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의선, 황제되신다-164화 (163/191)

제164화

챕터 14.

“속가 문파라…….”

테스는 턱을 괬다.

‘벌써 그럴 때가 됐나……. 이 세계는 변화가 항상 예상보다 빠르군.’

테스의 생각과 상관없이, 의선문 인물들은 계속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꽤 많은 제자들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요청만 하더라도 손으로 세기 힘들 정돕니다.”

“요청뿐이겠습니까. 계획을 구체화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크흐. 나쁘진 않은 변화지 않습니까?”

호법의 데브론과 레이즈. 속가 제자 중 대표역을 하고 있는 다론 피터까지.

제각각의 시선 속에서 이번 요청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각기 말하는 방식은 달라도 태도는 하나였다.

모두가 새 문파 건립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게 이 세계와 중원의 차이일지도.’

본래 중원에서라면, 새 문파 건립에 이리 모두 긍정적일 리 없었다.

문파를 만들면 비인부전이라 할 수 있는 무공이 쉽게 퍼져 나가기 때문. 무공비급이 풀리면, 초식에 대한 파훼도 쉬워지니 쉬이 문파를 열게 하는 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거대 문파의 경우 하위 무공을 익힌 속가 제자 정도만이 문파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나마도 속가 제자들의 자식 중 재능을 지닌 자들은 하위 문파가 아닌 대문파로 다시 들어오게 하여 연을 계속 잇게 했다.

계속해 연을 잇는 것. 서로에게 이득을 줌과 동시에 일종의 족쇄였다. 제 자식이 대문파의 제자로 있는 상황에서 배신은 힘든 일이었으니까.

자식을 볼모로 잡는 게 꽤 잔혹한 일이긴 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무공을 널리 전수한다는 것에 대해 꺼린다는 의미기도 했다.

테스도 이를 당연하게 여겼고, 새 문파 건립에 대한 이야기는 수십 년은 지나야 나올 거라 여겼다.

그런 예상이 깨졌으니 곤혹스러웠다.

‘중원에선 그게 당연했는데…… 여긴 아니란 말이지. 문화 차이라 해야 하나.’

이 세계도 비인부전이란 관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기존의 오러 연공법만 봐도 쉽게 전수를 하지 않았다. 제 자식이나, 같은 기사단이 공유하는 정도였다.

쉽게 오러 연공법을 퍼트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허락 없이 연공법을 퍼트리다가는, 같은 연공법을 익힌 자들의 추격을 받아야 했다.

즉, 쉽지 않게 전수한다는 의미.

그러면서도 동시에 모순되게도, 쉬이 전수를 해 주는 곳들이 있었다.

바로 길드다.

길드는 적당한 대가만 지불하면 그 비전의 전수를 꺼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대가라 하는 게 일반인이 지급하기엔 상당한 액수거나 수고를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죽어도 전수 안 해 주는 중원 무림에 비해선 쉬운 편이긴 했지.’

상당한 액수야, 베테랑 수준이 되는 용병 정도면 구하기 쉬운 편이었고. 수고라고 해 봐야 몇 번의 의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면 되곤 했다.

이런 식으로 형성된 길드가 꽤 되었다.

검을 가르치는 곳은 검파라 불리며, 세계 곳곳에 퍼져 있었고. 베빈이 있는 마탑의 밑으로 크고 작은 지파들이나 왕궁 마탑이 있었다.

이 외에 몇 대째 이름을 날리는 용병단의 경우, 반쯤은 길드나 마찬가지로 운용되며 비전을 전수하곤 했다.

테스가 있던 카르소니아 왕국이야 이러한 개념이 약했다만, 저 북쪽의 제국이나 남쪽의 마스키지언만 해도 이러한 문화가 꽤 크게 번져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이 새로운 문파를 개파하겠다 하는 것에 그리 반대하는 자가 없었다.

다들 문파 개파 이후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까지 했다.

