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챕터 11.
테스는 새로 만들어 낸 약에 기운의 변화를 심었다.
그러기에 그 이름조차 만변환이었다.
흔히 말하는 기운의 순환. 심법을 돌리며 만들어지는 순환보다도 테스는 다른 쪽에 집중했다.
‘퉁기고 진동시키고 꼰다.’
만변환을 이용하여 기운이 불규칙에 가깝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제 몸 속에서 기운이 이곳저곳으로 튀다 보면, 전에 없던 기감도 활성화가 될 테니까.
이제 막 무공에 입문한 아이들이 기운을 느끼게 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었다.
‘대신 위험하지.’
다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약하기 그지없는 게 혈.
그 혈을 여러 가지로 자극하는 건 언제나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언제고 대응할 수 있는 테스가 아니었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러한 만변환을 테스는 아이들에게 나눠 줬고.
“의선문에서 의생공은 그 시작이며 끝이다. 모든 무공과 의술이 이에서 파생되었으니, 이를 대성해야 진정한 의선문의 문파원이라 할 수 있다.”
의선공을 친히 전수를 시작했다. 연류신공을 익힌 에나는 의생공을 전수하는 게 힘들기 때문.
덕분에 옆에서 의선공을 배우지 못한 에나는 쀼루퉁해 있기는 했다.
-저도 의선공을 배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에나, 너는 선천여의생공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네게는 연류신공이 맞다 여겼었거든.
-……저만 다르게 됐네요.
다른 문파원들과 달리, 대사저인 그녀가 의생공을 익히지 못하였으니까.
-달리 이야기하면 특별하기도 한 거지. 다른 문파원과 달리 돌아가는 길이라도 언제고 같아 질 거다.
-대신에 꽤 어렵고요?
-많이 도와주마.
-그 말 꼭 지켜주셔야 해요.
-그래.
에나에게 연류신공을 전수한 건 테스 자신의 패착이기도 한 터.
테스는 구결을 전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음으로 에나의 수련을 도와준다 몇 번이고 약속했다.
‘언제고, 연류신공의 흐름과 의생공의 흐름을 맞추는 것도 연구해 봐야겠군. 그러고 보니 프로스도 잊으면 안 되겠네.’
그가 두 제자를 위한 수련 방안을 생각하며 전수를 하는 사이.
“다 외웠느냐?”
“넵!”
“한 자라도 잘못 알면 위험한 게 구결이다. 혹 기억하지 못한 자가 있다면 언제고 이야기해라.”
“명심하겠습니다!”
남은 모든 제자들은 구결을 기억하는 데 성공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테스가 시작을 명하는 순간, 아이들은 제 앞에 놓여있던 만변환을 씹어 삼켰다.
“우욱!”
“……써.”
쌓아 놓은 금박 아래 쓴 맛이 올라오지만 뱉어내는 아이는 없었다. 얼마 가지 않아 만변환이 물처럼 녹아 아래로 흘러들어갔다.
그 순간, 일부 아이들은 몸이 스스로 진동하듯 떨었다.
‘호오. 바로 반응을 한다고? 저 애들은 기감이 강력하구나.’
일부는 몇 분이 지나 몸을 떨었고. 남은 다섯의 아이들은 십분 가량이 지나서야 반응이 왔다.
‘저 애들은 외공을 더 집중시켜야겠어.’
십오 분가량 지났을까.
어느새 옆에 앉아 연류신공에 빠져든 에나. 그 옆으로 자리 한 51명의 아이 전부가 의생공에 빠져들어 갔다.
그런 아이들을 테스는 내려다보며 유심히 살폈다.
‘자, 보자. 오늘 몇 명이나 제대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려나.’
* * *
아이들의 수련 성과는 빨랐다.
단 하루 만에 열의 아이들이 기감을 느꼈다.
기상천외하다 할 속도였다. 무림에선 자연지기를 느끼는데 적어도 한 달가량의 시간을 잡을 정도니까.
스스스스-
삼 일가량 지났을 때, 사십이 넘는 아이들이 전부 기감을 느꼈다.
다시 일주일쯤.
‘전부인가. 허…….’
모든 아이들이 기감을 느끼는 데 성공했다. 일부는 소주천 수준이지만 기운을 스스로 돌리기 시작했다.
