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의선, 황제되신다-163화 (162/191)

제163화

챕터 13.

수련 기구의 확장이었다.

정확히는 그 사용 방식의 확장이었다.

‘이걸 피를 일깨우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지.’

새로 만들어낸 수련 기구는 무공이 아닌 피의 힘을 일깨우는 것도 가능했다.

이 세계의 수없이 많은 종족. 그를 말미암아 새로이 잉태된 혼혈들과 돌연변이.

저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자들의 힘을 이 기구를 이용하여 일깨울 수 있었다.

성공률도 상당했다.

세대를 격함을 넘어, 아주 옅은 피라도 각성케 하는 게 가능할 정도였으니까.

이 능력의 확장.

테스 홀로 해낸 것은 아니었다. 조력자가 있었다.

“왜? 또 무슨 일을 시키려구?”

“아니야.”

“흐응…… 싱겁기는. 나는 나머지도 마저 조율해야겠으니까. 먼저 가 봐.”

마지막까지 수련 기구를 조율하는 베빈. 그녀가 이번 기구를 만들어냄에 가장 큰 조력자였다.

‘본래부터 마탑에 비슷한 도구가 있을 줄은 나도 몰랐지.’

처음 베빈에게 새 수련 기구를 만들겠다고 제의를 했을 때.

그날의 그녀는 마탑에 이미 비슷한 도구가 있다 말을 했었다.

다만, 그 개념만 비슷할 뿐 대단한 도구는 아니었다.

‘속성 강화용이었던가.’

무공의 계열이 나뉘듯, 마법도 계열이 나뉘지 않는가.

환상, 원소, 구현, 소환, 흑과 백…….

지금은 사장된 마법까지 더하면 그 종류만 무려 수십 가지 계열이 있었다.

베빈이 말한 건 그러한 계열을 수련케 하는 도구였다.

수백 년 전에는 이러한 수련 기구를 이용하여 마법사를 강화했다 말했었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선 베빈 정도나 기억하는 귀물이었다.

약점이 있어서였다.

‘그 약점 덕에 지금은 고물 취급을 받는다 했지.’

마법사는 본래 진리를 탐구하는 자.

그러한 탐구자가 한 가지 계열만 탐구해서야 제대로 된 탐구를 할 수 있겠는가.

처음엔 빠른 속도로 나아갈 수 있을지언정, 일정 경지에 이르러서는 벽에 턱 막힐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게 이 수련 도구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였다.

한 가지 속성을 일깨우는 대신에, 다른 속성에 대한 감을 극히 떨어뜨리는 탓에 생겨 버린 약점인 셈.

이 약점을 보완하려 수백 년간 노력했으나, 허사였단다. 덕분에 폐기되다시피 한 기구를 테스가 다시 부활시킨 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원형만 남아 있었다. 마탑의 비전으로만 만들어진 이전과 달리 그의 진법과 드워프의 기술이 들어갔으니까.

그 전의 것에 비해 수십, 수백 배는 뛰어난 게 지금의 수련 기구였다.

그리고 이러한 기구를 사용함으로써 혈통의 힘을 일깨우는 건 고작해야 시작일 뿐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기능이 더 있었으니.

“이번엔 제 차례입니까?”

“그래. 가서 제대로 즐기고 오라고.”

“후후. 물론입니다.”

이미 그 재능을 일깨운 자들.

특히, 혈통의 힘을 일깨운 제자들에게 더 큰 힘을 부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혈통 능력의 강화가 가능할 줄은 나도 몰랐지.’

단번에 이뤄지는 일은 아니었다.

수련 기구에서 수련을 하는 만큼, 강화 능력은 더 강화가 됐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꽤 매력적인 힘이었다.

의선문에 있는 수많은 제자들. 특히 속가로 들어와 있는 제자들의 능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니까.

그 의미를 모를 테스는 아니었기에.

“어서들 들어가.”

“옙!”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자들이 수련 기구를 사용하도록 했다.

