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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75화 (174/191)

제175편

챕터 25.

“속도를 끌어올려라!”

방위군 총지휘관을 맡은 테론. 그에게 있어 제1의 고향은 어센션이었다. 그를 굶주림으로 내몰다시피 한 진짜 고향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런 그가 성국 군대를 상대로 한 방위군을 맡게 된 건 개인적으로 영광이요, 그에겐 사명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제2군에 현자였던 오샤프를, 제3군에 필른을 지휘관으로 두고 출격할 당시.

“주군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막아 보자고.”

“그래야죠.”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자신만만하게 진격을 나섰었다.

세 군으로 나뉘었으나, 어느 쪽으로 쳐들어오든 상관은 없었다. 어디로 오든 간에 달려가, 성국의 군대를 몰아낼 각오였으니까.

한데, 성국이 노린 곳은 그가 있는 곳이 아닌 어센션 그 자체였다.

다시 돌아오라는 명을 받자마자, 그는 황급히 움직였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활용해서 정예들은 보내도록!”

“그럼 남은 병사들은 어찌합니까?”

“그들은 내가 이끌고 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러니, 이사르 자네가 제대로 해 줘야 하네. 주군을 위해서 말야.”

“……명 받잡겠습니다.”

텔레포트로 움직일 수 있는 소수는, 정예로 채워 보냈다.

그도 가고 싶었으나 남은 병사들이 있었다. 어센션 군의 충성도는 말할 나위 없이 높으나, 충성도 이전에 그들을 이끌 지휘관은 필수였다.

어쩌겠는가.

그도 주군의 옆에서 검을 휘두르고 싶으나, 그 이전에 그가 해야 할 일은 지휘관으로서의 일을 충실히 행하는 거였다.

“어센션이 위험하다! 전군! 급속 전진!”

“명!”

“전진!”

병사들도 같은 마음일 터.

충성도만큼이나 훈련이 잘 된 어센션 군들은, 떠나온 어센션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위로 올라가는 사이 두 개의 군을 만났다.

“오샤프!”

“총지휘관, 오랜만입니다. 후, 이렇게 뵐 줄을 예상도 못 했으니…… 이제 슬슬 현자란 타이틀도 내려놓아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려.”

처음 만난 건 2군. 현자 오샤프가 이끄는 군이었다. 그는 테스의 명을 받고 내려가는 중간에 귀족군들을 규합하여 그 수를 불린 지 오래였다.

그다운 수완을 부린 셈이랄까.

그런 그조차도 성국의 침공 루트는 제대로 예상치 못했다.

“이는 나도 예상 못 한 일이네. 성국이란 것들이 그런 식으로 몬스터를 부릴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한 바이지 않나.”

“쯧…… 그들이 어찌 교세를 확장했는지, 알 만합니다. 어쨌건 속도를 끌어올리죠.”

“그럽세!”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 테스가 있는 어센션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는 일뿐이었다.

북쪽으로 얼마나 향해 갔을까. 마법 장비와 내공을 사용해 가면서도, 슬슬 병사들이 지쳐 갈 무렵.

“필른!”

“……충성! 총지휘관님을 뵙습니다!”

이사르와 함께 어센션군의 노력파로 알려진 필른의 군대가 합류했다.

이사르가 지휘관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필른은 제3군 지휘관이 되지 못했을 터였다. 다소 무력이 떨어졌으니까.

그러나 지휘 능력만큼은 출중하였던 그다.

지금 이 순간도 제 기량을 발휘하였는지, 그가 이끈 병사들의 상태는 제법 쌩쌩해 보였다.

‘지휘관에 관련한 재능만큼은 나보다 위일지도.’

가장 오래 테론의 지휘를 받은 제1군 병사들보다도 그 상황이 나아 보였으니, 그의 능력을 알 만한 대목이었다.

