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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49화 (148/191)

제149화

챕터 24.

마법의 최고 클래스 9.

그를 상징 삼아 만들어진 마탑의 총 층수는 9층이었다. 테스의 주도와 텍트의 세밀한 손길이 더해져 만들어진 마탑 지부.

단순히 지부라 하기엔 그 웅장함이 컸다.

“인간, 여긴 마탑 본산보다도 더 높은 거 같은데?”

“그게 느껴지나?”

“드워프인 내가 못 느낄 리 없잖나.”

실제 사실이기도 했다. 전에 테스가 다녀온 총본부보다 더 높았으니까.

텍트는 그 크기를 정확히 가늠했다.

“미묘하게 더 높아. 삼십 센티 정도. 별거 아닌 차이지만, 더 높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리고 그 높이가 상징성을 지니게 될 거고. 맞지?”

“역시 드워프의 눈은 피하기 힘든 건가. 맞다. 높이나 크기, 그러한 단순한 것들이 때로 상징성을 지니기도 하거든.”

“재밌는 수작을 부린 거구만.”

“수작이라…… 아니라곤 못 하지.”

상징.

마탑 같은 곳에서 이러한 상징은 꽤 중요한 요소였다.

때로 귀족들이 말하는 명분보다도 더 중요시 여겨지는 게 바로 상징이었다.

상징은 마법의 매개가 되기 십상이고.

그러한 매개를 어찌 이용하느냐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테스는 이곳 탑을 본산보다 미묘히 더 높게 쌓음으로 그러한 상징을 완벽히 만들어냈다.

“네 녀석, 언제고 마탑 총본산을 여기로 옮길 생각인 거야. 그치?”

“가능하다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

“녀석, 욕심하고는.”

텍트는 그걸 꿰뚫어 본 거다. 장인으로 타고난 드워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부터 이런 일에 드워프는 끼워 주면 안 되겠어.’

길게 끌어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하도록 하지.”

스스스-

테스는 말을 돌릴 겸, 마무리 작업을 위해 마력을 일으켰다.

“오. 오랜만에 재밌는 구경이 되겠어.”

마무리 작업에 대한 기대가 있어설까.

테스가 탑에 대칭하여 마력을 곧게 세우자, 텍트는 눈을 빛낼 뿐이었다.

이전의 대화 주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탑과 테스의 마력을 돌아볼 뿐이었다.

테스는 온 힘을 다해 마력을 일으켰고.

파아앗-!

일으킨 마력을 대칭 상태에 있는 마탑에 전부 쏟아부었다.

일 층에서부터 구 층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세세하게 담긴 마법진들이 그의 마력에 공명하기 시작했다. 공명한 마력이 탑에 잠재워 있던 기능들을 일깨워 가기 시작했다.

일깨워짐은 곧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했다.

“오오. 미친 마력이로고.”

그그그긍-

마법진이 작동하며, 주변의 마력을 흔들기 시작했다.

흔들린 마력 사이로 마탑의 지배력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배력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순간 주변의 마력 전부가 탑에 묶였다.

묶인 마력은 재차 탑에 흡수되었다. 흡수된 마력들은 테스가 구동시킨 마법진의 동력원이 됐다.

‘진짜 시작이군.’

마법진이 작동하며, 마탑 내부 공간이 커졌다. 수없이 많은 아공간들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아공간은 마탑의 사람들에게 친밀한 마력으로 변환되고 채워졌다.

안이 가득 차고, 남은 마력은 바깥으로 나왔다.

구 층에서부터 일 층에까지.

바깥으로 나온 마력은 점차 아래로 내려가며 탑 외부를 변화시켰다.

드드득-

보안 마법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외부인의 공격은 약화시키며, 내부인이 외부로 공격할 때는 그 위력이 배가 되는 증폭이 박혀들어 갔다.

그러고도 남은 마력은 주변에 흩뿌려지며 점차 영역을 넓혔다.

사방 4km까지 쭉 뻗어 나가고서야 마력의 줄기가 멈춰 섰다. 길게 원형을 이루고 있는 줄기는 영역의 경계가 됐다.

경계가 완성됨으로 마탑이 완성됐다.

그러한 광경을 테스가 눈에 새기는 사이, 텍트의 감탄사가 들려온다.

“햐. 이건 언제 봐도 멋지군.”

“전에도 봤나 보지?”

“마탑 지부 의뢰는 보통 우리 드워프들에게 들어오니까. 그래도 이러한 대규모는 나도 처음 보는 거다. 보통 도시에 세울 땐, 고작해야 수백 미터가 마탑 영역이거든. 이 정도 규모는 보기 힘들지.”

수백 년을 살아 온 그로서도 보기 힘든 광경.

그렇기에 그의 눈은 반짝이며, 동시에 흥분해 있었다.

저 거대한 건축물에 제 손길이 들어갔으니 더 흥분했는지도 몰랐다.

그의 감탄이 끝날 때쯤.

스르륵-

텍트의 키보다도 네 배는 큼직한 마탑의 정문이 스스로 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부를 만들어 달랬더니, 아예 옮겨 버릴 생각이었던 거야? 이 욕심쟁이야.”

테스에게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 베빈이었다.

* * *

“오랜만이야.”

테스가 다가감에도, 그녀의 뾰로통한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텍트가 알아본 것처럼, 그녀도 테스가 벌인 일이 무엇인지 알았으니까.

“난 아직 대답을 못 들은 거 같은데?”

“무슨 대답?”

