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 The baby comes home
하비는 저택에 돌아왔을 때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바로 마중 나왔을 집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서둘러 들어가는데 낯선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얼핏 아기의 울음 같기도 한 미묘한 소리였다.
하비의 짐작이 맞았다. 잠시 후 집사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웬 아기를 양팔에 안고 나타난 것이다.
“자자, 착하지. 쉿…… 곧 주인님 오실 시간이……. 헉?”
“…….”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하비는 말없이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한숨지었다.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 도와줬을 텐데.”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집안일도 벅찰 텐데 언제 연애도 하고 아이도 만들어 온 건지.
‘저번에 휴가를 더 줄 걸 그랬군.’
하비가 후회하며 집사가 그간 해온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집사가 당황하며 외쳤다.
“제 아이가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집사가 하는 말은 이랬다. 저택 대문 앞에 누군가가 아기를 버리고 갔다고.
우는 아기를 침대에 눕혀놓은 집사가 난감한 얼굴로 해명했다.
“고아원에 맡기려니 지금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은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요즘 감기가 유행이었다. 심하지 않은 감기임에도 돈 없고 힘없는 아이들에게는 치명타였다. 방치해 두면 폐렴이나 다른 병으로도 발전했으니까.
하비도 없는 돈을 털어 지원에 나선 참이었다. 때문에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미간을 지긋하게 좁힌 하비가 우는 아기를 난감하게 보았다.
“다른 시설들엔 다 연락을 돌려봤나?”
“네. 근데 다들 난색이라.”
가장 고아원이 바쁠 때긴 했다. 마침 겨울이라 버려지는 아이가 더 많았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시기가 되면 살림이 어려운 집에서 고아원에 몰래 아이를 버리는 일은 너무 흔했다.
“그나마 후원자가 나섰는데 일주일, 길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하비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아기에게 다가갔다. 아기는 눈물 때문에 작은 얼굴이 물기로 잔뜩 젖어 있었다.
지켜보던 하비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왜 이렇게 울지? 어디 안 좋은 것 아닌가?”
“이상하네……. 먹을 것도 충분히 먹였는데요. 의사를 불러와 봐야 할까요?”
사용인 하나를 불러 의사를 데려오라고 시킨 뒤, 하비는 혹시나 해서 서재를 모두 뒤졌다. 아이와 관련된 상식이 있는 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비의 미간이 다시 좁게 모여들었다.
“여긴 없는데…….”
어딜 뒤져도 육아에 대한 전문적인 상식이 없었다. 있어도 갓난아기에 관한 내용보다는 머리가 어느 정도 굵은 아이를 위한 교육개론에 가까운 책들이었다.
두 사람 다 당황하여 허둥지둥하는데 몇 남지 않은 사용인 중 하나가 와서 방문객을 알렸다.
“베르텐 경이 오셨습니다.”
비록 빅터가 베르텐가에서 나오긴 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빅터를 그대로 불렀다. 베르텐가에서도 이에 대해 별 불만이 없고, 오히려 빅터가 다시 돌아와 줬으면 하는 눈치였기에 가능했다.
잠시 뒤, 방 안으로 들어온 빅터가 입을 쩍 벌렸다. 생소한 광경이 펼쳐져 있어서였다.
“뭐 하고 있는 거……? 이게 다 뭐야?”
빅터는 하비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 책상에 널린 방대한 책에 당황했고, 두 번째로 아기의 울음소리에 놀랐다.
빅터가 물끄러미 집사 쪽을 보았다. 집사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일 무렵, 축하한다며 운을 띄운 빅터가 진지하게 말했다.
“미리 말하지. 선물이라도 준비해 왔을 텐데.”
느리게 박수까지 쳐주는 빅터의 행태에 집사의 얼굴이 푸르죽죽해졌다.
하비가 고개를 돌리고 짧은 웃음을 터뜨리고, 몹시 억울한 듯 집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제 아이가 아니라니까요!”
집사의 다급한 설명으로 상황을 모두 파악한 빅터가 피식거렸다.
