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화
챕터 25.
-키이익?
-크륵!
테스가 불러일으킨 마력의 변화. 변화는 가장 먼저 베빈이 가장 원하지 않는 존재들을 끌어들였다.
당장 눈에 보이는 몬스터만 하더라도 수백 마리였다.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마탑의 사방 4km를 넘어, 그 주변 전역에서 몬스터가 달려오고 있었다.
테스의 기감으로 느껴지는 것만 족히 수만 마리.
‘이야. 머리가 어지러울 정돈데?’
경지에 이른 그. 지금 이 순간에도 그간 얻은 지식으로 말미암아 성장하고 있는 그로서도 혼란스러울 만큼 많은 수가 반응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왜 여기로 오는 거야!”
“대신에 마나도 딸려 들어오고 있잖아?”
“그게 할 소리냐!”
베빈이 소리치는 게 당연할 지경!
대범람과 침공에서 살아남은 몬스터는 강자. 마기를 머금어 가며 성장한 돌연변이까지 있었다.
그러한 몬스터가 수만 마리나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테스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마력이 점차 번져 나가고 있는 이 순간, 상황은 더 절망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마탑 영역을 넓게 벌려 준 것도 이걸 생각해서 그런 거였어?”
“글쎄다?”
“맞네! 다녀와서 두고 보자!”
그녀는 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일으킨 그녀의 몸이 가장 먼저 달려드는 오우거를 향해 솟구친다.
테스가 만들어낸 마법진으로 말미암아, 사방 4킬로미터가 이 마탑의 영역. 그 안에서만큼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베빈이기에 가능한 일!
-그어어!
후웅!
2미터가 넘는 거대한 곤봉을 쥐고. 그대로 휘두른다.
콰아아앙-!
츠츳-
마탑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결계가 공격에 반응했다. 하얀 막이 떠오르다 이내 사라지며, 오우거의 공격을 막아냈다.
공격을 막을 순 있으나, 반격은 불가능했다. 경계선의 결계는 그러한 기능까지 내장하고 있지는 못하였으니까.
그 대신,
“이거나 먹엇!”
몸을 솟구쳐 달려온 베빈이 마법을 날렸다.
츠츠츳-
거대한 전력을 머금고 있는 번개 다발이 작렬했다.
닿기만 하여도 검게 타 버릴 전류의 흐름! 그 흐름이 수백 가닥이 돼 오우거에 닿았다.
-크롸락!
곤봉을 휘두르던 오우거가 제 몸에 닿은 전류 다발에 몸을 뒤틀었다.
온몸이 비틀리며, 근육이 꼬이고 내장이 진창이 됐다. 가죽이 검게 물들었고, 곤봉은 타다 못해 재가 돼 흩어졌다.
-크허어엉!
비명을 내지른다. 고통스런 비명.
그녀가 날린 단 한 번의 전류 마법.
그 한 번에 마기로 강화된 오우거가 타들어 가는 위력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어쭈? 아직도 버틴다고?”
그러나, 정작 그러한 광경을 만들어낸 그녀는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오우거가 그녀의 계산보다도 더 질긴 생명력을 가졌기 때문!
본래라면 한 방에 타 죽어 없어져야 할, 오우거가 살아남아 버팀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르륵.
반쯤 빈사 상태가 되어 버리고, 두껍던 근육이 쪼그라든 거 따위가 그녀는 오히려 더 거슬렸다.
인상을 찌푸린 베빈.
“하, 여태 살아남은 녀석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거지. 어디 끝까지 가 보자.”
제 예상 범위를 넘어섬에, 골이 난 그녀는 순식간에 룬어를 조합해냈다.
[전격][관통][방사][영역][증폭][흐름][강화]…….
순식간에 열이 넘는 룬어가 조합됐다.
룬어에 대한 그녀의 이해, 그를 넘어서 세상에 대한 이해가 집대성된 그녀의 주문에 의하여 한 가지 주문이 구축된다.
“전격 영역 생성.”
그그그그긍-
일순간, 그녀를 중심으로 사방 1킬로미터에 짙은 구름이 생성됐다.
즈즈즉- 즈즉-
생성된 구름 안엔 그녀가 바로 이전에 만들었던 전류가 쉼 없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녀의 부름 그대로, 만들어진 전뢰의 영역!
순식간에 영글은 영역이 주변을 뒤덮음을 넘어, 그 내부를 가득 채우는 그 순간.
베빈은 작게 한 단어를 읊조렸다.
“낙뢰.”
그리고 그 결과로.
즈즈즈즈즈즉-
그녀 눈에 담긴 모든 영역이 번개로 뒤덮였다.
* * *
그녀가 만들어낸 전뢰의 폭풍. 그 모든 광경을 테스는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굳이 강화된 기감으로 느낄 필요도 없었다.
휘오오-
지금 휘몰아치는 마력은 그 특유의 기감이 아니더라도, 어마어마한 마력이 유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줬으니까.
저클래스 마법사라도 쉽게 느낄 만한 유동이었다.
대신, 저클래스 마법사는 이러한 마나 유동을 느끼면 그대로 졸도할 거다.
그만큼 거칠었으니까.
그러한 폭풍의 한가운데를 바라보는 테스다.
“햐, 미쳤네. 가서 보니 별거 없나 싶었는데, 마탑과 유동되면 저런 힘을 쓸 수 있다 이거지.”
그는 제 놀란 표정을 아끼지 않고 드러냈다.
그가 감탄하는 그사이. 베빈이 만들어낸 전뢰의 행렬은 끝날 줄 모르는 것처럼 이어졌고. 몬스터들 또한, 계속해 이곳 마탑을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그녀 홀로 이 모든 상태를 끝내는 건 무리라 여긴 걸까.
“어서 이리로 와!”
