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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114화 (114/191)

제114화

챕터 14.

실전 수련이 필요한 제자를 왕국 전역에 보낸 테스.

그는 비욘을 따라 움직이는 대신에 다른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비욘이 전에 말한 유적지였다.

‘이곳에 온 게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곤 말 못하지.’

오러 유저였던 비욘을 익스퍼트까지 끌어 올린 유적지. 힘을 추구하는 야만인을 순례 길에 오르게 하는 유적지가 궁금했다.

“갈까.”

“흘흘…… 오랜만에 옛 생각이 나는군요. 의뢰 때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너무 기분 내지 말라고. 어쨌거나 우리 목적은 탐사니까.”

“흘. 무려 탐사니 더 기분이 좋지 않겠습니까?”

“능글맞기는. 자자, 출발하지.”

그 동행자로는 데브론이 선택됐다.

최근 5 클래스의 경지에 이르고 베빈의 밑에서 수많은 경험을 한 그. 그이기에 유적지 탐사에 도움이 될 거라 여긴 결정이었다.

유적지까지 내딛는 걸음은 빨랐다. 재밌는 건 그 속도를 데브론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

“잘도 따라 오는군. 그거도 베빈에게서 배운 건가?”

“마법의 응용입죠. 문주님에게 배운 무공이란 것도 꽤 재미가 있군요.”

마법과 무공의 조화를 그도 잘 해내고 있었다. 마나의 맹세까지 한 데브론이기에 믿고 전수한 것이기야 하다만.

‘이 정도로 빨리 익힐 줄은 몰랐는데.’

예상 이상의 성취. 테스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유적지 앞.

찌를 듯이 높은 기둥 두 개가 떠받치는 입구. 비욘이 발견하기 전까지, 발견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 싶을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게 왜 이제 발견된 건지 모르겠는데.”

“보아하니 유적 수준이 높아서인 거 같습니다.”

“수준이?”

“네. 비욘이란 분에게 발견되기 전까진, 가려져 있었을 겁니다. 저기, 저 결계를 보십쇼.”

“후음…… 결계? 오, 진짜 있잖아.”

그는 데이븐이 가리키는 곳을 살피었고. 그곳에서 결계의 얕은 흔적을 발견했다. 흔적은 얕았으나 테스가 전체를 살피는 데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거 진법과 유사한데? 뭐지?’

야만인의 유적에서 진법의 흔적을 읽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 테스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다.

“왜 그러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한 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사용하는 진법 그 흔적이 느껴지는데.”

“같은 종류입니까?”

“그건 아닌데…… 흐음…… 분명 종류가 비슷해.”

완벽히 진법은 아니었다. 어딘가 변형되어 있었다. 흡사.

‘내가 사용하는 진법과 마법진이 섞인 형태야.’

테스가 개발하고 있는 비전이 섞인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같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테스가 만들어내는 마법진과 진법의 조화는 그만의 것이니까.

그러나 같은 계열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곳, 뭔가 있어.’

감이 속삭이고 있었다. 여기에 무언가 비밀이 있다고.

테스는 그 감에 대해 데브론에게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데이븐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테스 정도의 경지를 지닌 자의 감은 예언과도 같은 수준이기 때문.

“이거. 무언가 하나 얻어 걸릴지도 모르겠군요.”

“그럴지도.”

“제대로 탐사를 해야겠습니다.”

작은 소일거리. 야만인 비욘을 각성시킨 힘이 뭔지에 대한 작은 호기심으로 찾은 유적지다.

빈말로라도 욕심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겠다만.

‘생각보다 일이 커졌는데?’

테스로선 예상 이상의 상황에 맞닥뜨린 터.

결국 둘 중 하나 결정을 내려야 했다.

“탐사를 위한다면 우선 돌아가 더 준비를 하게 하거나, 바로 탐색하는 게 있는데 어찌하실 겁니까?”

“당연히 후자 아니겠어?”

그의 결정, 빠른 탐색이었다.

* * *

-크롸락!

안으로 발을 디딘 그를 맞이하는 건 몬스터 동굴 트롤이었다. 비욘이 떠난 사이 유적지에 자리를 잡은 거다.

돌같이 단단한 피부를 지닌 동굴 트롤.

익스퍼트라도 쉬이 상대하기 힘들 특성을 지녔으나.

콰아아앙-!

테스의 발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크락…….

-켁!

