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의선, 황제되신다-166화 (165/191)

제166편

챕터 16.

거절한 이후로도 몇 번의 사절이 더 찾아왔다.

“불가!”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하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 제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게 보이는 순간, 내 검이 향할 건 오시아요.”

“안 되오!”

그때마다 테스가 내놓은 대답은 ‘불가’.

바꿀 여지가 없는 문제였기에, 그로선 사절의 방문은 귀찮은 입씨름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가는 만큼 그들은 애가 달아올랐다.

아니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가.’

저들이 회담을 요청하는 만큼 테스는 시험을 앞당겨 치렀다.

시험을 행했으니 합격자가 나오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간이 앞당겨져 합격자 수는 적으나 그 결과를 받은 합격자들은 분명 계속해 배출됐다.

그 수만 하더라도 두 번을 더하니 오십을 넘겼다.

그들 중 소수만이 테스의 영역이나, 마스키지언, 제국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고 문파를 개파했다.

그 수가 채 스물이 되지 못했다.

그러면 남은 다수의 제자들은?

그들은 오시아를 향했다.

-안 그래도 오시아로 간 사형들이 문파가 가장 거대하다는데?

-제국은 안 그래도 거대 검파가 있고. 스승님의 영역은 의선문에 밀릴 수밖에 없으니까.

-마스키지언이야 많은 인구가 되려 여기로 왔잖아. 그러니 남은 건 오시아 뿐이지.

-다들 넘어가자고.

다른 어떤 곳보다도 오시아 왕국이 기회가 많은 게 첫째 이유요.

그 둘째 이유는 테스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줬다.

“스승님 이게 다 뭡니까?”

“먼 길을 간다고 하는데, 스승 된 도리로 이 정도는 챙겨줘야지.”

“……이 은혜를 어찌! 감사합니다!”

저 멀리 오시아로 갈수록 테스의 지원이 커졌다.

새로 정착하는 가운데 이뤄진 지원은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지원이 크면 클수록 그 힘은 더 유효했다.

그 지원이 제자들이 오시아로 향하게 하는 둘째 이유가 됐다.

-또 왔단 말인가!

-더 북부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허어! 어서 막아야 하거늘!

덕분에 오시아로선 점차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 영지에 자리 잡은 문파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 수는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었고, 그들을 따르는 무리가 생겨났다.

-여기에 오면 연공법을 배울 수 있는 게 맞습니까?

-저희 좀 도와주십쇼!

-저곳에 몬스터가 있습니다. 제발 토벌을 좀…….

그 무리를 토벌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었다.

문파들 모두 서로가 문연으로 묶여있지 않은가. 한 문파가 일을 당하면, 다른 문파가 나서 그를 처리함을 도왔다.

전에 개파한 문파 하나를 영주 하나가 몰래 처리했다가, 그 영지가 몰락당했을 정도다.

영지를 몰락시켜 그를 반역도로 몰았다가는, 뒤에 있는 테스가 나설 명분을 주게 되는 터.

오시아 왕국으로선 아래서부터 점차 스며들어오는 테스 제자들의 영향력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집에 들어온 맹수인 테스를 막기 위해선, 또 다른 맹수를 집에 들이면 된다 여긴 걸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절이 왔다.

“주군! 또 사절입니다.”

“이번에 어딘데 또 호들갑인가. 그래 봐야 오시아 왕이나 귀족이겠지. 아 요즘은 그들이 서로 연합했으니 하나로 쳐야 하나?”

“둘 다 아닙니다.”

“그럼?”

“제국입니다! 제국!”

왕국도 아닌 제국의 사절이 영지를 방문했다.

* * *

제국 사절과 갖는 시간을 오래 끌 이유는 없었다.

테스는 곧바로 자리를 잡도록 명하였고, 자리는 금세 마련되었다.

마련된 자리를 향하며 테스는 생각했다.

‘제국이라…….’

그가 보기에 제국의 사절이 이곳으로 옴은 꽤 의외였다.

그러나 아주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오시아 왕국 때문에 제국이 움직이는 게 그닥 이상한 일은 아니긴 해.’

제국이 성립되고 그 이후 오시아 왕국이 만들어졌다.

아르델 공작이 엘프의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알려져 있듯, 오시아 왕국의 귀족이나 왕도 엘프의 피가 이어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그들은 엘프의 피를 반 이어받았고, 또 다른 피로 나머지 반을 이어받았다.

나머지 반은 제국 황제의 피와 비슷하다 봐야 했다.

정확히 그들이 가진 나머지 반의 피는 초대 황제의 충신이자 그 형이었던 자가 지녔던 피니까.

초대 황제의 형이었던 그는 제국의 성립 이후 오시아 왕국을 세웠다.

그 부인은 엘프였고, 그때의 피가 아래로 내려오며 오시아 왕가의 혈통을 이루었다.

왕국 성립 자체가 이러다 보니 오시아는 반쯤 제국의 속국이나 다름없었다.

자치권은 분명 존재하였으나, 제국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준은 되지 못했으니까.

제국을 일종의 상국으로 모시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둘 모두에게 나쁜 관계는 아니었다.

왕국은 제국을 상국으로 둠으로써 국방에 돈을 들일 필요가 적어졌고. 그 여유를 이용하여 성세를 이루는 데 성공했으니까.

제국 또한 적대국을 두는 거보단 오시아를 둠이 편하였으니, 서로에게 득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 제국에서 사절을 보냈다는 의미는 결국 그가 보기에 하나였다.

‘제 힘으로 안 되니 제국을 이용한다는 거겠지.’

