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본 재능으로 정점-6화 (6/217)

[6화]

“프란체스코 님… 몰타 기사단장이셨어요?”

“그럼! 응? 어? 몰타기사단장이 뭔지도 알아?”

“당연하죠! 어떻게 몰라요!”

몰타 기사단. 신전 소속의 기사단으로 구호와 보급을 하는 기사단이다. 고작 구호와 보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장소가 수호산맥이라는 점이다.

최강의 기사단을 뽑을 때, 항상 수위를 다투는 기사단이었다.

소속된 기사들이 모두 익스퍼트에 이르는 괴랄한 무력을 가진 기사단이다. 그런 기사단의 단장이 프란체스코 님이라는 것이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던 범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꼬맹이. 아는 것도 많다. 왜 새삼 존경심이 무럭무럭 솟아나냐?”

“그것도 그렇지만. 환상이 깨지는 느낌이에요…”

“하하하. 원래 그런 거란다. 이야기는 과장될 뿐이지.”

“그럼 프란체스코 님도 초인이신 거에요?”

“흠 초인은 아니란다. 다만 익스퍼트는 넘어섰지. 익스퍼트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니?”

“익스퍼트에도 단계가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익스퍼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음 자신의 무기에 마나를 담는 경지… 아닌가요?”

“그렇지. 간단하게 표현하면 그렇지. 그 단계에도 세 가지가 있단다. 우선 무기에 마나를 담을 수 있게 되면 익스퍼트가 되었다는 뜻이지, 그리고 이를 조절하게 되면 완연한 익스퍼트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그를 넘어서면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경계에 들어서게 된단다.”

“아 그렇구나…”

‘난 그럼 완연한 익스퍼트 정도였던건가… 그럼 그 새끼도 초인이 아니었나? 그래서 자른 건가? 뭐지?’

“뭐 이건 너가 나중에 알아도 되는 문제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다만, 마스터는 오러블레이드가 가장 특징적으로 보일 뿐이지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 마스터라는 것만 알아두렴.”

“네 감사해요.”

‘마스터는 또 뭐고. 초인이랑은 다른가… 진짜 도통 모르겠네. 그럼 그 새끼는 마스터였나.’

때아닌 귀한 가르침을 받은 범이었다. 신전의 숙소에 데려다준 프란체스코는 바쁘게 또 떠나갔다.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된 범이었다.

방 안에 혼자 있으니, 새삼 공허하고 외로움이 차올랐다. 가만히 있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예배당이나 구경하자 싶어 나섰다.

수도의 신전 예배당은 높고 넓었다. 하지만 왠지 따뜻한 느낌이었다. 그 앞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절로 눈이 감기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범 군. 기도 중이었나요?”

“몬시뇰?! 혹시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아뇨. 예배당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답니다. 그저 범 군이 기특해서 말을 걸어 보았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있으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져서요. 혼자 있으니 공허해서요.”

의도치 않은 만남으로 만난 몬시뇰과의 대화는 한결 범의 공허함을 덜어주었다. 생각 외로 몬시뇰은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몬시뇰을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다니… 진짜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전생에서는 기사랑 말도 못 섞었는데 말이지…’

수도에 올라와 신전에 들어오고, 몬시뇰까지 만났다. 꽤나 좋은 출발이라는 생각과 함께 편히 잠들 수 있었다.

*

날이 밝아 오고 아침 식사를 해결한 뒤 바로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의 거대한 정문을 지나자 임시로 세워진 천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 아이들이 자신처럼 입학 신청을 하러 와있었다.

‘흠 역시 혼자 온 건 나뿐인 것 같네…’

괜히 씁쓸했지만, 고개를 살짝 흔들며 정신을 다잡고 입학 신청을 하러 나갔다.

“여기에 이름, 나이, 부모님 성함, 고향을 쓰면 된다.”

무뚝뚝한 입학 신청 관의 말에 따라 충실히 써나갔다.

[범 / 10세 / 코입툰 / 고아]

자신이 쓴 종이를 제출하자 쓱 훑어보니더니 옆에 던지고 357이라고 씌여진 나무로 된 작은 명찰을 건네주었다.

“잊어버리면 입학이 안되니까 알아두고, 가 봐라”

간단하기 그지없는 신청이었다. 자신이 돌아 나가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수군거림이었다.

“쟨 고아인 건가…”

“왜 한탕 해보려고 아카데미에 왔나보지.”

“재능이 꽤 좋은가 본데?”

“그래 봤자…”

원래 세상은 약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특히나 그것이 고아라면 더더욱. 오랜만에 듣는 수군거림은 다시금 코입툰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익숙해졌다 뿐이지 듣고 싶은 소리는 아니었기에. 그렇게 향한 곳은 아카데미 내부였다.

