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의선, 황제되신다-139화 (138/191)

제139화

챕터 14.

그그그극-

테스가 마탑에서 읽어낸 일련의 흐름. 그것은 마력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도 느낄 만큼 강대한 흐름이었다.

고작해야 수십여 개의 진법석을 터트린 폭발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 세계 전체가 울렸다.

성국, 제국, 마스키지언, 카르소니아, 오시아…….

어느 곳이고 가릴 것이 없었다.

기운의 거대한 흐름은 폭발적으로 커져 갔다.

‘대체 어디냐…….’

너무도 넓고 거대하기에, 테스로서도 그 진원지를 느끼기 힘들었다. 다만 한 가지는 읽어 들일 수 있었다.

“……이거 마계의 마기잖아. 맞나?”

이 힘의 속성. 마기다.

테스의 분석을 베빈이 확인해 줬다.

“부정하고 싶은데 아니라 할 수가 없네. 맞아. 마기야. 흡사 마계랑 비슷해. 저쪽도 전력을 다해 보겠다는 건가.”

“던전보다도 더 심하군.”

“이건 완전히 마계와 이 차원을 겹칠 기세인데.”

“하.”

그녀는 과거 마계에라도 다녀온 듯 확신을 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저 기운이 마기라고.

마족을 위해 만들어진 마계의 환경과 똑 닮았다는 말. 그 말에 테스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마기라니.’

그그극-

지금의 흐름은 테스의 계산을 한참 벗어난 힘이었다. 이전에 대진법을 펼쳤다면 모를까.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그도 대침공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만큼 거대한 흐름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던전 게이트가 생성되기 시작했을 거다. 테스와 기감이 연동돼 있는 그의 영지에서도 총 세 개의 새로운 게이트가 느껴졌을 정도다.

그가 기운을 누그러트리고 있기에, 던전의 규모가 작기는 했다. 기껏해야 그의 영지군이 나서면 처리할 수 있을 수준.

문제는 그 바깥이다.

그가 기운을 누그러트릴 수 없는 곳. 그러한 곳들은 보지 않아도 최악의 상황에 부딪혀 있을 거였다.

특히,

‘……흐름으로 봐선 왕국 동부가 큰 문제인가.’

그가 설치한 대진법의 영향력이 가장 작은 카르소니아 왕국 동부가 문제였다. 그곳은 그의 손길이 가장 적게 닿는 곳이었고, 그만큼 침공에 대한 방어력이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카르소니아 동부에 존재하는 귀족들이 힘을 쓰기는 했을 터이나.

‘흐름 자체가 거대해. 거기다 이제 느껴지기로 그 흐름이 카르소니아 왕국에 집중이 돼 있단 말이지.’

차원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을 얻은 테스가 보기엔, 역부족이었다. 동부의 강자들이 반항하기도 전에 다 쓸려 나갈 기세였으니까.

‘바로 나선다 해도…… 동부는 끝이다.’

문제는 나설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텔레포트 마법진은 명백히 무리였다. 제대로 좌표를 입력했다 해도 차원의 미아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아무리 봐도 이건 막을 수가 없어. 테스, 차라리 너는 여기서 후일을 도모하는 게…….”

“아니. 여기서 움츠러들고만 있을 순 없지.”

저 베빈이 긴장을 하다 못해 겁을 집어먹는 것도 이해는 갔다.

그녀의 말대로 이 거대한 흐름이 지나갈 때까지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베빈이 자신이 갇혀 있는 마탑을 소중히 하듯 그에게도 소중한 것이 있었다.

그의 영역이자 영지를 지켜야 했다.

그렇기에 테스는.

“텔레포트도 무리니 당장은 달려갈 수밖에 없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가다가 마주치는 마족들은!?”

바깥으로 나서길 택했다.

“처리해야지.”

“테스!”

그는 코어가 머무르고 있던 연구실 한편에서 나섰고. 복잡한 설계로 만들어진 마탑을 기감으로 읽어 들이며 바깥을 향한 길을 찾아갔다.

