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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89화 (188/191)

제189편

챕터 14.

화아아악-

그 순간 일대에 빛이 가득 채워졌다. 그의 기운만으로 이뤄진 빛이었다.

가득 채워진 빛이 멀리 퍼져 나갔다.

그 방향, 얼마 전 성지가 있던 곳들이었다. 지금은 테스의 성지가 되어 버린 곳들.

화답하듯이 성지에서 기운이 돌아왔다.

이전보다 더 크고 강력한 기운들이었다.

기운들의 오고 감은 계속해 반복됐다. 반복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움직이는 기운의 총량도 거대해져만 갔다.

“와아…….”

그 모든 장면들이 눈에 보였다.

워낙 거대한 기운이었기에, 자체적으로 형상화된 덕분이었다.

하늘이 그의 색으로 물든 듯했다.

모두가 감탄하는 건 당연했다.

그 가운데, 눈으로 보고 감탄함을 넘어 안에 담긴 의미까지 파악하고자 하는 자들도 있었다.

의선문의 제자들, 각성자, 베빈, 마법사들…….

심지어 기사들마저도 오고 가는 기운들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다.

가장 먼저 파악한 건 베빈이었다.

“역시 증폭이로군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지.”

오고 감 속에 기운의 증폭을 파악했다.

빨리 파악해낸 건 대단한 일. 그러나 일부만 파악했을 뿐이었다.

“그 외에 또 있는 건가요?”

“증폭하는 가운데, 일부가 사라지고 있지 않아? 그 일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이지?”

가장 먼저 파악한 그녀에게 테스는 힌트를 던져줬다.

실마리를 주자, 그녀는 바로 풀어냈다.

“……하늘을 공격하고 있군요. 아니, 하늘은 의미일 뿐이죠. 정확히 천계를 공격하고 있네요. 비록 일부라도 이런 식으로 공격이 되면…….”

“뚫리겠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말야.”

그 답.

증폭되는 기운의 일부가 공격에 쓰인다는 거였다. 천계를 향한 공격이었고, 동시에 천계가 이곳을 더 신경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였다.

‘일종의 가림막이지.’

테스의 기운이 계속해 보내지는 한은, 제아무리 천계라도 골이 아플 수밖에 없을 터였다.

승천자들인 신에게 있어서 천계에 뿌려진 기운의 총량은 곧 영향력을 의미하니까.

테스가 계속해 천계에 기운을 보내 버린다면, 그의 영향력이 늘어난다는 뜻이었으니.

골이 아플 수밖에.

그러나 분명 단점은 있었다.

베빈은 바로 그걸 지적했다.

“너무 느려요. 못해도 천 년, 아니 이천 년은 뚫어대야 저들이 못 막을걸요.”

느리다. 느려도 너무 느리다.

제아무리 테스라도 천 년, 이천 년을 기다리는 건 무리다.

아니, 그는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의 곁에 있는 자들이 문제다.

그의 곁에 서고 싶은 에나도, 여전히 승천을 바라는 베빈도 그 정도 시간을 기다리는 건 무리였다.

무리 이전에 의지는 남아 있더라도 수명이란 게 다할 거였다.

그렇기에 테스는 묘수를 하나 더 부렸다.

“알아. 하지만 과연 그대로 유지만 되고 있는 걸까? 기운이 움직이는 방향이 하나 더 있지 않아?”

“……아!”

“아래로도 내려오고 있잖아. 그리고 내려온 기운들은 분명 한 가지를 유도하고 있지. 보이지 않아?”

“각성이로군요. 억지로라도 각성을 더 이끌고 있는 거예요. 맞죠?”

“그래. 바로 그거야!”

그 묘수.

각성의 강화였다.

대범람, 마계 침공으로 인해 많은 자들이 각성을 이루고 있는 상황. 성지에서 퍼져 나가는 걸로도 속도가 또 한 번 대폭 오른 상황이었다.

꽤 많은 각성자들이 태어났고, 지금도 태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테스는 그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증폭하는 기운의 일부를 아래로 더 돌린 거였다. 거대한 기운의 순환만큼이나 각성을 돕는 건 없었으니까.