그 대가로,

“내가 이러려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

“이 망할!”

“둘 다 조금만 더 애쓰자고. 내가 대가는 충분히 지급하고 있잖아?”

“으읏…….”

“……젠장할!”

베빈과 텍트. 둘이 약간의 희생(?)을 감내해야 하였으나, 어쩌겠는가.

‘당장 일이 급한데 어쩔 수 없지.’

앞으로를 위해서 둘의 희생은 불가피할 뿐이었다.

어쨌거나, 그 둘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문파원 전체의 선순환은 빠르게 이뤄지기 시작하였다.

* * *

빠르게 시일이 흘렀다. 피와 힘을 일깨우기 시작한 제자들의 성장은 놀라웠다.

‘시너지 효과까지 얻을 줄이야.’

피의 힘과 무공이 합일되며 강력함이 더해진 건 기본이었다.

혈통에 전해지는 힘 따위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힘을 각성한 걸 무공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각기 서로 다른 힘들을 지니게 됐다.

처음 배워 익힌 심법은 의선공일지라도, 그 결과물은 서로 다른 경우가 수두룩했다.

이는 본래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돼먹은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뭐가 말야?”

“내가 가르친 심법이라고 하는 건 극히 세심한 비전이야. 잘못 건드리면 훅 가는 게 이 무공이란 거라고.”

“그런데도, 잘도 바꿔 대고 있고. 또 그 상태로 잘 살고 있는 게 이해 못 하겠다 이거야?”

“맞아. 그거지. 그 부분이 어이가 없단 말이지.”

본래 심법이란 극히 까다로운 수련법이었다.

마법사가 마력을 익히기에 천형을 얻듯이, 심법도 비슷한 방식으로 금제와 비슷한 것들이 저절로 가해지곤 했다.

인간에게 없는 내공이란 걸 사용하게 하는 대신에, 지켜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식이랄까.

다른 계열의 무공을 익힐 수 없음은 기본이고. 이종 진기가 들어오게 되면 본래 있던 심법이 깨어져 나가며 주화입마에 걸리기도 했다.

그뿐이랴.

심마가 찾아와 정신이 흔들리기만 해도 주화입마가 다가와 폐인이 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그만큼 조심성 있게 익혀야 하는 게 심법이다.

한데, 그의 제자들은 잘도 심법을 제 각성 능력과 혈통에 맞춰 이용하고 있었다.

‘속가제자들이야 의선공 대신 삼재 심법을 개량한 걸 익혔다 치고…… 이소프나 1대 제자들 녀석이야 내가 그에 맞춰 개량을 해 줬으니 가능한 일이라 여겼는데…….’

그렇기에 테스로서도 기이할 수밖에.

테스는 복잡하게 여기고 있으나, 베빈은 되레 그러한 테스를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 뭘 어렵게 생각해. 네가 말한 심법이란 거 이전에, 혈통 능력이 우선시되는 거지. 각성 능력도 그와 비슷한 거고.”

“으음…… 우위에 있으니, 그렇다는 건가.”

마법사이자 승천을 여러 번 시도했던 그녀로선, 힘에 관한 이해도가 깊기에 가능한 생각.

그녀의 설명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테스.

그녀는 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다.

“그런 거야. 잘 이해가 안 가면, 한번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보라고. 힘의 우위에 관해서 말야. 그걸 이해하다 보면 또 얻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거 좋은데? 고맙군.”

그 화두. 테스가 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거였다. 그는 그녀가 던져주는 화두를 바로 받아들였다.

“흐응…… 고마우면 마탑 영역이나 좀 늘려주지 그래? 어떻게 한 꼼수인지 몰라도, 오랜만에 바깥에 나온 게 나로선 꽤 좋거든.”

“그건 나중에.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거든.”

“……쳇.”

베빈으로선 슬쩍 그 대가를 원하였으나, 당장의 테스로선 들어줄 수 없는 일. 그는 그저 후일을 약속할 뿐이었다.

그러며 동시에.

