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의선, 황제되신다-141화 (140/191)

제141화

챕터 16.

단 열흘.

마기 기둥의 이 차 폭풍이 일어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이 차 폭풍은 일 차 폭풍보다 거세었다. 흡사 9클래스 마법이 터져 나간 듯했다. 카르소니아 왕국 전역이 흔들렸다.

그보다 작은 일 차 폭풍에 동부가 잡아먹혔다.

더 큰 이 차 폭풍에 견뎌낸 자가 그리 많을 리 없었다.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왕도 결계마저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갈 정도였으니까.

왕도 결계가 터져 나가고 남은 왕도의 상황은 처참했다.

수백 년을 버텨 오던 왕도의 찬란한 유산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수도가 자랑하던 시설과 유적지들이 사라졌다.

그 중앙을 지키고 있던 왕도는 더욱 처참했다.

외부로는 마기의 태풍이, 내부로는 깨어져 나간 결계의 여파가 들이닥쳤다. 안팎으로 다가드는 파동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왕궁은 그 흔적조차 사라졌다.

왕궁이 있던 자리엔 분화구처럼 파인, 거대한 구멍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강력하디 강력한 태풍이었다.

* * *

그러한 태풍이 불어닥치는 한가운데, 스스로 전면에 서는 자도 하나 있었다. 아직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남아 있다 하던 테스다.

‘결국 여기까지 왔네.’

일 차 폭풍이 일던 그날, 그는 이 차 폭풍을 예견했다.

폭풍 한가운데서 보인 동부의 마기 기둥. 그 근원의 일부를 읽어내는 데 성공한 덕분에 얻은 예측이었다.

그가 보기에 마기 기둥은 단순히 힘이 모여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그것은 마계에서 만들어낸 병기에 가까웠다.

거대한 기운을 뭉쳐 만들고, 그에 의지를 불어넣어 움직이게 하는 병기!

물질적인 것은 전부 배제한 채로, 오로지 기운만으로 벼려 만든 게 마기 기둥이었다.

‘드워프도 보구를 만들어서 신의 힘을 담는데, 그 거대한 마계에서 저런 병기 하나 못 만드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마계에서 만들어졌단 걸 떠나, 존재 자체가 경이로운 병기였다.

다만 결코 효율적인 무기는 아니었다.

마기 기둥이 일으킬 수 있는 태풍은 무리하여 세 번. 그나마도 상당한 힘을 소모해야 발동시킬 수 있을 듯 보였다.

기둥을 형성하기 위해선 거대한 마기를 활용해야 하는데, 태풍을 사용하는 순간 힘의 공백이 생겨나기 때문.

기둥을 형성하기 위한 마기로 한 번.

힘의 공백 사이에서 버텨내기 위해 두 번.

마기 폭풍을 일으키기 위해서 세 번.

총 세 번의 압도적인 마기 소모를 견뎌내야만, 기둥은 거대한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병기로서 사용될 수 있었다.

그 위력, 크기는 압도적이나 소모되는 힘은 그보다 더 압도적이기에.

‘과연 이런 짓을 벌여 마기를 사용하면, 제아무리 마계라도 남는 게 없을 거 같은데 말야.’

궁금증은 여전했다.

저 마계가 이리 힘을 소모해,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 세계서 얻을 게 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었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맞지 않는 침공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은 궁금증을 풀어 나갈 시간이 아니었던 터.

그는 가장 먼저 예측된 이 차 파동을 막아야 함을 알았고. 그러기에 그날 바로 준비하여 열흘 전부터, 이곳 위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현재 그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왕국의 동북부와 동남부의 정중앙. 범람 당시 그가 발현한 대진법의 중심이 되는 곳 중 하나였다.

지난 열흘.

테스는 자신이 선 곳을 폭풍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단순히 이곳에 머무름으로써 그 선을 정한 게 아니었다.

지난 시간, 그는 마탑에서 얻었던 영감을 이곳에서 구현했다.

태풍이 터진 이상 왕국 전역을 구하는 건 무리. 그렇다 해도 남은 동부 지역은 전부 살리기 위함이었다.

‘이왕이면 왕도까지 껴 넣었다면 좋았겠다만, 거기까지는 나도 한계였지. 그곳 결계가 나와 상성이 맞지 않았어.’

치밀한 계산 속에서, 그는 대진법을 변형시켰다.

아직 남아 머금고 있던 수기를 연료 삼고.

텍트가 새겼던 회로를 다시 새겼다. 그 방식은, 드워프의 것과 달랐다. 이 세계의 마법사와도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이번에 얻은 차원의 지식을 한데 섞어 넣었다.

그렇게 대진법을 변형시켰다.

변형된 대진법은 단 세 가지의 작용만 반복하도록 설계되었다.

‘흡수. 변형. 이동.’

단순하나 마기 폭풍을 막아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이라 생각해 만들어낸 변형이었다.

오로지 그의 영감만으로 만들어진 절대의 방패!

그 위력을 시험하는 건, 실험이 아닌 바로 실전이었다.

그그그극-

저 멀리, 왕도를 집어삼키고 몸집을 키운 마기 태풍이 그를 향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던 그는 기운을 일으켰다.

“여기까지다.”

선언하듯, 읊조리며, 자신과 대진법을 연동시켰다.

콰아앙!

그리고 저 멀리 있던 마기가 들이닥치는 순간, 그는 눈을 감았다.

* * *

그그극-

테스로서도 겨우 버텨냈던 마기 폭풍이 그가 정한 선을 향해 다가왔다. 그 순간에 맞춰 진법을 발동시킨 테스.

