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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34화 (133/191)

제134화

챕터 9.

테스가 던전에 박아 넣은 건 진법석이 박힌 무구였다.

-한낱 검 따위가!

“그 검 따위에 너희 영역이 먹혔잖아? 머저리들아.”

우우웅- 우웅-

영역을 반전시킨 무구.

그에 담긴 비전은 빛을 흘리고 있는 진법석에 있었다.

대범람 당시, 진법을 구축했던 테스. 당시 그는 힘의 통합과 분출에 관해 상당한 영감을 받았었다.

대범람 이후, 침공이 예상되는 당시. 그는 그 영감을 무구에 박아 넣은 대진법에 여실히 박아 넣었었다.

언제고 원하면 힘을 흡수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분출되도록!

‘어려울 것도 없었지.’

범람 당시, 비슷한 방식으로 진법을 구성하였던 그였기에 가능했던 일.

그가 다루는 아공간에는 그러한 보구가 수십여 개가 있었고, 이제 와 그중 하나를 꺼냈을 뿐이었다.

그 하나만으로 저리 놀라다니.

-영역을 잃었더라도 마력은 사라진 게 아니다!

-마기가 있으니, 어서 덮치도록.

-언데드를 일으켜라.

테스로선 이제 와 반항을 시작하려 하는 리치들이 우스울 뿐이었다. 그 우스움에 대한 대가는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

“자, 끝을 내자.”

그의 손끝으로 강대한 마력이 주변을 물들이고 있었다.

* * *

회색빛으로 물든 게이트.

그그그긍-

테스가 안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던전을 구성하고 있던 게이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입자 단위로 분해되기 시작하는 게이트.

테스는 그 입자의 일부를 챙겨, 자신의 품에 담으며 생각했다.

“내 입장에서야 쉬운 싸움이기는 했는데…….”

게이트를 나서기 얼마 전까지. 그는 안에 있는 적들을 상대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리치가 넷. 전투가 후반부에 이를 때쯤, 리치를 지원하고자 나선 데스나이트가 둘이었다.

전위의 데스나이트와 후방의 리치.

잘 짜인 조합이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론 쉬이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이기에 가능한 압도적인 전투였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더라면 최소 기사단은 둘 정도, 그에 딸린 병사들은 수천이 죽어서야 토벌이 가능했을 터였다.

그도 아니면 중급 이상의 오러 마스터라도 나섰어야 했겠지.

그만큼 강력한 전력이었다.

저들 나름 던전 게이트를 만들어내며 승리를 자신했을 거다.

단지, 그 적이 테스라는 게 운이 없었을 따름이다. 강자로 불리는 저들이 상대적으로 테스에겐 약자였으니까.

“소수의 강자를 보내는 식이라…….”

문제는 이 부분이었다.

“어떤 마족 놈들인지는 몰라도 침공 방식이 상당히 악랄해.”

테스에게나 약자일 뿐, 저들은 본래 강자다.

그런 저들의 침공 방식을 보고, 테스는 침공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깨달았다.

마족. 그리고 그 외에 소수 다차원 침공자들.

그들은 전에 데빌 던전으로부터 교훈을 얻은 게 분명하다. 다수의 약자보다는 소수의 강자가 유용하다는 걸 깨달은 거다.

소수라도 수많은 자들을 죽이는 덴 충분하니까.

테스가 상대한 리치들만 해도 그러했다.

던전 게이트가 형성되고. 그 뒤 리치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테스로서도 꽤 많은 고생을 해야 했을 터였다.

소수의 리치는 영지 주변으로 널리 퍼져 나갔을 터.

퍼져 나간 리치가 벌일 일은 분명하다.

무차별적인 학살이다.

그 뒤에는 다수의 언데드가 퍼져 나갔을 거였다. 마법사인 리치의 본질은 언데드. 언데드로부터 죽은 자는 언데드로 태어나는 게 이 세계 법칙 중 하나였으니까.

리치의 마나를 받아들인 언데드라.