“지부를 두고, 왜 이런 데 이런 걸 만든 거야? 아무리 봐도 이건 유지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그녀에게 있어 마탑은 애증의 존재. 마탑에 갇힌 그녀에게 마탑의 유지는 곧 제 생명 유지와 직결돼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 이런 거대한 마탑이라.

제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지닌 마탑이라도, 이를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대범람이나 침공이 없던 몇 년 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몰랐다.

그때는 마탑으로서도 자원이 넘쳐났으니까.

하지만, 온갖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앞으로도 수많은 일이 예상되는 가운데서 이런 거대한 것이 세워져 지킬 곳이 늘어나는 건 그녀로선 환영키 힘들 수밖에.

“너 정도 되면 유지에 대한 걸 모를 리가 없잖아? 이미 우리 본산에 와서 많은 걸 보고 갔을 테니까.”

“알지.”

“그런데도 이렇게 한 이유를 제대로 말해 주지 않는다면, 나로서도 쉽게 넘어가긴 힘들 거야. 반 정도는 내 스스로 부숴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휘유. 애써 만들어 줬더니, 반이나 부순다니.”

“능청 부리지 말고. 어서 대답이나 해 줘.”

“그렇다면야.”

독이 바짝 오른 베빈이었다. 그간의 성격으로 보아 말린다 해서 들을 이도 아닌 터.

여기서 그녀를 더 자극해 봐야 테스로서는 그녀의 폭급한 마력이 터져 나가는 것밖에 더 볼 일이 없을 거였다.

결국 테스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답을 해 줬다.

“베빈, 네가 보기에 이 대륙이 돌아가는 게 정상으로 보이나?”

“음?”

“대범람, 침공. 이따위 걸 넘어 그보다 더 거대한 게 터질 거 같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대범람, 침공보다 더 거대한 재앙이라.

이는 오랜 시간을 살아 온 그녀로서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말하는 테스의 표정엔 오로지 진실만이 담겨 있었으니.

그 진심을 읽을 능력이 충분하고도 남은 그녀의 표정이 같이 굳어졌다.

“……그보다 거대한 거라고 하면, 설마 성국과의 성전? 아니면 침묵하고 있는 제국의 움직임? 어느 걸 말하고 싶은 거야?”

“고작해야 성국이나 제국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거면, 그건 좀 실망인데. 그보다 더 높이 보라고.”

테스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단순한 손짓이었다.

“아…….”

그러나 그 의미를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게이트를 통해서 내가 얻은 정보들. 그리고 마주한 신들 가운데서 얻은 정보가 맞다면, 결국 답은 하나로 귀결될 거다.”

“승천…… 아니지. 승천이 아니라 그 이상이 될 거란 거야?”

테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승천.

테스나 그녀로서도 바라 마지못한 거대한 목표.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그것은 얼마나 거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까.

어쩌면.

“내 예상이 틀리길 바라지만…… 승천 이상의 것이 벌어질 수도 있거든.”

지금까지의 일은 장난처럼 느껴질 만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 의미를 모를 그녀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금방 테스가 여기로 그녀를 불러들인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서 여기로 날 부른 거야? 본래의 마탑보다 더 거대한 마탑을 지어대면서?”

“그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내 확실한 편이라 할 수 있는 널 내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했거든.”

“……후움.”

내 확실한 편.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진다.

앞으로 있을 예측된 미래.

테스의 힘으로 마족의 침공을 막아낸 이후, 성국은 성전의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고. 제국은 침묵하며 전에 없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시시각각 일이 변하고 있지. 망할 마족 놈들이 이곳 왕국을 집중적으로 때린 덕에 일은 더 복잡해졌고 말야.’

그 움직임을 읽어 들이지 못할 테스가 아니었기에, 그는 그녀를 끌어들였을 뿐이다.

승천하는 테스 옆에서 같은 승천을 바라는 그녀만큼 믿음직한 아군은 더 없었으니까.

그러니 테스로선 치밀한 계산 속에서 그녀를 끌어들였다.

베빈은 계산된 테스의 속을 모르진 않았다.

그러나 그 뜻이 나쁘지 않았기에 그녀는 자신이 가졌던 불만을 풀었다.

“확실한 내 편이라. 그리 듣기 나쁜 말은 아니네. 뭐 좋아. 네 말대로 또 연속해서 일이 벌어질 참이라면…… 마탑 지부가 아니라 마탑 자체를 이리로 옮기는 것도 그리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좋은 이야기다.”

“좋기는. 옮기는 일이 결코 쉬울 리는 없다고. 그와 관련하여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는 거야?”

“알지.”

마음을 푸는 것과 별개로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제아무리 테스가 기본을 세워 놓았다 하더라도 천 년도 넘게 이어졌던 마탑 이전이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그러니 베빈은 테스에 대한 불만을 지우면서도, 한편으로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이전을 준비해도 할 일은 넘쳐날 테니까.

‘어디서부터 해내야 하나…… 이 정도로 일을 벌인 걸 보면, 내가 테스를 고른 건 잘한 일이기는 한데. 하.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데.’

그녀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머리로 계산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귀에 테스의 희망적인 말이 하나 들려왔다.

“해서 도움을 좀 줄까 하는데?”

“도움? 마탑 확장에 관련해선 네가 도울 게 없을 건데? 너는 외부인이니까.”

“외부인인데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더라고.”

“응?”

“바로 보여주지.”

따아악-

그가 손을 튕겼다. 그게 신호였던가. 그 주변으로 거대한 마력 파장이 일기 시작하며, 주변에 변화가 시작됐고.

“이, 이 미친 녀석아! 대체!”

동시에 베빈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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