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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93화 (93/191)

제93화

챕터 18.

안 그래도 시선이 몰린 테스의 영지였다.

그 영지에서 새로운 제자를 받아들인다 했다. 속가 제자라는 전에 없던 방식을 가져왔다만, 무슨 상관이랴.

왕국의 여섯 번째 오러 마스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모두가 알았다.

오러 마스터를 탄생시킨 그자에게 바치는 대가? 아깝지도 않았다. 배를 주고서라도 배워야 하는 게 그의 가르침이었다.

대륙에 있는 여러 가문들이 몸이 달아올랐다.

-가르뎅 자작가에서도 삼남을 보낸다고 하던데?

-이주르 쪽은 아예 장자를 보낸다던데?

-허, 장자를? 미쳤구만. 하긴 거긴 그렇다 할 비전도 없다지.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테스가 속해 있는 카르소니아 왕국 귀족.

-못할 게 또 뭔가. 제국 어디는 백작가에서도 움직인다는데!

-……와. 진짜, 뭔가 벌어지고 있는 거로구만.

더 멀리 제국의 귀족들도 관심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걸 배우고자 하는 자는 많았다.

제대로 된 비기를 가지지 못한 하급 귀족. 테스의 힘을 훔쳐 배워 보고자 하는 자. 비기를 얻음으로써 귀족가로 발돋움하려는 도시의 세력가들까지………….

-가지.

-가서 얻어오는 게 있어야 할 게다.

-너라면 꼭!

-해내고 오겠습니다.

덕분에 많은 자들이 분주해졌다.

그 분주한 자들 옆에 붙는 자도 있었다. 혹여나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싶어서 붙는 거였다.

가슴 가득 희망을 안고 많은 자가 움직인다.

테스의 영지를 향하는 행렬이 수없이 길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이 대륙 위를 움직이는 자들 중에서 꼭 희망만 가지고 움직이는 자가 있는 건 아니었다.

콰와아앙-!

‘이 망할! 지독한 광신자 새끼들!’

제 목숨을 걸고 움직여야 하는 자도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 * *

울픈 산맥.

트롤조차 몸을 사려야 하는 위험한 곳. 그곳을 제 영역이라는 듯 뛰어다니는 자가 있었다.

그자의 이름은 샤이르.

베빈에게 모종의 부탁을 받고, 얼마 전 산맥에 마나의 유동을 만들어 냈던 자였다.

그가 마나의 유동을 일으키던 날.

파스스스-

온 곳곳으로 퍼져나간 마나는, 자연스레 성국에도 흘렀다.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었다.

“역천자의 마나다!”

“삿된 것이 또!”

그 마력 파동을 감지한 성국은 들끓었다.

“추격단을 구성하라.”

“주교 벤은 뭣하고 있나!”

급히 추격대를 조성했다. 추격대가 만들어지는 족족 성국을 떠나 움직였다.

금방 방향을 잡은 그들은 샤이르의 뒤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울픈 산맥이다! 들어가자.”

-크르륵.

-크허엉!

추격을 위해서는 몬스터가 날뛰는 울픈 산맥의 지류를 들어와야 함에도,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광신 앞에서 망설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역시 추격이 시작됐군. 은거 생활도 이제 끝인가, 젠장!’

처음 마나를 일으킬 때부터, 그도 이러한 추격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성국이 보기에 그가 가진 마나 파동은 심상치 않은 수준.

일개 인간이 일으키기에 커다란 마나의 궤적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러한 마나의 궤적은 예비 승천자의 것으로 파악될 수밖에 없었다.

성국 기사단, 이단 심문관, 전투 신관과 몽크, 주교까지…….

성국의 꽤 많은 전력들이 그가 있는 울픈 산맥을 향해 달려왔다.

그때부터 시작된 지독한 추격전이었다.

‘역시나 지독해.’

이 추격전을 시작케 했던 마력의 파동.