“아아. 그런 상황인 건가.”
성큼성큼 우는 아이에게로 다가간 빅터가 아기의 머리를 받치고 안아 들었다. 너무 거리낌 없는 태도라 하비와 집사 모두 깜짝 놀랐다.
“위, 위험합니다!”
아기가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집사가 놀라 달려들었지만 빅터는 빠르게 피했다. 그러고 보니 아기를 안아 든 자세가 매우 능숙해 보였다.
“여기 있는 두 사람보단 내가 훨씬 나을걸?”
빅터가 바닥에 널린 책을 보고, 하비의 얼굴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설마 책으로 찾아보겠다고 이 난리인 건가.”
하비가 은근히 답을 피하며 눈길을 돌렸다. 정말 하비다운 발상이라 생각하며 빅터가 미소 지었다.
“아기가 하는 건 딱 세 가지야.”
분내 나는 아기의 등을 빅터의 너른 손바닥이 일정한 리듬으로 토닥거렸다. 손목에 걸린 하얀빛의 팔찌가 흔들거렸다.
“먹고, 자고, 싼다.”
계속 울던 아기가 어느덧 울음을 그치고 빅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더니 곧 새근거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자고 싶어서 칭얼거린 거였고.”
단번에 제압(?)된 아이를 보며 하비와 집사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많이 해본 솜씬데.”
잠든 아기를 깨지 않게 조심스레 침대에 눕힌 빅터가 빙긋 웃었다.
“이것저것 다 해봐서. 안 해본 일이 없어.”
하비는 새삼 그의 이력에 대해 생각했다. 아기와 잠깐 있었을 뿐인데 벌써 지치는 자신에 비해 빅터는 너무 노련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을 해온 거야.’
빅터는 하비의 어지러운 머릿속같이 널린 책들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별로 도움될 만한 책도 없어 보이는데, 그냥 다 치워.”
하비가 머쓱한 얼굴로 널린 책들을 치우라 명했다. 집사가 재빨리 제자리로 책을 되돌리는 동안 하비는 평온하게 자고 있는 아기를 한참이나 보았다.
빅터는 그런 하비를 물끄러미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한순간도 눈을 떼면 안 돼. 잘 돌보는 사람을 보낼 테니까, 넌 신경 끄고.”
하비가 요즘 그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또 나왔다. 넌 신경 쓰지 마. 혹여나 하비에게 부담이 되거나 신경이 갈 만한 일은 빅터가 자신의 선에서 모두 처리했다.
하비는 미간을 구기며 반박했다.
“그래도 내 집에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안 그래도 다른 할 일도 많잖아. 건강 나빠져. 시설이 꽉 차도 따로 봐줄 만한 사람 집에 보내도 되고.”
하지만 이미 결정한 듯 하비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사람은 하나만 보내. 여럿 보낼 필요 없어. 그리고 자리가 날 때까지 내 집에 들일 생각이야.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여기 두고 간 이유가 있을 것 같거든.”
빅터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까지 발휘하는 하비의 책임감이 못마땅했다.
“왜? 괜히 손 가는 일은 하지 말라니까.”
“어차피 오래 있을 것도 아닌데. 이 정돈 괜찮아.”
빅터는 하비의 심중을 꿰뚫어 보려는 듯 지긋이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러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한숨지었다.
“……알았어.”
두 사람 다 일정과 일로 치이는 낮에는 돌보는 사람을 부르고, 퇴근을 하면 사람을 무르기로 약속했다. 만약을 대비해 젖이 남는 오메가 유모를 가까이 불러놓기도 했다. 물론 돈은 두둑이 챙겨주었다.
이렇게 하니 정말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 들어서 하비는 묘한 마음이 들었다.
서로의 일정을 나누어서 돌볼 시간을 마련하고, 작은 생명체에게 삶을 일부 허락한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꽤 즐거웠다.
“그럼 이렇게 하지.”
빅터가 흔쾌하게 상황을 정리한 뒤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용인을 불렀다. 그리고 이것저것 지시를 내린 뒤 하비에게 말했다.