‘힘의 우위에 대한 이해라…….’

그는 그녀가 던져준 화두에 생각을 잇고 있었다.

* * *

그가 화두를 받아들이는 사이,

수련 도구를 통해 힘을 얻은 속가제자들. 그들 중 일부가 새로운 꿈을 갖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슬슬…… 나도 하산을 해도 되지 않을까?”

“나가면? 나가서 무얼하려고?”

그 꿈. 힘을 지니게 됐으니, 그 힘을 쓰고자 하는 것들이었다.

“용병단이라도 좋고. 근래 개척을 하는 경우도 많잖아. 개척하고 작위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

“흐음. 개척이라.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한데…….”

기회는 많았다.

용병 일을 해도 일이 넘쳐났다.

테스가 몇 차례 토벌을 해 놨음에도 울픈 산맥의 준동이 심상치 않았다.

많은 몬스터들이 난립하고, 또 내려오는 상태. 그 몬스터를 노리고 사냥하는 용병단의 수요는 넘쳐났다.

내부도 일은 많았다.

대범람이나 침공 당시 망한 영지와 장원이 수두룩했다.

그러한 곳에 새로 개척을 신청하면 테스의 영지에선 이를 쉽게 받아주곤 했다.

개척에 성공할 경우, 후에 작위까지 약속될 정도였다.

덕분에 전 왕국민은 물론이고, 마스키지언을 통해 들어온 개척민들의 수도 꽤 됐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야 있긴 했다.

그러나.

“우리 정도 되면 가서 못 할 게 또 뭐냐. 이래 봬도 속가제자인데,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잖아?”

“……가능성은 충분하긴 하지.”

이들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 동기도 충분히 있었다.

“안 그래도 영지로 돌아가 봐야 형님 눈치나 보이겠지. 알잖냐, 나도 우리 가문에서 삼남밖에 안 되는 거.”

“눈치라…… 하기는 이 상태로 가 봐야, 영지 내부에 일이나 터지겠지.”

“그래. 그게 현실이다. 이제 와 탐나지도 않는 영지인데, 기어이 붙어 있을 필요가 또 없기도 하고.”

속가제자로 들어온 자들 다수가 귀족가의 이남이나 삼남이었다.

장자는 드물다 못해 없을 정도였다. 귀족가들이 이들을 속가제자로 보낸 이유 자체가, 테스와 친분을 쌓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한데, 이곳에 와서 힘을 얻었다.

영지의 기사 수준은 뛰어넘은 지 오래다. 대륙으로 나가도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할 만한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와 고향으로 돌아가 봐야 일만 생길 게 뻔하다.

잘해야 영지 일부만을 물려받을 수 있을 뿐이고. 잘못하다간 형제간의 골육상쟁도 일어나기 좋은 환경이었다.

전이라면 골육상쟁을 벌여서라도 영지를 차지하려고 했을 터.

하지만,

“이제 와 그런 영지 하나 먹어서 뭣하나. 이곳 도시 하나만도 못한 곳인데.”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이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지금은…… 쯧. 당기지도 않는다.”

테스의 영지에 들어와 눈이 높아진 제자들이다. 그들로선 영지 따위가 마음에 찰 리 없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만드는 게 속 편할 정도야. 그 뭐냐, 시어린이라는 용병 하나도 도시 하나 만들고 있다며?”

“아아. 이야기는 들었지. 장원부터 시작해 도시라. 차라리 그게 더 나아 보인다 이거지. 우리 몇 명 힘을 합치면 충분히 가능은 하지 않겠어?”

“흐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힘을 얻은 속가제자들의 방향성은 여러 가지로 뻗어 나가게 됐다.

개척, 용병단 개설, 자유기사…….

온갖 갈래로 그 방향성이 뻗어 나가는 그 와중. 테스로선 아직이라고 생각한 새로운 의견이 하나 불쑥 나왔다.

“근데 우리가 문파를 만드는 건 안 되나?”

“엉?”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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