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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99화 (99/191)

제99화

챕터 24.

달려가며 연이어지는 마나의 세례.

그의 온몸에 수개의 버프들이 중첩된다. 이도 모자라 그는 선천진기를 온몸에 돌렸다. 환골탈태로 이미 초인인 그의 몸이 괴물처럼 강력해진다.

‘강체공도 빠질 수 없지.’

남은 내력은 구성을 넘어가는 강체공에 부여됐다.

한계를 모르는 그의 몸이 재차 강화된다. 한 인간이란 개체가 지니기에 강력한 힘이 오롯 그를 향했다.

한계까지 차오른 힘!

세포 하나, 하나. 근육 한 올, 한 올 부여된 힘의 크기는 약샤를 압도했다.

그 상태로 쏘아진 그가 검을 휘둘러낸다.

-캬아아!

스슷-

한없이 거대한 힘이 부여된 육신에 비해 한없이 세밀한 움직임!

‘영류비검 사 초식, 낙류(落流).’

움직임은 세밀하나, 그 파괴의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이 거대했다.

그그그긍-!

그의 휘두름에 거센 충격파가 깃들었다. 깃든 충격파가 주변을 때리며 공기를 찢어발기고. 그 안에 존재하는 약샤의 육신을 때렸다.

일 초, 일 초에 존재하는 검격이 약샤의 몸에 선을 아로새겼다.

단순, 검이 휘둘러지며 만들어진 검로(劍路)의 선이 아니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검로.

그 안에 새겨져 있는 건, 그의 의지. 각성 이후 고행을 통해 빚어진 그의 총아가 새겨진 검이었다.

같은 검이라도 의지가 깃듦에 강약이 정해지고. 그 깊이가 달라지는 터.

츠츠츠측-

-캬아아악!

그의 손에 그어진 검로가, 아로새겨질 때마다 약샤가 울부짖었다.

-크르륵!

“질긴 새끼.”

거대한 덩치에 고통스레 떨면서도 약샤는 진득한 생명력을 이어갔다.

콰아아앙! 쾅!

약샤도 제 몸을 계속해 휘둘렀다. 육신 자체가 무기인 약샤. 펼쳐지는 한 수, 한 수가 고수의 절초와 같았다.

그그그긍-!

거센 부딪침.

그때마다 테스는 연이어 검을 휘둘렀다. 그럼으로 재생하는 약샤의 육신을 계속해 조각조각 냈다.

-크륵…….

“역시나 이런 식으론 안 끝나나.”

하나, 시간이 지남에도 약샤의 존재감은 옅어지질 않았다.

되레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존재감이 더 지독해져만 갔다.

‘하기사……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저 타차원의 존재는 고작 육신의 고통만으로 끊어낼 수 없었다.

몸이 곧 타차원의 통로이고. 통로가 존재하는 한, 그 육신을 보존할 수 있는 타차원의 힘이 계속해 육신에 들이부어 질 테니까.

들이부음이 계속되는 한, 타차원의 존재는 더 강력해진다.

‘결국 끝내야 하는 건 육신이 아냐.’

그러기에 저 상급의 약샤를 끝내기 위해선 완벽한 단절을 만들어내야 했다.

저 육신과 타차원의 단절을.

그러기 위하여 테스는 남은 온 힘을 모았다.

‘역시나 묘리는 단의 묘리. 그를 검에 표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하나뿐이야.’

검에 의지를 싣고. 남은 마력으로 검 자체의 절삭력을 증가시킨다. 선천진기로 그 힘을 몇 배 증가시킨 상태에서 그는 머리를 돌렸다.

‘영류 비검 비기, 영단(靈斷).’

영조차 잘라낼 수 있다 여겨지는 최상승의 초식, 단절.

하나, 실제 영혼까지 자를 수는 없는 초식. 과장되기만 한 그 초식에 진짜 영혼을 자를 수 있을 힘을 부여해야 했다.

온몸에 휘도는 힘이 뇌에 깃듦과 동시. 그는 순식간에 계산을 끝마쳤고, 초식에 새로운 힘을 부여할 방안을 찾아냈다.