가장 먼저 그가 원하던 작용을 시작했다.

흡수!

그가 서 있는 곳을 넘어, 이 왕국 전역을 뒤덮어 가고 있던 마기. 그 거대한 기운이 그가 정한 선에 닿는 족족 흡수되기 시작했다.

본디 신의 힘을 담아야 할 무구. 실패작이라 칭해진 그곳에 차곡차곡 담겨 가는 마기!

대범람의 수기도 흡수해냈던 무구들이었다.

진법석과 연동을 통해서 그 위력이 더 강해진 지금!

스스스스-

무구는 거대한 마기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 단계 성공.’

하지만 흡수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마기 폭풍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가 성공적으로 흡수한 것도 단지 일부일 뿐이었다. 뒤이어지는 후속타를 다 머금다가는, 애써 구축한 대진법이 터지고도 남았다.

이에 테스는 바로 두 번째 수단을 사용했다.

바로 마기의 변형!

단순 담는 데서 끝이 아닌, 담은 기운 자체를 변형시키고자 했다.

일종의 형질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하나, 지독한 기운 중 하나인 마기를 변형시키는 게 쉬울 리 없었다.

기운의 변형을 위해선 또 다른 강한 힘이 필요한 게 상식.

테스는 그를 위해서 대진법 주변에 풀어놓았던 기운을 사용했다.

그 기운, 바로 수기다!

본디 대진법을 구축하는 무구 안에 담겼어야 할 거대한 수기. 대범람 당시 머금었던 수기들 전부를 연료로 삼았다.

진득하고, 독한 마기에 재생과 변화의 성질을 지닌 수기가 들어간다.

본디 물의 속성 중 하나는 어디든 스밀 수 있다는 것.

츠츠측-

마기가 반항하려 해 보지만, 수기는 반항하는 마기의 틈이 드러나는 족족 바로 파고들어 갔다. 그러곤 기운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바로, 이 변형에 테스는 자신의 의지를 발현시켰다.

‘단순히 섞이기만 해서야 중화될 뿐이야. 중화시켜 흩트려 놓는 것도 좋다만, 그래서야 이쪽에선 손해거든.’

숙련된 검사가 자신의 오러에 의지를 담듯.

고클래스의 마법사가 룬어를 통해 의지를 발현하듯이.

그는 대진법을 구축하고 있는 거대한 기운들을 오러처럼 다루며 제 의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그 의지가 원하는 바는 하나였다.

테스에게 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파괴!

스스스-

파괴란 속성이 마기에 잘 맞아떨어져서일까. 변형된 마기는 그가 의지를 부여하는 순간, 반항을 멈추었다.

그의 의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가오는 태풍의 후속타를 같이 변질시켰다.

고오오-

순식간에 대진법의 임계치를 넘는 거대한 기운들이 쌓였다.

태풍을 일으킬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다. 그 기운이 결코 작을 리 없었다. 그 모든 기운들을 흡수하고, 변형시키는 테스.

그가 받고 있는 부하는 상당했다.

“하아…….”

가만히 서 있음에도, 스스로 어깨가 굽어지고. 당장에라도 무릎을 꿇고 싶을 정도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다시 뜬 눈엔 핏발이 섰고. 몸은 점차 기울어져 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대진법의 힘을 빌렸다 하더라도, 그는 아직 일개 인간.

예비자라 할지라도 승천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신이 되고자 할 뿐, 신이 된 건 아니었기에 한계는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한 자신의 한계를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심기체(心氣體)를 합일한 지 오래인 그였기에, 그 누구보다 자신의 한계가 보였다.

‘……잘해야 1퍼센트나 남아 있을까.’

스스스-

마기 태풍의 기운은 끝을 모르고 다가오는데, 그의 한계마저 곧 다가온다.

이대로라면 애써 변질시킨 기운에 의지를 더 부여하기는커녕, 변질된 기운이 마기 태풍에 잡아먹힐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그는 버텨냈다.

이 순간.

‘한계를 넘어야 해.’

그가 가진 한계를 넘고자 했다. 1퍼센트가 아닌 10퍼센트. 아니 능히 두 배. 그 이상을 버텨내야 했다.

잠시라도 좋았다.

그가 원하는 순간은 촌각도 되지 않았으니까!

그그그그극-

“크흣…….”

한계치에 이른 몸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뼈가 으스러지고, 피부엔 생채기가 자라난 지 오래였다.

몸 속 남은 소량의 선천진기가 회복을 도모하지만, 그조차도 한계는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선천진기는 상처 입은 그를 회복시키길 반복하다 이내 소멸했다.

휘돌던 다섯 개의 써클은 회전을 멈추어 굳었다.

단전의 내력은 소모한 지 오래였다.

그에게 남아 있는 거라곤 단 하나.

상단전에 열려 있는 영안.

영안에 몰려 있는 일종의 신기라 할 수 있는 신통력 어린 기운뿐이었다. 개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조차도 소량이었다.

내력으로 따지면 일 년 치도 되지 않는 한 줌의 기운. 그 기운을 부평초 삼아 그는 버티고, 또 버티었다.

그러다 결국.

‘지금이다!’

그가 원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임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인 변형된 기운. 그 거대한 기운이 휘몰아치며 다가드는 마기 폭풍을 이겨내기에 충분하고도 남은 수준이 됐다.

이 순간이,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다.

그는 대진법에 만들어 놓은 마지막 수단을 바로 발현시켰다.

‘……이동!’

그가 임계치까지 머금고 있던 변질된 기운. 그의 의지가 담긴 채 대진법 위로 머물고 있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 마기의 태풍이 몰아치는 동부를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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