“아기 물품들은 내가 다 가져올 테니까 우선 여기 있어.”
고개를 끄덕인 하비가 침대 위를 보았다. 새근새근 잠든 아기가 입을 오물거렸다. 작은 입술에 침이 묻어났다. 손바닥과 발바닥도 터무니없이 작았다.
‘귀여워…….’
무방비한 모습으로 꼬물대는 걸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하비는 빅터가 다시 돌아온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했다.
빅터는 문가에서 팔짱을 끼고 고개 숙여 아기만 들여다보고 있는 하비를 지켜보았다.
‘괜찮은 거겠지?’
사실 걱정했다. 아기란 존재가 혹여 아픈 기억을 들쑤실까 봐. 그런데 하비의 표정이 어둡지는 않아서 안심했다. 그저 아기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했다.
빅터는 아기를 돌본답시고 책을 뒤지고 있던 하비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 피식 웃었다.
빅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잠자는 아기만 바라보던 하비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음?”
아기가 갑자기 눈을 반짝 떴다. 시리도록 파란 눈에 하비가 가득 담겼다.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것도 잠시, 아기는 다시 힘차게 울었다.
당황한 하비가 사람을 부르려 문 쪽을 휙 보다가 그제야 빅터를 발견했다. 구세주를 발견한 것처럼 표정이 밝아졌다.
“들어왔으면 말을 하지.”
급한 얼굴로 하비가 여지없이 물었다. 빅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는 듯한 태도였다.
“이번엔 뭐지?”
문가에 기대 있던 빅터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내 생각엔 아마도…….”
빅터가 눈가를 찌푸리더니 아기의 궁둥이 쪽을 만져보았다. 뜨끈하면서도 축축한 뭔가가 느껴졌다.
“갈아줘야 해.”
때맞춰 노크 소리가 들리고, 빅터가 시킨 물품들이 도착했다. 손을 씻은 빅터가 헝겊으로 덧댄 부드러운 아기용 속옷을 골라냈다. 아기 속옷의 끈 부분을 잡고 있는데, 따로 부른 오메가 돌보미가 연달아 도착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녀는 능숙하게 아기의 속옷을 갈았다. 끈을 풀고, 천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속살에 닿도록 했다. 하얗고 뽀얀 궁둥이가 보였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것에 빅터가 중얼거렸다.
“남자였군. 형질은 베타 같고.”
알파나 오메가는 자라면서 형질이 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베타는 태어날 때부터 확인이 가능했다. 구분이 애매한 아주 미약한 페로몬이 느껴지면 알파, 혹은 오메가. 아무것도 없으면 베타였다.
“입양 보내기까지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시설 측 후원자를 검토해서 바로 입양 보내는 걸로 결정했다면서.”
아기를 마음에 들어 한 후원자가 있었는데, 현재 먼 곳에 있고 할 일이 많아 기다려 달라고 한 상태였다. 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빅터가 턱을 매만지며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너무 길면 안 좋을 것 같은데…….”
“뭐?”
못 들었다며 다시 묻는 하비에게 빅터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어 보였다. 빅터의 걱정은 별게 아니었다. 하비가 아기에게 너무 정이 들어버리면 보내는 것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였다.
‘지금 보이는 관심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남이 보면 지나친 걱정이라 할 테지만, 하비에 대해서는 걱정을 아무리 해도 모자랐다.
지금도 하비의 시선은 온통 아기에게 향해 있었다.
* * *
하비의 퇴근 시간이 전보다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아기를 봐주는 사람이 하비와 교대하는 시간도 점점 짧아졌다.
빅터도 요즘 매일같이 스터스가의 저택에 들르는 바람에 조용하던 백색 저택은 활기가 돌았다.
“오늘은 직접 해보시겠어요?”
넉살 좋은 돌보미가 하비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몰락 귀족 가문 출신이라 과하게 굽신거리지 않고 하비나 빅터에게도 친근하게 대했다.
한쪽 눈을 찡긋하며 그녀가 말했다.
