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의선, 황제되신다-165화 (164/191)

제165화

챕터 15.

“개파를 허락한다. 어디를 가든 의선문의 이름이 그대들과 함께 할 것이고, 그대들을 보호할 것이야.”

“……감사합니다!”

“그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첫 개파 허락. 이세계 길드로 치면 새로운 계파가 만들어지는 게 허락된 것과 다름없었다.

계파를 만들어낼 만큼 지대한 경지에 올랐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기에, 이는 이세계에서도 영광된 일.

특히나 테스의 의선문의 첫 계파를 열어내는 일이기에 그 누구보다 영광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덕분인지, 개파를 허락받고 나서는 오십여 명의 합격자들의 어깨는 한껏 치솟아 올라있었다.

얼굴에 떠올라 있는 미소는 덤이었다.

“제이른!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냐.”

“두아드. 가보겠습니다!”

개파를 허락받은 제자들은 순서대로 테스에게 인사를 올리곤 떠나기 시작했다.

떠나는 그들의 행색은 조촐하기는커녕 화려하기까지 했다.

그들 뒤로 의선문 속가 제자 중 몇이 함께 따랐다.

개파 허락은 받지 못했어도, 허락을 받은 이들의 뒤를 따르는 건 허락이 필요 없었다.

이들이 뒤를 따르는 의미는 한 가지로 귀결됐다.

스스로의 개파는 포기한 대신, 새로이 개파하는 문파를 따른다는 의미였다.

그 뒤로, 개파 할 문파의 예비 문파원이 될 녀석들이 수십씩 따랐다.

의선문 속가 제자는 되지 못하더라도, 새로 개파할 속가 문파에라도 들어갈 선택을 한 자들이다.

다시 그 뒤로 수십 명. 새로이 개파 할 문파의 뒤를 보조할 자들이다.

개파가 허락된 제자들 뒤로 백 명은 넘는 수가 따라붙게 되는 셈. 많은 경우 그 수가 이백에 가까운 자도 있었으니, 화려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직 개파도 하지 않았지만, 저들이 움직이는 거만으로 하나의 작은 세력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떠나가는 속가 제자들.

그들의 뒷모습을 테스는 상석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녀석들. 수완도 좋군. 이미 세력을 일구기에 충분하잖은가.’

속가라지만 저들도 제자. 의선공을 포함한 최고 비급을 건네주지 않았을 뿐, 저들을 가르침을 허투루 하지 않은 테스였다.

그도 성장하여 떠나는 저들의 모습이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한참을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 흐뭇하니 바라보는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어딜 가든 제 몫은 다 할 거 같습니다.”

“그러겠지. 꽤 재미난 일도 벌어질 것이야. 저들 정도 되는 세력이 움직이는데 견제가 안 들어 올 리가 없잖나.”

레이즈의 목소리였다.

호법이자, 연금술의 대가가 되어가고 있는 그.

그도 떠나가는 속가 제자들의 모습이 흐뭇한 듯, 주변에 밝은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그는 테스와 함께 제자들의 성장에 가장 기꺼워하는 자이기도 하였고. 동시에, 테스가 저들 50명에게 넘긴 작은 선물에 대해 눈치챈 유일한 자기도 했다.

“견제라. 이미 문주님께서 막아주신 거 아니었습니까?”

“……쯧. 눈치도 빠르구만. 언제 알았는가?”

“후후. 이 자리쯤 되면 느는 게 눈치뿐이라서 말입니다. 시험을 치르시면서 동시에 감찰관들을 움직이시더군요. 그럼 뻔하지 않습니까? 먼저 떠나는 제자들 고생치 말라고, 스승인 문주께서 조용히 길을 닦아 놓으시는 거죠.”

“자네 정도가 알면 이거 곤란한데. 다음엔 더 조용히 움직여야겠구만.”

“허어이! 제가 알아 곤란하실 게 또 뭡니까. 그래도 걱정은 마시죠. 제가 함구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저들 중 누구도 눈치챈 자가 없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이로구만. 저들이 먼저 알면 문제가 될 거 아닌가. 적당한 시련이 있어야 성장하는 법인데, 문파 바깥에 나가서도 의선문이 보호해줌을 알게 되면 성장이 막힐 테니까.”

