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편
챕터 6.
[최후의 대전을 벌이라.]
[최후의 그날까지 순교를.]
[모든 걸 불살라 배교자에게 죽음을!]
.
.
결국 한 가지를 말하고 있었다.
일전!
성국의 모든 힘을 모아 단 한 합에 승부를 걸라는 의미였다.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성국의 교황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번은 전과 너무 다른 방식이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이전의 방식과 너무 달랐으니까.
차라리 음습한 방식을 쓰도록 만들었다면, 의문을 갖지 않았을 터였다.
신은 공명정대함을 말하지만, 불신자를 죽이기 위해선 악마보다도 더한 수단을 사용하게 하곤 하였으니까.
한데 일전이라니?
교황들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성전이 지속되면 계속 소모되는 전력이 있으니, 그를 방지하고자 하심이 아니겠소?
-적도 우리 성국을 잡아먹을 만큼 소모가 되지 않겠소?
-쓸데없는 소리. 되레 더 전력이 늘어나는 거 같더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요!
-……사실이오. 그곳에 우리 성국민들을 세뇌하더구려. 자유니, 해방이니 하며 성국민들을 세뇌하더군.
-허, 그런 말에 넘어가는 자들이 있단 말이오? 역시, 신앙이 낮은 것들이란…… 쯧.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 봤자, 결국 이들이 가진 선택권은 없었다.
신을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이들은 신의 뜻을 대행하는 대행자일 뿐이니까.
-어쨌건 상황이 말해 주지 않소. 결국 대제전을 벌이는 게 답이오. 신들께서 내려 주신 계시대로!
-……대제전!
계시가 말해 주는 대로 대제전을 벌이는 수밖에.
문제는, 그 방식.
성국의 남은 힘을 다 모아들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관리자, 성기사, 신관…….
성국의 각 영지마다 파견돼 있는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면 끝이다.
여태껏 살아남은 그들이 성국의 최고 전력이요, 정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크흠.
-…….
어떤 교황이든 밖으로 꺼내기 꺼려하나, 결국 논의해야 할 문제.
-……전력 차는…….
-신앙이 부족한 불신자들을 계속 세뇌하고 만들어 대니…… 우리가 조금 떨어지는 것도…… 맞지 않소.
현실적인 전력 차!
테스의 어센션군은 꾸준히 성국을 꾸준히 잡아먹었다.
잡아먹으며 희생도 뒤따라야 할 텐데, 그들은 그러한 희생도 적었다.
성국의 영지를 아래부터 뒤흔들고, 위를 쳐버리는 그 방식은 여전히 유효했으니까.
성국으로선 가장 큰 약점을 찔려 버린 셈이었다.
작게나마 희생이 있긴 했다.
전쟁은 전쟁이기에, 테스의 어센션 군도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문제는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지 성국으로선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저들의 전력은 전쟁을 벌일수록 강해져만 갔다.
전쟁이 지속될 때마다, 새로운 강자들이 출현했다.
결국 어센션군의 수가 아니라 질이 문제였다.
압도적인 강자가 수백의 약자를 쓸어버릴 수 있는 게 이 세계 아니던가.
이러한 세계에서 전쟁마다 강자가 튀어나오는 건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
이 순간도 전력 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셈.
결국 실적인 문제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계시고, 예언이고 간에 이대로 가면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지 않은가.
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죽음신 다렐의 교황이 운을 띄웠다.
-생명 역전의 사용을 허가할 생각이오.
-……생명 역전! 그걸 말이요!? 피리엘께서 허락하시겠소?
생명 역전.
죽음신 다렐 교단이 지닌 비기 중 하나. 남은 생을 앗아가는 대가로, 죽음을 회피하는 비술이었다.
쉽게 말해 다렐의 신관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내는 방식.
일반 언데드와 다르게 신성력을 부리고, 생전의 기억조차 그대로 간직한 그들은 꽤 강대한 전력이었다.
죽이더라도 다시 죽음에서 깨어나니까.
문제는 그 허락.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생명신 피리엘의 허락이 필요했다.
-……신께서 허락하셨소. 생명 역전을 도와주라 하시더군.
-허! 그분께서 큰 결단을 하셨구려!
-그러신듯하오. 우리는 여기에 신실 주입을 해 줄 생각이오.
-……!! 그걸 말이오?
-몇 번이고 허락하시더군.
한데 피리엘은 허락을 넘어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신실 주입.
생명신을 모시는 신도를 희생하여, 타인의 생명력을 늘리는 방식. 열이 죽어야 하나를 살릴 수 있으니 효율성은 극히 낮았다.
그러나 약한 자 열을 죽여, 강자 하나의 생명력을 길게 잇는다는 점에선 꽤 매력적이었다.
그 잔혹함만 제외하곤!
수많은 피리엘의 신관들이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여, 삶을 길게 이어 나갔다.
그 대상은 성국민!
그들은 성국민의 노동력과 신성력 착취뿐 아니라, 그 생명조차 희롱하며 취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신관 삼천의 목숨을 내놓으라 하시더군.
-……삼천!
착취 대상으로 성국민이 아닌 신관들이 선택됐다.
성국민을 죽여 가며, 얻어온 긴 삶이다.
그러한 삶이 녹아 있는 신관 하나가 죽으면?
다량의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 얻은 생명력을 다시금 생명 역전으로 역전시킨다면?
죽음이 멀어진, 죽지 않는 전사들이 만들어진다.