“언제까지 베르텐 경이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실 일도 있을 테고요.”
밤에 아기 속옷을 갈 일이 생기면 늘 빅터가 도맡았다. 하비는 손댈 것이 거의 없었다.
고민하던 하비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보지.”
끈을 너무 꽉 묶어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해도 안 되었다. 혹여나 잘못될까 하여 하비의 손이 긴장한 듯 떨렸다.
돌보미는 고개를 돌리고 간신히 웃음을 삼켰다. 저 하비 스터스가 고작 아기 속옷 갈아주는 정도로 마른침을 삼키고 긴장하는 모습이라니. 심지어 그는 라힌 스터스의 지난 죄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이 정도로 떨지 않았다.
이 작은 생명은 너무 여렸다. 살도 보들보들하고, 아기 특유의 기분 좋은 분내가 났다. 조금만 손대도 어찌 될 것 같아 하비는 전전긍긍했다.
꽤 긴 시간 사투를 벌인 끝에 아기는 평온한 얼굴로 새로 간 속옷을 맞았다.
하비의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이마를 손등으로 훔친 하비가 뜨거운 물에 손을 넣었다.
‘이거면 된 건가.’
마침 빅터가 들어왔다. 그는 한눈에 사태를 파악했다. 아직도 긴장이 덜 풀린 얼굴로 손을 닦고 있는 하비와 비뚤비뚤하게 묶인 아기 속옷 끈이 보였다.
결론을 내린 빅터가 돌보미를 보며 미소 지었다.
“하비가 직접 해본 건가?”
“예. 처음인데 잘하시더군요.”
사실은 정말 못한 것이었지만. 칭찬하는 돌보미의 입가가 파들거렸다. 웃음을 꾹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멀리서 손을 완전히 씻어낸 하비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그도 자신이 못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누가 봐도 돌보미가 한 깔끔한 뒤처리와는 많이 달랐으니까.
어색한 얼굴로 하비가 변명하듯 말했다.
“내가 손재주가 없어서.”
“아냐. 잘했어.”
그래 봤자 웃음을 잔뜩 머금고 하는 소리는 신뢰가 가지 않았다.
돌보미는 빅터까지 합세하자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둘만 남자 빅터는 하비를 뒤에서 끌어안고 가슴 언저리를 지분거렸다. 여전히 민감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하비는 흠칫거렸다.
“앞으로도 매일 올 거니까 잡다한 건 그냥 나한테 맡겨.”
아기 전용 흔들 침대에서 잠이 든 아기를 흘끗 보고 하비가 대꾸했다.
“피곤할 텐데. 새로운 사업도 시작했잖아.”
잠이 부족할 텐데도 빅터는 끄떡없었다. 피곤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바쁠 땐 길면 일주일씩 하비를 못 볼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매일 봐서 그런 것이었다. 얼굴이 반질반질했다.
“여기 있으면 하나도 안 피곤해.”
은근슬쩍 빅터의 손이 하비의 녹빛 푸르푸앵을 벗겼다. 하얀 러플 블라우스에 손끝이 걸리고 조금 전의 손짓으로 바짝 선 유두가 느껴졌다.
깜짝 놀란 하비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기를 눈짓하며 물러섰다.
“뭐 하는 거야.”
“어차피 자잖아.”
“그래도…….”
“소리 안 내면 돼.”
그게 가능할까. 하비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거의 일주일만의 섹스이고, 빅터의 쌓인 욕구를 생각하면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나도 문제지만.’
쌓인 건 하비도 마찬가지였다. 할 때마다 워낙 격렬하게 하니 몸에 잔열이나 여운이 남아 다음 날이나 며칠 뒤까지 속이 홧홧했다. 그걸 떠올리니 금세 몸이 달아올랐다.
하비가 고민하는 사이 빅터는 침대로 하비의 가슴을 부드럽게 밀었다. 침대가 크게 풀썩댔다. 그 위로 올라탄 빅터가 옷을 벗어 던졌다. 빅터의 목걸이가 흔들거릴 때마다 하비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짓누르듯 하비를 끌어안으며 빅터가 뺨에 입술을 눌렀다.