테스의 말이 재밌는지 레이즈의 흐뭇한 미소는 더 짙어졌다.

“적당한 시련에 성장이라. 그러시는 한편으로도 몰래 돕는 걸 보면, 은근 마음이 약하시단 말이죠.”

“크흠…….”

“어쨌건 그 마음은 저도 공감하는 바이니, 걱정 마시죠.”

뒤론 제자들을 챙기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테스를 보고 느끼는 감정 덕분이리라.

‘과연 따뜻하신 분. 그러면서도…… 치밀하신 분이지.’

물론, 테스는 마냥 따뜻하게 제자들을 챙기지만은 않았다.

그는 내보내는 제자들이 가는 방향을 슬쩍 조율해 놓았다. 그가 유도한 방향은 북서쪽 오시아 왕국이 있는 곳이었다.

그 수만 수천이 되는 속가 제자의 행렬이 그곳에 이르게 되면 과연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제 아무리 레이즈라도 예측할 수 없었다.

‘……문주님께선 이미 예측하고 있으실지도.’

그 일을 직접 행한 테스 정도나, 예측해 내고 있을 거라 생각할 뿐이었다.

“가자!”

“어서 움직여! 좋은 영역을 선점하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최고의 문파를 만드는 거다!”

“의선문은 어떻게 이기고?”

“아 씁! 그럼 두 번째 최고 문파라도 하자고! 가자, 가!”

어쨌거나, 저마다 풍운의 꿈을 안고 제자들은 떠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50명의 행렬이 흩어지는 가운데, 그중 절반 이상의 다수가 북동쪽으로 향함을 아는 자는 소수뿐이었다.

* * *

테스가 싹을 틔우고, 스스로 개화하기 시작한 어센션.

그의 영지는 스스로 굴러가기 시작한 지 오래였고, 그 영향력을 주변에 크게 행상하고 있었다.

줄기처럼 뻗어 나간 도시들이 이미 대도시로 화한 지 오래. 살아남은 생존자와 남부 마스키지언에서 온 사람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었다.

단순 흡수에서 그친다면 문제가 될 터.

굴러들어 온 인구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빈민이나 하층민이 돼버리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어지게 돼 있었다.

그러나, 확장을 시작한 도시들은 그들을 진짜 도시민으로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자리가 주어졌고, 주거지가 만들어졌다. 배불리 먹는 거 따위, 정착 초기에 제공되는 지원 식량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다.

여유가 넘친다는 이야기.

그 남은 여유가 옆으로 뻗어 나갔다.

놀 거리와 즐길 거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음식의 종류가 늘어났다.

바깥에서 들어 온 자들과 안에 있던 자들의 문화가 섞이며 어센션만의 새로운 문화를 싹틔우고 있었다.

그 가운데 빠른 변화를 보인 자들이 있었고. 그 중 테스의 손길을 받아 작은 싹을 틔운 속가 제자들이 만든 변화는 테스가 봐도 놀라울 정도였다.

‘예상보다 잘하고 있군.’

오십 명의 합격자 중 모두가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둘, 셋은 실패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말야.’

속가 문파는 방랑기사도, 길드도, 용병단 따위도 아닌 새로운 세력이다.

제아무리 테스의 위세가 대단하다지만, 널리 퍼지기엔 한계가 있다 여긴 터.

새 세력의 출현에 반항하는 자가 있을 거라 여겼는데, 웬걸.

‘되려 반길 줄이야.’

속가 제자들이 문파를 세우려 하면 그에 손을 보태는 자가 수두룩했다.

타 세력이 들어오기를 꺼릴 수밖에 없는 영주들 중에서도, 지원금을 주는 자가 있을 정도였다.

달리 다른 이유는 없었다.

‘계산이 빠른 거겠지.’

이득이 되어서다.

지역에 새 문파가 생김으로서 생겨나는 치안 유지 효과는 막대했다.