이전 생의 기억과 힘을 고스란히 지닌 것도 모자라, 더 강화된 개체들이!
-……가능성이 보이겠군!
-허허.
그뿐이랴.
교황들이 신에게 허락받아 온 비기들은 수없이 많았다.
-우리 재앙의 신관들은 그들에게 재앙의 마차를 보낼 생각이오.
-마법의 엘렐께서, 저들 방식을 흐트려 주겠다 하시더군.
-전사의 신 사도르께서, 새로운 비기를 허락하셨소.
-저들이 지닌 재물들은 삭아 버릴 거요. 신께서 그리 만드실 테니까.
죽음, 생명, 재앙, 전사, 마법, 농경, 행운…….
이곳에 자리한 교황들이 내걸 수 있는 온갖 방식의 저주와 술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전, 성국이 성립도 되기 전에 극비리에 사용되었던 술식들. 신도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나, 그 강력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 정도라면…….
-가능할 거 같지 않소?
수많은 비기를 꺼내 보이자, 교황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승전 가능성, 그 너머를 본 것이다.
그 너머를 보자, 이들은 어센션군을 보고 갖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가능하다마다, 이 힘이라면 저 빌어먹을 제국도 고꾸라트릴 수 있지 않겠소?
-흐흐, 제국이라…… 힘이 남는다면 그들을 잡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지.
-변절자를 버리고 새로운 성국을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어센션 군을 상대로 승리는 당연하고, 제국까지 넘볼 수 있다 자부하는 자가 나올 정도였다.
이미 승리한 듯, 그 전리품을 두고 탐욕스레 눈을 돌리는 자까지 있었다.
실제 말도 안 되는 토론까지 이어졌으니.
-나는 승리를 한다면 어센션의 동부를 가져야겠소이다.
-허어, 그곳은 우리 마법의 신께서 바라는 곳이거늘!
이곳은 신관들이 자리한 곳이라기 보단, 탐욕스런 상인들이 자리한 곳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기야, 누대를 이어가며 쌓아온 탐욕이었다.
그러한 탐욕의 정점에 있는 게 이 세계 교황들이었으니, 별달리 이상한 일도 아닌 터.
타락의 끝에 다다라 있는 이들을 걱정할 이유가 있겠는가.
-자자,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게 어떻소. 계책부터 시행해야 하니!
-좋소! 얼른 합시다!
-흐흐흐. 나는 이미 준비가 돼 있소.
당장 저들이 부린 탐욕의 결과로 만들어질 희생양들이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대의가 아닌, 탐욕에 의해 만들어질 희생이었으니까.
* * *
얼마 뒤.
희생을 당할 자들이 추려졌다.
성국의 정예들. 본래, 수십 년이 지난 뒤엔 교황이자 주교가 될 자들이 그 안에 다수 포함됐다.
현재를 위해서 미래를 팔아 버리는 셈이었다.
그들은 비술을 위하여 서로를 희생시켰다.
“엘렐이시여! ……커윽.”
“저에게 새 생명을…….”
제 목숨과 영혼을 버렸다.
성국을 지키고자 나서는 그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경건하였으나.
“커윽…… 나는 살아야…….”
“내가 더!”
실제를 살피면 서로를 잡아먹는 아귀판이나 다름없었다.
서로를 위해 희생하기보다는, 다른 자의 희생을 짓밟고 자신만은 살아남고자 하였으니까.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순간이었기에, 평소의 가식조차 버려 버린 그들의 모습은 적나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아귀판이었으나, 위력은 확실했다.
쯔즈즈즈즉-
희생이 희생을 낳아 중첩되는 비술의 힘이 일순간, 거대한 파동을 일으켰다. 파동은 이 세계가 지닌 차원의 벽을 뒤흔들 정도였다.
그 파동의 결과.
-흐으…… 이게 새로운 힘인가.
-키킥, 처음부터 이리 됐어야 해.
악신자 이상의 것들이 만들어졌다.
-흐으으…… 피리엘이시여…….
신에게 버림받아 타락한 악신자완 다른 이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희생자 따윈 잊은 지 오래였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 주어졌음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악신자 따위를 왜 만든다고 난리를 친 거야? 차라리 이 비술을 먼저 썼으면 될 것을.
-맞는 이야기야.
그들이 욕하는 악신자들도, 이전엔 자신들과 같은 처지였다는 걸 모르는 채로.
이들은 곧바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을 사용했다.
-가는 길마다, 굶주림을 느끼도록 하자고.
-나는 수면을 거세하지.
-키킥. 과연 막을 수나 있으려나.
곳곳에 신의 저주가 뿌려졌다.
-……신의 뜻대로.
-일어나라.
일부는 제가 가진 힘을 희생당한 사체들에 뿌렸다.
그 사체들을 일으키자 죽은 자로부터, 신의 전사가 새로이 만들어졌다.
죽어도 죽지 않는 생명 역전의 비술이 주변에 흩뿌려진 셈이었다.
그뿐이랴.
-세례를 받으라.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듯, 곳곳에 주체 못 할 신력을 흩뿌렸다.
그리고 그들이 세례라 칭한 신력이 신관들의 속을 파고들며 강화시켰다.
이전보다 더 강화된 광신자의 군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광신자의 군대는 모습을 갖추자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동쪽으로…….
-불신자들에게 죽음을…….
그 진격 방향은 어센션군이 존재하는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