“살살 할게.”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아래는 중심을 비비고 있었다. 하비의 눈이 일그러지고 숨에 열기가 섞여들었다.
“정말 안 되나?”
싫으면 안 한다는 말이 따라오고 녹색 눈이 축 늘어졌다. 알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빅터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하비도 한없이 약해졌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하비가 손으로 눈가를 덮어버렸다.
“오래 끌지 마.”
드디어 승낙이 떨어졌다. 씨익 웃은 빅터가 벗어놓은 겉옷을 들고 오더니 주머니에서 젤을 꺼내 들었다. 작정하고 온 것이다.
“이건 그 의사 놈이 특별히 제조한 거야. 안전하고 효과가 확실하지.”
미워할 수만은 없는 행동에 하비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말하는 걸 들으면 젤에 특수한 성분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하비는 대충 정체를 짐작했다. 실제로 틀리지 않았다.
‘흥분제겠지.’
빅터는 하비에게 입을 깊이 맞추면서 새하얀 러플 블라우스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단단한 복근과 배꼽 주변을 덧그리다 위로 서서히 올라갔다. 반지가 살갗에 걸려서 빅터의 손짓은 하비에게 더 짙은 쾌감을 주었다.
그사이에도 질퍽한 키스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혀가 깊숙이 섞일 때마다 하비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금속 목걸이가 목에 자꾸만 닿아서 그때마다 하비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잠깐 입술 사이가 멀어졌을 때 결국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딱딱하게 선 유두가 블라우스에 쓸려 아팠다.
“읏…….”
걸리적거려서 하비는 아예 상의를 벗었다. 빅터의 키스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더니 하비의 턱 끝, 목, 그러다 가슴에 머물렀다.
고요한 방 안에서 가슴을 빠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렸다.
빅터는 판판한 가슴 위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혀를 굴리고, 이를 세워 씹기도 하면서 흥분을 유도했다. 그곳에서 짜릿한 전류 같은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하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거긴 그만…….”
하비가 손을 내려 제지하려는데 빅터가 그 팔을 잡아 위에 고정했다. 힘이 들어간 탓에 하비의 단단한 팔에 근육이 불룩댔다.
빅터가 이번엔 타액으로 번들대는 입술을 하비의 목에 묻으며 속삭였다.
“내가 다 해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한 손이 내려가 구멍의 주름 부근을 지분댔다. 벌써 잔뜩 흥분해 비대해진 우성 알파의 것을 받기에는 구멍이 너무 작았다. 혀를 찬 빅터가 젤 뚜껑을 열어 손에 잔뜩 적셨다.
“며칠 안 했다고 또 좁아졌네.”
빅터가 손가락으로 구멍을 쑤시고 옆으로 벌려 풀어주는 동안 하비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손으로 입을 막아서였다.
질척대는 소리와 구멍 밑으로 흘러내리는 젤의 차가운 느낌에 하비의 성기도 서서히 단단해졌다.
충분히 풀어줬다 싶을 때 빅터가 지독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참아서. 미안.”
네 개까지 들어갔던 손가락이 전부 빠져나왔다. 젤도 함께 딸려 나와 주르륵 손 아래로 떨어졌다.
빅터가 구멍 주변으로 발기한 성기를 치댔다. 하비는 열에 들뜬 눈으로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젤 때문에 성기가 미끈대면서 구멍 주변을 쿡쿡 찔렀다.
빅터는 아예 하비의 두 팔목을 나란히 잡고 하체에 허리를 바짝 붙였다. 하비의 허벅지가 옆으로 벌어지고 자연스럽게 다리가 접혔다.
하비가 빅터의 중심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언제 봐도 너무 컸다. 그래도 조금씩 넣으면 참을 만…….
퍽!
……하지 않았다.
방심한 사이 빅터는 한 번에 끝까지 쑤셔 넣었다. 내벽이 진동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하비가 눈을 부릅뜨고 부르르 떨었다.
