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편
챕터 15.
“결국 시작했나…….”
그 시간, 테스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샤아아-
저 하늘 위에서 강대한 기운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거대한 기운이 떨어져 내리는 곳은 대륙의 북부. 제국과 오시아 왕국이 있는 곳이었다.
이 대륙에서 아직 테스의 영역하에 들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까지 제국이 잠잠한 것과 관련돼 있겠지.’
이제 와 제국 따위라 칭할 수 있을 강대한 힘을 얻었으나, 저들이 아래로 보내는 기운만큼은 심상치 않았다.
제국의 군대 따위보다도, 그들을 이끌고 올 소수의 강자가 곤란한 적이 되겠지.
기운은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아래서 위로 불쑥 치솟아 오르는 것도 있었다.
테스는 그러한 모든 걸, 저 하늘을 바라보며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보고 느끼고 있는 걸 모를 제자들은 그의 말에 멍하기만 한 눈치였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저 멀리서, 아래로 떨어지고들 있지 않느냐. 아래서 위로 튀어 오르는 것도 있구나. 꽤나 재미난 수를 쓰고 있는데?”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본질 자체를 파악할 수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은 무리려나. 어서 수준들이 올라가야 할 텐데. 하기는,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걸지도 모르지.’
인간들 중엔 초인이랄 수 있는 제자들이나, 그에 비하면 그 수준이 미약하다.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하나. 베빈이었다.
그녀가 용케 그의 말을 알아듣고 답했다.
“신계에서 결국 수작을 부리는 거네요.”
“그런 셈이지.”
따라잡지 못하는 제자들을 두고 대화를 시작하는 둘.
“몇 명의 사도가 태어날지 감도 안 잡히네요. 그보다 재밌는 건, 저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것들도 같이 꺼내 왔다는 거고요.”
“그렇지. 결국은 시간 싸움이야. 놈들이 방해하는 게 먹혀 드느냐. 혹은 결국 내가 해내고, 저 천계를 고꾸라트리느냐지.”
결국 테스를 저들이 막아내느냐, 막지 못하느냐의 싸움에 대한 대화였다.
그들의 말대로 이전까지는 테스가 일방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더라면, 지금은 정반대.
테스는 성지를 이용해 설치한 이 어센션을 보호해내야만 했고, 저들은 시간 내로 뚫어내야만 했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어센션에 있는 자들은 테스가 설치한 진법을 바탕으로 각성을 할 것이니까.
각성 이후에는 그가 뿌린 씨앗을 따라,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승천에까지 이르게 될 터.
‘무조건 그리 되게 만들어야지.’
이미 승천의 경지에 오른 테스가 저들을 지원할 터이니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터였다.
승천자가 하나, 둘씩.
계속해 늘어나고 천계가 아닌 이곳 어센션에 계속해 쌓이게 된다면?
그때는 저 높이 있는 천상의 성계보다도, 테스가 지배하고 있는 어센션의 격이 상승하게 될 터다.
그때가 천계를 저 아래로 떨궈 내는 모든 것의 시작이겠지.
그때를 막고자 저들이 달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저들도 전력으로 달려들 거예요. 최후를 맞이하고 싶은 자는 누구도 없으니까요. 설사 신이라도요.”
“그러라지.”
수많은 신도들을 잃었다 해도, 천계는 천계.
저들은 지닌 힘을 바탕으로 수많은 성녀와 성자를 배출할 것이고. 때로 사도도 만들어낼 것이 분명했다.
‘영향력을 잃은 만큼, 더 이상 인과율에 묶이지도 않으니까. 전보다 더 쉽게 강자들을 찍어 만들어내겠지. 나는 그거조차도 이용할 거고.’
더불어 천계는 저 아래 있는 자들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었으니.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거, 미친 짓인 건 알고 있는 거죠?”
“언제는 안 미쳤었나.”
“휘유…… 맞죠. 맞는 이야기죠.”
