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편
챕터 3.
성국에서 벌어지는 참사.
그것은 차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달리 다른 차별이 아니었다.
“제 나라 국민들인데 저리 두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우습다 못해, 미친 짓이지 않겠습니까.”
저들은 신을 모시는 자들의 믿음을 두고 차별을 가했다.
“다시 봐도 처참하군요.”
“……미쳤어.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고.”
그 차별의 방식.
오래 농노 생활을 해 온 어센션 군 병사가 봐도 지독할 정도였다.
대상을 나누는 방식도 우스웠다.
교황, 주교, 신관, 신병, 관측자…….
신을 믿는답시고, 신성력을 행하는 그들. 그들은 성국의 모든 노동에서 해방되어 있었다.
그렇담, 노동이 필요한 남은 부분들은 누가 행해야 할지 뻔하지 않은가.
바로, 성국에게 있어 신성력을 스스로 부리지 못하는 자는 믿음이 부족한 자였다.
믿음이 부족한 자는 그들에게 있어 철저한 차별의 대상이 됐다.
성국에서 필요한 모든 노동력을 제공함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일들이 벌어졌다.
어센션군이 방금 해방시킨 요새.
그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꾸라트린 09 요새, 그 주변 곳곳에서 착취가 벌어지고 있었다.
“커흑…….”
“……하, 할당량을 채워야…….”
그들을 관리하던 관리자는 전쟁 통에 죽어 버렸음에도, 이들은 끝없이 노동을 이어 가고 있었다. 원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는 할당량!
도무지 한 사람이 해내기 힘들, 그것을 해내야만 쉼이 허락되었기 때문.
조금이라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허락되지 않은 쉼을 스스로 할 경우.
즈즈즈즉-
“크아아악!”
그들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가 신성력을 뿜어내며 고통을 줬다.
아이러니하게도 저 목걸이는 자애의 여신 데칼이 만들어낸 물품이었다. 본디라면, 신관들이 고행을 위해서 사용해야 할 물품.
그것이 착취를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누가 자애를 떠올리나.”
“더한 것들도 있잖습니까?”
이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착취에 이용되고 있었다.
신관들의 고행, 성기사의 수련을 위한 도구가 통제 장치로 사용되는 건 기본이다.
데에엥- 데엥-
“오오…… 데칼이시여.”
“……피리엘이시여. 오늘도 이 부족한 생명을…….”
일정한 시간이 되면, 종이 울리고 강제 기도 시간이 시행되었다. 그때가 되면, 착취당하는 성국민들은 몸에 쥐고 있던 도구들을 땅에 내려놓고 기도를 올렸다.
농기구나, 작업 용품을 내려놓으니 몸은 더 편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겐 기도조차도 고통이었다.
“크아아악!”
“……큿…… 크으으…….”
신성력이 부족하다 해도, 그들이 기도를 드리면 만들어지는 아주 작은 신성력이 있는 터. 자기 자신은 부리지 못하더라도, 극소량의 신성력은 언제고 생기는 법이었다.
그들 몸에 있는 착취 도구들은 그러한 신성력을 빨아들였다.
기도를 드리고 만들어진, 아주 작은 신성력조차 저들이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법사로 치면, 일반인의 마력을 강제로 빨아들이는 거와 같은 행위.
“……미쳤어. 후.”
“우리 마탑에서도 저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성국에서 보기엔 극소량의 신력.
그러나, 착취당하는 성국민에게 있어선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작은 신성력이다. 그 작은 신성력을 빼앗기는 고통이 작을 리가.
테스가 적의 선천진기를 빨아들일 때, 적이 고통스러워하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데에엥- 데에엥-
그러한 신성력 착취가 일정 시간 동안 이뤄졌다. 종이 칠 때마다.
그리고 모아진 신성력은.
스스스스-
그들로부터 이어진 기구들을 타고 한데 모아진다.
모아진 신성력이 향하는 곳은, 그들을 착취하는 자들이 모인 성국의 요새!