“헉……!”
결국 큰 신음이 새어 나갔다. 하비의 허리가 꺾여 허공에 떴다. 빅터는 짓궂게 웃으며 아기용 흔들 침대를 턱짓했다.
“쉿. 듣잖아.”
하비는 즉시 입을 닫고 입술을 물었다. 배 속이 터질 것같이 들어온 성기가 아직도 깊이 파묻혀 있었다.
하비의 팔을 당기면서 빅터는 허리를 움직였다. 하비는 아직 첫 삽입의 충격에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나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빅터의 저음만은 똑똑히 들렸다.
“여기, 좋아하지?”
빅터가 입술로 혀를 축이더니 천천히 빼낸 성기를 어딘가로 다시 푹 찔러 넣었다.
필사적으로 입술을 봉인했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하비의 허벅지가 경련을 일으켰다.
“아……!”
빅터는 하비가 제일 심하게 느끼는 쾌락점을 정확히 찍어버렸다. 몸을 많이 섞다 보니 이제 하비의 은밀한 곳을 다 꿰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아기의 칭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큿.”
빅터가 눈가를 찌푸렸다. 긴장하자 구멍이 크게 조여들었다. 허벅지가 오므라들길래 하비의 팔을 놓아주고 허벅지를 양옆으로 벌렸다.
“힘 빼. 괜찮아. 아직 깬 거 아니야.”
완전히 깬 건 아니고 잠결에 그런 것이었다. 놀라 긴장했던 하비가 안도했다.
빅터는 작은 흔들 침대를 계속 의식하고 있는 하비를 물끄러미 보더니 더욱 세게 박아넣었다.
퍼억! 퍽!
빅터가 허리를 숙여 하비의 입술을 봉했다. 그럼에도 난폭한 허릿짓은 그대로였다. 구멍 안을 거칠게 헤집으며 쑤셔댔다. 그럴 때마다 부대낀 입술 사이로 하비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윽, 으읍…….”
타액이 입술 옆으로 길게 흘러내렸다.
빅터가 이번엔 하비의 허리를 잡았다. 그러곤 박을 때마다 세게 허리를 끌어당겨 구멍을 뚫을 것처럼 짓이겼다.
거센 몸짓을 따라 빅터의 목걸이가 세차게 흔들렸다.
젤의 효과인지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하비는 평소보다 더욱 느꼈다. 흥분으로 눈이 젖은 하비가 최대한 조용히 말했다.
“천천히. 너무 빨ㄹ…… 윽!”
하비의 단단한 허리가 크게 튀었다. 벌써 드라이 오르가슴에 달한 하비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머릿속이 녹는 것 같았다. 강건한 턱이 부들부들 떨리고 절정의 열기가 온몸을 울긋불긋하게 붉혔다. 뒤만으로 갔다. 그것도 평소보다 빨랐다.
빅터는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박아대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퍽!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기가 구멍 안을 들쑤셨다. 잠잠하게 죽어가던 쾌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 하비의 성기에서 찔끔찔끔 쿠퍼액이 나오고 있었다.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비는 스스로 엉덩이와 허리를 흔들었다. 그 와중에도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빅터는 열에 들뜬 얼굴로 피식 웃었다. 기분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퍼억!
하비의 반응을 눈여겨보고 있던 빅터가 있는 힘껏 쾌락점에 찔러 넣었다.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하비는 금방 또 절정에 달했다. 입을 막고 있는 커다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읏!”
빅터도 눈가를 찌푸리며 구멍 안에 뜨끈한 정액을 쏟았다. 동시에 하비의 것도 울컥 묽은 액을 토해냈다. 진한 절정의 순간이 흘러갔다.
입을 막고 있는 하비의 손을 치우고 키스하며 빅터가 말했다.
“한 번 더.”
말이 한 번이지 여러 번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비도 오랜만에 하는 관계에서 충만함을 느껴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제 모르겠다는 자포자기 심정이기도 했다.
그때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멈칫했다. 아기가 힘차게 울기 시작한 것이다.
