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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23화 (123/191)

제123화

챕터 23.

츠츠츠츠-

드워프의 영역에는 텔레포트 마법진도 없는 상황. 테스는 마법 대신에 몸을 띄워 날고 있었다.

초월적이라 할 수 있을 빠른 속도!

치솟는 속도에 그 주변으로 만들어진 막. 그에 의해 매섭게 치고 내려오는 빗줄기 중 그의 몸에 도달하는 건 단 한 방울도 없었다.

그 상태로 계속해 속도를 끌어올리니, 그 거센 속도에 만들어진 마찰열로 인해 주변이 뿌옇게 될 정도였다.

-괴물 같으니!

“이 정도쯤은 이제 당연한 거잖아.”

그 옆을 물의 정령이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테스와 같은 속도를 내는 대신에, 물과 물 사이를 이동했다. 정령계와 이 중간계를 계속해 오고 가며 테스를 따라잡는 중이었다.

일종의 차원 간 이동을 순식간에 하고 있는 거였다.

실시간 차원 이동이라.

그녀는 그를 괴물이라 칭하고 있지만, 다른 자가 보기엔 그녀도 충분히 괴물의 반열에 들어 있었다.

그렇게 둘은 순식간에 영지에 들어섰다.

* * *

그가 들어선 영지.

대범람을 뚫고 온 영지의 풍경은 가히 천국과도 같았다.

“여기만 평화롭군. 마치 그려 놓은 거처럼 구름이 피해들 가고 있잖아.”

-이 몸의 덕이다.

“기억하고 있어. 덕분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물의 정령이 준 두 번째 선물 덕분.

그녀가 자신의 기운을 이용하여, 그의 영지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지 오래지 않은가.

그때 물의 정령은 치솟아 오르는 물의 기운을 잡아냈고, 더는 물의 기운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놨었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다른 모든 영역이 물로 뒤덮이는 가운데, 이 영역만큼은 화창했다.

눈에 보이는 곳만이 아니었다.

‘어디…….’

테스는 영지에 설치된 진법과 연동하는 순간, 영지 전체를 볼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을 확인하는 덴 단 몇 초면 충분했다.

그의 영지, 전부가 화창하기만 했다.

일부 수기가 넘나드는 곳이 있었으나, 그쯤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저 정도 수기는 일반적으로 있는 수준이지.’

딱 적정한 수준이었다. 농업을 하기에도, 영지에 머무르는 영지민들이 소모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통제했구나.”

-훗. 이쯤은 이제 가능하다. 문제는 이걸 조절하느라, 이쪽도 지속적으로 기운이 소모된다는 거지만. 그쯤은 감당 가능하지 않느냐?

“물론이지.”

지금의 이 상태. 테스와 물의 정령이 있는 한은, 지속이 될 터였다.

너무도 손쉽게 대범람을 피했다.

그렇다 해서 테스가 해야 할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는 그의 결정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 *

그것은 바로 구함.

집무실에 들어선 그는 곧바로 행정관 제리코를 불렀다.

‘음?’

문을 열고 들어서는 건, 기대했던 제리코가 아닌 다른 행정관이었다. 말콤이라고 했던가. 제리코가 아끼는 행정관 중에 하나였다.

“영주님! 부르셨습니까?”

“대범람이 시작됐으니, 이제 미리 준비한 것들을 시행해야 할 터인데. 제리코는?”

“행정관장은 벌써 움직였습니다.”

명을 내리기도 전에 미리 움직였다는 건가.

‘역시 인재는 인재야.’

시일이 촉박하니 몸부터 움직인 게 분명했다. 수완가라 할 수 있는 그다운 행동. 제리코는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지 않았다.

말콤이 품고 있던 서류를 테스에게 건네며 보고를 올렸다.

“행정관장은 곧바로 남쪽을 향했고, 그에 관련하여 전달 사항들은 여기 정리해 놓았습니다.”

“허어…… 잘도 해놨군.”

