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챕터 16.
연이은 오러 마스터의 출현!
다섯 번째 새로운 오러 마스터에 뒤이어 여섯 번째가 등장했다.
등장의 놀라움보다도, 다론이 오러 마스터가 된 이유가 많은 자들을 들끓게 했다.
-정말로 테스 그 자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아직 오러를 사용한 게 아니잖나?
-최상급 오러 익스퍼터가 깨달음을 얻으면 그게 오러 마스터지!
-허…… 그럼 40도 되지 않아 오러 마스터가 탄생하는 건가.
-그리고 그걸 만든 자도 채 그보다 어리다는 게 문제지.
-북부의 기세가 날로 상승하겠군.
들끓지 않는 게 이상했다.
오러 익스퍼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해(不可解)한 일. 그를 뛰어넘어 오러 마스터를 만들어내는 깨달음이란 대체 무엇인가!
놀람은 흐름이 됐고, 거친 격류가 되었다.
왕국을 넘어 그 주변국들까지 소식이 전해졌다. 대전략 병기나 다름없는 오러 마스터의 탄생이 연이었으니까!
-그 고고한 다론 피터가 무릎을 꿇고, 재차 가르침을 청했다지?
-오러 마스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다음도 있다는 의미지 않은가?
-대체 테스 그자가 어디서 불쑥 튀어나온 자야?
카르소니아 왕국은 차라리 사정이 나았다. 문제는 주변국들. 그들은 새로운 자들의 탄생에 긴장이 부풀어 올랐다.
새로운 전력을 지닌 자들이 언제 침공할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불똥은 이리저리 튀었다.
-정보 길드는 뭐 하는 거야?
-이런 정보가 있다면 먼저 찾아왔어야지!
-그자가 귀족이 되기 전에 채 왔어야 했는데!
-뭐 해? 어서 정보를 물어 와!
제이넌, 레어드, 바스턴. 세 정보 길드에는 당장 정보를 내놓으라 성화를 부려댔다.
그러나 테스가 해자를 막고, 입을 꾹 닫은 상황.
그가 스스로 정보를 풀어주지 않는 한, 새로운 정보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레빈조차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정말로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실 거예요?”
“허, 참. 영지에 머무는 사이 많이 뻔뻔해졌구만.”
“이렇게 해서라도, 뭐 하나 건져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테스 님 덕분에요.”
“전에 했던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해. 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거지.”
“……제길.”
“어허이. 말이 험해졌구만.”
“누구 때문인 데요!”
테스 영지에 정착한 레빈. 정보 길드에서 그간의 공을 치하하며 테스 영지의 지부장으로 승진까지 시켜주었지만.
‘대체 무슨 수로 우리 길드 움직임을 다 막는 거지?’
그녀는 아직까지도 테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 주변을 계속해 염탐하고 있으나 얻는 바가 적었다. 새로 만들어진 문파에 침투를 시도했으나 그조차도 실패였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레빈조차도 이러할 진데. 영지 자체에 출입을 허락받지 못한 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어서! 어서 찾아오라니까!
-허어. 아직인가?
다들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무지는 곧 불안이었고, 테스에게 무지할수록 불안은 더 커져만 갔으니까.
-다음 비무는?
-대체 언제 이뤄지는 건가?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는 이 상황. 테스의 다음 비무는 예정조차 없었다.
* * *
만족스런 명성을 얻은 테스.
그가 원하던 명성을 얻었으니, 이제 그는 문파에만 틀어박혀 평온한 나날을 보낼 거라 여기는 자들이 다수.
정작 테스는 몸을 쉴 틈이 없었다.
“또냐.”
문파에 틀어박힌 테스의 기감을 간질이는 자들이 있었다.
‘지겨울 정도다.’
그의 힘을 노리고 들어오는 부나방들.
단순 염탐꾼 수준을 넘은 자들이 그의 문파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테스 자체가 아닌 그 외의 것들을 노렸다.
가르침. 오러 연공법. 그의 가르침을 받았을 제자들…….
오러 마스터를 만들어낸 자의 실마리를 노려 움직였다.
전략병기나 다름없는 오러 마스터의 비기. 막대한 가치를 지닌 비기는 고작 실마리라도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 볼까.”
테스는 몸을 일으켰다. 문주실을 벗어난 그의 몸이 부유한다. 순식간에 올라선 속도는 흡사 공간을 접는 듯했다.