하비는 말없이 굳어버린 빅터를 채근했다. 어깨를 툭툭 두들기면서 아기를 턱짓했다.
“……울어. 가봐.”
빅터의 얼굴에 체념이 떠올랐다.
“후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빅터가 아기에게로 갔다. 흔들 침대에서 아기를 안아 올리며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던 빅터가 상태를 진단했다.
“배고픈가 본데. 아까 충분히 주지 않았나?”
점심을 평소보다 적게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대체 저런 건 어떻게 척척 아는 건지. 하비는 정말 신기했다. 그 와중에 아기를 잘 아는 이 남자는 어깨가 축 늘어진 것 같았다.
우렁차게 우는 아기를 계속 토닥거리며 빅터가 힘없이 말했다.
“유모한테 데려갈게.”
야릇하게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파투 나고, 빅터는 아기를 데리고 나갔다.
하비 혼자 남아 침대 위에서 엎드렸다. 구멍에서 남은 젤이 흘러내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아 무시했다.
아직 구멍이 화끈거렸다. 이불 위로 뺨을 대자 열이 식었다.
아기가 울자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아기용 흔들 침대로 향하던 빅터의 표정이 자꾸만 생각났다.
하비는 왠지 웃음이 나서, 얼마간 그대로 누워 있었다. 습관처럼 팔목에 걸린 팔찌를 만지작대면서.
* * *
스터스가의 집사와 레나, 진, 나스타가 차례대로 감탄사를 냈다.
“언제봐도 귀엽군요.”
“귀엽다…….”
“귀엽네.”
“우리도 하나 가질까?”
갑작스레 튀어나온 나스타의 마지막 발언에 다들 홀린 듯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가 흠칫했다. 특히 레나는 목까지 벌게져서 항의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럼 주인님은 누가 돌보고, 누가 저택을 관리하고 지켜.”
“다른 사람이 해도 되잖아. 그러지 말고 우리도 하나 갖자, 응?”
“안 돼!”
레나와 나스타가 아웅다웅할 동안 진은 익숙한 듯 그들을 외면했다. 그러다 일순 멈칫하더니 감탄사를 냈다.
“웃는다.”
나스타가 고개를 휙 돌려 아기를 보았다.
“어디!”
레나도 눈을 반짝였다.
“정말이네요.”
아기는 새파란 눈으로 여러 사람을 눈에 담으며 방긋방긋 웃었다. 해맑은 웃음에 스터스가의 집사는 이미 격침당해 심장을 부여잡고, 다투던 레나와 나스타도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침 하비도 저택에 들어오고 있었다. 하비는 늘 칼같이 마중 나오던 집사가 나오지 않아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하비가 의아해하며 방에 들어오니 모두가 아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그 광경에 하비는 미소 지었다. 따뜻한 웃음이 떠나질 않는 스터스가는 처음이었다.
“스터스 경. 여길 보세요! 웃어요.”
집사는 홀린 것처럼 입술이 귀에 걸렸고, 하비도 아기를 보는 내내 웃음을 흘렸다.
한 가지 생각이 내내 하비의 머리를 떠나질 않았다. 하비는 무심결에 그 생각을 중얼거렸다.
“역시 빅터도 이럴 때가 있었겠지?”
진은 아예 침묵을 택했고, 나스타는 가장 먼저 정색하며 펄쩍 뛰었다.
“엑. 주인님이요? 그때도 파괴왕이었을걸.”
그나마 레나만이 빅터를 두둔해 주었다.
“지금 모습을 보면 상상이 안 가지만요. 꽤 귀여우셨을 것 같기도…….”
반면 스터스가의 집사는 냉정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저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군요.”
여러 감상을 쏟아내는 사용인들을 보며 하비가 옅게 미소 지었다. 아쉬운 것 같은 표정이기도 했다.
하비는 집사에게 따로 일렀다.
“후원자가 오늘 오겠다고 하더군. 마음에 들면 바로 데려간다고 했으니까, 준비시켜.”
