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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18화 (118/191)

제118화

챕터 18.

결정을 내리고 나면 빠른 행동을 보이는 게 테스의 장점 중 하나.

그는 곧바로 영지의 행정관과 지휘관들에게 명을 내렸다.

“주변 영지로 병사들을 우선 보내. 먼 영지로는 행정관 간 라인을 통해서 연락을 진행해 보도록 해.”

“무슨 이유로 말씀이십니까?”

“경고를 해 주도록 해. 대범람이 들이닥칠 거라고.”

우선 경고를 하고자 했다.

대범람이 들이닥칠 테니 조심을 하라고.

그에 따른 준비만 해 놓아도 피해가 경감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 가운데 이득을 보려는 자도 있겠다만, 거기까진 내가 알 바가 아니지.’

테스가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였다.

“……저희가 알려준다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겁니다.”

“안다.”

물론, 그 효과는 제리코의 말대로 장담할 수 없다.

“본래 사람이란 게 그런 말을 쉽게 믿지 않는 게 당연하니까. 내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가 생각하겠지.”

“대다수가 그럴 겁니다. 또 몇은, 영주님이 거짓 예언자 행세를 한다고 소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면 성국이 움직일지도요.”

“그렇다 해도 우선은 알리도록 해.”

거짓 소문 따위 두려울 것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성국도 상관없었다.

‘대범람이 일어나는데 성국이라고 무사할까. 그들도 당장 홍수가 터지는데 움직일 리가.’

홍수는 그들도 피해가지 않으니까.

제리코 또한 그를 모르지 않을 터. 영주인 테스를 걱정하는 마음에 하는 경고였기에 테스는 그를 따로 타박하지 않았다.

테스는 가만 그를 바라보며 의지의 확고함을 보일 뿐이었다.

굳건한 테스의 태도를 보고 항복하는 쪽은 역시 제리코였다.

“그리 말씀을 하신다면야…… 최선을 다해 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영주님이 뜻하시는 바대로.”

그는 테스에게 깊게 읍하고는, 영주실 바깥으로 물러났다.

‘잘할 테지.’

테스의 말이 다소 이해가 안 가더라도 제대로 행할 자가 제리코였다.

그걸 아는 테스였다. 그렇기에 그는 대범람에 관한 소문이 제대로 퍼져나갈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이외에도 주변 영지 몇에 서신을 따로 적어 보냈다.

테스론, 데프, 아르델…….

그와 인연이 닿은 영지들에게 향하는 서신이었다. 그가 아는 이들이라면 따로 행하는 바가 있을 터.

그의 영지만큼은 아니더라도 버텨낼 수 있을 방도를 마련할 거라 여겼다.

‘또 뭐가 있으려나. 아, 그게 또 있었네.’

주변에 소식을 알리는 한편. 테스는 현실적인 준비도 함께 마련했다.

“알스. 대범람이 일어나고 나면 자연스레 느는 게 뭔지 알겠지?”

“……알다마다요. 그게 제 일이지 않습니까.”

그 준비를 위해 불러들인 알스와 바이트. 불러들인 둘의 표정은 전보다 어두웠다.

도시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알스. 농업관을 맡고 있는 바이트.

대범람 이후 이들의 필요도가 앞으로 상승할 게 분명하기에 보이는 표정이었다.

“일복 하나는 터지겠죠. 그들이 늘어날 테니까요.”

“그래. 그러겠지.”

“유민들이 쏟아지겠죠. 살아남은 자들은 피해가 적은 곳으로 몰려오는 법이니…….”

유민. 그들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계속해 들어오는 유민들로 인해 몇 차례 파동을 겪은 알스와 바이트다.

도시 두 개를 추가로 건설해 내고. 또 다른 도시 계획을 세우고 있던 그들에게 대범람 소식은 큰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유민들이 얼마나, 어떻게 찾아올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그뿐이랴.

테스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그는 새로 발생하는 유민들을 아예 끌어당길 생각이었다.

“단순히 몰려오는 정도만이 아닐 거다. 나는 구할 수 있을 자들은 가서 구해 주려고 하는 중이니까.”

“허……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건 쉬운 길이 아닙니다.”

“이미 몰려오는 자들만으로도 한계치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 되면 그 수는 몇 배가 될 터. 지금까지 있는 테스 영지의 인구보다도 더 많은 인구가 몰려들 수도 있었다.