“지금부터 수색을…….”
“뭘 수색한다는거지?”
“당연히 임무…… 흐엑!?”
어느새 침입자의 옆을 차지한 테스. 그는 손날로 놀란 침입자의 뒷덜미를 쳤다.
“……컥.”
본디 뒷덜미를 친다 해서 사람이 쉽사리 기절할 리는 없었다. 테스 앞에 있는 자처럼 수련한 자는 더더욱 기절이 불가했다.
하지만 압도적이랄 수밖에 없는 위력으로 쳐버리면 답은 결국 기절이었다.
만약 기절에 실패했다면, 그 대가로 목뼈가 어긋나며 사망이겠다만.
“커으으…….”
“깔끔하군.”
무슨 상관이겠는가.
고작해야 적은 침입자일 뿐인데. 테스는 만족스런 눈으로 기절한 침입자를 문파 한편에 던져 넣었다.
‘아직도 남은 자들이 많아. 쯧. 갈수록 침입 수준이 올라가니 보안을 더 강화해야겠어.’
* * *
스물셋.
오늘 이뤄진 침입자들의 수를 의미했다.
테스는 손수 나서 그들을 한데 모았다. 다소 강제적인 힘으로 모았지만 그를 따질 겨를이 침입자들에겐 없었다.
“크에에엑.”
“커억…… 사, 살려…… 아니 차라리 죽여 줘!”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으니까.
스스스스-
흡수하는 손길. 여러 차례의 개량으로 1클래스 마법이라고 하기엔 괴악한 위력을 지닌 마법이 그들 몸을 스쳤다.
스쳐 나갈 때마다 찢어지는 비명을 질러댔지만.
“시끄럽군.”
“으읍…… 읍읍읍!”
그가 아혈을 짚는 순간, 그러한 비명조차 사라졌다.
그저 눈을 벌게진 채로 뜨고, 온몸을 부르르 떠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쯤이면 됐나.’
기감으로 침입자의 상태를 정확히 읽어내고. 초주검에 가까울 정도로 힘을 흡수해 빨아들인 테스.
“이제는 입을 열 수 있을 거다.”
“끄으으…….”
“죽여…… 새끼야…….”
“흐극.”
그가 다시 입을 열게 허락했지만 비명을 내지른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비명을 내지를 힘조차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테스는 악마. 산 채로 죽음을 경험하게 하는 지독한 악마였다.
그 악마가 평온한 표정을 짓고 묻고 있었다.
“어디서 왔지?”
* * *
“후우…… 처리해.”
“명!”
뒤늦게 찾아온 영지병들이 초주검이 된 침입자들의 처리를 도맡았다.
침입자들을 두고 다시 문주실로 들어 온 테스. 그는 그들을 취조함으로써 얻어낸 정보들을 취합했다.
“대략적으로 여길 노리는 게 넷인가…….”
사실 침입자는 이들만이 아니었다.
비무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매일 침입자들이 찾아왔다.
허접한 수준을 지닌 자는 영지병 수준에서 차단당하지만, 문제는 그 이상의 자들. 이 세계에 강자는 넘쳤고 해자를 뚫고 문파까지 오는 자들의 수도 점차 늘고 있었다.
오늘만 스물셋.
지난 일주일을 다하면 그 수가 백을 넘었다.
‘지겹지도 않게 보내는데…….’
그때마다 테스는 전과 같은 처우를 해 줬다.
흡수하는 손길로 모든 기운을 빨아들여 폐인으로 만들었고. 죽음의 문턱에 선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냈다.
그들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취합하면, 이곳을 노리는 자들은 넷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주변 귀족이 보내는 거야 이미 예상을 하긴 했다만…….”
테스 주변의 귀족들. 새로이 태어난 독립 영주인 테스. 그의 힘을 노리고 움직이는 귀족들이 많았다.
특히 북부가 아닌 남부의 귀족들은 노골적으로 사람을 보내왔다.
여기에 둘이 더 있었다.
프로스트 문 의뢰 당시 연관됐던 레드문. 잔챙이라 여겼던 도둑 길드 아멀프의 상위 길드로 추정되는 것들.
일반 귀족이라면 이들 하나를 상대하기도 엄두가 안 났을 터. 겁에 질릴지도 모를 적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생각하는 테스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이들은 차라리 잔챙이지. 제대로 제 힘도 가지지 못한 자들이니까.’
