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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82화 (181/191)

제182편

챕터 7.

전투는 육체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무림에서보다 이 세계에서 그러한 법칙이 더 크게 통용되곤 했다.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버티고 선 테스.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으으음…….”

작게 흘러나오는 침음. 흘러내리는 땀보다도 그 안의 상황이 처참한 그였다.

쿠웅-!

‘……힘의 종류가 수도 없이 많아.’

수많은 종류의 힘들. 수많은 신들이 빚었을 힘들이 그의 내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종류가 많다 해서 힘이 약하지도 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강력했다.

무려 신의 세례를 받은 자들이 흩뿌려 내는 저주를 그 스스로 감당해 내고 있었으니까.

그가 감당해 내는 건 저 멀리서 오는 성국의 군세가 지닌 힘이었다. 아니, 대리자를 사용했을 뿐 신이 직접 보낸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수면을 거세하고.

식욕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피로함을 느끼는 걸 넘어, 몸이 스스로 삭게 만드는 저주들이 내려앉고 있었다.

테스와 그의 군세 수만을 향한 저주들이었다.

그 힘이 약할 리도 없거니와 홀로 받아내며 버텨내는 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스스스스-

그는 그러한 기적 같은 일을 어느새 홀로 감내해 내고 있었다.

* * *

그렇게 버틴 지도 꼬박 열흘이 더 넘게 지났다.

성국의 광기 어린 군대와의 거리가 하루 정도 남은 지금.

그도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미친 짓이었나?’

어느샌가, 입으로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악다문 입술 사이로, 단단한 이들이 금이 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허리는 굽고, 몸의 근육들은 뒤틀렸다.

온 몸이 뭉개져 가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 정도의 상처 따윈 문제도 안 됐을 터였다.

잠시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의 육신이 지닌 재생력이 회복을 도울 테니까.

회복 뒤엔 되레 더 단단하게 아물며 육신이 강건해졌을 게다.

그러니 지금은 그 잠시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었다.

“스, 스승님…….”

그를 돕겠다고 나선 제자들도 쓰러진 지 오래.

스스스스-

그가 미리 짜 놓은 진법조차도, 잔해만 남아 가루를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강력한 저주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도 처음부터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버티려고 한 건 아니었다.

‘방법이 없었다.’

그의 군세에 다가오는 건 무려 신의 저주였다. 강력한 걸 모를 리가 있겠는가. 피할 수 있다면 피했을 터였다.

하나, 피할 곳이 없었다.

그가 피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버티고 있는 그의 옆에 선 자들.

“적이 하루 거리에 왔습니다!”

“속도를 끌어 올릴지 모른다. 진형을 갖추도록!”

그를 따르고자 여기까지 온 군세가 저주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그의 군세라도 저주를 버텨내고 설 자는 소수의 강자들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그 스스로 저주들을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진법을 짜고, 자원해 온 제자들과 함께 쏟아지는 저주의 힘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로선 달리 선택권이 없기에 해 낸 일들.

“커윽…….”

“스승님!”

“주군!”

그 결과 찾아오는 고통은 결국 그의 허리를 굽게 만들었다.

* * *

굽은 허리보다도 그 내부는 더 엉망이 돼 있었다.

이갑자가 넘던 선천진기는 텅 빈 지 오래고, 내력조차도 쉬이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마력을 구성하는 서클은 흔들리다 못해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만큼 큰 한계였다.

단 한시도.

단 일 초도.

쉬지 않고 그 많은 저주들을 스스로 감내해 내야 했으니까.

그리해야만 그의 군세가 저들 성국의 군대가 오기 전까지 버텨 낼 수 있으니까.

그러기에 버텼다.

그러나 슬슬 그의 굳건한 정신조차도 무너져 내리는 듯싶었다.

‘……미친 것들. 대체 내가 승천하는 게 뭐가 그리 두렵다고, 이런 식으로 저주까지 뿌려 막으려고 하는 거야? 대체 왜?’

적이 다가오기도 전에 이 치욕스러운 상황을 놓고 싶어지는 그였다.

제 한 몸 정도는 어떻게든 빼낼 수 있음에도 버티는 이 상황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가 정신을 부여잡는 이유가 있었다.

“고, 곧 온답니다!”

버티고 선 그 옆을 지켜 온 그의 군세.

성국의 군대가 신의 세례를 받은 걸 알고 있음에도, 그의 곁을 지키고자 하는 군세를 위해 버티는 게 첫째 이유였다.

그리고 그 뒤, 둘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슬슬 보이고 있다.’

아무런 기반 없이 용병으로 생활하던 때도, 어떻게든 득을 취해오던 테스다.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해도, 그 가운데서 얻어낼 게 있으면 그는 언제든 쟁취해 냈다.

지금도 그러했다.

신의 저주가 쏟아지고, 신의 군세가 저 멀리서부터 축복이란 이름하에 공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힘이, 많은 양으로 쏟아지고 있는 건 다른 한편으론 그에게 기회이기도 했다.

신의 힘을 분석, 그 묘리를 깨달아가며 격을 올리는 그에게 온갖 힘이 넝쿨째로 굴러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기회다.

테스는 기회를 최대한 이용했다.

‘결국…… 조금씩이나마 해 내가고 있다.’

한계의 한계까지 버텨내며.

적인 신의 힘을 이해해 나갔고.

이해시킨 걸 기반으로 삼아, 한계치를 늘려 나갔다.