테스 스스로가 만변환을 이용하여 기감을 일깨우긴 했다.
그렇다 해도 괴랄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기운을 조종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금방 수련의 속도도 빠르게 상승했다.
‘내외공의 조화를 스스로 찾는 거군.’
육체 단련은 물론이거니와, 초식 수련에서도 점차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연지기를 느끼게 됨으로 기감이 활성화됐고. 활성화된 기감을 통해서 제 육체를 더 잘 느끼게 된 덕에 수련의 속도가 빨라진 거였다.
한 달쯤 지났을까.
‘때가 됐다.’
테스는 만변환에 이어 새로운 영약을 쥐어 줘야 함을 깨달았다.
식객인 레이즈 덕으로 준비는 이미 완료돼 있었다.
“이는 오행단이라 한다. 오행을 순환시키며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지. 오늘은 땅의 속성부터 기반을 닦도록 하자구나.”
“땅의 속성을 먹으면 무엇이 좋은 건가요?”
“말 그대로 몸에 오행이 안착할 수 있을 기반을 쌓는 거다. 토행은 모든 걸 품어주는 데 제격이거든.”
제자들의 질문에 흡족해하며. 테스는 아이들에게 오행환을 나눠주었다.
까드득-
오행환을 삼켜 진기 순환을 시작한 아이들. 그 주변의 진기 흐름이 심상치 않을 정도로 격렬했다.
‘역시 함께 하니 상승 작용이 나오는 건가.’
본래 테스의 환골탈태 완성을 위하여 만든 것이 오행환.
테스는 강력한 약효를 지닌 오행환을 몇 차례 개량했다. 한 번에 폭발적인 위력을 만들게 하는 게 아닌, 수련에 도움이 될 정도로 약효를 낮추었다.
‘일종의 다운그레이드지. 그래도 강력하다만.’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효가 낮을 뿐이었다.
아이들이 먹은 오행단의 기운은 영약이라 말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은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스스스스스-
아이들 사이, 격렬했던 기운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후으읍.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주변에 있던 기운이 요동치며 아이들에게로 빨려들어 갔다.
빨려들어 간 기운은 그대로 단전을 향해 순환했고. 금세 안착했다.
그 결과 단 두 시간이 지났을 때, 상당수의 아이들의 내력이 급등했다.
‘미쳤네. 역시 재능들이 많단 말이야.’
오행 중 토(土).
단 한 속성을 이제 막 투여하였음에 나온 성과였다.
테스는 속도를 조절해가며 연이어 남은 오행단의 속성들을 아이들에게 투약했다.
불과 물. 목과 금.
서로 간에 상승 효과를 조절하며 오행의 상승 작용을 도왔다. 모든 오행을 전부 흡수한 걸 테스는 한 사이클로 명했다.
첫 번째 사이클이 지났을 때.
‘벌써 채운 내력이 삼 개월. 타고났네.’
이미 내력이 존재했던 프로스와 에나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의생공으로 단전을 단련한 아이 중 내력이 삼 개월을 돌파한 아이가 여럿 나왔다.
다시 두 번째 사이클을 돌렸을 때.
오 개월의 내력에 다다른 아이가 나왔다.
네 번째 사이클. 제자들이 입문한 지 오 개월이 지났을 때.
모든 제자들이 일 년가량의 내력을 갖게 되는 데 성공했다. 가장 빠른 속도를 지닌 아이는 그보다 많은 이 년의 내력을 지니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성과!
“와아. 몸이 빨라졌다고!”
“이거 봐. 이런 것도 돼!”
후우웅-!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허공에 주먹을 날림에도 만들어지는 풍압과 풍절음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절도가 있었다.
영약으로 내력을 지니고. 균형을 맞춰 외공까지 익힌 아이들의 수준은 반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상승해 만들어진 성과.
‘어마어마하네……. 과연, 제대로 된 지원이 있으면 이런 빠른 성장도 가능하단 말이지.’
테스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만들어낼 수 없을 성과였다.
* * *
테스도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그도 제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제 수련을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영주로서 사용하는 시간보다 이 문파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
덕분에 그는 한 가지를 마무리했다.