“몰랐다면 모를까. 충분히 예비한 일이니까요. 행정관장이 실무를 맡아 주는 동안, 저는 이곳에서 관련한 행정을 처리하기로 돼 있습니다. 그러니 보고는 저에게 받으시면 됩니다.”

그는 단순히 움직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비상 행정 체계를 짜 놓았고. 관련한 인재들 배치까지 완료했다.

배치된 인재 중 하나인 말콤.

“유민들을 위해 미리 준비된 도시가 넷입니다. 정확히는 도시 터이지요. 그와 관련해 드워프들이 도움을 줬습니다. 유민을 받아들이고 나서 소모될 식량의 양은…….”

“…….”

제리코가 중용한 그는 테스가 서류를 살피는 사이 보충해야 할 점을 끊임없이 보고해 왔다.

테스에게서 답이 없음에도, 적재적소에 알맞은 설명을 더해 오는 그.

‘말콤이라…… 눈여겨 보라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실시간으로 자신의 유능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이상입니다.”

테스가 서류를 살피는 게 끝남과 동시에, 말콤의 보고도 함께 끝이 났다. 테스는 새삼스런 눈으로 말콤을 바라보며 그에게 명했다.

“앞으로 바빠질 거야. 그때까지, 옆을 잘 지키도록.”

“명!”

그것은 명령이며, 동시에 그를 중하게 쓰겠다는 의미. 뜻을 바로 알아들은 말콤은 흥분한 기색으로 볼을 붉히며, 테스의 뒤를 따랐고.

상황을 파악한 테스는 제리코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들을 챙기고자 몸을 움직였다.

* * *

테스가 영지를 차지한 지가 여러 해.

지금, 테스가 지니고 있는 영역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전에 만들어진 영지 어센션과 같은 해자 따위는 필요도 없었다. 그가 만들어낸 진법, 그에 올올히 박힌 마나가 그의 영역을 보여 줬다.

얇게 구성된 마나의 막.

한 사람의 기사 정도면 쉽게 뚫어 버릴 수 있을 만큼 얇은 막이지만, 그걸 뚫어내고자 시도하는 자는 없었다.

능력의 문제 따위가 아니었다.

그건, 압도적인 이적 앞에서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분명, 아주 얇은 막을 처리할 수는 있다. 중급 익스퍼트만 돼도, 일대의 마력망을 끊어내는 건 일도 아닐 터였다.

그러나 막이 테스 영지 주변에 전부 깔려 있음을 알게 되면.

그리고 그러한 막이 언제고 그와 연동되어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감히 막을 끊어낼 수 없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얇은 막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테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누구도 테스의 영역을 넘보려 하지 않았다.

본능밖에 남지 않은 몬스터 정도나, 간간이 영역을 넘볼 뿐이었다. 그런 몬스터의 시도조차도 금세 제압당하지만 말이다.

몬스터를 제외하고.

그러한 막을 넘는 자들은 결국 하나만 남게 된다.

“살려 주십쇼!”

“으아아악! 제발!”

목숨을 걸고 넘으려는 자들. 유민.

차아아악- 차악-

채찍처럼 거세게 내려오는 빗줄기를 뚫고 넘어오는 유민들.

그들 눈엔 얇은 막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니, 들어오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들에겐 그저 넘어야 할 벽이었으니까.

스스스스-

그들은 눈을 질끈 감고 막을 넘어섰다.

허락 없이 테스의 영지에 발을 디디는 거보다도, 바로 뒤에서 끝없이 내려오고 있는 빗줄기가 더 두려웠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단 반나절 만에 자신의 마을에 있던 모든 경작지가 물에 잠겼다.

하루 만에 바닥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빠르게 물건을 챙겨 언덕에 올라섰으나, 그조차도 금방 평지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죽음이 실시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위에선 빗줄기로, 아래서는 물줄기로.

그런 가운데 앞뒤를 재고 있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저기 저곳만은 괜찮아!”