유적지에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동굴 트롤 가족. 번성했을지도 모를 트롤 전부가 사망했다.

테스는 동굴 트롤의 사체들을 챙기며 물었다.

“야만인들은 대체 왜 이런 걸 안 치우는 걸까. 무려 유적지인데 말이야.”

“유적지에 자리 잡은 몬스터도 시험의 과정 중 하나라 여기더군요.”

“시험이라. 실전을 위한 건가. 하기는,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는 시험관 하나가 생기는 거구만.”

“비용도 들지 않고요. 흘흘…… 실상 대부분 왕국민들이 야만인들이라 칭하긴 하지만, 저들을 지켜보면 단순 야만인이라 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

강할지라도, 견문은 그리 넓지 않은 테스다.

대다수의 생활을 하층민이거나, 자유 용병으로 굴렀으니까. 귀족계에 발을 넓히지도 않았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

데브론은 그런 테스를 이해하기에,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 말을 해줬다.

“예. 이런 거대한 유적지를 만들어내는 게 야만인일리가요. 제가 듣기로 이보다 더 거대한 유적지도 존재합니다. 이런 걸 야만인이 어떻게 만들까요?”

테스는 새삼 주변을 살폈다.

동굴 트롤이 쓰러지고 남은 자리. 잘 정돈된 석재 바닥. 4층 높이는 되는 공동.

‘건축 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절대 만들어내지 못하겠지.’

비욘의 말대로면 천 년도 더 전에 만들어졌을 유적지다. 그런 건축물이 존재하는 걸 생각하면 기이할 정도다.

대륙의 어떤 건축가도 이런 건 쉬이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런 걸 만들어낸 자들을 야만인이라 칭하는 게 더 이상한 일.

“그런데 대체 왜 야만인이라 불리는 거야?”

“오래전에 패배했으니까요.”

“패배?”

“예. 제국이 세워지기 이전에 패배한 겁니다. 그 패배로 인해서 땅을 잃었고, 그 벌로 순례만 남게 됐다죠.”

“……신기하군. 일종의 징벌이란 건가.”

패배에 의한 벌이라고 하기엔 너무 잔혹하지 않은가.

대체 누가 벌을 줬을까.

답은 데브론이 알고 있었다.

“흘.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징벌은 야만인들의 말대로면 그들의 신이 내린 벌이라더군요.”

“신이라…… 그 신의 정체가 뭔데?”

“모릅니다. 반쯤 잊혔고. 그저 야만인의 신이라 불릴 뿐이니. 그들도 자세히 말하는 성격은 아니지 않습니까.”

신이란 단어에 테스는 가슴의 떨림을 느꼈다. 아까부터 자신을 간질이던 감이 더 진득해졌다.

‘야만인의 신들도 승천자 중 하난가. 진법의 흔적이 있는 걸 보면…… 설마…….’

데이븐의 말대로면 야만인 신은 잊힌 존재. 아니 단순히 잊힌 게 아니라 패배한 존재일지도 몰랐다.

그가 아르펠 공작에게 듣기로 제국의 초대 황제는 승리해 신이 되지 않았는가.

무려 전쟁의 신이 됐다. 그런 초대 황제를 따라 많은 자들이 뒤이어 신이 됐다. 5대 공작은 물론이고, 궁중 마법사와 그 가신들이 신이 되었으니까.

신이 된 황제가 야만인 신을 그대로 두었을까?

‘그럴 리가 없지. 신이 됐다고 성격이 변할 리가 없잖아.’

신계에 올라가서도 야만인 신을 찾아갔을 게 분명하다. 승패를 겨루자고 하였겠지.

그 결과, 예상이 갔다.

“야만인의 신이라고하면 전사가 딱 어울리는데 말이야.”

“흘. 그런데 지금의 전사 신은 사도르이죠. 전에 테스 님이 그 밑에 성기사를 상대하기도 했고요.”

“흐음…… 그렇지.”

패배했을 거다.

어쩌면 전사의 신이 가진 신의 자리, 즉 ‘성좌’를 빼앗겼을 수도 있었다. 그나마 야만인의 신이라는 자리로서 버티고 있을 지도.

‘신과 신의 싸움이라…… 승천자가 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건데.’

어쩌면, 보통 이들은 모를 비밀들을 알게 된 듯한 테스였다. 근거는 거의 없으나, 거의 사실에 가까운 추측.

테스는 제 머리가 복잡해짐을 느꼈다.

