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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43화 (142/191)

제143화

챕터 18.

경계를 넘어오는 테스. 그를 따르는 수족들.

이들이 발을 놀려 경계를 넘자. 언데드 무리가 반응했다.

-킁.

생전의 버릇을 흉내 내듯 크게 콧김을 내뿜고, 달려드는 거대한 덩치!

콰아앙-!

죽기 이전, 기사가 아니더라도 최소 마을에서 알아주는 장사로 보이는 자가 언데드가 돼서 부딪쳐 온다.

죽었기에, 살은 썩었고. 혈관을 타고 흐르던 피는 죽기 전 상처 사이로 다 흘러내린 지 오래였다.

덩치에 비해 가벼워졌어야 할 몸이다.

“크흐…….”

하지만 부딪쳐 오며 가져다주는 파괴력이 결코 얕지 않았다.

피와 살이 사라진 대신, 언데드가 되며 얻은 단단해진 몸과 휘도는 마력이 가져다준 힘이 있었다. 육신 자체를 생전보다 더 단단히 만들고 있었다.

-크흥.

콰아앙. 쾅.

그 몸은 그 자체로 무기나 다름없었다. 조각조각 내기 전에는 죽지도 않는 상태니 더더욱 위험하다.

그러나, 여기 경계선을 넘은 자들 중에 덩치만 믿고 달려드는 언데드를 두려워하는 자는 없었다.

“크로브, 영주님 보시는데 뭐 하는 거냐! 그따위 허접한 언데드에 막혀서 어쩌잔 거야!”

“죄, 죄송합니다!”

테스가 데려온 수족 중 개개인이 가장 약하다 평가받는 영지군. 그들조차도 언데드가 부딪쳐 옴에 겁을 먹은 자가 드물었다.

“시간 끌지 마! 바로 쳐 죽여!”

“명!”

그나마 겁을 먹는 자는, 정예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 신병이면서 재능을 인정받아 정예군에 끼었으나 실전은 부족한 병사뿐이었다.

경험이 없는 탓에, 겁을 먹은 거다.

그러한 겁먹음도 오래가진 않았다.

이들 병사는 개개인이 아닌, 집단이 하나로 뭉쳐 움직이는 존재들.

“일군, 창진 개진!”

“개진!”

테스로부터 전수받은 진법을 연마한 이들은, 모임으로써 강해지는 자들이었다. 이들 모두 그러한 강점을 따라 모였다.

-크르륵.

개진한 창법을 이용하여, 언데드에게 대응했다.

약한 자끼리는 힘을 합쳐 적을 상대하고. 개중에 지휘관급의 강자는 유독 강한 언데드를 도맡았다.

서로의 합을 맞추며, 전장의 균형을 잡았다.

파즈즉-

병사와 언데드. 둘 사이, 전열이 형성된다.

* * *

두텁게 형성된 전장. 몇 날 며칠이고 이뤄질 듯 보이는 대치였다.

콰즈즉-

겉으로 보이는 형상은 테스의 영지군이 밀어붙이는 듯 보였다. 듀라한이나 구울조차도 병사들을 막지 못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단 몇 분 사이, 느린 속도이긴 하나 꾸준한 전진이 이뤄져 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전세의 유리함이었다.

인간이 아닌 언데드는 단순 육체가 강화되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죽음조차 쉬지 못하게 하는 자들. 그렇기에 숨이 필요한 인간과 달리, 호흡조차 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즉, 지치지 않는다는 의미.

시간이 흘러 장기전이 되면 불리해지는 건 인간이었다.

아무리 강병이라도 인간은 지치기 마련이니까.

지친 인간이 한 순간 실패를 한다면, 그 뒤는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이 끝이 아니다.

언데드에게 죽은 자는 언데드가 되는 게 이 세계 법칙. 그러니 죽은 자는 다시 일어나 산 자를 탐하는 언데드가 될 터였다.

그 뒤는 언데드의 우세가 될 수밖에 없다.

죽은 언데드는 마기가 존재하는 한 언제고 다시 일어날 터. 죽은 희생자를 통해 숫자까지 불리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언데드를 상대로는 압도적 전투를 치러내야만 했다.

-키이이이.

-킥.

그것만이 적을 죽음으로 끌어내리려는 언데드를 상대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니까.

문제는 제아무리 영지의 병사들이 정예라도, 그를 마주하는 언데드도 강력한 개체라는 거였다.