저들의 생각.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테스로서 잠자코 당해줄 생각도, 저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생각도 없었다.

‘이제 와 제국이 우리를 잡아먹기는 어렵거든.’

대범람과 침공이 있었다지만, 테스가 지닌 세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아니, 침공 이전보다 더 커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백이 넘는 문파가 새로 세워진 상황이고. 영역 내에서 새로 각성한 자들은 자연스레 의선문을 향해 찾아오고 있었다.

마스키지언 연합을 복속시키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있는 상태.

또한, 유목민으로 떠돌던 야만인들 중 다수가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여기에 마탑과 그를 이끄는 베빈까지 그의 영역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으니.

‘……지난 몇 년 사이 많이 얻고, 변하긴 했군.’

새삼 테스가 느끼기에도 그가 지닌 영역의 변화는 개벽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거대했다.

제아무리 제국이라도 테스에게 쉽게 위세를 드러내긴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였다.

그 의미를 아는 테스기에.

그는 제국의 사절이 기다리고 있는 회담장에 들어서면서도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제국의 사절이시라. 급작스러운 방문이구려?”

“……우레안 후작이 어센션의 왕을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 왕이라?”

“카르소니아 왕조가 멸망하고, 그 후를 어센션의 지배자께서 차지하셨으니 달리 다른 호칭이 있겠습니까?”

“이리 쉽게 인정할 줄은 몰랐군.”

제국의 사절로 온 우레안 후작 또한, 그런 테스를 보고 나무라지 않았다.

되려, 그를 어센션의 왕이라 공식적으로 칭해올 정도였다.

‘왕이라 칭한 건, 공식적으로도 내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오시아 왕국 일로 나를 찾아왔다라? 이건 좀 이상한데.’

언뜻 테스의 머리로 꽤 많은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제국의 인정에 상관없이 그는 명백한 어센션의 지배자였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다른 왕국의 인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식적으로 내 영역을 인정하며, 뭐라도 뜯어가려나 싶었는데 바로 인정을 한다라? 이거 이상하단 말이지.’

오시아 왕국의 문제, 그 이전에 그의 영역 인정을 놓고 저울질을 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듯싶었다.

그러니 의문이 스쳐 지나갈 수밖에.

테스의 의문을 모르지 않을 우레안 후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테스의 입이 열리길 기다리는 듯 먼저 더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쓸데없이 오래 회담을 끌 것도 없으니, 차라리 선수를 치자. 오시아 왕국 건부터 처리해야겠어.’

의문은 의문이고, 회담은 회담이었다.

먼저 나서기로 마음먹은 테스는 말을 돌리는 법 없이 바로 오시아 건을 꺼내 들었다.

“오시아 왕국의 일이라면 그건 그들과 내가 말할 일이니, 제국관 달리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데 맞소?”

오시아와 나의 일이니 끼지 말라는 적당한 견제.

‘어디 어떻게 나오나 보자.’

여기서 후작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했다. 그의 반응에 따라 회담의 향방이 갈릴 테니까. 어찌 됐든 그의 답은 거절일 테지만 말이다.

해서 슬쩍 대답을 기다리는데, 우레안 후작은 생각도 못 한 주제를 꺼내 들고 있었다.

“오시아 왕국의 건은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제국이 거기에까지 나설 이유는 없겠지요.”

“호오. 그건 좀 의외인데 말이오.”

“앞으로 나눌 이야기에 비하면, 오시아의 건은 작은 문제도 되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오시아 왕국 건은 전혀 괘념치 않은 듯했다.

제국의 사절단이 이곳을 향한 건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성국의 침공에 손을 보태 줄 터이니, 우리 제국과 손을 잡는 게 어떻겠소?”

말을 들은 테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 * *

‘이게 뭔 소리야.’

성국의 침공이라니. 언제고 예견된 일이긴 했다.

성국은 승천자 자체를 인정치 않고, 테스는 예비 승천자였다.

그가 수차례 수를 써 그들의 눈을 돌리게 하였으나 점차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범람과 침공의 피해가 그들에게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지닌 힘이 또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십이 넘는 신의 가호를 받는 성국의 힘은 강대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범람과 침공을 이겨내는 것 따위, 그들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언제고 성국이 그에게 눈을 돌릴 건, 그도 예상한 일이었다.

다만 그때가 언제가 되느냐가 그에게 의문이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테스는 항상 성국을 향해 눈을 두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눈을 두고도 얻는 성과는 적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정보 조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지.’

신의 이름 아래 똘똘 뭉친 성국.

그 안에서 정보를 얻는 건 요원하다 못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정보 요원들의 침투 자체가 어려웠다.

성국에 침투한 요원들은 마치 그의 진법에 막히기라도 한 듯, 안으로 들어서질 못했다.

이미 안에 들어선 자들도 바깥으로 나오질 못했다.

때문에 그들로부터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다만, 저들이 문을 꽁꽁 틀어막았으니 그 안에서 무언가 일을 획책하고 있을 거라 예상할 따름이었다.

‘언제고 올 거라곤 생각했는데…….’

해서 언제고 그들이 올 걸 대비하여 힘을 키웠다.

여러 세력을 통합하고, 그 힘을 불리는 것도 성국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 중 하나였다.

그러한 상황 가운데.

“허허. 급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 제국이 성국과 대치하는 가운데, 어센션의 왕께 힘을 보태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고 말입니다.”

“흐음…….”

제국이 이런 식으로 힘을 보태는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무언가 있어.’

예상외인 저들의 움직임. 무언가 이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