“오늘요? 벌써……. 빠르네요.”
집사 또한 섭섭한 얼굴이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챙겨주기 위해 집사가 서둘렀고, 준비는 수월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별을 위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은 넉넉지 않았다. 그 후원자는 예상 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도착했고, 아기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아기를 보고 싶어 더 일찍 온 것이었다.
잠이 오는지 하품을 하는 아기를 보며 후원자가 감탄했다.
“어쩜 이렇게 얌전하고 예쁠까요?”
다정하고 온화한 인상의 오메가 후원자를 보며 하비는 안심했다. 돈이 넉넉하게 있는 귀족 집안 출신이기도 했고, 집안 분위기 자체도 화목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스터스 경. 제가 잘 키워볼게요.”
하비에게 다짐을 한 뒤 후원자가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아기는 후원자의 품이 좋은 듯 뺨을 비볐다.
“이제 아들이네? 아들. 엄마 따라갈까?”
하비는 행복해 보이는 아기를 보며 속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잘살아라.’
그렇게 짧은 인연은 후원자가 아기를 데려감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아기가 떠나고 얼마 뒤, 소식을 들은 빅터가 단숨에 스터스가 저택으로 달려왔다. 빅터는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괜찮아?”
저택에서 남은 일을 처리하고 있던 하비는 빅터의 방문에 하던 것을 잠시 접었다.
하비는 다짜고짜 쳐들어와 묻는 빅터에게 오히려 의문을 표했다.
“뭐가?”
말없이 하비의 표정을 구석구석 살피던 빅터가 안도했다.
“생각보다 덜 우울해하네.”
“응?”
“정 들였다가 떠나보내면 많이 힘들어할 거라 생각했거든.”
“아아…….”
하비의 얼굴에 쓸쓸함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금방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허전한 건 사실이지만 괜찮아.”
“…….”
“더 좋은 곳에서 좋은 부모 만나 잘살 테니까.”
생각보다 더 담담한 반응이었다.
빅터는 우선 안심하긴 했지만 하비가 워낙 속내를 잘 숨겨서 더 확인해야 했다.
“그럼 왜 그렇게 관심 가졌던 건데? 편한 길 놔두고 굳이 저택에 놔두겠다고 고집부리고.”
빅터는 혹시 전에 유산한 일 때문인가, 그 일이 겹쳐져서 아기에게 집착했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또 염려스러워하는 빅터를 보며 하비가 피식 웃었다. 이 남자는 자신에 관한 일에는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턱을 괴며 하비는 솔직하게 말했다.
“너도 그런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그 생각을 하니 경이롭더군. 저 작은 몸이 나보다 커질 수도 있다는 게 놀라웠어.”
지금은 우성 알파에, 모든 것을 가진 사내가 되었지만 빅터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옹알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의 말마따나 ‘먹고, 자고, 싸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과거 말이다.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귀여움을 실컷 받던 시절이 빅터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기억도 못 하는 행복한 시절이지만, 빅터가 사랑받았을 거라 생각하니 하비는 마음이 따스해졌다.
‘나도 그랬을까.’
집사의 말로는 하비는 지나치게 얌전하고 잘 울지도 않아서 생전 어머니가 많이 걱정했다고 했다. 그녀는 죽기 전까지 하비를 걱정했다. 하비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었던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가 더 나타났다. 빅터를 보는 하비의 시선이 따뜻해졌다.
결국 하비의 아기에 대한 지극한 관심은 빅터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이유를 알게 되자 빅터는 저도 모르게 씰룩이는 입가를 숨길 수 없었다.
“뭐야. 나 때문이었어?”
하비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뭐라고 생각했는데.”
빅터는 하비의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어……. 그냥, 그런 게 있어.”
그래도 빅터는 혼자 전전긍긍하며 밤에 잠도 잘 못 자던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비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모든 것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소중한 존재였다.
“그럼 오랜만에 외식 어때? 얼마간 집에만 박혀 있었잖아.”
턱에서 손을 떼고 하비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비는 행복하게 미소 지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