‘적응이 꽤 걸렸더랬지.’
환골탈태를 완료한 몸. 제 몸에 대한 적응의 완료였다.
이제 테스는 제 몸을 올곧이 느낄 줄 알았고. 손끝 하나, 호흡 하나까지도 제 통제 하에 둘 수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제 몸의 통제가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한 적응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이 거의 반년이었다.
‘예상보다 꽤 오래 걸렸어.’
전생에도 겪었던 환골탈태지만, 이번은 전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전생엔 몸에 서클이 마련돼 있지 않았지만, 이번은 서클이 마련돼 있었다.
환골탈태를 하며 서클은 더 비대해지고 강대해졌다.
서클의 비대해짐은 전에 얻었던 마법적 깨달음을 자극시키면서 어느 순간 그에게 네 번째 서클을 허락해 줬다.
비대해진 서클에 새롭게 안착한 네 번째 서클.
‘기쁘긴 하나, 꽤 고된 일이 되었었지.’
그 어떤 마법사보다 거대해진 서클의 힘에 적응해야 했다.
선천진기와 같이 연동하는 그 거대한 힘의 조율은 생각보다 거친 일이었고. 이제야 육체의 일부처럼 통제하는 게 가능했다.
‘이전의 통제는 흉내 수준이었지. 그걸 통제하다 보니 얻은 바도 많았고.’
이번은 단순 통제 수준이 아니었다.
육신의 호흡 하나, 하나를 통제하는 만큼이나 세밀하게 서클을 통제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 통제력이 증가하니 서클의 효율성도 증가했다.
마법을 사용하여 헛으로 낭비하던 마나가 줄어들었으니까.
이제 같은 마법을 사용해도 마나량은 10퍼센트가량 줄었고. 더 적은 마나를 사용해도 그 위력은 3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그야말로 극적이라 할 만한 효과!
‘아이들처럼 나도 이제 막 기반을 쌓은 게지.’
이 성과. 테스가 지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러한 성과 속에서 테스는 이제 계열을 나눌 때가 왔음을 알았다.
“이제 슬슬 기초는 되었으니, 분야를 나누도록 하자.”
“꼭 해야 할까요?”
“영지를 나눴듯 이곳도 나눌 필요가 있으니까. 재능에 맞춰서 무력, 약학, 의술과 같은 것들로 나눌 거다.”
일종의 전문화였다.
“몇몇은 좋아하겠네요. 외공 수련보다 의술을 익히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도 있었거든요. 특히 샤널이 그랬죠.”
“샤널이라. 다재다능하긴 하던데.”
“다른 아이들도 많긴 해요. 이소프는 약학, 특히 독에 관심이 많고. 플라스는 외공. 그리고 마이틀은 경공에, 또…….”
에나는 한참이고, 제 사제들의 재능들에 대해서 읊었다.
테스는 에나의 말을 끊지 않고 한참이고 들어주었다.
‘과연. 내가 성장하는 만큼 에나 녀석도 꽤 성장한 건가.’
제 사제들에게 관심이 없었더라면 절대 알지 못한 정보들을 에나는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고작해야 몇 년 전. 노예 시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아이가 이제는 성장하여 제 아래의 아이들을 챙기고 있단 의미.
“……우음. 저만 너무 떠들었나요?”
“아니, 아니다. 아주 잘했다.”
“후후. 그쵸? 대사저로서 할 몫은 해야 했으니까요.”
“할 몫을 한 거 이상이다. 정말로 잘했다.”
에나 스스로가, 삶을 이어가는 걸 택하길 원했던 테스다. 그로서는 저런 에나의 성장이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빛이 전해졌는지 에나는 꽤나 부끄러워했다만. 테스는 그 기꺼우며 따뜻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 뒤. 에나가 테스도 내심 고민하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셋은 어떻게 하죠? 이튼, 듀퍼트, 슬라드. 그 녀석들은 전혀 다른 계열이어야 하잖아요?”
“아아…… 그 녀석들 말이냐.”
이튼, 듀퍼트, 슬라드. 의술, 약학, 무공, 독학.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아이들이 셋.
‘어쩐다. 슬슬 이 녀석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말이지.’
테스의 새로운 골칫거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