‘이걸로 각성자들이 늘면…… 그다음은 나와 같은 예비자들이 나오겠지.’

결국 각성도 확률 싸움.

각성 다음의 예비 승천자에 드는 것도 확률의 싸움이었다. 확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은가.

테스는 제 계획을 위해서 가장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으로 말미암아 얻는 효과는 하나가 더 있었다.

“얼마나 많은 자들이 각성할지가 상상도 안 가네요.”

“지금보다 열 배는 더 되겠지. 그리고, 중요한 건 말야. 이 각성자들이 굳이 이곳으로 찾아올 필요가 없다는 거야. 거기에 내 진짜 뜻이 있는 거지.”

“……또 효과가 있다고요? 그건 도무지 모르겠는데요.”

“후후. 쉽게 가르쳐 주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아? 이거는 한번 고민해 보라고.”

전엔 힌트를 준 테스였지만, 이번만은 알려주지 않았다. 여기까지 알려준 것만으로도 그로서는 많은 가르침을 준 셈이었으니까.

“알려줘요!”

“잘, 고민해 보라고. 그를 통해 분명 얻을 게 있을 테니.”

조르는 베빈을 두고, 테스는 슬그머니 몸을 내뺐다. 마법사인 그녀가 테스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익!”

테스가 사라지는 그 순간에도 열을 내는 그녀. 그러한 베빈을 두고, 테스는 의미 모를 미소만을 지어 줄 뿐이었다.

* * *

테스가 새로운 상승을 그리고 있던 그때.

-막아라!

-여기도 침투하고 있잖은가!

-전사들은 뭣 하고 있는 건가. 어서 저것들을 상대하지 않고.

콰아아앙-! 쾅!

신계는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기운들로 말미암아 격통을 겪고 있었다.

계속해 기운들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단순히, 약한 기운이었다면 상관없었을 터였다.

본래부터 신계는 저 지상으로부터 오는 기운을 동력 삼아 세력을 키워 왔으니까.

하늘로 올라오는 신앙이나, 믿음. 그러한 것들이 곧 신계의 힘이 되어 줬으니, 전이라면 기운이 온 것을 기꺼워했을 거다.

지금은 아니었다.

믿음과 신앙은커녕, 적대적인 기운만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 모든 기운의 기원은 테스였다.

신계의 그 누구도 신좌를 인정치 않는 신. 하늘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린 주제에, 천계를 도모하고 있는 타락자!

라고 칭하고 있는 그의 기운에 신계를 지켜야 할 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천사라 명명한 자들은 신성력을 뿌려야 했고.

휘이익-

성자로서 죽어, 신의 전사가 된 자들은 검을 휘둘러야 했다.

그로도 역부족이었다.

고대에 잠들어 있던 거인도 깨웠다.

온갖 해괴한 기운을 잡아먹는 게 거인이다. 고대부터 신의 신좌를 노리는 자들.

뒤를 생각하면, 이들을 봉인해 두는 게 맞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계에 빈자리가 너무도 많아졌다.

-추종자들은 아직도 복귀를 않는가?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추종자들도 분명 반신이지 않은가. 그들에게 죽음은 없다. 시간이 걸릴 뿐, 분명 돌아올 것이야.

-……귀환할 수 있도록 계속해 시도해 보겠습니다.

지상에서 죽은 추종자들은 돌아올 줄을 몰랐고.

저들을 축복하기 위해 내렸던 신성력의 양이 너무도 많았다. 그를 다시 복구해야 하나, 돌아오는 신앙심이 일절 없었다.

신계의 신들마저도, 제 신좌를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그러니 깨운 거인이었으나, 저들이 기운을 잡아먹고 자랄 걸 생각하면 천사들의 머리는 어지럽기만 했다.

어지러운 건 신계의 안위를 책임지는 자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위 상석. 신좌를 차지하고 앉은 자들도 제 머리를 쥐어 잡고 있었다.

-그러길래 내, 그냥 받아들이라 했잖나? 라그나뢰크가 일어나 봐야 결국 전쟁 아냐? 전쟁은 그냥 수행하면 될 일이고!

-그거야 네놈이 전쟁의 신이니 반기는 거겠지.

