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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25화 (125/191)

제125화

챕터 25.

스스로 격을 초월해 가고 있는 그녀가 보기에도 경이로운 광경이 눈에 보였다.

츠즈즈즈즉-

그녀의 오른편. 사매인 이소프가 걷는 길 위에 독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걸음 하나에 독이 피어오르고. 피어오른 독이 뻗어 나가며, 독을 퍼트린다. 독은 퍼져 나가며 위력이 상승해 갔다.

이 세계에서 수만 마리의 독충이 휩쓸며 지나가야 만들어지는 게 독지.

그러한 독지를 그녀는 단순히 걸음 하나, 하나에 담고 있었다.

-키에엑!

츠즈즈즉-

그러기에 그녀에게 다가들려 하던 몬스터는,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로 녹아들었다.

독지에 닿는 그 순간. 검을 막게 하는 그들의 두꺼운 가죽도, 특유의 독기도 쓸모가 없어졌으니까.

가죽, 혈관, 뼈, 뇌수…….

그 모든 게 녹아 버리면, 그조차도 독지의 먹잇감이 됐다.

쩌억. 쩍.

독지의 독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시체를 빨아들였고. 그 시체 가운데 독기를 머금고 있는 부위들을 키워 독력을 키웠다.

그러며 독은 영역을 넓혀 갔다. 흡사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옳지. 옳지. 더 앞으로 나가자.”

그 녹빛의 거대한 뱀을 이소프는 진짜 생물처럼 다뤘다.

달래듯, 독지를 움직였고. 독의 몸체가 두꺼워지면, 제 스스로 길게 늘이게끔 조절했다.

-크허엉!

그러다 일반 독으로 상대하기도 힘들, 거대한 몬스터가 다가오면.

“귀찮게, 이건 내가 도와줘야 하잖아?”

그제야 그녀는 뚱한 표정을 짓곤 나섰다.

그녀는 몸을 띄웠고. 뛰어오른 그녀의 몸에 녹빛이 잔상처럼 남았다. 남아 있던 잔상이 그녀의 몸을 따라와 뒤덮자, 그녀의 온몸이 녹빛으로 변했다.

그에 발맞춰 덧씌워지는 오러!

주인의 체취를 따르듯, 특유의 색이 만들어지는 게 오러. 이소프가 지닌 오러는 그 무엇보다 진한 녹빛이었기에, 그녀의 몸은 독지보다도 더 녹빛으로 물들었다.

본디 색의 진함 따위가 강함을 측정하는 도구가 될 리가 없으나, 그녀만큼은 예외였다.

진해진 녹빛만큼 강해진 그녀의 독기는.

치이이이익-

산의 제왕으로 살아 왔을, 오우거의 몸조차도 쉬이 녹여 버렸다.

그녀의 손이 닿는 순간 머릿가죽이 녹아들었고, 뼈가 꿰뚫렸으며, 드러난 뇌수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러졌다.

쿠우웅.

제아무리 오우거라도 뇌를 잃고 살 수는 없는 터.

쉬이익- 쉬익-

거체가 무너지기가 무섭게, 독지의 독이 생물처럼 다가와 게걸스레 오우거의 몸을 집어삼켰다.

산의 제왕도 거대 몬스터도 의미 없이 스러지게 하는 독지.

“후음…….”

일개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러한 독지를 만들어 놓고도 이소프의 안색은 여전했다.

산보라도 나온 듯 평온한 표정에, 가끔가다 짓는 귀찮은 듯한 표정. 그게 전장 한가운데서 그녀가 보여 주는 표정의 전부였다.

대범람을 피해 달려오는 몬스터 무리조차도, 그녀에게는 그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킬 만한 적이 되지 못하는 거다.

그만한 강함을 지녔기에 취할 수 있는 태도였고.

동시에 고작해야 몇 년밖에 배우지 못한 무공을 갖고, 새로운 차원에 그녀가 발을 디디고 있다는 의미.

그런 그녀를 보는 에나로서는.

‘엘프의 피를 타고났다고 했던가…… 하여간에 정말 괴물이 많다니까.’

자신 또한 새로운 차원에 발돋움하였음에도, 만족할 수가 없었고. 되레 더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 스스로가 이소프의 사저이자, 의선문 제자 전체를 아우르는 대사저로서 그에 걸맞은 모습을 갖기를 바랐으니까.

그렇기에.

“……더 나가야겠지.”