한 층, 한 층 아래로 내려가는 그를 베빈은 유령처럼 쫓아왔다.

“죽을 수도 있어! 아직이라니까!”

그러곤 그를 따라 순간 이동하며 그를 말렸다.

“잠시! 잠시만 기다려 봐. 내가 만반의 준비를 해 줄 테니까…… 테스으으!”

갇혀 있는 마탑에서 그녀는 신과 같았고. 그렇기에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였으니, 부릴 수 있는 신기와도 같은 이동술이었다.

그러한 이동술이 있기에 한 층 한 층 내려서는 테스의 옆에 붙을 수는 있었으나.

덜컹. 덜컹.

“이런 걸론 못 막아.”

콰아앙-!

그녀가 마탑이 간직한 많은 수단을 써 그의 앞길을 막으려 해도, 막을 수는 없었다. 테스가 의지를 꺾지 않는 한, 그녀가 그를 막을 수단은 없었다.

쿠우웅.

결국 그는 수십여 층을 격하고, 바로 일 층에 내려왔다. 마탑의 거대한 입구가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굳건하게 만들어진 철문. 덕지덕지 마력이 발라져 있는 마탑의 문은 그 어떤 것이라도 뚫을 수 없을 듯 보이는 철옹성이었다.

그 앞에 서서 베빈이 그를 마지막으로 말렸다. 힘이 아닌 대화를 하고자 했다.

“테스! 잠시만 시간을 줘. 그리하면 이 마탑도…….”

“아니, 지금은 일분일초가 아쉬운 때야.”

하나, 테스는 대화가 아닌 철옹성을 뚫고 가는 것을 택하였다.

그 스스로 의지를 바꾸지 않는 한, 이 위험한 마기의 흐름 속에서도 그의 걸음이 멈출 일은 없었다.

‘이따위 것.’

그는 철옹성인 마탑의 문을 읽어 들였다.

그 안에 담긴 지식, 비의, 보안 방식…….

본디라면 뚫기 힘들 곳이었으나, 차원의 지식까지 일부 엿본 그다. 그는 금방 철옹성의 핵심을 찾아냈고.

투웅-

침투경을 이용하여 문의 한편을 쳐냈다.

“어떻게!!”

스스스스-

그의 손이 쳐낸 그곳으로부터 문에 걸린 모든 마법의 흐름이 깨졌다. 정련된 흐름이 깨지자, 문은 제 스스로를 열어젖혔다.

열려 버린 거대한 문.

설사 베빈이 몸으로 막는다 해도, 테스가 넘어설 공간은 많았다.

“안 돼!”

“나중에 보자고.”

테스는 몸으로라도 막으려는 그녀를 넘어섰다. 뒤늦게 테스 가까이에 도달한 그녀의 손이 그의 뒤를 잡아채려 한다.

하지만 잡아내진 못했다.

파즈즈즈즉-

“아읏…….”

그녀의 손이 마탑의 영역 바깥을 넘어서는 순간, 그녀에게 걸려 있는 금제(禁制)가 작동하였으니까.

갇힌 자 베빈. 그녀는 마탑을 제외한 그 어느 공간으로도, 나갈 수 없음이 테스의 바로 뒤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

평소라면 그 금제 방식을 읽으려 노력했을 테스였으나.

타아앙-!

그는 뒤를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이미 몸을 앞으로 날리고 있었다.

“아아……. 저 바보가! 섶을 쥐고 불에 뛰어들면 어쩌자는 거냐고! 돌아와!”

그의 뒤로 베빈의 울음 같은 소리가 들려왔으나, 그의 속도는 더더욱 빨라졌다.

* * *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마탑의 위치는 제국의 북동부. 아르델 공작의 영지보다도 더 위쪽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의 영지에 도달하기까지.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한다는 의미.

그는 계속해 속도를 올려 가며 아래를 향했다.