칼을 든 무인들, 그것도 테스의 무공을 배웠다는 자들이 돌아다니는데 쉽게 행동할 자들은 드물었다.

그뿐이랴.

그들이 지닌 검은 몬스터들에게도 공평했다.

자신들이 자리한 마을에 몬스터가 출현하기도 전,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토벌부터 진행하고 보는 게 그들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의 재앙으로 인해 치안력은 떨어진 지 오래고, 몬스터들은 계속해 들이닥치는데 그를 막을 자들이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전(前) 카르소니아 왕국의 영역 어디든 그들을 환영했다.

그러나 모두가 환영만 하는 건 아니었다.

“오시아 왕국의 사절이 찾아왔습니다.”

“또? 돌려보낸 지가 언젠데, 질리지도 않나.”

“지난번은 귀족 연합이었고, 이번은 왕이 직접 보낸 자라 하더군요.”

“허…… 자리를 주선해보도록 해. 시늉은 해줘야 할 테니까.”

“예. 금방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테스의 어센션을 기준으로 북동쪽 오시아 왕국. 그들이 테스의 제자들을 환영치 않는 세력들이었다.

대범람과 마족의 침공은 오시아라 해서 비껴가진 않았다.

다만 카르소니아가 그 중심이 됐기에,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뿐이었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커졌다는 의미.

그런 상황에 테스의 제자들이 일부가 문파를 만든다며 오시아로 흘러 들어갔다. 그들이 테스의 제자를 막을 명분은 없었다.

‘이세계는 왕국에 대한 충성심이나 소속감 자체가 희미한 편이니까.’

주군을 두지 않은 방랑기사가 여러 나라를 헤매도 문제가 되지 않듯, 테스의 제자들이 오시아로 흘러 들어간다 해서 막을 명분은 없었다.

그의 제자들 모두 기사 작위를 받지 않았을 뿐, 기사나 다름없는 무위를 지닌 자들.

게다가 대다수가 귀족 출신이니 더더욱 막을 명분은 없었다.

‘제아무리 오시아가 제국과 친하다 해도, 이쪽에 완전히 빗장을 걸어 잠글 순 없으니까.’

오시아로 흘러 들어간 제자들은 자연스레 문파를 만들었다.

북동쪽으로 가는 제자들에겐 특히 편의를 봐주었기에, 오시아의 지원이 없더라도 문파를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파를 개파한 다음 테스의 제자들은 그에게 배운 바대로 행하였다.

무공을 널리 베풀고, 배울 기회를 줬다.

수련을 위해 몬스터를 사냥하고, 민생을 살폈다.

카르소니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과 별달리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자들이 환호했다.

오시아의 하층민이고 평민이고 가릴 게 없었다.

문파가 생겨나는 이득을 곧바로 피부로 느낀 자들은 문파를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소수. 위에 있는 자들이었다.

오시아 왕국의 귀족과 왕은 문파의 파고듦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때문에 그들이 보낸 사절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하였다. 테스를 향한 불만을 여실히 드러내는 표정이었다.

“……이는 명백한 침공이나 다름없습니다. 대관절 그런 자들을 보듬지 않고, 바깥으로 푸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딱히 이유가 있겠나? 검파를 만들겠다고 나가는 걸 허락해줬을 뿐이야.”

“그곳이 꼭 우리 왕국이 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꼭 안 될 이유도 없지.”

“허어…….”

불만의 이유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문파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왕과 귀족의 영향력이 작아지기에 가지는 것뿐이었다.

영향력이 작아지는 만큼, 그들의 지배력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결국, 제 밥그릇 지키려 그러는 거지.’

저들의 위기감.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오시아에 파고든 몇몇 문파는 이미 거대 문파 수준까지 몸집을 키운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러기에 저들은 테스가 문파원을 다시 데려가도록 요청했지만.

“어쨌건 다시 데려가 주시지요. 아니면, 그 문파라는 곳을 새로이 만들 곳을 마련해줄 터이니 그쪽으로 옮기는 건 안 되겠습니까?”

“불가하네.”

그의 대답은 언제나 불가였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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