그때가 되면 풍족한 테스의 영지라도 막심한 피해를 받을 수도 있는 터.

두 행정관이 놀라는 거도 당연했다.

하나, 테스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렇다고 현실 도피를 하지도 않았다.

“그대로만 두면 우리 쪽도 피해가 쌓이겠지. 그러니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

“준비라 하심은…….”

“대범람이 오기 전까지 몇 달. 영지의 확장 공사 속도를 더 끌어 올리도록 하지. 이 외에도…….”

테스는 몇 가지 방안을 이미 마련해 두었다.

들이닥칠 유민들을 대비하여 영지 확장을 미리 준비하여 놓고. 식량들의 소모를 줄이며 최대한 비축하는 건 기본이다.

여기에 장인과 행정관들 같은 자들을 모아 일의 수습을 돕도록 하고. 재물을 풀어 방비를 단단히 해 놓을 참이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를 하나 더 꺼내 들었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바로 물의 정령이었다.

“바로 이 녀석이 영지 농업을 도와줄 거다. 단기간이라도 영지 생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말이야.”

“허. 어떻게 끌어 올려주신다는 겁니까?”

“내가 말하는 수기(水氣). 즉, 물의 기운과 마법진을 잘 조화시키면 생산 속도를 끌어 올리는 건 일도 아닌 걸 알잖나.”

테스가 말하는 건 정령을 이용한 빠른 성장과 수확이었다.

실제 이 방식은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기는 했다.

마도 시대에 전해졌던 제국에서도 사용했던 방식이며, 성국에서는 정령을 대신해 농업의 신을 이용해 생산력을 끌어 올리곤 했다.

그러나 자주 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리하면 단기간에 수확량은 상승한다고 해도, 지력(地力)이 완전히 메마를 수 있습니다. 해서 다른 곳도 잘 쓰지 않는 방법이지 않습니까?”

바로 지력의 약화 때문이었다.

땅에서 작물을 수확하면 휴지기를 두어야 하는 게 상식.

땅의 지력이 소모되면 그 어떤 작물을 심든 그 해 수확량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심할 경우, 흉작이 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걸 모를 테스가 아니었다.

“이조차도 막을 방안이 따로 있다.”

“방안이라 하심은…….”

“마법진을 통해 한 번 끌어 올릴 참이고. 두 번째는 대범람 때 넘치는 수기를 이용할 생각이다.”

“아! 이제 이해했습니다!”

그는 대범람 때 넘치는 수기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곳곳에서 수기가 쏟아지며 홍수가 일어나는 게 대범람.

이때 대륙에 머무는 수기의 양은 상당하다 못해 넘칠 터. 그는 이 중 일부를 진법과 마법진을 이용하여 지력으로 변환시킬 생각이었다.

본래라면 하지 않을 일. 수기를 지기로 변환시켜 봐야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선 상관없었다.

‘수기가 그리 넘치는데 십 분의 일만 지기로 전환시켜도 회복을 하고도 남을 거거든.’

효율성 따위는 상쇄하고도 남을 수기가 있을 테니까. 때로 질보다 양이 먹혀들 때도 있는 법이었다.

‘뭐, 정 먹히지 않으면, 다른 방법도 생각지 않은 게 아니니…….’

그의 설명을 이해한 알스와 바이트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그렇다 해도, 완전히 어둠이 가신 건 아니었다.

“영주님 말씀대로면 분명 저희는 유민을 받아들일 여력을 갖고도 남을 겁니다.”

“문제는…… 저희가 죽어 나가겠다는 거군요. 흐으.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으니…….”

테스의 말대로라면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넘치기 때문.

안 그래도 한계치까지 몰아쳐 왔던 그들이다. 여기서 새로운 일이 추가된다면 그들로서는 한계를 넘어설지도 몰랐다.

이를 위해서 테스는 몇몇 가지 물품을 준비해 왔다.

“이 일이 끝날 때까지 레이즈가 그대들에게 영단을 가져다줄 거야. 그도 모자라, 마탑에 회복용 물품을 더 주문해 놓았으니 이로 어떻게 버텨보도록 해.”

“허……, 영단과 마도구라.”

“……씁.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들의 한계치를 끌어 올릴 회복 물품의 준비였다. 마도구로 회복을 도모하고, 영단으로 체력 한계치 자체를 늘리는 게 그가 준비한 또 다른 수.