이는 이 세계의 방식. 정확히 다론 피터의 가문에서 있던 비기를 흉내 내는 방식이기도 했다.

무림의 무공과 이세계의 비기가 같이 합일되자.

“죽어라.”

완성 된 오러가 길게 쭉 뻗어 나왔다.

차악!

그는 온 힘을 담아, 단절의 힘이 깃든 검을 약샤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크르르륵!

제 몸에 통로를 믿고 약사는 검에 맞서, 양손을 들었으나.

쩌저적.

두 손은 검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대로 쪼개졌다. 재생도 되지 않는 팔을 약샤가 허망하게 보는 사이, 검의 오러는 약샤의 머리를 꿰뚫었다.

드드드득-

-그륵!?

검이 몸을 꿰뚫는 순간, 약샤의 존재 자체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약샤와 함께 존재하던 통로도 같이 스러져갔다.

이건, 단순한 지움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움!

지금껏 죽어간 약샤는 제 힘이 사라지면 타차원으로 돌아갔으면 될 뿐이었으나. 테스가 만들어낸 단전의 검은 타차원의 존재조차도 함께 지워버리고 있었다.

검을 맞고 남은 약샤의 남은 잔재들이 흩어 스러진다.

그 가운데,

그긍-

차원의 통로 역할을 했던, 약샤의 핵이 땅에 안착한다. 그 순간 테스는 손을 들어 약샤의 핵을 품에 담았다.

‘이것으로 여기는 끝.’

품에 안착한 핵은 딱딱한 돌처럼 굳었다. 더는 통로를 열어내지 못하는 반쪽짜리가 됐다.

그 순간.

-캬아아.

-키이…….

남아 분투를 벌이던 약샤들이 전부 가루가 돼 흩날렸다. 제 몸을 구동할 수 있게 하는 문이 닫힌 순간, 그들 존재는 지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

하나, 테스는 당장 승리의 기분을 만끽할 때가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직 남은 곳이 두 곳이다! 전부 준비해!”

급작스런 이변. 총 세 곳 중 남은 두 개를 처리해야 했으니까.

* * *

약샤에 비해 남은 두 개의 재앙은 상대하기 쉬웠다.

하나는 트리플 헤드 오우거가 울픈 산맥 지류를 타고 출몰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라이트닝 와이번이 제 무리를 이끌고 출몰한 일이었다.

둘 모두 저 멀리 서쪽에서부터 일어난 일.

정확히는 지류로 이어지는 울픈 산맥의 어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어쨌건 그곳에서 일어난 두 가지 사태를 테스는 전부 해결했다. 약샤 사태까지 더하여 총 셋을 순식간에 처리한 셈이다.

이것으로 당장 또 다른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울픈 산맥에서 성국의 시선을 따돌려서 일어난 거려나. 아니면 역시 나 때문일까.’

아직, 테스조차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

대륙에 길게 이어지는 울픈 산맥은 미지의 장소.

마나와 마기, 혈기까지 자연스레 떠도는 그곳은 아직 그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니 저 안에 원인이 있다 해도 알 길이 없다.

또한 원인이 꼭 울픈 산맥에 있는 건 아닐 터였다.

‘정말…… 진법석이 문제는 아니겠지. 쯧. 그럼 내가 내 손으로 일을 만들어 버린 셈인데.’

그의 감각은 다른데 원인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것이 진법석일 수도,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이 세계 마나를 자극해서 일어난 일일 수도 있었다.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한은, 계속 사건은 일어나겠지.

가까이 있는 울픈 산맥 지류.

온갖 기운이 날뛰는 그곳이 있는 한은, 이곳에서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꽤 높았다.

그러니 이 산맥 지류를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언제고 일이 벌어질 때마다 그가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니까.

“저 산맥 거슬린다고 당장 정복은 역시 무리겠지?”

“적어도 새로 짓는 도시가 10개는 더 늘어나야 할 겁니다. 그때 가서야 영지군의 유효 전력이 크게 남겠죠. 그러고 정복을 가도 지류에서 꽤 많은 피해가 나겠지만요.”

“최악인데.”

“괜히 울픈 산맥이 미개척 지대는 아니니까요.”

“후음…….”