그것은 그가 원해 시작된 게 아니었다.

‘……망할 녀석. 끝끝내 포기를 않아선, 나도 이 고생을 시킨단 말이지.’

얼마 전,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자가 샤이르를 찾아왔기에 일으킨 파동이었다.

갇힌 자 베빈.

그도 한때 승천자를 꿈꾸었을 때,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 주었던 그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그 상태 그대로 멈춰 버린 그녀.

그녀가 그의 은거지를 찾아왔다.

참으로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그 만남에 그녀는 부탁을 해 왔다.

-전에 내게 쌓인 빚은 잊지 않겠다고 했었지?

-빚? 알고 있지. 왜? 같이 또 실패라도 해보려고?

-그럴 리가 없지. 기회는 한 번뿐이었고, 우리는 실패했으니까.

-정확힌 내 실패였지. 뭐, 하기는 내 실패로 너 또한 실패했으니 우리의 실패긴 한가.

수십여 년 전.

그때도 베빈은 자신의 승천을 위하여 그를 이용했었다.

결과는 실패.

승천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샤이르는 더 나아가질 못했다. 그가 실패함으로써 그를 지원하던 베빈도 함께 실패했다.

그렇게 끝난 인연이었다.

그 뒤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여겼었다. 그녀를 속박하는 마탑은 더 견고해졌고, 그는 실패함으로써 모든 걸 포기하였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도 넌 여전하구나.’

오랜 인연의 방문이었다.

그녀는 급작스러우며, 또한 지독한 부탁을 해 왔다.

-그럼 뭘 위해서 온 건데?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자를 찾았어. 문제는 그자가 아직 가능성만 개화했다는 거겠지.

-그래서?

-성국의 눈을 가려줘. 그자가 성장할 시간이 필요해.

-하…… 차라리 죽으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둘 모두 실패하였으나, 샤이르에겐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때 그녀에게 진 빚. 그 빚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는 거냐?

-어떻게든 저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 알잖아. 나는 그래야만 해.

-……알겠다. 그리 해 주지.

-고마워.

그러기에 그는 급작스레 찾아온 베빈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건 일종의 거래였다. 지난 시간 동안 쌓아 왔던 빚을 갚기 위한 거래.

마법사의 탑에 갇혀 있는 그녀보다는, 그가 움직이는 것이 성국의 이목을 끄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일 테니 나쁘진 않은 일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추격전!

“저기다!”

“역천자를 찾아! 어서!”

“신을 부정하는 자다.”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던 성국은, 그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처음은 그도 버틸 만했다.

“머저리들이.”

“크아악!”

“캭…… 역천자가 감히…….”

츠츠츠츠-

하위 성기사단이야 그 혼자 금세 무너트릴 수 있었으니까.

‘나도 아직 뒤질 시간은 아닌가.’

그도 한때는 승천자를 꿈꿨던 자. 지금은 잊혔으나, 대륙에서 이름을 드높인바 있었기에 기사단 하나둘쯤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자들이었다.

스스스스-

신을 믿는 신관이면서도, 제가 신처럼 구는 자들.

관측자.

“관측자시여! 어서 탐색을!”

-……후음.

예비 승천자를 관측하고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자들. 그들이 추격에 끼어 있음을 깨달았을 때, 샤이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이번대의 관측자는 분명 아직 전승이 끝나지 않았을 텐데? 뭔가 수를 낸 건가?’

관측을 위해 만들어진 그들은 강력했다.

그 강력함을 떠나, 힘의 유동을 읽는 능력을 타고나 있었다. 그들은 그 능력을 추격에 사용했다.

-저쪽이다. 역천자의 힘이 느껴져.

“명!”

관측자의 관찰 속에서, 성국과 샤이르의 거리는 점차 좁혀져 갔다.

몇 번의 전투를 치러야 했고. 때로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할 뻔한 적도 다수 있었다.