“새로운 문파라니. 이런저런 녀석들이 생길 거고, 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겠죠. 그게 꼭 좋은 거라곤 생각 못 하겠지만, 나쁜 것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새 계파가 하나 만들어지는 건 분명 환영할 일이죠. 후후.”

“꽤 재미난 녀석들이 나올 거 같습니다.”

이 세계에서 새 문파의 출현은 새 길드의 출현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덕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테스 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생각해 보면 초기에 받은 속가 제자 녀석들 중엔 더 가르칠 것도 없는 녀석들이 꽤 되지 않습니까?”

“몇은 분명 그러하지. 사베르의 속검도 완숙되었고, 로그의 경공술은 이미 나와 비슷할 정도니까. 그중 가장 강한 건 다론, 네 녀석이었던가?”

“후후. 저야 아직 부족하죠. 그래도, 같은 제자들 줄에 놓고 보면 앞에 서 있긴 할 겁니다.”

“네 녀석도 속가 제자를 해 보려고?”

“설마요. 저는 스승님 옆에 더 오래 있을 생각입니다. 이곳만큼이나 좋은 수련지도 없고요.”

“……싱거운 녀석.”

어쨌거나, 다들 그에게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의 허락만 떨어진다면, 곧바로 개파를 할 기세였다.

“흐으음…….”

덕분에 테스의 고민이 깊어졌다.

문파를 만드는 게, 그에게 결코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가 속가 제자들로부터 얻으려 하는 건 힘의 다양성이지 않았는가. 각자마다 서로 다른 힘을 사용하는 제자들을 보고, 그를 통해서 새로운 경지를 열려 했던 게 그의 초기 목표였다.

이 상황에 속가 제자들에게 개파를 허락하면 더 많은 다양성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바깥에 나가 여러 힘을 겪어가며 또 다른 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충분하였으니까.

그뿐이랴.

지금의 테스에게 있어선 꼭 속가 제자들이 지닌 힘의 다양성에 목을 맬 필요가 없었다.

‘이미 제자들이 넘쳐나기는 하지…….’

이번에 얻은 천이 넘는 제자들. 각자 혈통과 각성을 통해 새 힘을 가진 제자들이 넘쳤다. 그들을 통해 얻는 묘리만 해도 이미 차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러니 속가 제자들이 풀려난다 해도 상관은 없었다. 결국 문제는,

‘비전이 흘러나간다는 건데. 언제까지고 꽁꽁 싸매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만…….’

결국 비전이다.

분주히 움직이다, 근래 들어 조용해진 성국.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오시아 왕국. 최근 정보가 슬슬 차단되기 시작한 제국까지.

그에게 적대적인 세력과 잠재적인 견제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넘쳐났다.

그러한 자들에게 잘못 비전이 퍼져 나갔다가는, 제아무리 테스라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닌 패 하나가 적들에게 발가벗겨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비전이 새어 나가지 못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본래라면 한 명, 한 명 금제를 가하면 되겠지만…… 지금에 와선 금제를 하는 게 쉬운 일이…… 가만?’

한참 머리를 굴리던 테스였다. 그러다 결국 한 가지 꾀를 냈다.

금제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걸 할 수 있는 자가 있었다. 그것도 바로 옆에!

“……나를 왜 보는 건데? 갑자기 왜!? 나 이제 숨이 좀 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적당히 쉬지 않았어?”

“이제 이틀 쉬었는데!?”

자신의 앞날을 알게 된 건지, 저도 모르게 소리치는 베빈.

테스가 알기로 그녀보다 더 금제에 대해 잘 아는 자가 또 없었다.

‘제 자신이 마탑에 갇혔고, 이를 풀려고 그리 노력한 게 베빈이잖아?’

승천에 성공할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금제에 갇힌 그녀. 후에 그 금제란 족쇄를 풀고자 노력한 그녀.

금제에 있어 그녀는 스페셜리스트였다.

“오래도 쉬었구만. 베빈, 나랑 일 하나만 더 하자.”