제리코의 말대로 정복도 선택할 수 없는 지금이다.

‘우선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는데.’

원인도 모른다. 산맥을 치워 버릴 수도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의 가짓수는 당장 적었다.

결국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리코, 당분간 나는 새 도시 건설에서 빠져야겠어.”

“대신 무엇을 하시려고요?”

“저 산맥을 잠시동안 막으려고. 몬스터가 못 오게 말야.”

그 최선. 바로 진법과 마법진의 조화였다.

전이라면 불가능한 일.

‘이번에 얻은 약샤의 핵을 구동원으로 이용하면…… 어찌 가능은 하겠지.’

새로 구한 귀한 재료들을 전부 소모한다면 시간을 버는 거 정도는 가능하다.

“꼭 무슨 산보라도 나가듯 말씀하시는군요. 그게 가능하신 겁니까?”

“고작해야 반년, 잘해야 일 년 정도.”

이조차도 임시 조치다.

귀한 약샤의 핵, 트리플 헤드 오우거의 심장, 라이트닝 와이번의 뿔. 이도 모자라 영지 창고의 마법 재료를 꽤 소모해도 벌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된다.

그게 잘해야 반년.

‘지랄 맞네.’

하나, 그 짧은 시간조차도 테스의 영지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결국 말을 들은 제리코도 승복했고.

“하.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도시는 맡겨만 주시죠. 영주님, 아니 주군의 손이 필요치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할 터이니.”

“그럼 다녀오지.”

테스는 영지 창고에 들러 그가 필요로 하는 재료들을 챙겨 왔다.

* * *

테스는 울픈 산맥 지류에 섰다.

그는 주변을 보고 제가 해야 할 일을 가늠했다.

‘역시 두 가지를 섞어야 하나.’

영지의 울타리가 되어 줄 진법 설치. 그는 그 방식에 두 가지를 섞기로 했다.

영역화와 무생진.

마법 중 하나인 영역화. 본디 마법사가 제 주변 영역을 자신의 마나로 동화시키는 데 파생된 마법이었다.

미리 영역을 만들어냄으로써 마법의 위력과 구동 속도를 높이는 마법.

‘이걸 우선 토대로 삼는다.’

테스는 약샤의 핵을 구동원 삼았다.

우우웅-

약샤의 핵이 땅에 틀어박히고. 그를 중심으로 마법진이 그려지며 일대를 뒤덮었다.

그의 기감과 영역화된 마나가 연동된다.

기감이 확장되며 사방 수 킬로미터가 그의 영역이 됐다.

일종의 영역화.

아득하니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어마어마한 부하. 테스는 그걸 버텨 내며 다음 할 일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이쪽으로 오는 지류는 막을 수 있겠지. 이제 여기에 진법을 설치한다.’

무생진.

이름 그대로 무생(無生). 빠져나갈 수 있는 생물도 존재치 않으며, 살아날 수 있는 생물도 없기에 지어진 이름.

본래 무림에서는 잔혹무도한 자들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진법의 이름이었다.

무림맹에 깊이 연이 닿았던 그다. 가두기 위한 진 정도는 쉬이 전수받을 수 있단 의미.

‘가두는 거 자체는 대단하다만, 그리 귀한 진법이 아니기도 했지.’

가두다.

그 외엔 어떤 기능도 불가능하기에 전수받을 수 있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진법을 그는 영역화된 이곳에 설치할 생각이었다.

영역화된 마나로 몬스터가 꺼리는 마나를 풍기게 만들고.

설사 소수의 몬스터가 다가온다 하더라도, 무생진에 가두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터.

“후우…….”

그 나름 최선의 수였기에, 그는 아득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진법 설치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간간히 쳐들어오는 몬스터 무리를 막아내며, 그가 지류 전체에 그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걸로 잠시 시간을 벌었으니…… 이제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이 다음 단계.

계속해 벌어질 이상 기류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테스는 시간을 지체지 않고 바로 찾기 위해 움직이려 했으나 새로운 방문자가 그를 찾았다.

그리고 그 방문자는.

“마나 이상 기류를 해결하기 위한 초대를 하셨습니다.”

이미 그가 찾아야 할 원인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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