‘흐. 빚을 갚겠다고 나섰다가, 정말 뒤질지도 모르겠는데.’

샤이르로서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은 상황이었다.

‘살아만 나가면, 이번에는 베빈 네가 빚을 갚아야 할 거라고. 젠장.’

그나마 얻은 위안이 있다면, 하나였다.

‘그래도 이쯤 화려하게 일을 벌였으니, 목표는 달성했을려나.’

베빈의 부탁대로, 성국의 눈으로부터 테스를 가리는 데는 성공했다는 것.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듯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그럼 되는 거지…….’

그러기에 그는 남은 온 힘을 다하여, 지루한 추격전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다. 어떻게든 성국의 눈을 가리는 데 성공했다 여겼으니까.

하지만.

그가 눈을 가리고자 했던 성국은 그의 예상보다도 더 치밀하였다.

* * *

새로 들어온 속가 제자를 가르치고 있던 테스.

‘저마다 힘의 방식이 다르니 재밌네.’

속가 제자들 중에는 그의 제자가 되기 전부터 강자였던 자들이 다수 있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비전과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 방식에 따라 힘의 격이 차이가 났다.

그 격의 차이가 테스에게 새로운 재미가 됐다.

‘요튼의 방식은 우악스러운 맛이 있고. 하이런 저 녀석이 무공에 소질이 있을 줄이야, 꽤 의외란 말이지.’

재능도 탁월한지라,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다. 가르치다 보면 간간히 찾아오는 힘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도 있고 말이다.

처음은 저들의 힘을 직접 보고 얻기 위해 속가 제자를 들였다만. 하다 보니 반쯤 진심으로 그들을 가르치고 있는 테스였다.

그가 힘을 쓰는 만큼 제자들이 쑥쑥 성장하다 보니. 문파의 전력도 같이 상승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그는 안심하고 문파 운영에 푹 빠져 있던 터였는데.

“영주님. 아무래도 나와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이사르? 자네가 여기 있을 시간은 아닐 텐데.”

“찾아 온 자가 있습니다.”

그를 방해하는 자가 찾아왔다.

속가 제자이자 백부장을 맡고 있는 이사르의 표정이 꽤 심상치 않았다.

‘뭐지?’

테스는 수련장을 떠나 영주관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며 이사르에게 찾아온 자가 누구기에 그리 긴장을 하느냐 넌지시 말했다.

그 대답이 가관이었다.

“누가 찾아왔다고?”

“성국의 인물입니다. 그 때문에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영주님께서 성국의 인물이 오면 빠르게 대처하라 하셨으니까요.”

성국의 인물이 찾아왔단다.

‘베빈이 해 놓은 수작이 먹히질 않은 건가. 분명 성국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대체…….’

테스는 의문을 느낌과 동시에, 제 가슴을 무언가 간질이는 감각을 느꼈다.

그 감각, 일종의 불안감이었다.

“그거도 단장급이라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단장급은 적지 않습니까.”

“꽤 귀찮은 자가 온 거로구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그는 영주관에 도착했고. 행정관 에일런이 아사르와 교대하며 그를 안내했다.

가까워지는 접객실.

‘상당한데.’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부터 거대한 기운이 흩뿌려져 있었다. 주변 가득이 그의 영역 하에 있었다.

‘이게 성기사가 사용하는 신성력.’

그가 가까이 뒀던 자중 신성력을 쓰는 자는 몽크 지망생이었던 시에나 하나. 그녀를 제외하고 제대로 신성력을 쓰는 자는 보기 힘들었다.

신관 자체가 드물뿐더러,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더 적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자를 보았다.

‘신관보다 성기사의 신성력이 다소 모자라다던데, 그도 개개인마다 다른 건가. 이 녀석은 상당한데.’

테스는 성기사의 힘을 가늠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철컹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는 성기사.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테스가 먼저 물었다.

“그래, 내 영지에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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