차아악-

그녀는 새로운 차원에 발돋움하고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한계를 깨고, 새로운 격을 만들어내고자 자신을 몰아붙였다.

한계까지. 더. 더. 더.

그러한 가운데 설사 한계에 부딪힌 자신이 망가질지 모를 확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걸 알더라도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하여.

“그러려면…….”

그녀는 거대한 힘의 소모가 전해지는 가운데서도 의지를 북돋아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게 그녀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자가 있었으니.

“지금의 속도도 충분히 빠를 텐데. 대사저는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니까.”

-그게 그녀가 가진 매력이 아닌가?

“그럴지도.”

자신이 불러낸 불의 정령과 대지의 정령을 양옆에 두고, 전장 한가운데 서 있는 프로스였다.

테스의 두 번째 제자이자, 구음절맥의 치료를 받은 프로스. 구음절맥의 환자에게 있는 특유의 천재성을 지닌 그였다.

그렇기에 그가 가진 힘은 어느덧 이 가운데 있는 셋을 넘어, 의선문 전체를 놓고 보아도 가장 강자라 할 수 있는 존재가 된 지 오래였다.

그러한 힘을 제대로 자각하고 있는 프로스는, 검조차 뽑지 않고 전장 위를 거닐고 있었다.

단지 앞으로 걸어가며 그가 하는 건 입을 놀리는 걸로 충분했다.

“땅을 끌어 올려줘.”

-알겠다.

드드드드득-

프로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백여 마리의 몬스터를 가두는 공동이 만들어진다.

-키에에엑!

-취이익?

놀란 몬스터들. 공동 끝에 있던 일부는 넘어서고자, 벽에 제 팔을 박아 넣었다. 타고 올라서라도 넘어가려는 거다.

하나, 프로스의 말이 이어지는 순간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마무리는 확실히 해 줘야겠지. 삼켜.”

-그리해 주지.

벽이 순식간에 자라났다. 수 미터가 넘어, 수십 미터로 치솟은 땅!

자라난 공동의 벽이 한데 뭉치며, 위에 있던 태양빛마저 막아 버리게 된 그 순간.

콰드드드득-

돔 형태로 만들어진 땅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크에에엑!

-켁!

사방이 막힌 가운데 피할 곳이 어디 있으랴.

어둠이 내려앉은 공동 아래. 몬스터들은 덮쳐오는 흙더미를 망연자실한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콰즈즉- 콰즉-

그 뒤로 느껴지는 거대한 압력. 짜부라지는 자신의 몸을 느끼는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다수의 몬스터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 가운데 버텨 나가는 개체도 분명 있었다.

-크르륵.

-키익!

급하게 땅을 파고 들어가는 코볼트, 으스러지는 자기 몸을 재생시킨 트롤. 땅 아래에서 삶을 영위하던 몬스터 에쳐.

이들은 부서져 내리는 공동 아래서도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주 잠시의 차이였다.

“오, 이걸 버티네? 그럼 더 확실한 방법으로 죽여 줘야지. 지져 줘.”

-그러길래 처음부터 내가 나서는 게 좋지 않았더냐.

-흐음…….

프로스의 옆에 자리해 있던 불의 정령이 나섰으니까.

화르르륵-

불의 정령은 제 몸을 직접 움직이길 즐겼다. 기운을 조종하는 대신에 몸을 날려 살아남은 몬스터들을 향해 갔다.

그들 몸에 가까워지는 그 순간.

-타 죽어 재로 남아라.

츠즈즈즈즉-

기운을 일으켜, 남은 모든 몬스터를 불길에 휩싸이게 했다.

-키야아악.

-켁!

고통 중 상위에 위치한 게 화상이 주는 고통이라던가. 독기로 무장한 몬스터도 온몸이 타오르자 버틸 재간이 없었다.

여기에 불의 정령은 한 수를 더 얹어 주었으니.

-외부만 타서야 아깝지 않느냐. 내부도 같이 타오르는 게 맞는 거겠지.

화르륵-

몬스터 몸 안에 존재하는 열기를 크게 키웠다.

안팎에서 전부 타오르는 몬스터의 몸!

-크라락!

제아무리 재생의 트롤이라도 타오르는 온몸을 재생하는 건 무리였고!

-키이이…….

땅에 들어가 열을 식히려 해도, 땅을 팔 여력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실시간으로 그들이 가진 기력조차도 태워 버리고 있었으니까.