입학 시기에는 몇몇 곳이 공개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무리 없이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수 있었다.

아카데미 내부를 향하자 눈 앞에 숲처럼 나무가 무성히 보이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가 초인의 요람.”

수도 아카데미를 유일하게 만들어주는 장소 중의 하나. 초인들이 기거하는 곳이 바로 초인의 요람이었다.

“상위세계를 가지 않고 머물러 제자를 찾는다고 하던가…”

상위세계로 가기 전에 제자들을 양성하면 혜택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풍문으로 전해질 따름이었다.

당연히 수도의 아카데미에 있는 초인들은 가장 수가 많고 유명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한 초인의 요람은 왕국의 최후의 보루로써 왕궁 바로 앞에 초인의 요람이 있는 것은 가장 안전한 도피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런 초인의 요람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지만, 범이 가는 곳은 초인의 요람의 관문이었다.

“초인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쫓겨난다고 하던데.”

은근한 긴장감과 함께 점점 초인의 요람이 가까워지자 칸 님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

“범아. 수도 아카데미에 가거든 초인의 요람의 관문을 지키는 사람에게 가보거라.”

“관문을 지키는 사람이요?!”

“그래. 혹시 도살자라고 들어보았니?”

“아니요 유명하신 분인가요?”

‘도살자라니… 전생에 나를 부르던 말이랑 비슷하네’

“흠 장미 전쟁은 알고 있니?”

“네! 알아요! 엄청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로사 백작부인님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요!”

“그래. 그 전쟁에서 초인이 되신 분이 도살자 라니우스 님이란다. 그 분을 찾아가 보렴. 대륙에서 도를 가장 잘 쓰시는 분이란다.”

‘대륙에서 도를 가장 잘 쓴다고? 왜 난 들어 본 적이 없지?’

“와 엄청 대단한 분이신데… 왜 문 앞에 계시는 거예요?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그분이 태생이 백정이기에 이래저래 일이 많았단다. 한 번 찾아가 보렴.”

“네! 감사합니다 칸 님.”

*

라니우스 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괜히 감정이입이 되고는 했다. 천대받는 사람이 초인이 된 이야기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보다 더 설레었다.

‘나도 꼭….’

생각에 잠겨 걷다보니 어느새 초인의 요람 입구가 보였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고 작은 길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꽤 큰 나무에 기대에 있는데도 나무를 가리는 듯한 거대한 덩치를 지닌 몸.

가죽으로 된 경갑을 입은 채 수염이 무성하게 나있는 얼굴.

칸 님에게 먼저 듣지 않았다면, 왜 아카데미 내에 산적이 있나 싶었을 외모였다.

“꼬맹이. 여기부터는 못 들어간다.”

목소리 마저 투박했다. 야성이 듬뿍 담긴 목소리처럼 들렸다.

‘목소리가 살벌하네.’

“혹시 라니우스 님이신가요?”

일순 주변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혀 느끼지도 못 했는데 순간에 바뀐 기운이었다.

“꼬맹이. 누구한테 그 이름을 들은거지?”

“칸 님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찾아뵈라고 하셔서요.”

“칸… 어디서 많이… 아! 그 배달을 말하는 건가? 그래서 왜 찾아온 거냐.”

“칸 님이 라니우스 님께서 대륙에서 도를 가장 잘 다루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자를 찾으신다는 것도…”

“흠 칸이라… 일단 따라와라.”

자신을 쓱 훑어본 뒤 일어나 숲 속으로 걸어가는 라니우스 님을 따라갔다. 말 없이 걷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숲속에 자그마한 공터와 함께 오두막이 있었다. 오두막 앞에는 갓 도축된 듯 보이는 고기와 피가 흐르는 고기들이 널어져 있었다.

“우와…”

‘저게 다 얼마야. 불스가 저렇게 도축되어있는 건 처음보네…’

무심코 탄성을 내뱉는 범을 보며 이채를 띈 라니우스 님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름 점수를 조금은 딴건가?’

어느새 공터의 끝에 와닿아 그루터기에 앉은 라니우스 님께서 입을 열었다.

“꼬맹이. 자기소개나 간단히 해봐라.”

‘후… 잘하자. 순진무구하고 열정 넘치는 아이다! 나는!’

“제 이름은 범! 나이 10살입니다!”

“뭐 다른 건 없고?”

“아… 고아입니다.”

“고아인데 아카데미에 왔다는 건, 재능이 뭐냐?”

“기본재능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갑작스럽게 웃는 라니우스였다. 괜히 기분이 나빠질 찰나에 리니우스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칸에게 뭘 배웠지?”