이 둘만으로도 알스와 바이트의 한계치는 족히 두 배 이상으로 치솟을 터였다.

그렇다 해도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니 기가 죽는 것도 당연한 일인 터.

이 모든 일이 제 자신의 결정 때문이란 걸 아는 테스였다. 그러기에 그는 평소답지 않게 제리코에게도 그러했듯 부탁을 던졌고.

“어쩌겠는가. 상황이 이러한 것을. 내 부탁하네.”

“……그게 영주님의 뜻이시라면.”

“어쩌겠습니까. 해내겠습니다.”

이끌지언정, 부탁을 잘 않는 테스임을 알기에 두 수하는 전보다 더 깊이 예를 올릴 뿐이었다.

“그럼 바로 가 움직여 보겠습니다.”

“이번 준비를 위하여 영주님도 너무 애를 쓰지 않으시기를…….”

그의 부탁 하나로, 없던 의지가 솟아나는 듯 둘은 예를 올리고 바로 물러났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서.

‘제대로들 움직이는 구나.’

테스의 기감으로 느끼기에 그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제리코, 알스, 바이트, 에일런…….

영지의 행정관들이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다.

그들의 주군인 테스의 명이자 부탁임을 이해하고 움직인 덕이었다.

그들의 움직임 덕에 영지에 많은 분주함이 더해졌다.

끝날 듯 보였던 공사는 새로 시작하게 됐고. 그를 위한 물품들은 상단을 통해 계속해 전해져왔다.

많은 인부들이 오고 갔다. 빨라지는 수확 덕분에 농사를 지어야 할 손이 부족해져 갈 정도였다.

영지 곳곳이 활발했다.

“곧 있을 재앙을 대비하기 위한 활발함이라는 게 서글플 정도야.”

-그 또한 네 선택이지 않더냐.

“그래. 그게 맞지. 그나저나, 고마워. 덕분에 일이 쉬워졌으니까.”

-몇 번이든 말하도록 해라. 너와 나는 이미 종신으로 이어져 있고. 이는 힘이 닿는 한 서로 간에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수 있단 의미이니.

“서로 간의 부탁이라…… 그럼 우선 내 제자들의 보호도 부탁해도 될까?”

-네 부탁으로 야만인들이라 불리는 자들을 데리러 간 녀석들 말이더냐.

“그래. 스승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으니, 스승 덕도 한번 봐야 하지 않겠어?”

-그 정도라면야 얼마든지 다녀오지.

테스가 내린 조치 덕분에 영지가 아닌 그 바깥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자들이 많은 상황.

‘자, 내가 나설 곳이 어디 더 있을까.’

수많은 일을 준비하고, 움직이게끔 한 테스로선 또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을 찰나에 찾아온 게 바로 그들이었다.

“영주님! 말씀드렸던 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예상보다 더 빠르지 않나?”

대범람의 소문을 낸 테스. 그의 소문을 듣고 도움을 청한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테스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찾아왔고. 바로 만남을 청했다.

“열흘은 더 있다 올 거라 여겼는데, 마음이 급했겠죠. 본래 한 번 정하면 누구보다 빠른 자들이지 않습니까.”

“알다마다. 그들은 본래 그런 자들이니까.”

그들이 다급히 온 걸로 봐선 상황이 안 좋은 게 뻔한 상황.

시간을 끌고 있을 것도 아니었기에 테스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자, 그럼 바로 가 보도록 하지.”

“명대로! 자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외교를 맡고 있는 에미르. 지금은 영지의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레므나가 물어 온 인재 중 하나인 그.

그가 테스의 안내를 자처했다.

안내를 받아, 얼마 전 만들어진 외교관 안으로 몸을 들이민 테스.

그 안에는,

“모루의 인내가 함께하길 바라오. 그대가 테스요?”

“망치의 창대함이 그대를 따르길. 그쪽이 원하는 자가 맞다면 내가 테스가 맞소.”

“거, 인사는 안 잊었군!”

인사를 들은 상대는 바로 말투를 바꿨다. 전보다 더 친근해진 말투였다.

테스도 그에 맞춰 반응했다.

“잊어버리기엔 전에 만남이 강렬해서 말이지. 오랜만이지 않나, 텍트?”

“오랜만이야!”

테스에게 급한 만남을 청하고도 당당한, 인간이 아닌 다른 일족이 자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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