테스 다음으로 배포가 있다 싶은 베빈이 한숨을 내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러나 어쩌랴.
“이미 패는 던져졌어.”
“알아요. 저는 그 패에 모든 걸 걸었고요.”
이미 피아식별은 끝마친 지 오래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뭐겠어?”
“전쟁이죠. 끝을 내야만 하는 전쟁.”
결국 전쟁이다.
서로 간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벌이는 최후의 전쟁.
패자가 되고 싶은 자는 양측 중 어느 누구도 없으니. 결국.
“그럼 끝까지 가 보자고.”
“……명대로.”
서로의 모든 걸 걸고, 끝을 향해 달릴 뿐이었다.
* * *
‘적이 움직임을 깨달았다.’
그가 어센션을 끌어 올리는 방식을 보여주듯, 저들도 대놓고 그를 향해 보여주고 있었다.
하기야, 이 세계는 온갖 능력자가 넘치는 세계다.
관측 능력을 지닌 인간조차도, 외해의 힘을 볼 수 있고. 그 힘을 탐하고자 하는 자들이 있는 곳이 이곳이다.
그러한 능력자들 중에서 특출난 자들이 예비 승천자가 되고.
그중에서도 틈을 열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닌 자가 겨우 넘어 도달하는 게 승천이다.
저 천계에 있는 자 중, 승천을 경험하지 못한 자가 없지 않은가.
애써 숨긴다 할지라도, 결국 걸리게 되어 있었다.
‘네놈들이든 나든 보는 거 정도는 쉽게 가능하니까.’
그렇기에 진검승부다.
저들도 나도, 서로 까놓은 패를 갖고서 벌이는 승부.
‘이번만은 승천 뒤에 숨겨진 비밀 따위조차도 없으니, 차라리 편하지. 끝을 보기만 하면 되니까.’
마지막으로 각오를 다진 테스.
그는 곧바로 성지와 연결된 진법의 마지막 패를 발현시켰다.
천계의 공격, 각성의 유도, 어센션 영역의 성장 강화…….
진법의 수없이 많은 기능 중에서도 테스에겐 지금 남은 마지막 패가 가장 중요했다.
그 마지막 패.
‘결국 나에게로의 집중.’
진법에 모든 기운의 집중이었다.
화아아악-!
기능을 발동시키자마자 그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그에게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크흐…….”
그로선 무한이라 명명한 상단전.
영원토록 채워지지 않을 거라 싶을 정도의 크기를 지닌 상단전에 가득 기운이 들이차고 있었다.
들이찬 기운은 자연스레 테스가 지닌 신좌와 연동됐다.
‘군위’.
군대의 위력이고.
왕의 지위이자 위엄을 뜻하는 그만의 신좌.
그가 앉았어야 할 신좌는 저 멀리 천계에 두고 왔어도, 그가 가지고 있는 영역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 유효한 성질을 테스는 제 자신에게 완벽히 집중했다.
집중하자 어마어마한 기운이 그에게 짙은 고양감을 줬다. 일순간, 전지전능(全知全能)에라도 도달한 듯했다.
그러나.
‘착각이지.’
전지도 전능도 어느 하나 완벽히 도달하지 못했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전지했다면, 신계의 계략을 이미 알았을 것이고.
전능했다면, 신계 따위가 감히 그를 저 땅 아래로 떨어트릴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중요한 건 일순간이나마 전지전능에 가까운 고양감을 느낄 만큼 강력한 기운을 지녔다는 거였고.
이전엔 승천하지 못했기에 지니지 못한 신좌를 이용해, ‘군위’라는 영역에 관련해서는 잔뜩 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였다.
“보자. 제대로 힘을 풀어야겠지. 그렇다면 가장 먼저…….”
그는 자신에게 가득 찬 힘 중 일부를 저 아래로 다시 풀었다.
“그래. 우선은 제대로 된 군대를 지니기 위해선 성장을 더 도모해야겠어.”