“수호유술을 배웠습니다.”

“보자. 흠… 일단 덤벼봐라.”

“네?”

“응? 어려운 말했나? 덤벼 보라고. 실력 좀 보게.”

“넵!”

애당초 거부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했을 뿐이었다.

이내 자세를 잡고 라니우스를 차분히 쳐다보는 범이었다.

‘칸 님은 들어가면 망할 것 같았는데 라니우스 님은 아예 방법이 없어보이는데…’

가만히 서있는 라니우스 님은 잡을만한 곳이 없었다. 칸 님을 볼 때와는 또 다른 암담함이었다.

분명 그냥 서있는 자세인데도 잡을 곳이 보이지 않았다.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가는 범을 보며 라니우스 님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네가 유술을 익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차이가 났을 때 그러는 거다. 뭐… 이번에는 먼저 들어가주마.”

말과 함께 튀어나오는 라니우스. 순식간에 거리가 사라지고 발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이내 타이밍을 맞추어 몸을 살짝 띄우는 범.

발에 맞고 날아갔다 구른 뒤 다시 일어나는 자 재밌어하는 라니우스의 얼굴이 보였다.

“호? 꼬맹이치곤 그래도 대가 있는가 본데?”

다시금 살금살금 다가가는 범을 보며 다시 한 번 달려오는 라니우스였다. 방금과 같은 상황.

이번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을 양손으로 잡고 그 힘으로 넘기고자 잡아 당겼다.

“흡!”

기합소리와 함께 힘차게 잡아당긴 범.

하지만 미동도 없는 라니우스 님이었다.

‘괴물!’

“흠 나쁘지 않은데?”

말과 함께 잡힌 다리를 접었다가 펴는 순간 범은 그 힘으로 물러났다. 너무 쉽게 잡히고 날아간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한 대는 때리고 만다.’

이번에는 범이 달려나갔다. 상체를 낮게 숙이고 라니우스의 오금을 붙잡고 넘기려는 순간.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

‘여긴 어디지?’

낯선 천장이 보였다. 난로가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라니우스 님이 보였다.

‘오두막이구나…’

아무것도 못해보고 기절한 것이 너무 분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뭐라도 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쉬움과 분함이 올라왔다. 그 사이 라니우스 님의 헛웃음이 들려왔다.

“꼬마 일어났으면 인사를 해야지. 뭘 그렇게 분해하고 있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라니우스 님.”

“허 독기를 가지는 것보다, 자신의 주제를, 상대의 주제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꼬맹이.”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익스퍼트 정도만 되어도 한 번쯤 성공할 수 있었겠지, 꼬맹이 너한테 맞춰서 해준 거니까. 하지만 초인은 다르다. 그러니 너무 의기소침해 말거라.”

‘초인이 그렇게도 다른가… 도대체 얼마나 차이가 나는거지.’

“꼬맹이. 내가 왜 제자가 없는지 알고 있나?”

“음… 아니요.”

“뭐 내가 태생이 백정이라고 해도 초인이 되면 그런건 중요하지 않지. 가르침을 청하는 사람도 많았고, 하지만 영 맥아리가 없었단 말이지. 시험도 통과도 못하고 쯧. 어때 해볼 테냐?”

“네! 할 수 있습니다!.”

“시험은 두 가지다. 우선 아카데미에서 상위 10%의 성적. 다음으로는 매일 도축을 배우는 것. 하루라도 빠지면 탈락이다.”

‘생각보다 쉬운데? 왜 통과한 사람이 없지? 공부는… 하’

“어… 공부도 포함이죠?”

공부… 참 자신과 상관이 없는 단어였다. 전생에서도 칼에만 집중을 했었다.

‘주구장창 수련만 했지. 결국 그러다 쫓겨나기는 했지만…’

“당연하지! 꼬맹이.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도축은 라니우스 님께 배우는 건가요?”

“나한테 배우려면 백 년은 이르지. 도축은 내일 정오 전에 오두막으로 찾아오거라. 그때 알려 주마”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그제야 아카데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엄청 큰데? 내가 다녔던 아카데미랑은 비교하기가 미안하네.’

초인의 요람 앞으로 펼쳐진 수많은 건물들. 자신이 언제 이렇게 많이 걸어왔나 싶을 정도였다.

건물을 하나 하나 눈에 담으며 걸으니 정문까지가 엄청 멀다는 것을 이제야 느꼈다.

‘이곳이 내가 다닐 아카데미라는 거지’

아카데미에서 신전까지 가는 길에서도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저 고개를 들고 걸었을 뿐인데도 아침의 광경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 보였다.

신전의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편지를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던 범은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꼈다.

‘이번에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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