문제는 늘려 나간 한계치를 금세 신의 힘이 쫓아와 넘어선다는 거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한계가 찾아오는 만큼 끝도 보이고 있었다.

* * *

전사의 신, 사도르에 관한 이해가 가장 빨랐다.

그가 지닌 패도에 가까운 힘에 중(重)의 힘을 섞을 수 있을 때쯤. 사도르의 힘은 테스의 내면에 들어와 그의 힘이 돼 줬다.

자애, 행운, 재물, 농경…….

존재하는 수많은 신들의 힘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늘려 갔다.

그 방식이 옳은진 알 수 없었다.

‘그저 내 식대로 정의하고, 그 힘을 소화해 낼 뿐이지.’

전부터 실재하던 신들과 테스 자신은 전혀 다른 존재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스스로 정의를 내릴 뿐이었다.

그 정의가 옳든 그르든 상관없었다.

이해했다 여기는 순간, 그 내면에 들어와 힘이 되어줬으니까.

하나, 수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과연 상위 신들이라 이건가.’

인간 가운데서도 힘의 고하가 나뉘듯, 신 가운데서도 고하가 나뉘었다.

아니, 신이란 족속들은 그 차이가 더 심했다.

그들이 영역으로 삼은 곳의 차이에 따라, 격 자체가 달라지곤 했으니까.

‘빛이나, 죽음의 디렐은 차라리 쉬웠단 말이지. 직접 죽음을 겪었고, 마법으로 빛을 이해하기도 했으니까…… 문젠 다른 둘인가…….’

테스에겐 유독 두 신이 어려웠다.

생명신인 피리엘, 어둠의 아리엔이었다.

이 둘에 관해 정의를 내리는 게 그에겐 유독 어려웠다.

그 때문에 한계가 다가왔던 거였다.

계속해 한계치를 늘려서, 신의 저주들에 대적해야 하는데 새로 한계치를 늘리기가 어려웠으니까.

피리엘과 아리엔 둘이 가진 힘의 크기가 가장 크기까지 하니, 그가 점차 무너져 내려갈 수밖에.

그러다, 결국 한 가지 실마리를 찾았다.

‘생명이라…….’

피리엘의 생명에 관한 실마리였다.

‘……결국 생각해 보면, 선천진기로 다루던 것들이 생명 아니었나?’

그가 정의한 생명이라 하는 건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그의 몸 내부엔 선천진기라는 이름으로 생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디 그 힘뿐이랴.

그는 타인의 선천진기까지 갈취해 오며, 여기까지 일어설 수 있었다.

그 모든 경험이 그의 것이자, 깨달음이었다.

‘멍청하기는……! 어쩌면 가장 이해가 쉬운 힘이었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

생명에 관한 이해는 이미 얻은 지 오래였는데, 그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를 깨닫는 그 순간.

“후으…….”

그의 입술 사이로, 숨이 비어져 나왔다. 전보다 한결 더 여유로운 숨이었다.

그를 압박하던 두 개의 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던, 힘 하나를 이해하고 얻은 여유였다.

굽은 허리가 점차 펴지고, 없던 활력이 돌아왔다.

다 사라진 줄 알았던 선천진기가, 샘솟아 오르며 그의 힘을 북돋웠다.

순간의 변화였다.

그러나 시간으로 순간이었을 뿐, 그 내부는 영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깊은 변화가 있었다.

‘……이거였군.’

그 자신만의 완벽한 이해!

생명에 관한 정의를 내리자, 남은 건 어둠 하나였다.

이 하나만을 완벽히 이해하기만 한다면,

‘성국과 일전 따위는 필요도 없는 일이지. 그들과 일전을 벌이기 전에 이미 닿을 수 있으니까.’

신성을 얻어 승천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승천을 하기 전에, 저들 성국의 병사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아니, 꼭 승천을 바로 할 이유도 없었다.

성국 병사를 넘어, 그 성국 자체를 완벽히 전복시키고 올라가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터였다.

생명을 얻고 한계치를 끌어 올린 지금.

‘해 보자.’

테스는 여러 해 동안 꿈꾸었던, 승천을 이루고자 하였다.

어둠의 힘을 완벽히 정의 내리고, 그 위로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곧이야!’

금세 도달할 거라 여겨졌다.

얼마가지 않아, 생명의 힘으로부터 실마리를 잡았듯 또 다른 실마리가 보였다.

그 위로 도달하려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려는 그 순간이었다.

콰즈즈즈즉-!

[안 될 일이야!]

영문 모를 생각과 함께, 그에게 쏟아지던 저주의 힘이 일순간 끊어졌다.

한순간, 깨달음을 얻어가던 그의 몰아(沒我)가 순식간에 깨어져 나갔다.

한순간 느껴지는 미몽.

홀린 듯 느껴지던 멍한 상태를 그는 금세 깨트렸다.

미몽이 깨지고, 남은 건 하나.

“……이 망할 것들이.”

분노였다.

마지막 마무리.

그 하나만 완성했다면, 도달할 수 있었을 승천 실패에 관한 분노!

제 스스로를 완성해 가는 깨달음을 방해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화가 그를 집어 삼키는 듯 했다.

‘마지막 한 조각이 남았을 뿐인데!’

그 화를 숨길 생각도 없는 그였다.

스스스스-

그 주변으로 강력한 살기들이 흩뿌려졌다.

아군조차도 침음성을 흘릴 정도의 강력한 살기였다.

“끝까지 방해를 하겠다 이거냐. 그래.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야 이쪽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그 거대한 살기가 향하는 방향, 오롯이 한 곳만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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