그 중심에 있는 거대한 홀에 신성력이 모여야 했다.
그리 모인 신성력을 통해, 성국은 신관들과 성기사의 성장을 도모함은 기본이었다. 이 외에 요새 강화나, 성물들을 만드는 데 착취한 신성력을 사용했다.
결국 성국이 만들어낸 모든 결과물들은 저러한 착취로부터 이어지는 거였다.
고오오-!
그러한 착취의 결과물이 이젠 비어 버린 신성 홀에 안착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방해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게 테스였다.
“안 될 일이지.”
그는 손을 뻗어, 다가오는 거대한 신성력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였다.
본디 내공을 떠나 마력을 익힌 그가, 신성력을 제 몸에 흡수하는 건 미친 행위. 그러나 힘을 빨아들이는 그는 한 점 망설임조차 없어 보였다.
꿀꺽.
아주 자연스레 다가드는 신성력 전부를 제 몸으로 흡수할 뿐이었다.
“……좋군.”
그에겐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몇 개의 요새를 고꾸라트리는 동안, 그는 신성력을 몇 번이고 흡수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성국의 침략 당시, 악신자를 고꾸라트리며 얻은 노하우가 있었으니까.
그에게 있어 이 세계 신들이 지닌 신성력은 그가 다루는 힘과 미묘하게 다른 힘일 뿐이었다.
이를테면 강의 묘리나, 중의 묘리들이 극한으로 단련돼 사용하는 걸로 보일 뿐이랄까.
그 자신이 제법 경지가 오른 지금.
‘이제 이런 신성력은 단지 흡수할 대상일 뿐이지. 내가 힘의 묘리에 대해 이해하기에 좋은 교보재일 뿐이고 말야.’
그에게 있어, 신성력은 아주 좋은 착취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한 신성력을 전부 흡수한 그.
그는 단순히, 흡수함으로 끝내지 않았다.
“이 요새는 데칼의 힘인 건가. 자애의 여신이라고 알려진 주제에…… 실제 사용하는 힘은 대단히 패도에 가까운데. 초대황제의 부인이라더니, 성격이 비슷했을지도?”
내부로 들어온 신성력이 반발하는 가운데, 그 힘을 분석해냈다.
완벽한 분석을 해내면, 그 뒤 그가 해내는 건 소화.
즈즈즈즉-!
비어 있던 그의 손에서 힘이 피어오른다.
데칼의 힘과 비슷한 방식!
“재밌네.”
그가 순식간에 분석하고, 소화함을 넘어 새로운 묘리를 알아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성국이 지닌 힘들을 하나, 둘씩 제 것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얻은 힘은 곧바로.
“너희들도 한번 맛보도록 해. 이번 건 꽤 재밌거든.”
-명대로!
“그게 스승님의 뜻이라면요.”
그가 창조한 수호자와 그를 따르는 의선문 제자들에게로 전달됐다.
그가 고르고 고른 제자들. 의선문의 일각을 차지하는 에나나 프로스만큼이나 높은 재능을 가진 아이들에게로 힘이 쏘아진다.
스스스스-
그들은 천품에 다른 재능과 전에 얻은 각성의 힘으로 말미암아, 테스와 비슷하게 그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비록 그 효율이 테스만 못하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우오. 이번 건 저랑 아주 잘 맞는 거 같습니다?”
“후우……. 이건 전 무리네요. 그래도 얻은 게 아주 없진 않아요. 후후.”
제 나름 방식으로, 그 힘을 흡수하고 얻는 바가 있었으니까.
적의 힘을 강탈.
강탈한 힘을 제 것으로 삼아 강화되는 테스의 방식.
그러한 그의 방식으로 어센션의 모든 자들이 강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거의들 소화했구나.”
“덕분에요.”
-90% 이상 분석 완료. 사용까진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강해지면, 테스는 바로 이다음을 시행했다.
성국의 국민들이 강탈당한 힘.