일대의 몬스터가 순식간에 스러졌고.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나서야, 불의 정령은 다시 프로스에게 돌아왔다.

“이번은, 확실히 처리했네. 둘 다 잘했어.”

-기본이다.

-이쪽이야말로.

마치 신처럼 입을 놀림으로써 전투를 해결한 프로스. 상당한 기운을 소모했음이 분명할 텐데도, 마지막 남은 잔재들을 처리하러 가는 그의 걸음은 거칠 게 없어 보였다.

이는 그도 새로운 경지를 향해 올라서고 있다는 의미!

테스가 프로스를 치료함으로 갖던 기대 이상의 결과를 그가 보여 주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한 결과를 보여 주는 건 단순 프로스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 영약을 통해 혈통에서부터 전해지던 힘을 각성한 그의 제자들 중 다수가 격을 넘어서 가고 있었다.

“이튼 준비됐나?”

“물론이지. 슬라드도 마무리했다. 듀퍼트, 네가 실행만 하면 돼.”

“바로 하지!”

화르르륵-!

마법의 삼인방이라 불리는 이튼, 슬라드, 듀퍼트. 이 셋은 전문 배틀 메이지도 어렵다는 합동 마법을 통해 위력을 불리었고!

콰아앙!

“단단하다더니, 이거 허접하잖아!”

“이 미친놈아! 스톤 골렘이랑 부딪치고 문제가 없는 네가 이상한 거야.”

“아? 그런가?”

외공을 전문적으로 익힌 플라스는 금강불괴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독을 전문으로 익힌 이소프와 달리, 살리는 의술을 익힌 샤널.

“움…… 약점이 보이는데?”

“뭐?”

“저기 다 보이잖아?”

그녀는 어떠한 생물이든 그 신체를 해부하듯 보는 눈을 지닌 지 오래였고. 그 눈을 이용하여 생물이 지닌 약점 자체를 노렸다.

푸우욱- 푹-

테스가 침을 꽂듯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들어간 그녀의 검.

-크륵……

일 검, 일 검이 펼쳐질 때마다 깔끔하게 쓰러지는 건 몬스터였다.

그들 외에도 수많은 제자들이 제가 지닌 힘을 각성하고. 그 힘을 이용하여 저만의 전투 방식으로 격을 뛰어넘어 가고 있었다.

쏴아아아-

대범람으로 인해서, 곳곳에서 홍수가 만들어지는 가운데서도.

“이곳만은 평화롭구나.”

“테스 님 덕분에 산 거겠지.”

테스의 영역, 그의 영지에서만큼은 평화를 구가해 가고 있었다.

* * *

그러나 모든 존재들이 평화로움을 허락받은 건 아니었다.

거대한 우기가 몰아닥치고 있는, 영지 바깥은 초기보다도 더 막장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쏴아아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내리는 비. 그 사이에서 제 몸을 가누고 서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식량은?”

“다 떨어져 가고 있어.”

이재민들이 지닌 대다수의 식량은 금방 떨어져만 갔고. 상황은 좋아질 줄을 몰랐다.

“젠장. 그때 떠내려가지만 않았어도. 그러길래 내가 바로 챙기자고 했잖아!”

“이제 와서 그걸 따져서 뭐 하자는 거야? 그때 다른 짐들을 챙기지 않았으면, 여기로 대피하는 거 자체도 무리였어.”

“하…… 답답해서 그런 거지.”

상황이 좋지 못하니, 갈수록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암담한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가 가져다주는 건 우울과 절망뿐이었다.

“대체 저 망할 비는 언제 그치는 거야?”

“……대범람이라고 했던 소식이 사실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때 어센션 영지로 이동해야 했을지도. 정 안 되면 데프나 테스론이라도 갔었어야 해.”

“지금에 와서 그게 되나. 하, 정말 어떻게 달리 수가 없는 건가.”

그렇다 해도 인간은 적응의 생물. 언덕 아래로 비가 내려앉은 가운데, 어떻게든 살길을 모색해 본다. 그러나 나오는 결과는 절망뿐이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이름 모를 이재민들. 이들뿐 아니라, 왕국의 수없이 많은 자들이 이재민이 돼 있었다. 더 멀리는 마스키지언 연합과 성국조차도 범람을 피해 가지 못한 상황!

더는 방법이 없어 보이는 그 상황 속에서.

“이제 나설 때가 된 거 같군.”

나서는 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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