그가 이동을 하는 순간에도 마기는 들끓었다.

‘……갈수록 진원지는 확실해지는데.’

중구난방으로 전역을 뒤덮은 듯 보이는 마기. 겉모습만 그러할 뿐이었다. 강력한 테스의 기감으로 보기엔 마기의 중심부가 느껴졌다.

처음 그가 마탑에서 느꼈던 카르소니아 왕국의 동부가 그 중심지였다.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마기의 농도는 더 짙어져 갔고. 유독 동부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은 더 강렬했으니까.

‘멀리 떨어진 여기에서도 이리 지독하게 느껴지는데. 거기로 가면 마계나 다름없겠어.’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란 거였다.

강렬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거세지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마기가 동부를 향해 집결하고 있는 듯 보였다.

흐름은 계속해 이어지고 있었다.

흐름도 문제이나, 그 크기도 문제였다.

마계가 일반적인 침공 수준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거대한 힘을 부리고 있었다. 이 멀리서도 이 정도의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 그 증거.

‘대체 뭐 하자는 거지.’

고작해야 수십, 수백 개의 게이트를 여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이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다.

이 세계보다 더 거대한 차원이 마계. 덕분에 몇 배는 더 강력한 힘을 지닌 곳이 마계라 하더라도, 이 정도 힘을 부리는 덴 그들도 상당한 공을 들였을 터다.

꽤 많은 투자를 한 거나 다름없는 셈.

문제는 그가 있는 이 세계에 저 많은 힘을 투자하고, 마계가 얻어낼 것이 있느냐였다.

‘마계의 목표는 이 세계 힘의 흡수 혹은 천계의 추락인데…… 여기서 저리 힘을 써 봐야 흡수해도 손해일 거 같은데.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지.’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가 답을 구할 방법은 하나였다.

“역시나 가 봐야 하나.”

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마기의 궤적. 그 진원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

스스스-

그를 위해 테스는 방향을 슬쩍 틀었다. 그 방향, 카르소니아 동부를 향했다.

그는 내려가면서도 제 할 일은 잊지 않았다.

-키이이이!

-킥!

앞길을 막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한편.

우우웅-!

가는 길 사이사이 모습을 드러낸 게이트에 순간적인 접촉도 잊지 않았다.

시간으론 순간적인 접촉이었으나, 심상의 세계에선 때로 순간이 영원도 되는 법. 접촉한 그 순간마다 테스는 게이트의 지식을 빨아들였다.

접촉할 때마다 쌓여 오는 차원의 지식.

그보다도 테스가 중요시 여긴 건 마계의 정보였다. 게이트를 생성하는 마족. 그 마족으로부터 느껴지는 심상의 흔적을 읽고자 했다.

흔적 속에서 얻어지는 정보가 있을 거라 여겼기에 벌인 행위.

하지만 구할 수 없었다.

‘철저하게도 숨겼군. 게이트를 설치한 마족들과 이 궤적을 만들어낸 자들은 서로 다른 자들이야.’

마계는 거대했고. 그 거대함 가운데 수많은 세력이 있었으니까.

세력마다 추구하는 바와 움직이는 방식이 달랐기에, 테스가 원하는 정보는 더 얻을 수 없었다.

그나마 얻은 게 있다면 마계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저들 종족에 대한 정보뿐이었다.

수많은 게이트를 접촉하며, 이 세계 그 누구보다 많은 마계에 관한 지식을 쌓을 때쯤이었다.

“……거의 다 왔나.”

수면 대신에 마법 회복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인 그.

그의 발걸음이 카르소니아 중앙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앙을 넘으면 동부이니, 마기 근원지에 곧 도달할 수 있단 의미.

지금까지 달려온 길보다도, 더 짧은 길만이 남아 있었다.

고오오-

그 짧은 길을 한달음에 달리고자 그가 기운을 일으킬 그즈음!

“하…….”

테스로선, 결코 원치 않던 최악의 상황이 바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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