이 힘을 흡수만 하고, 떠난다면 테스와 어센션군도 결국 성국의 착취자들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쯤이면 됐다. 이제 다음을 바로 시행해야지?”
“물론이죠.”
테스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 * *
테스를 비롯한 그들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방식. 그건 바로 해방이었다.
“으으……. 주, 죽습니다! 죽어요!”
“걱정 마라. 죽을 이유도 없을뿐더러, 금방이면 해결되니까.”
“으아아아!”
철컹.
그들을 착취하게 만들고 있는 원동력. 데칼의 목걸이와 기이한 수련 도구들이 그들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테스와 의선문 제자들의 손을 통해서였다.
“사, 살았어……?”
“죽지 않는다고 했잖느냐.”
그들을 가두는 힘. 신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로부터 얻은 힘을 가지고, 이들을 풀어주는 게 테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의였다.
테스는 이들에게 선의를 베풀면서도 하나는 잊지 않았다.
“어딜!”
스스스스-
테스는 그들 손에서 벗겨진 도구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신성력을.
남은 모든 신성력이 떠돌아 사라지기 전에 모두 챙겨 넣었다.
단 한 줌의 힘이라도 성국에게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거였다. 그렇게 테스는 적들의 힘을 모두 회수하는 한편, 착취 받는 자들에게 자유를 찾아줬다.
“가, 감사합니다!”
“오오…… 신이시여……. 아니, 아니 신이 아니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유를 찾은 이들은 자연스레 그들이 모시던 신을 찾지 않았다. 그들을 강제하던 신이 아닌, 그들에게 자유를 이끌어 준 테스를 따랐다.
영원토록 지속될 듯한 착취.
그러한 착취 한가운데서 구해주었으니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들은 테스에게 감사를 표하는 한편으로, 테스에게 새로운 힘들이 되어 줬다.
“다음 요새까지 가는 길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름길을 알고 있습니다요!”
이전에도 그러했듯, 그들은 해방을 시켜 주자마자 그들이 아는 성국에 대한 모든 것들을 성토하듯 내뱉어 주었다.
요새의 정보, 지리, 관련된 마을, 관리자의 신상…….
그 모든 정보들을 아는 만큼 테스에게 넘겨줬다. 언제나, 테스로서도 놀랄 만큼 꽤 많은 정보들이 모였다.
“여기 성국은 보안이 너무 취약하단 말이지.”
“데칼 목걸이를 믿고 있던 거겠죠. 자신들이 아니고서야, 다른 자들이 풀어 줄 수 있을 리 없다 생각했을 테니까요.”
“우리로선 핵심을 찌른 셈이로구만. 어쨌건 좋아. 이리 정보가 모였는데, 써 주는 게 예의겠지.”
테스는 그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전을 구상했다.
‘공성전도 좋지만, 더 좋은 방법도 있지.’
정보가 넘치다 보니, 금방 짜낸 작전임에도 꽤 그럴싸한 계획이 만들어졌다. 성국에 와 새로이 주는 전략의 변화.
그 계획을 전부 들은 어센션의 핵심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제대로 먹히면, 금방 성국이 무너지겠는데요?”
“그뿐일까. 저들로선 핀치에 몰려서 있는 걸 다 꺼내놓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때가 우리가 노리는 때가 되는 거지.”
그 방식이 꽤나 적나라하며 효과적이었기 때문.
“본래라면 적을 끝자락에 몰아 버리는 거보다, 슬쩍 틈을 주는 걸 추천드렸겠습니다만은…… 이번엔 그리 조언은 못 드리겠군요.”
“광신도를 상대론 반대로 해야 하는 거니까.”
“예. 바로 그 때문입니다. 뭐, 좋습니다. 주군이 이리 작전을 짜 주셨으니, 실행을 위한 세밀한 부분은 제가 맡지요.”
그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작전은 금방 만들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무운을 빌지.”
“다녀오죠.”
“저희 또한 최대한 흔들어 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계책이 바로 실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