스켈레톤, 좀비 따위가 아닌 최소가 구울급이었으니까. 설사 구울이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변이를 통해서 강화된 개체가 수두룩하였다.

스스스스-

더더군다나 뒤에선 마기 기둥이 짙은 마력을 흩뿌렸다. 그를 통해 강화된 언데드의 힘은 강력했다.

압도적 힘으로 뚫어 줄 자가 필요했다.

그 역할!

“길을 뚫어 드려야 한다.”

“저 기둥까지, 일직선으로 만들어!”

진형이 형성되기 전까지, 이선에 물러나 있던 의선문 제자들이 나섰다.

기실 지금의 타이밍이 이들로선 가장 원하던 순간이었다.

‘균형을 깨야 해. 그래야 일거에 무너트린다.’

격렬한 대치 속에 미묘한 전장의 균형 상태. 이 상황에 강대한 전력의 투입은 순식간에 흐름을 뒤바꾸곤 하였으니까.

이전 영지전에서 테스의 마법 한 방이 전장 균형을 깨던 것과 같은 원리다.

차르르르륵-

검을 든 에나가 선두. 그 뒤로 정령을 소환한 프로스가 불쑥 떠올랐다. 그런 둘을 따르는 제자들.

“베어 버렷!”

땅에서는 에나를 따르는 검수들이, 언데드를 베었다.

하늘 위.

떠올라 있는 프로스는 저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

그와 동행하는 정령.

땅과 불. 그에 이어서 바람까지!

그의 오행신공 성취가 오르는 만큼이나, 강화된 친화력을 따르는 정령들 모두가 모였다. 그 수는 단 셋이나 결코 약한 개체는 없었다.

-삿된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질 못하고 있구나.

-망할 마계것들. 적당히라는 걸 모른다니까. 내가 이래서 마계를 싫어해.

“마계를 좋아하는 자들도 있어?”

-없지. 그러니 부수는 거야.

최소가 중급인 정령들이 한데 모였다.

고오오오-!

모여든 정령들은 제각기 자신들이 지닌 속성을 자랑했다.

-끼야아아악!

-불타라.

원혼에 가득 차 달려드는 레이스에게는 불의 세례가 내려졌다.

시체 더미가 뭉쳐 만들어진 어보미네이션에는 그보다 더 큰 흙의 거인이 일어나 짓밟았다.

바람은 그 사이를 자유롭게 누볐다.

시체 더미에서 깨어나는 언데드를 잘게 자르고. 불살라지고도 원한을 불태우는 원혼을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우습지도 않은 기운들이야.

또한 강대한 바람으로, 마기 기둥으로부터 튀어나오는 적의 기운을 배척했다.

-그렇지?

“응. 그러니 없애 드려야지. 스승님이 가시는 길이 편하게 말야.”

-저 괴물은 그러지 않아도 홀로 잘 갈 수 있을걸?

“그래도 도와 드리는 게 제자 된 도리야.”

바뀌기 시작한 전장의 분위기.

-크르륵.

언데드들이 밀려나고. 하늘 높이 치솟아 원한을 흩뿌리는 원혼들이 가라앉는다.

그때를 기다린 듯 프로스는 제 품에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자, 이곳에 타고 들어와.”

-좋지. 같이 춤추자고.

프로스가 손에 쥔 검에 바람의 정령이 맺힌다. 검에 맺힌 정령을 위하여 프로스는 오행의 기운을 더하였다.

다섯의 기운이 상생하며, 검에 맺힌 정령의 기운을 증폭시켰다.

스스스-

검에 기운이 형상화됐다.

오러와 정령의 기운. 둘이 합일하여 만들어지는 짙은 기운이 형상화된다. 오러도 정령의 기운도 아닌 그 사이.

‘정령기라 칭하는 게 가장 맞겠지.’

이 세계에서 오로지 프로스만이 펼칠 수 있는 거대한 기운이 맺힌다.

-아아…….

“이제 휘둘러 볼까.”

스스슥-

검에 맺힌 강대한 기운은 궤적을 그렸다.

프로스가 떠 있는 허공 중 그려진 궤적은 짧았다. 그러나, 그 궤적은 점차 크기를 불려 나가며 거대해졌다.

1, 4, 10, ……100!

순식간에 백여 미터를 넘어 버리는 거대한 바람의 칼날!