“지금부터는 자네가 병사들을 더 이끌어 주는 게 낫겠군.”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병사들의 상태를 보게나. 부끄러우나, 제1군 병사들보다 제3군 병사들의 상황이 더 낫지 않은가. 그만큼 자네가 잘 이끌었단 이야기겠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라니! 그런 게 운으로 될 리가 있나. 자네 실력임을 이미 알고 있네. 해서 내 부탁 하나만 해 볼까 하네.”

“예?”

테론이 보기에 다른 자도 아닌 그라면, 자기 몫을 대신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본디 내가 총지휘관으로서 할 몫은 병사들을 이끄는 거네만…… 지금 상황에선 자네가 맡아줌이 어떤가? 대신, 나는 먼저 가 보려 하네.”

“아! 이해했습니다!”

그가 병사들을 이끌어 주는 사이, 테론 홀로 경공을 펼쳐 달린다면 어센션까지 가는 속도는 더 빨라질 터.

한시라도 바삐 달려가 주군을 돕고 싶은 마음에 하는 테론의 말이었다.

그 진심이 전해졌을까.

제 능력은 뛰어나도, 자랑스레 나서는 법이 없는 필른이 테론보다 먼저 말을 이었다.

“병사들은 맡기고 가십시오! 남은 건 제가 오샤프와 책임져 보이겠습니다.”

“……믿겠네. 그리고 미안하네.”

그는 흔쾌히 테론의 말을 받아들였다.

“별말씀을! 그럼 어서 가시길!”

“먼저 가네!”

테론은 그런 필른에게 제 견장을 떼어 주고는, 바로 달려 나갔다.

테스가 맡긴 총지휘관이란 직책을 두고 달려 나가는 일. 테스의 성격대로라면, 후에 그를 두고 엄벌을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테론도 그런 테스의 성격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러나 제 고향인 어센션이 무너지는 걸 상상하느니, 차라리 엄벌을 받는 게 그에겐 나은 일이었다.

‘어떻게든…… 지키러 가겠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제 발로 펼치는 경공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천품 중에서도 최고 재능을 지닌 테론이었다. 그런 홀로 치고 나가는 그의 속도는 순식간에 빨라졌다.

‘얼마 남지 않았다.’

전쟁이 벌어졌다 알려진 곳. 울픈 산맥 지류가 그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는 비축해 뒀던 내력을 소모해 가며, 속도를 올렸다. 산맥 지류에 도착하는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맞이할 게 전장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의 눈을 가득 채운 건 전장 따위가 아니었다. 전장이 끝나고 남은 잔해. 그 잔해들을 치우고 있는 병사들이었다.

테론의 눈에 익숙한 자가 하나 보였다. 방위를 위해 먼저 보냈던 이사르였다.

한창 병사를 관리하고 있던 그를 향해 테론이 다가갔다.

“이사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어떻게 벌써…… 아아, 먼저 달려오신 거로군요. 그럴 필요는 없으셨을 텐데.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승리는? 아니, 패배했다면 이 상황일 리가 없겠지. 대체 어떻게 된 건가.”

“그것이…….”

긴박했던, 아니 오로지 성국만이 긴박한 가운데 벌어졌던 전투.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테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국과 더불어 이강이라 불리는 성국과의 전투치곤 너무도 싱거웠으니까.

‘……일방적이었구나.’

이사르의 말대로였다. 이토록 급히 달려올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가 달려온 게 전혀 쓸모가 없는 건 아니었다.

“테론 님!”

병사 중 하나가 그를 향해 급히 다가오고 있었다.

“테스 님께서 오신 걸 알고 찾으십니다!”

그의 주군의 부름을 담고서.

* * *

테스는 테론을 부르자마자, 질책부터 했다.

“본래라면 당장 벌을 내렸을 걸세. 지휘관이 병사를 두고 오는 게 정상적인 일은 아니니 말일세.”

“……면목이 없습니다.”

지휘관으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한 그에 대한 질책이었다.

다만 그는 막무가내로 벌만 내릴 생각이 없었다.

