웠다. 바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품에 안은 채 도서관 입구로 향했다.

도서관 입구에 있는 사서에게 책을 대여하고 바로 기숙사로 향했다.

1주일 간 라니우스 님에게 휴식을 받았기에 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책을 폈다.

라니우스 님께서 꼭 적어도 5번 이상은 책을 정독하고나서 서킷을 하라고 하셨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펴는 범이었다.

책과 친하지 않은 자신에게도 책의 내용은 재밌었고 쉽게 읽혔다.

‘이러니까 전설과 신화에 꽂혀있지.’

이 세상 모든 바람을 담고 싶었던 건축가가 8각의 탑을 세우고 바람을 담았다는 내용이었다.

카인은 내내 도서관에 있겠다고 했기 때문에 편안하게 책을 다리에 올리고 서킷을 시작했다.

프렌들리 서킷을 시작하자 책에서 옅은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범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서킷을 열심히 하고 눈을 뜬 범은 아무 변화가 없자 당황하며 책을 펼쳤다.

‘분명 그냥 하라고 하신 건 아닐 텐데. 프렌들리 서킷으로는 안되는 건가?’

책을 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 씌어 있었다.

‘이 책을 찾은 후인은 바람을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임을 믿는다. 내 이름은 안드로니쿠스, 세간에는 폭풍의 검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이 책에는 나의 일생과 함께 내 마지막 깨달음인 바람의 탑이 존재한다. 바람의 탑에는 형과 식이 존재하지 않는 무술이다. 그저 바람을 따라…’

책의 내용에는 서대륙의 비사와 함께 바람의 탑이 적혀있었다. 지금의 기록된 역사와 다른 내용 중에서 가장 흥미가 있던 것은, 지금의 폭풍의 검의 후예가 진정한 후예가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서킷을 외우고 난 후에 늦은 저녁이 되었지만, 그 다음 날까지 기다릴 수 없어 무작정 라니우스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라니우스 님!”

“꼬맹이. 왜 벌써 왔어?”

“[바람의 탑] 다 외우고 왔어요!”

“벌써?”

“네! 네!”

“읽어보니 어떠하더냐?”

“아직 잘 모르겠어요. 너무 자유로운 거 같아요.”

“그래. 그럼 공터에 앉거라. 처음은 도와주마.”

“넵!”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범이 공터에 앉았다.

“집중해서 구결을 외우거라.”

조용히 앉아서 서킷의 구결을 외우며 마나를 인도하는 범이었다. 마나를 느끼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내 서킷을 따라 마나를 인도하려 노력할 때 라니우스의 마나가 이를 도와주었다.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뛰놀던 마나가 하나의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돌고 돌던 마나가 배꼽 아래로 향하면서 팔각형을 이루어 갔다.

그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 당황스러울 차였다.

“정신 차려라! 강제로 막으려 하지 말고 가는 데로 놔두어라!”

라니우스 님의 외침에 마나를 강제하려다가 멈칫하는 범이었다.

이에 마나는 팔각을 형성하며 배꼼 아래에 자리잡았다. 그 팔각이 완성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함이 차올랐다.

잠시 후에 눈을 뜬 범이었다.

“라니우스 님… 감사합니다.”

충만함으로 인한 감격인지, 감사함 때문인지 범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축하한다 꼬맹이. 이제야 한 발을 내딛였구나.”

탑을 형성하고 난 뒤여서일까, 세상이 달리 보였다.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꼬맹이. 어서 기숙사에 들어가라 이미 늦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시위가 어두워졌다.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니우스 님.”

다시 돌아가는 길은 달빛이 은은하게 빛이 나는 아름다운 길이였다. 몇번 와 본 길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는 진짜로 꿀릴 게 없어. 올라가지 못하면 그건 오롯이 내 탓이야.”

기숙사를 향하는 발걸음이 힘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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