베빈이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서 소리쳤다.
그녀의 주변엔 아무도 없는데 왜 소리를 쳤을까. 답은 금세 밝혀졌다.
“오?”
그 뒤에 선 마탑. 그곳에서 또 다른 마력 변화가 있었다. 족히 일부가 변했을 뿐이지만, 테스는 변화된 마력이 무슨 패턴을 지녔는지 금세 깨달았다.
‘텔레포트, 아니 워프다. 그것도 대규모야.’
워프.
대규모 이동 마법. 텔레포트가 좌표를 입력하여 이동하는 방식이라면, 워프는 공간과 공간 사이에 게이트를 만들어낸다.
흡사 던전 게이트처럼 만들어진 워프는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바로 대량의 이동!
모습을 드러낸 워프 게이트 사이로, 마탑 본산에 있어야 할 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베빈 님의 호출이다. 어서 움직여!”
“너희는 북으로!”
“저희는 남쪽으로 가겠습니다.”
“너, 그리고 너! 너희는 이곳에 남아 마탑 마법진을 조율하도록 해!”
“옙!”
잘 정련된 자들. 마탑의 가르침을 꼼꼼히 받은 젊은 마법사들. 그들은 워프를 통해 나오자마자 훈련된 병사들처럼 제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그 존재 하나만으로 수백을 대신할 수 있는 게 마법사였다.
그러한 마법사가 수백이다.
젊다고 하더라도 최소 삼 클래스 되는 자들이 움직이니 결코 그 전력이 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는 다음에 있었다.
“킁. 한창 연구 중이었는데, 왜 때아닌 호출이야?”
“베빈. 그 양반이 또 무슨 난리를 친 거겠지.”
“하…… 여기는 또 어디야?”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마법사들.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마법사들의 정련된 모습에 비해, 반대로 흐트러진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기 개성을 지닌 이들은 불이나 물로 자기 몸을 두르기도 하였고, 또 누군가는 타 차원과 제 몸 일부를 연결한 듯했다. 몸 일부 사이로, 타 차원 일부가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들이 마나에 잡아먹힌 자들인가?’
던전 코어로 마탑이 흔들리던 당시. 그때에도 부르지 않던, 마탑의 숨겨진 힘!
그자들이 베빈의 호출을 받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저들은 갇힌 자 베빈이라 하더라도 쉬이 명령을 내리긴 힘든 자들. 마탑의 원로라 칭해지는 자들 중 하나였다.
“뭐 어쨌거나 그 베빈이 호출했으니 한번 움직여 주자고.”
“흐흐. 이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야지. 뭐 하나, 어서 가자고?”
“으음……. 저기에 재밌는 녀석이 있어서 말야.”
“걔는 인간이잖아. 나중에 보면 될 일이지! 어서 움직여!”
“쯧. 거 재촉하는 성격하고는! 알겠네! 가자고.”
테스를 흘끗 바라보던 이들 일부는 제 몸을 띄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긍-
저들이 움직이자 천지가 요동쳤다.
마법사의 형벌로 인해, 초라해질 정도로 약해진 육신을 지녔음에도 저들의 힘은 강력했다.
강력한 형벌을 받은 만큼이나, 거대한 마력을 제각기 다뤘다.
물, 불, 대지, 전격, 빛, 어둠…….
신관들과 다른 방식으로 제 속성을 움직이고 희롱하는 자들.
저들이 넓게 퍼지기 시작하자, 베빈에게만 마력을 흩뿌리던 마탑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마력이 재차 요동치기 시작하며, 저들의 마법을 보조했다.
그리고 그 결과.
콰아아아앙-!
수만 마리의 몬스터가 달려드는 저 땅 아래에 재차 재앙이 내려앉았다.
낙뢰가 내리꽂히고, 땅이 솟구쳤다.
불의 거인이 자라나 주변을 화염으로 휩쓸었고.
대범람 때와 같이 거대한 물길이 만들어지며 그 주변을 집어삼켰다.
쏘아진 빛은 앞을 보아야 할 눈을 멀게 하였고.
-크에엑!
-켁.
내려앉은 어둠은 짙게 변하며 몬스터의 존재 자체를 스러지게 하였다.
인간이 아닌 몬스터를 향하는 재앙의 세례였다.
‘과연…… 마탑은 마탑이라 이건가.’
그 모든 힘을 여실히 바라보고 있는 테스였다.
만족스러웠다.
제 스스로 마탑의 마법사들을 이곳 동부의 첨병으로 세우지 않았나. 그런 첨병들이 세움과 동시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었다.
몬스터는 그가 불러들인 것일지라도, 저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그땐 다른 걸 꺼내 들어야 했겠지.’
일을 벌인 테스로서도 몹시 곤란했을 터.
그런 상태에서, 저 마탑 마법사들의 활약은 그의 염려를 씻어내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예상외의 활약에 테스가 미소를 띠고 있을 때.
그러한 미소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실실 웃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왔나?”
그녀, 베빈이었다.
마탑의 마법사와 원로를 불러들여, 작은 여유가 생기자마자 테스를 찾아온 그녀의 표정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마탑의 확장 이전을 돕는다 해 놓고, 정작 벌인 일은 몬스터의 침입이니 그럴 수밖에.
“마탑 확장을 돕겠다더니, 적을 불러들여?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지금도 계속 적만 쌓이고 있잖아!”
“쌓이는 게 적만이 아닐걸? 잘 느껴 봐.”
“이제 와 뭘 느끼란 거야.”
“몬스터가 죽어 나가는 만큼 쌓이는 게 있지 않아?”
그런 베빈의 분노에도, 테스는 가벼이 웃을 뿐이었다. 몬스터와 사투를 벌인 그녀의 고생을 보답하고도 남을 걸 준비해 놓은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