꼭 육체에 가하는 벌만이 벌은 아니었으니까.

벌을 대신해 공을 세우게 하는 방식도 있지 않은가.

테스는 그걸 택하였다.

“그렇다 해도 자네의 심중은 이해하니, 벌을 대신해 다른 명을 내릴 생각인데, 어떤가?”

“명이라 하심은……?”

“자네가 이어 도착할 병사들을 대신해서 진격할 준비를 하게나. 적들이 길을 뚫어줬는데, 안 써먹는 것도 우습지 않나?”

진격이라. 테스가 말하는 바를 이해 못 할 그가 아니었다.

“그 말씀. 설마…… 성국을 향하는 겁니까!?”

놀라 묻는 테론에게 테스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자네는 이번 일로 선봉대를 지켜야 할 거야.”

“……그게 벌이라면, 되레 영광입니다!”

“후후. 죽을지도 모르는데, 영광은 무슨. 어쨌건 준비하게나.”

“명!”

그로부터 진격 명령이 떨어졌다.

* * *

“명을 완료하였습니다!”

“잘했네!”

테론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른이 이끄는 병사들도 산맥 지류에 도착했다.

테론의 예상대로 병사들의 상태는 좋은 편이었다. 장기간 행군을 했음에도 지친 기색조차 적었다. 그만큼 필른이 제대로 병사들을 통솔했단 의미.

“쉴 시간을 주고 싶으나, 아쉽게도 그리하지는 못할 듯하네.”

“그렇다 하심은…….”

아무래도 병사 통솔은 그대로 필른이 맡는 게 맞다 여기게 된 테론이었다.

‘전략은 오샤프가 맡게 하도록 하고. 특수군으로 받은 의선문 제자들은 알아서 움직여 줄 터이니, 나는 전체적 지휘만 맡으면 되겠군.’

제 나름 군세를 어찌 다룰지 정리한 테론.

그는 곧바로 테스의 명을 전달했다.

“진격 명령이 떨어졌네. 위치는 성국. 가는 길은 저들이 뚫어 준 울픈 산맥이 될 것이야.”

“……고된 길이 되겠군요. 제아무리 성국군이 뚫어 놨다 해도, 새로운 몬스터가 출몰할 테니까요.”

“그렇다 해도 가야지. 감히 어센션을 쳐들어온 놈들이지 않나.”

“반나절의 휴식 후, 정비하여 바로 행군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부탁하겠네.”

“명!”

명을 받은 필른. 그는 행군의 피로도 느끼지 못하였는지, 곧바로 장교들을 소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진격 루트를 짜낸 그는 바로 다음 아침이 되자마자 병사들의 진격을 명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진격!

군세의 바로 앞에는 벌을 대신하여 선봉을 맡게 된 테론이 존재하고 있었다.

* * *

그는 진격을 하면서도, 내심 걱정했다.

누구나 알 듯, 울픈 산맥은 몬스터의 천국. 영주급 몬스터도 심심찮게 등장하며, 전설의 드래곤도 존재한다 하는 곳이 울픈 산맥이었다.

성국 군대가 뚫어 놨다고 해도, 그 길은 금방 메꿔질 게 분명할 터였다.

몬스터가 지닌 번식 능력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니까.

설사 하급 몬스터라도 그를 뚫어내기 위해선, 상당한 수고를 해야 할 터. 꽤 많은 병사를 희생할 각오로 그는 선봉에 서 있었다.

‘어떻게든 막아낸다. 그게 내게 기회를 주신 테스 님을 위한 일이니까.’

적어도 그가 지키고 선 선봉에서만큼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각오를 다지며 나아갔다.

한데, 그러한 각오가 현재는 전혀 쓸모가 없게 느껴지는 테론이었다.

‘대체 저것들은 뭐지?’

쿠우웅- 쿵-

선봉에 선 그보다도 더 앞.

분명 그가 이끄는 군세가 아닐진대, 그를 대신하여 길을 뚫어대는 존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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