문제 되는 건 나머지 하나다.
“광신도 새끼들. 놈들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라…….”
신을 위해서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자들.
그에게 제압당해 온 힘이 빠졌을 텐데도, 끝까지 독기를 부리는 자들이 있었다.
취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분명 성국에서 보낸 자들이었다.
“성국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고 하더니…… 벌써 이쪽까지 사람을 보내고 있는 걸보면, 역시 행동은 빠르단 말이지.”
승천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게 성국이다.
아르델 공작이 말했듯, 그들은 승천자가 될 가능성을 지닌 자를 찾아 헤매곤 했다. 찾아낸 이후 그들이 내리는 결정은 하나.
예비 승천자의 죽음!
‘그때, 정보가 새 나간 게 확실해.’
근래 들어 성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따로 정보 길드를 통할 것도 없었다. 성국이 대놓고 곳곳에 사람들을 파견했다.
성국과 사이가 좋은 왕국엔 성기사단을 보냈고. 이 외에는 주교나 신관들을 파견한 걸로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때가 공교롭게도, 테스가 승천자의 존재를 알았을 때였다.
‘후보자는 많지. 아르델 공작이 아니더라도 승천자에 대한 정보는 어지간한 귀족들은 알고 있으니…….’
공작의 부인. 공작의 가신. 공작가에 숨은 광신도………….
그들 중 하나가 정보를 넘겼을 수도. 그도 아니면 성국에서 자랑하는 성녀와 성자들이 예언을 했을 수가 있다.
어느 쪽이던 좋지 않았다.
‘아직 준비가 부족해.’
아무리 그라고 할지라도 성국의 광신도 전체를 상대하는 건 명백히 무리.
다른 자라면 협상이라도 하겠다만, 광신도를 상대로는 협상조차 불가능했다.
테스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교란을 해야겠어. 이번에 얻은 것들을 소화하려면 이쪽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 * *
성국의 교란.
그를 위해서 테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 패들을 만지작거렸다. 그중 그에게 선택받은 건 둘.
“성국을 상대로 한 정보전은 저희로서도 꽤 고된 일인 건 알고 계시죠?”
“그 대신에 내 방식으로 만들어 낸 영약들을 주는 걸로 충분할 텐데.”
“인정해요. 그 희소성은 상당하니까요. 다만, 다음은 다른 걸 주시면 좋겠어요.”
“고려해 보지.”
우선 정보 길드의 레빈을 움직였다.
브루니언 제국을 거점으로 움직이는 정보 길드가 레이넌. 그에 속한 그녀가 정보를 교란하여 준다면 그 효과는 막대할 터였다.
‘성국이 움직이는데 제국이 가만있을 리도 없지.’
아르델 공작도 그를 도와주기로 하였으니 효과는 확실한 터.
여기에 테스는 하나를 더 더했다.
‘제 아무리 광신도라 할지라도 소문만으론 쉽게 움직이지 않을 수 있거든.’
움직임을 줘야 했다.
[이 빚은 꼭 기억해 둘 거야. 각오하라고 – 베빈]
그를 대신해서 움직일 수 있는 존재 하나가 베빈.
그를 위해 움직여주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자신의 승천을 위한 마지막 조각으로 테스를 이용한다는 것만 짐작될 뿐이다.
어쨌건 그를 향한 그녀의 호감은 진실이니. 테스는 그조차도 이용했다.
베빈의 메시지가 가고 얼마 뒤.
울픈 산맥에 기이한 마력의 움직임이 있었다. 산맥 지류를 영지로 삼고 있는 테스에게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힘의 유동이었다.
‘저기까지 움직일 수 있을 줄이야. 대단한데.’
영지를 지키고 있는 테스로서도 몸이 떨릴 정도로 거대한 힘!
왕국의 새로운 강자로 불리는 그로서도 아직 다룰 수 없을 힘이었다.
그걸 보며 테스는 감탄했다.
‘과연 승천자가 되려면 저 정도 힘은 돼야 한다는 건가. 아니, 저 이상이어야겠지. 그녀도 승천은 아직이니까.’
그러며 생각했다.
“역시 이번에 얻은 힘을 완벽히 체화시켜야 해.”
자신은 아직 만족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