‘별의별 종류가 다 나왔겠군.’

좀비, 스켈레톤 수준을 넘어 듀라한이나 구울이 나왔을 거다. 소수가 순식간에 군대를 이루게 됐겠지.

굳이 리치가 아니더라도 이 방식은 유효했다.

저들이 침공하며 노리고 온 도시나, 대영지는 강자들이 들끓는 법. 강자를 상대하는 덴 소수의 강자를 보내는 방식이 더 유효했으니까.

결국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봐도, 저들이 강자를 보내는 식은 꽤 강력한 수였다.

이를 달리 생각해 보면.

‘다들 잘 해낼지 모르겠는데.’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테스를 대신해 영지에 침공한 마족들을 상대하러 간 제자들. 그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가 염려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실전을 통해 단련됐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의 적들을 상대하는 건 명백히 무리였다.

설사 승리한다 하더라도, 피해는 꽤 막심해질 터. 이따위 침공에 제자를 잃고 싶지 않은 테스가 내릴 행동은 결국 하나였다.

“가서 도와줘야겠군.”

그는 남은 게이트를 찾아 몸을 날렸다.

* * *

스스스-

던전 게이트 앞에선 그.

그는 통과하기 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게이트로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이전에 그의 기운이 섞인 게이트와는 느낌이 달랐다.

그가 마력을 불어넣어, 게이트를 조종하려는 그 순간.

투우웅-!

“으음…….”

강력한 반발력이 느껴졌다.

‘완전히 형체를 이룬 게이트엔 개입이 어려운 건가.’

테스도 예상치 못한 일. 그러나 그는 아직 게이트에 관해 알아볼 게 많단 사실에 도리어 웃음 지었다.

‘막는다 해도 뚫어내면 될 일.’

츠츠츠측-

그는 자신이 지닌 기운을 이용했다. 제아무리 완성된 게이트라도 그의 모든 힘을 이겨내긴 어려웠다.

하물며, 그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그의 영역임에야.

고작해야 던전 하나를 만들어내는 게이트가 그에게서 버텨내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쩌저적-

결국 게이트의 틈이 벌어진다. 벌어진 틈 사이로 급히 제 마력을 불어넣은 테스. 게이트의 빛이 다시 회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곧바로 게이트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손에 닿은 게이트로부터 그의 심상에 여러 정보가 전해졌다.

게이트의 구성이나 방식 따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을 걸러냈다. 지금 그가 알고 싶은 건 하나였다.

게이트 너머 던전 안, 그곳에 있을 자신의 수하와 제자들을 찾아야 했다.

‘저기다!’

수천, 수만 평이 되는 게이트 안 전부를 속속들이 뒤진 그. 그는 결국 게이트에 담겨 있는 존재들을 전부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역시나 예상대로야.’

소수의 강력한 마족. 그를 상대하는 제자들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쩌저적-

그는 재차 게이트를 조율했고. 원하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다들 고생했다.”

“……스승님?!”

어려움에 닥친 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 * *

테스가 제자들을 돕고자 나서며, 게이트에 관한 지식도 함께 얻어내는 그사이.

그에게 대답을 듣지 못하고, 영지관에 남아 있던 그레놀.

그는 누구도 예상 못 한 방문자를 테스를 대신해 맞이하고 있었다.

“네가 여기에 무슨 일이지, 리페?”

“당신이 이곳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의외로군요.”

그가 맞이하고 있는 그녀는 리페. 데빌 던전 토벌 당시, 테스의 한편을 지켰던 그녀가 영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영지관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여전한 무표정이었다. 한 치 흐트러짐 없는 옷매무새가 그녀의 깔끔한 성격을 대변해 주는 듯 보였다.

그녀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는 쪽은 되레 그레놀이었다.

‘베빈은 대체 왜 이런 존재들을 만들어서…….’

관측에 관한 피를 갖고 있는 그. 리페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그로선 그녀의 존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그는 어디에 있나요?”