‘군위’라는 힘.
스스스스-
군세에 관련한 그의 힘이 온 곳으로 뻗어 나간다.
뻗어 나감으로써 생기는 그 기능 중 하나는, 각성의 가속화!
“으음…….”
“읏?”
뻗어 나간 기운이, 어센션 곳곳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있던 의선문 제자들에게로 퍼져 나간다.
“단전에…… 기운이?”
“뭐지?”
그들에게 심어진 건 가능성이자 씨앗!
더 높은 곳으로 도달할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
“……됐다.”
모든 제자, 병사, 가능성을 지닌 이들에게 힘이 전부 흩뿌려졌다.
수많은 자들의 가능성이 다시금 개화됐다.
‘이 정도라면…….’
이 한 번의 개화로 초기 제국의 영웅들이 신좌가 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자들이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천계에 머물러 인과율에 묶이지 않은 그이기에 할 수 있는 한 수!
물론 그 한 수를 대가로 그도 상당한 힘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전지전능이 느껴지던 전능감은 스러져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이젠 다시 느끼지 못할 것 같았던 피로감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에겐 아직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명령.
스아아아-!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곳을 향해서 달려가도록.”
정확히, 그가 가능성을 개화시켜 씨앗을 얻은 자들에게 하는 명령이었다.
‘씨앗을 심어 줬으니, 틔우는 건 스스로 해야지.’
테스가 제 힘을 응용하여 저들 머릿속에 떠오르게 한 곳은 적진!
천계가 떨군 힘으로 인해 태어날 사도들이 있을 곳이며.
동시에 저 아래서 올라와 테스의 영역을 삼키려는 자들이 있을 곳이었다.
그 출처가 어느 쪽이든, 적이 존재하는 곳!
테스가 직접 출격한다면, 일순간 쓸어버릴 수 있으나 그리해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했다.
모든 위험을 테스 홀로 처리한다면 그 아래에 있는 자들의 성장은 도모할 수 없게 되니까.
그렇기에 설사 그곳이 죽음에 가까운 위험한 곳이라 할지라도 그로선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소의 희생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후에는 전멸만이 남을 테니까.
“출격하겠습니다!”
“다녀올게요, 스승님.”
“다녀오죠.”
“다녀와서 봬요.”
그의 뜻을 이해한 자들은 하나, 둘씩 어센션을 나서 적진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한편으로.
대륙에 퍼져 나간 힘들은 그가 예측한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이 힘이 대체 왜…….”
제국의 공작가들. 신의 자손이라 일컬어지는 그들의 몸에 전에 없던 힘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가주실에서, 또 누군가는 조상의 무덤에서 뻗어 나온 기운에 잠식되어 갔다.
그 가운덴 테스와 인연이 깊었던 아르펠 공작도 존재했다.
“이런 식으론…… 안 되는 걸 아시잖습니까?”
공작이 한 잠시의 반항.
그러나 반항은 반항으로 끝이 날 뿐이었다.
“크흐…….”
잠식해 오는 그 힘에 당할 재간이 그로선 존재치 않았으니까.
결국 그도 얼마 버티지 못했다. 그가 힘에 물드는 덴 단 몇 분이면 충분했으니까.
힘에 물든 그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 이런 걸 후손이랍시고 둘 줄이야. 갈 때까지 갔군. 차라리 내가 온 게 더 나았겠어.”
그 말투와 힘이 전혀 달랐다. 하물며 아름답기만 하던 그 생김새조차 점차 변형이 돼 가고 있었다.
힘에 잠식된 부작용이었다.
그러나 이 안에 머물게 된 자는, 외모 따위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이곳에 강림하게 된 그가 해야 할 일들은 따로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그가 제국의 남쪽, 어센션의 영역으로 움직이려는 찰나.
“가 볼까……. 아니, 오고 있군.”
그를 막기 위한 자들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