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챕터 11.
수많은 각성자들을 받아들인 결과는 많은 곳에 영향을 끼쳤다.
“확장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벌써 말인가?”
“수련실은 물론이고, 바깥에 놓은 숙소도 문젭니다. 보안을 생각하면 진즉에 확장했어야 합니다.”
“예상보다 빠르군…….”
의선문이 예정보다 빠른 확장을 하게 됐다.
‘숫자가 벌써 천이 넘어갔던가. 중원의 구파일방만 해도 천 단위 제자를 가진 게 당연하긴 한데…….’
지금까지 고르고 골라 받아들인 문파원만 하더라도 물경 천을 넘은 터.
기존에 있던 의선문 제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천이백을 넘은 지 오래였다.
이들을 보조하고, 가르치기 위한 이들과 속가제자를 더하면 수는 더 많아진다.
테스가 욕심껏 각성자들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욕심이 없었단 건 아니지만, 안 고른 건 아닌데 말이지.’
기실 이조차도 아무런 기준 없이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일차적으로 정보관을 이용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행적을 읽도록 하였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그자가 악인인지 선인인지를 구분했다.
그 뒤 이차.
진법과 마법을 이용하여, 현재의 상태를 확인했다.
지금의 힘에 취하지는 않았는지. 새로운 힘이 급작스레 생겨난 덕에 인성이 변하지는 않았는지를 파악했다.
‘이소프 녀석만 하더라도 혈통의 힘을 각성하고 게을러졌으니,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단 말이지.’
정보, 마법, 진법.
이 세 가지를 가지고 꽤 많은 자를 걸러낼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테스는 곧바로 세 번째 방법을 시행했으니까.
그 세 번째 방법. 시험이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조별로 이뤄진 시험.
‘야만인들의 방식이 꽤나 쓸 만했지. 어쩐 일인지, 그 장소를 쓸 수 있기도 했고 말이야.’
시험 장소는 야만인들의 시험장이었다.
본래 야만인들만 사용할 수 있던 시험장을, 지금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덕분이었다.
이 부분은 비욘의 도움이 컸다.
그녀가 마스키지언 연합의 오랜 시험장을 통과하고, 야만인 시험장들에 변화가 만들어졌었다.
야만인이 아니더라도, 그 피가 섞인 경우 시험에 들 수 있게 되었다.
설사 피가 없다 하더라도, 시험에 통과한 야만인의 허락이 있으면 시험에 들 수 있었다.
무조건적으로 피를 이어야만 한다는, 이전의 조건이 대폭 완화된 셈.
야만인들로서는 제 피로부터 이어진 족쇄를 풀어낸 쾌거기도 했다. 옅은 피라도 통과하게 됨으로써 그 수를 불릴 수 있게 되니까.
그 덕분인지, 꽤 많은 야만인들이 같은 야만인이 아닌 다른 자들과 혼인을 하기 시작했다.
시험 덕에 그들의 폐쇄성이 깨어져 나간 거였다.
테스가 의도치 않았음에도, 야만인과 그의 영지민들이 융화되는 과정이 자연스레 일어났다.
그로선 그 모습을 처음엔 흐뭇하게만 보았으나.
-그 꼴은 뭐냐?
-보면 모르겠어? 후후.
정작 시험을 통과한 비욘이 괴상망측한 꼴을 하고 찾아왔을 땐, 그로서도 기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휘황찬란하다 못해, 다소 괴팍하기까지 한 복장을 하고 침실로 찾아들 줄이야.
‘용케도 찾아왔단 말이지.’
시험을 통과한 덕에 오러 마스터급 이상으로 강력해진 육체.
그것을 이용하여 테스의 보안 마법과 진법을 뚫고 침소까지 찾아들 줄은 그도 상상치 못했다.
테스로서는 특별히 순결이나, 연애에 대한 절제를 하는 건 아니었다만.
‘……아무리 나라도 모든 과정을 건너뛰는 건 좀 아니지.’
그를 쉽게 받아들일 정도로 경박하지도 않았다.
그로선 답은 당연히 거절.
덕분에 비욘으로선 마음이 꽤 토라졌는지, 그 뒤 근 한달 동안 얼굴을 비추질 않았다.
후에 알게 되기로, 그런 식으로 거절당하면 야만인의 풍습상 상당히 민망한 일이라 들은 테스였다.
어쨌거나, 그때만 생각하면 얼굴이 후끈해지는 테스였다.
‘……망할 녀석이.’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비욘의 말도 안 되는 침소 침입과 더불어 시험은 순조롭게 이뤄졌었다.
그 결과가 천이 넘는 문파원의 입문이었다.
현재에 이르러선 레이즈가 의선문 확장을 말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문파가 보통 시설도 아니고, 이대로 확장을 한다고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모르겠는데.’
말이 확장이지.
진법과 마법진을 설치해야 함은 기본이고. 확장을 함으로 기존에 있던 진법을 조율해야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대로 새 문파원들을 바깥에만 머물게 해선 안 되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나뉘어져 있다간 융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같은 문파원이라 생각하는 융화가요.”
“후……. 그 말도 맞는 말이지.”
쉽지 않은 확장. 결국 나서야 하는 건 자신임을 직감할 수밖에 없는 테스였다.
“이번에도 내가 또 손을 거들어야겠군.”
“후후. 영주님이 손을 써주신다면야, 일은 쉬워지지요.”
“덕분에 나는 골이 아파지겠지. 안 그래도 각성자들을 데려오는 데 한창 애를 썼는데 말이지.”
“어쩌겠습니까. 안 할 수도 없는걸요. 어쨌거나 바로 도시 건설관에 영주님이 나선다고 전달하겠습니다. 알스 쪽이 좋아하겠군요.”