-헹. 그게 아니더라도, 받아들이라 했을 거다. 적어도 난 녀석이 마음에 들었거든.

-가장 먼저 그 힘이 해석된 주제에.

-야, 너 뭐라고 했어!?

-사도르. 네 종이라는 녀석이 죽어 나자빠지지만 않았어도 여기까지는 안 왔을 거란 소리다.

-헛소리! 망할, 엘렐 녀석아 예나 지금이나, 남 탓하는 거만큼은 변화가 없구만.

전사의 신 사도르. 마법의 신 엘렐.

숙적이나 다름없는 둘은 서로를 향해 다그치고 있었다.

신좌 중에서도 하위에 속한 그들이었으나,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적지 않은바. 대다수의 신들은 그들을 잠자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둘을 막을 만한 자는 뒤늦게서야 나섰다.

-조용!

-그만하지.

생명의 피리엘과 빛의 핀도르였다. 둘 모두 상석에 앉은 자들이었다.

현재는 저 아래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거대했던 신좌가 영락하고 있는바. 갈수록 영향력은 떨어지고 있더라도, 아직 남은 영향력은 막대했다.

-큼…….

-…….

그렇기에 두 신은 조용히 침묵했다.

스스스-

자연스레 이 상황에 불만을 표출하던 다른 신들도, 제 기운들을 집어삼켰다. 책이라도 잡힐까 두려워서였다.

신들이 지닌 신좌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지금.

조그마한 책이라도 잡혀, 신좌를 빼앗긴다면 최악일 테니까.

-…….

-…….

오직 침묵만이 가득했다.

그러한 침묵을 깬 건, 이를 만들어낸 피리엘이었다.

-많은 생명이 사그라들었다. 어쩌면…… 예언된 라그나뢰크가 이미 실행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그 간악한 마지막 녀석 덕에!

테스에 대한 성토부터 하는 피리엘.

생명의 신이며, 동시에 자애의 신을 데리고 있는 그답지 않은 모습. 신자들이 보기에 놀랄 만한 모습이나, 이곳에 있는 신들에겐 익숙하기만 한 모습이었다.

-신성력의 줄기가 끊어진 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몇 년 가지 못해, 그 간악한 녀석의 말대로 신계가 내려앉을지도 모르지.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겁니까?

-……어떻게라.

제 성격을 참지 못하고 묻는 사도르.

피리엘은 그런 그를 책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대한 침묵을 지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을까.

이 짧은 사이에도 수없이 많은 기운들이 천계를 침입하고, 계속된 침입으로 인하여 수많은 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 순간.

닫혔던 피리엘의 입을 대신한 건 핀도르였다.

-결국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그것들을 끌어들이는 수밖에는…… 답이 없지.

그 답을 들은 신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허…….

-저 아래의 것들을 또 말입니까?

-이번은 뭘 내줘야 할지 알 수가 없는데!

-그러기에 내 처음부터…….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격한 반응들이 터진다. 하위신조차도,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기에도 핀도르가 말한 계책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매한가지였으니까.

그러나.

뒤이어지는 그의 말엔 다시금 침묵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달리 다른 수들이 있는가?

-…….

-…….

그의 말대로 다른 수들이 더는 없었으니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더 없다면 내가 말한 바대로 수행토록 하지.

결국 핀도르의 말대로 실행될 수밖에. 달리 다른 수는 없었다.

다만,

-그러나!

-그러나라니…… 뭐요?

-달리 다른 수들이 있다면, 써 보도록 하게나. 지금은 우리도 필사적일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까.

핀도르는 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

-가능한 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막게. 그게 우리가, 아니 천계가 살 일일 테니까! 인과율에 상관없이 총력전으로 가지!

-제한 없이 말입니까?

-그래. 내 먼저 보여 주지.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걸 핀도르는 바로 증명했다.

화아아악-!

제 힘의 일부를 툭 떼어냈고. 그 힘의 일부를 저 아래로 던져 넣는 핀도르였다.

그 힘의 결과가 어찌 될지를 알기에.

-허…….

-진심이었구려.

앞으로 벌어질 파동을 예상하고 있는 신들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저 아래.

테스가 존재하고 있을 그곳에,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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