“……망할.”

저 베빈만 있다면, 금제에 관한 문제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고로, 이를 해결하기만 하면.

‘비전이 퍼져 나가는 것만 막으면 돼. 그리되면 내게 더 득이 될지도?’

테스에게 가져다주는 이득이 막대해 보였다.

단지, 작은 희생만 있으면 될 뿐이었다. 베빈의 시간이란 아주 작은 희생이!

“베빈, 나갈 준비 해. 그대들은 남아서 제자들에게 전하도록 해. 속가 문파를 설립할 생각이 있는 자들은 미리 준비하라고 말야.”

“무엇을 말입니까?”

“어떤 문파를 만들지에 대한 구상.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시험. 마지막으로 비전 전수를 엄격히 하기 위한 금제까지.”

“구상, 시험, 금제로군요. 후후. 다들 예상은 했을 겁니다. 바로 전달하지요.”

“저도 마법 쪽 녀석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저도요!”

“……아우. 나는 빼 주라.”

“어서 따라오기나 해.”

베빈,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의선문 인물들 모두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오로지 베빈, 그녀만이 테스의 뒤를 풀 죽은 강아지처럼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의선문의 앞에 공고문이 하나 붙었다.

『속가 문파 설립 자격 시험』

베빈을 제외한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공고문이었다.

* * *

베빈이 테스에게 하는 앓는 소리는 엄살이었다.

이미 혼과 육신을 마탑에 묶어 금제하는 데 성공한 그녀였다. 금제를 대가로 영생에 가까운 삶을 얻은 그녀는 금제에 있어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이런 상황에 최근엔 테스에게 진법을 배웠고, 동시에 그가 진법을 활용해 그녀의 금제를 일부 해결해 준 걸 옆에서 지켜보기까지 했다.

금제 기술이 더 발전했단 이야기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비인부전의 비전을 쉬이 전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제 정도?

‘……미쳤네.’

순식간에 완성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고작해야 일주일도 되지 않아, 쉬이 전수를 못 하게 하는 금제가 만들어졌다.

금제를 할 때마다 마법사가 동석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쯤이야 지금의 테스로선 쉽게 동원 가능한 인력들이었다.

되레 바빠지는 건 테스가 됐다.

“무슨 시험을 칠 거야?”

“힘을 시험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겠지. 새 문파 건립에 대한 구상이야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거고. 이건 내가 몸으로 때워야 하지 않겠어?”

공고문을 낸 사이에 금제 법이 완성됐으니, 속도를 끌어올려야 했다.

공고까지 한 지금, 이제 와 자격 시험을 미뤘다가는 제자들의 반발이 클 터였다.

그러니 테스가 몸으로 때울 수밖에. 그 외에 다른 자가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후후. 꽤 고생하겠네. 이건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할 일이니 어쩌겠어. 힘내!”

“……쯧. 다녀와서 보자고.”

결국 그는 그가 공고한 시험을 위하여 몸을 움직였다.

* * *

일 차로 이뤄진 그의 시험. 문파 설립을 허락받기 위해 나선 제자들의 수만 하더라도 삼백이었다. 그중 다수가 속가 제자였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의선공을 넘어 선천여의생공. 그 이후의 배움까지 남아 있는 직전 제자들에 비해 속가 제자들이 더 배울 건 적었다.

앞으로 발전 여지가 적으니, 이제 바깥으로 나가 꿈이라도 펼치려 하는 게다.

수많은 자들이 지원한 시험.

테스의 몸이 갈려 나가는 만큼 시험은 빠르게 속행됐다.

얼마 뒤 그 결과가 공고문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시험 합격자를 발표하겠다!”

첫 시험 합격자 50명. 300이 넘는 인원 중 50이니 6분의 1도 채 되지 못하는 합격자가 나온 셈이었다.

“오오! 합격이다!”

“키야. 됐다고!”

“……아. 떨어진 건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나.”

공고문을 본 제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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