“……어째 내가 굴러먹으면 좋아하는 자들이 넘치는 거 같단 말이지. 바로 전달하기나 해.”
“흐흐. 넵!”
결국 그가 나섬으로써 의선문 확장은 인적으로도 물적으로도 확실한 발돋움을 하기 시작했다.
* * *
그그그그긍-
철인이 된 그가 문파를 건설하는 일은 꽤 큰 구경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자재를 홀로 나르고, 의념을 이용하여 띄우기까지 하였다. 의념으로 형태를 구성하면, 곧바로 또 다른 의념을 흘려보내 그를 단단하게 만들기까지 하였고.
스스스스-
적당히 기초가 다져진 뒤에는 마력을 흘려 넣었다.
건설이 완성됨과 동시에 진법이 바로 실현되게끔 하는 조치였다.
“후우…….”
영지를 확장하고, 도시를 건설하며 수없이 많은 공사를 시행한 테스였다.
그럼에도 문파를 확장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더 크게 지을 걸 그랬나. 어째 이게 더 어려우니…… 쯧.’
이전에 있던 진법의 범위를 조율하고 확장.
동시에 확장된 곳에 새로운 진법을 심는 일은 아무리 그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오랜만에 조력자를 찾기까지 했다.
“새로운 비전이네?”
“이전에도 몇 번 보지 않았나?”
“볼 때마다 달라지는 거 같아서 말이지.”
그 조력자. 바로 베빈이었다. 본래 마탑에 있어야 할 그녀.
그녀를 데려오는 덴 그로서도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긴 했다.
하나,
‘베빈 정도나 돼야 확장을 도와줄 수 있단 말이지.’
현재 테스가 하는 일을 도울 수 있는 건 오직 그녀뿐이었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덕분에 테스로선 꽤 큰 대가 하나를 지불해야 했다.
“몇 가지 가르쳐 줄 테니, 옆에서 도와 봐.”
“오. 드디어 가르쳐 주는 건가? 전에는 비전이라고 절대 가르쳐 줄 생각이 없어 보이더니?”
그 대가. 진법의 전수였다.
“이제 완전한 우군이 됐는데, 못 가르쳐 줄 것도 없지.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보고 배우라고.”
“……완전한 우군, 좋은 말이네.”
“쓸데없는 데 감동하지 말고. 자자, 잘 보라고.”
아무리 그라도 전부를 전수하는 건 아니었다.
의선문에 필요한 진법. 그중 일부만을 전수하는 거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출혈은 상당했다.
‘괜히 천재가 무서운 게 아니거든.’
천재에겐 처음 그 개념을 만드는 게 어려울 뿐이다.
한번 새로운 개념을 얻게 되면, 그를 응용하기까지 하는 게 천재의 무서움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고. 깨우친 열을 다시 발전시켜 백까지 완성시키는 게 그네들이다.
때로 맹해 보이는 베빈이라도 그녀가 가진 재능은 진짜일 터.
“오오. 이거 재밌네?”
스스스스-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진법을 흉내 내기 시작했고.
“이 부분은 내가 도울게.”
“그러든지.”
흉내를 넘어 그가 진법을 구축하는 걸 돕기까지 하였으며.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는.
“내가 새로운 걸 한번 만들어 봤는데?”
“흐음……. 이건 꽤 쓸 만하긴 한데. 그렇다 해도 아직 부족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을 하기 시작했다.
그 위력은 기존에 테스가 알고 있는 진법들에 비해서 부족했다.
그러나, 그녀가 이제 막 진법을 배우기 시작했단 걸 생각하면.
‘역시 무서운 녀석이야…….’
그녀의 발전 속도는 가히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녀의 발전과 조력 속에서 공사 속도는 예정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가 새 숙소다. 모두 안으로 배정하도록.”
“명!”
가장 먼저 완성된 숙소에 새 문파원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수련장은 이전과 다른 형태지만, 금방 적응할 거다. 사용법에 대해선 데브론과 하이런에게 물어 숙지하도록!”
“알겠습니다!”
이다음 만들어진 새 수련장과 연무장에 다들 기쁜 마음으로 스며들어 갔다.
뒤이어 높은 경지로 가기 위한 폐관 수련실, 약재를 만드는 연단실과 연단로, 마법과 진법 연구를 위한 시설들이 들어섰다.
수없이 확장되고 새로 만들어진 시설들.
이것만으로도 그가 만들어낸 의선문은 외적으로 큰 성장을 해낸 셈이었다.
각성자가 생겨나고 고작해야 일 년 만에 이뤄질 거라곤 생각하기 힘든 속도.
“이야. 이걸 누가 고작 몇 년 만에 만들어진 거라고 하겠어. 그렇지 않아?”
“꽤 쓸 만한 게 만들어지긴 했지.”
“쓸 만한 정도가 아니라고.”
“아직 보충해야 할 게 많아. 이제 시작일 뿐이기도 하고.”
높이 위로 치솟은 마탑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문파의 기틀이 완성됐다.
테스의 눈으로 보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넘쳐나나, 베빈이 보기엔 꽤 그럴듯함을 넘어 뛰어난 곳이었다.
이왕 일을 시작한 김에 테스는 고작 문파를 완성한 걸로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안에 체계를 쌓아야 해.’
물질적인 기틀뿐만 아니라, 인적(人的) 기틀을 쌓길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문파의 새로운 체계였고. 그 체계를 쌓기 위해선, 또 다른 도움이 필요했다. 그건 바로.
“새 일을 해야 하는데, 둘 다 도와줄 거지?”
“……또?!”
“이러려고 날 여기까지 부른 거냐! 어쩐지 축제를 벌인다는데, 날 직접 초대를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