그그그극-

그 칼날이 땅에 일직선으로 내려앉았다.

-키에에엑!

-켁.

내려앉은 궤적 사이에 있던 언데드.

그들의 육체가 갈라진다. 갈라진 몸을 이어 붙이려, 살점만 남은 손을 휘저어 본다. 그조차도 이어지는 바람에 스러졌다.

한 방향이 아닌, 어지러이 부는 게 바람이 지닌 속성 중 하나.

-역시 이렇게 움직이는 게 가장 재밌다고!

그러한 속성을 프로스의 궤적을 빌려 노니는 바람의 정령은 누구보다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가 그려낸 궤적 아래에서 바람이 춤추는 한은, 그 어느 언데드라도 다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즈즈즉- 즈즉-

그러한 궤적을 프로스는 계속해 그려 갔다.

바람의 힘을 연이어 빌렸고.

때로 불의 궤적을 따라 모든 것이 불타도록 하였다.

땅이라 쉬지는 않았다. 이 세계에 땅은 어디나 존재하기에, 가장 현현하기 쉬운 힘이었으니까.

땅에 궤적이 만들어질 때마다, 거대한 땅이 거대한 검처럼 일어났다.

땅이 스스로 일어나 검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 주변의 언데드가 밀렸다. 존재감 자체로 강력한 게 땅의 검이었다.

그 검은 존재함으로 멈추지 않았다.

“슬슬 나도 한계야. 이게 마지막이니, 제대로 그어 보자고.”

-원하는 대로.

베기 위해 만들어진 게 검이 지닌 속성. 흙으로 만들어진 검은 그 속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콰드드드득-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검이 되어 일대의 언데드를 베었다.

검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

-……그르륵.

뭉개지고, 으깨진 시체만이 가득했다. 영역 전체에 휘도는 마기. 그 힘으로도 살리기 힘들 잔해가 되었다.

수천, 어쩌면 만 단위의 언데드를 베어 버린 프로스.

“후우우…….”

그도 한계는 존재하였기에, 마지막 베어 버린 땅의 검을 끝으로 땅에 다시 내려앉았다.

그가 내려앉았다 해서 다른 자들의 활약이 끝난 건 아니었다.

독, 마법, 외공, 검과 권, 도법…….

테스로부터 온갖 비의를 물려받고, 제 피에 타고 흐르는 힘을 각성한 속가 제자들이 뒤를 이어 그의 공백을 채웠다.

그 힘의 방식은 의선문 직전 제자와는 다르나, 힘의 크기가 결코 작지만은 않은 자들.

이들이 나서서 프로스가 열어 놓은 전장의 거대한 공백을 채웠다.

그들이 앞 열을 지켜 만들어내면 병사들이 전진하여, 다시 진형을 형성해 대치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전진이었다.

언데드라 해서 밀리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개중에 강대한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감히 인간들 따위가…….

-하…….

의지를 지니고 있는 언데드. 계약에 의해 언데드가 돼 스스로 추락한 자들. 기둥을 조율하고 있던 숨은 힘들도 모습을 드러내곤 하였다.

그러한 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젠 정말 미룰 수도 없겠는데요. 나서야겠죠?”

“당연한 이야기야.”

이쪽도 테스의 도움으로 규격 외의 힘을 지니게 된 자들이 마지막 길을 뚫기 위하여 나섰다.

리페와 그레놀.

스스스-

짙은 생명력을 채운 리페는 힘의 제한 없이 마법을 던졌고. 그 옆에서 그레놀은 적의 힘을 관측하여 빈틈을 찾았다. 그의 눈에 빈틈이 보이는 그 순간.

쩌저정-

틈은 스스로 벌어졌다.

-크아아악!

“오? 언데드도 고통을 느끼네?”

-감히이!

“오래전에 죽어서 그런가. 멘트는 식상하네. 그럼 죽으라고.”

관측자가 벌려 버린 틈은, 같은 관측자가 아니고서야 다시 닫을 수 없었다. 벌어진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마기에 스스로 추락한 것들은 다시 죽음을 맞이했다.

모두의 활약!

그 가운데서 테스가 마기 기둥에 도달할 길이 열렸다.

‘지금이다.’

숨을 죽이고,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테스. 그는 길이 열리는 그 순간, 곧바로 기둥을 향해 전진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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