“보다시피 선약은 이쪽에 있는데? 이제 와 묻는다고 가르쳐 줄 거 같나.”

그러니 대답조차 불퉁스레 나온다.

그런 그의 표정에도 그녀의 무표정은 깨지지 않았다.

“알려주시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요. 어차피 만남이 잠깐 지체될 뿐입니다.”

“……망할. 이런 녀석을 이곳 행정관들은 왜 통과시켜 준 건지.”

그녀를 상대로 인상을 더 찌푸리는 쪽은 언제나 그일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발언을 지키려는 듯, 그레놀을 두고 걸음을 옮기려 했다. 영주관을 나서려는 그녀의 뒤로 그레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의 외유로 네 존재가 반은 깎여 먹었을 텐데. 대체 왜 여기를 또 온 거냐?”

“전언을 전해야 한다고 하면 이유가 될까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그렇기에 그레놀은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은 선문답이라 하기엔 얕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레놀은 ‘전언’이라는 단어 속에서 답을 찾아냈다.

“고작 전언을 하겠다고. 베빈이 너 정도 되는 존재를 이리 쉽게 보낸다고? 네가 외유를 하게 되면, 네 존재 자체가 망가지기 시작할 텐데 말야.”

“예.”

“네가 거짓을 고할 리는 없으니. 너 정도 존재를 전언 따위로 보낸다는 건…… 마탑에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거군. 갇힌 자, 베빈이 너를 보낼 정도의 일. 아아…… 설마 전의 그건가. 이건 좀 일이 공교로운데.”

“…….”

그레놀의 말에 입이 닫히는 리페였다. 그의 말 속에 담겨 있는 핵심을 그녀도 읽어냈기 때문.

‘실수했네.’

이상 관측자라 불리는 그레놀의 핏줄. 그 앞에서 감히 쉽게 입을 벌려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뒤늦게 생각난 리페였다.

낭패였으나 리페는 그 감정조차 감췄다.

“한데, 아무리 급하다 해도 너를 보내다니. 베빈은 대체 뭘 하잔 거지?”

“……제 존재 자체가 이때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러곤 거짓 대신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진실을 말한다.

그녀는 베빈으로부터 만들어진 인공생명체. 골렘도 호문클루스도 아닌 그 무언가. 그렇기에 세상과 접촉을 하면 할수록 그 존재는 무너져 내리게 돼 있었다.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허락받지 못한 존재였고, 그렇기에 언제나 배척받으니까. 베빈의 존재 일부를 물려받았기에 배척받는 정도는 더욱 심했다.

그런데도 테스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이곳에 보내었으니.

이 방문만으로 그녀의 존재가 얼마나 흐려질지를, 관측자 중 하나인 그레놀은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그리 쉽게 말할 만한 말은 아닐 텐데 말야.”

“설사 죽더라도 그게 제 선택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 죽고 싶은 존재가 있을 리가 없잖아?”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담담히 말하고 있는 그녀의 속내를 그는 누구보다 깊이 읽어 들일 수 있었다.

그가 읽어낸 것. 존재가 흐트러지는 이 순간에도 살고 싶어 하는 그 의지였다.

제아무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라도 삶을 영위하기 위한 본능을 가진 건 당연한 이야기. 인공적이든 인공적이지 않든 그 끝이 공평한 죽음이라 할지라도, 이는 유효했다.

전언이라는 명령이 내려짐에, 곧 죽음이 가까워지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게 쉬울 리가 있겠는가.

‘절대 그럴 리 없지.’

그런데도 리페는 그를 받아들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터.

그레놀은 그 심정을 깊이 이해했다.

그렇기에, 그는 작은 변덕을 부렸다.

“있어 봐. 내가 테스가 어디 있는지 읽어 줄 테니까.”

“저는 관측에 대해 드릴 만한 대가가 없습니다.”

“시끄러워. 잠시면 돼.”

“대체 왜…….”

그레놀은 대답 대신 제 피에 섞인 마나를 각성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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