저 멀리 테스의 영지는 괜찮음을 들었고. 몇 달 전부터 테스가 물의 대범람을 예고하며 언제고 찾아오라는 말을 기억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자마자 달려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긴 행렬이었다.

금방 사람이 불어났고. 행렬은 길어졌다.

‘다 받아줄 수 있을까.’

‘여기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망했어! 다 망했다고!’

‘들어간다 해도 식량이…… 돈도 없는데.’

행렬이 길어지는 만큼, 그들 가슴에 맺혀 있는 좌절감도 함께 길어졌다. 절망만이 가득해졌다.

모두 다 살 순 없다.

제아무리 대단한 테스 영지라도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유민이 많아지는 만큼 결국 한계는 찾아올 터였다.

배운 거 없는 유민의 눈에도 그 한계가 보이는 듯했다.

‘어디까지 받아주려나.’

‘나는…… 나는 받아줄까?’

결국 유민을 받아들이다, 한계를 맞은 테스의 영지는 더 유민을 받아들이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여기가 아니면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는 거죠?”

“아…….”

“여기만 믿고 찾아왔는데! 뭐 이리 많아!”

“크흐흑…… 결국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건가.”

그들이 맞이할 건 하나. 죽음이다.

다시 돌아갈 곳마저 완전히 수몰되어 버린 자들은 감히 돌아갈 장소조차 없었으니까.

희망을 갖고 찾아왔는데. 절망이 내려앉는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막을 넘어서고 있는 건, 그래도 나까지는 받아줄지 모른다는 희망에서였다.

설사 자신은 안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안 되더라도…….’

‘내 자식만큼은…….’

제 가족, 자식, 친우. 그중 누구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선 이 막을 넘어서야 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처절하게 넘어섰다.

스스스스-

그 얇디얇은 막을 넘어섰다. 그러고도 더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병사들. 그들이 더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전에 어서 테스의 영지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가야 했다.

자기는 몰라도 제 자식이라도. 제 마을 사람들이라도 더 안으로 발을 디뎌야만 살 확률이 늘어날 테니까!

그러나 결국.

그들이 못내 바라지 않던 상황이 와 버렸다. 저 멀리서 수백 명의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외쳤다.

“멈춰!”

“멈춰라! 유민들은 어서 멈추도록 해!”

막을 넘어서 오는 유민들에게 멈추라 말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멈추면 어딜 가라고!’

‘말도 안 되지!’

살고 싶은 유민들은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한 걸음이라도 더 영지로 발을 디디려 했다. 그러나.

“멈추라 하지 않았는가!”

콰아아아앙-! 쾅!

창을 꼬나 쥔 영지의 병사들이 오러를 일으키는 그 순간.

“아아…….”

“……꺼윽.”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유민들은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급작스럽게 퍼져 나간 오러.

그에 맺혀 있는 거대한 힘을 본능적으로 느낀 덕분이다.

그 힘의 격에 유민들은 느꼈다.

자신들은 저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 결코 안으로 들어설 수 없었다.

이곳에 있는 수천의 유민 중 누구도!

저들의 창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만한 힘의 차이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고자 광기에 젖어 있던 유민들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사라졌던 이성과 함께 겁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 어떻게 하지…….”

“뒤로 갈 수도 없잖아!”

“어어……. 어어어…….”

눈만 끔뻑인다. 기껏 정신을 차렸으나 몸은 움츠러들었다.

살자고 왔는데, 여기서 막아 버리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대들고 따질 정신도, 힘도 없었다. 유민들로선 여기까지 달려온 게 온 힘을 다한 처절한 저항이었으니까!

‘죽나…….’

‘이렇게?’

처절한 저항의 결과가 결국 죽음인가 싶은 무렵. 절망이 거센 빗줄기 못지않게 내려앉아, 그들을 켜켜이 잡아먹을 때쯤.

“내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그런 식으로들 하지 말라고 했잖나?”

그들을 구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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