‘우선 들어가서 뭐라도 찾아봐야겠어.’

혼란 속에서도 그는 안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키이이이익!

-키륵.

동굴 트롤, 자이언트 스파이더, 케라스…….

동굴에 서식하는 온갖 몬스터를 처리해 내고.

그그그그긍-

“시험인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까. 힘을 시험하는 거군요.”

“이건 쉽지.”

안쪽에 마련 된 유적지의 시험을 손쉽게 통과했다.

유적지의 시험에 지혜와 지능을 요구하는 시험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근력, 체력, 재생력, 끈기…….

전사에 걸맞은 시험들이었다.

그런 시험이 이어질수록 테스는 야만인 신이 성좌를 뺏긴 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맞을 거라 여겼다.

요구되는 시험들 자체가 전사와 관련한 시험들이었으니까.

‘머리에 오로지 힘에 대한 동경만 가득한 전사라. 그래도 몇몇 가지는 쉽지 않긴 했어.’

하루쯤 지났을까.

몇 개의 시험을 더 처리하며, 거대한 유적지를 뒤지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국.

“와. 거대하군요.”

“입구보다도 더 한데.”

그리고 결국 테스는 유적지의 끝을 찾아냈다.

* * *

오러 유저인 비욘을 오러 익스퍼트로 끌어 올린 유적지.

비욘은 경지의 상승에 대한 공을 유적지에게 돌렸다. 유적지 가장 마지막, 시험의 합격자에게 주어진 보상 덕이라던가.

“상승을 어떻게 시키는가 했더니…… 저거면 설명이 되는군.”

“신의 힘이로군요.”

“대체 이 힘은…….”

눈앞에 거대한 힘의 덩어리가 떠올라 있었다.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힘 덩어리의 기운. 거대한 기운에서 느껴지는 힘의 성격을 테스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패도가 아니라 중을 택한 힘인가.”

“예?”

“말했잖나. 무공이 가진 수많은 묘리, 그 가운데서 중(重)의 힘이 있다고. 그건 단순 무거움을 말하는 게 아냐. 일종의 증폭을 말하는 거지.”

“증폭이라…….”

“무공을 수련하다 보면, 언제고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저 눈앞의 힘은 단순히 수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깊이가 아니고.

라는 말은 조용히 삼켜버린 테스였다.

‘전사의 신 사도르가 가진 것과 비슷하며 다른데?’

환한 빛이 어린 힘.

마법사인 데브론은 그 힘의 주변에서 힘의 산란을 즐기는 듯 했다. 탐색을 위해선지 힘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마법을 부리기도 했다.

딱 마법사다운 방식.

테스는 데브론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엇! 그렇게 가시다간 위험한……!”

“……이런 식이었나.”

야만신의 힘이 분명할 그것에 테스는 바로 접촉을 시도했다. 설사 문제가 일어날지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벌인 접촉이었다.

우우웅-

접촉해 오자 바로 반응을 해 오는 신의 힘.

‘역시 중의 기운이었어!’

그로부터 느껴지는 힘은, 테스의 예측대로였다.

힘은 중(重)결의 묘리 그 자체였다!

한없이 증폭되고, 한없이 거대하게 변모하는 힘. 그 힘이 이런 식으로 펼쳐질 수 있을 줄이야. 테스는 접촉한 힘의 편린을 느끼고 전율했다.

‘대단해……! 이게 승천자 정도 되는 자들의 힘이라 이거지.’

제국 초대 황제가 된 신으로부터 패배했을지도 모를 야만인 신. 패배로 인해 한없이 격이 떨어졌을지도 모르는데, 이 정도 힘이라.

전율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

테스는 단순 거대한 힘의 기운에 취하고만 있지 않았다.

무인이자 마법사로서, 힘을 해석하고자 했다.

사도르의 신성력으로부터 패도의 기운을 다루는 방식을 얻어냈듯이. 이번엔 중의 기운을 배워내고자 했다.

얻어내기만 하나면, 이곳에서 경지가 상승한 비욘 그 이상의 힘을 얻어내는 것도 무리가 아닐 터.

“오오. 힘이 움직입니다!”

“…….”

스스스스스-

힘의 이해와 소화는 순조로이 이뤄져갔고. 테스의 중에 관한 이해도 한없이 깊어져갔다.

‘재밌구나. 과연…….’

힘의 묘리가 체득되어 가는가 싶은 그 순간!

파아아앗-!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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