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의선, 황제되신다-85화 (85/191)

제85화

챕터 10.

이번 생도 의생문이라 불릴 그의 문파. 금세 터가 마련되었다.

‘만족스럽군.’

그 자신의 손길이 닿아서인지, 문파 터는 전에 없이 흡족했다.

이 세계 형식으로 마련되어, 전생의 전각과 형태는 달랐다. 그러나 제자들이 사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거대한 건물들이 터 위에 마련 됐다.

그 옆으로 다양한 수련 시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법을 위한 심공실. 초식 수련을 위한 수련실과 대련장. 여기에 더해 약학을 배울 자들을 위해 마련된 약학실, 약초방까지.………….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었다.

그 바로 옆에 언제고 사용할 수 있는 확장된 연단로들이 자리했다.

이전에 있던 그 어떤 연단로보다 더 거대했다.

‘과연 마법이 있어 다르단 말이지.’

연단로는 단순 크기만 키운 게 아니었다.

연단로엔 항시 은은한 빛이 돌았다.

겉에는 세밀하게 마법진을 새겼고. 그 안에는 정령의 힘이 깃들어 있었기에 나타나는 빛이었다.

‘프로스가 한몫했지.’

정령의 힘에는 그의 두 번째 제자. 프로스와 계약한 화염의 정령이 힘을 써 줬다.

덕분에 화력을 조절하는 건 기본이고, 같은 연단로 안이라도 서로 온도를 다르게 하는 기능이 만들어졌다.

세밀한 화력 조절은 약 제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생산력을 잔뜩 끌어올릴 수 있겠어.’

이 연단로를 활용하는 거만으로도 생산량이 늘어날 터였다.

예상되는 파워 홀스와 재생 연고 생산량만 해도 각 1만에 가까웠다.

이거도 연단로의 전 능력을 전부 활용한 게 아니었다.

‘아직 생산자가 부족해. 제자들이 들어서고 인재를 구하면 또 달라지겠지.’

인력이 부족해서였다.

아직 영지에 테스를 제외하고 제대로 약을 만들 수 있는 자가 드물었다. 재생 연고 정도야 프로스가 겨우 흉내는 내지만 완숙한 수준은 아녔다.

후에 제자들이 더 많아진다면, 그땐 1만이 아닌 2만, 3만도 충분히 생산될 거였다.

확장은 연단로뿐만이 아니었다.

영지 전역에 걸쳐 이뤄졌고. 그중 가장 파격적인 확장을 한 곳은 행정관이었다.

늘어나는 인원만큼의 확장을 이뤘음에도 그 크기가 세 배는 넘게 불어났다. 건설부 인원들이 전부 달라붙어 얻은 성과다.

‘제리코가 가장 신났었지.’

행정관과 함께 대량의 약초 재배를 위한 농지 개발도 이어졌다.

“여기 전부가 약초밭이란 말입니까?”

“앞으로 생산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부족해.”

“햐…… 개척민들이 신나겠군요. 수익이 꽤 될 테니까요.”

“영지에 진 빚을 금방 갚을 수 있단 의미기도 하지.”

“좋군요.”

여기엔 매일 늘어나고 있는 유민들이 애를 썼다.

방식은 전과 같았다. 개척을 위한 자재, 시설, 도구, 식량들을 영지가 대주고 후에 유민들이 갚는 방식이었다.

나쁘지 않은 방식. 유민들은 금방 적응해 냈다.

남는 인력들은 통합 된 영지 사이를 잇는 길을 내는 데 동원됐다.

“길 확보엔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겁니다. 치안 문제도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차분히 진행해도 돼. 나중에라도 속도를 끌어 올리면 되니까.”

“네. 우선 진행이 끊어지지 않도록만 하겠습니다.”

처음 가진 테스의 장원을 중심으로 영지가 점차 확장되어 갔다.

테스는 영지를 확장 시키면서도 하나는 잊지 않았다.

‘진법도 같이 확장해 줘야지.’

그의 영지가 진정으로 그만의 것이 되어주게 하는 진법.

그의 기감, 마법과 연동시키고 있는 진법을 꾸준히 가서 설치하였다. 진법을 설치할 때마다 상당한 심력과 재산 소모가 필요한 터.

‘역시나 쉽지 않군.’

그럼에도 그는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언제고 올지 모를 성국과 알 수 없는 적들의 견제를 생각하면 멈춰선 안 됐다.

순식간에 보강과 확장이 이뤄져갔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반년.

또다시 겨울이 찾아올 때쯤, 모든 기반이 마련되었고.

“영지 선언과 개파식 전부 준비되었습니다!”

문파를 열 때가 되었다.

* * *

한 배. 두 배. 세배…….

구 배를 하고서야 수십의 아이들이 테스에게 올려오는 절이 끝이 났다.

수련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 열다섯도 되지 않은 앳된 얼굴을 한 아이가 수십 명이다.

그들 모두가 테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 제자를 받아들인 것도 오랜만인데.’

그들을 바라보며 테스는 감회에 젖었다.

전생의 기억으로도 수십여 년 전. 의선문을 개파하였을 때, 처음 받아들인 제자의 수가 지금과 비슷했다.

그때의 수가 43명. 지금의 수는 52명.

전보다 더 많은 수가 자리해 있었지만, 분위기는 그때와 똑 닮아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무언가라도 하나 더 배우려는 열망이 들어가 있었다.

그들 중심으로 있는 대사저가 된 에나, 둘째인 프로스가 있었다.

둘은 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도 들었는지 평소보다 더 굳은 표정을 하고 테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에게 테스가 해 줄 말들을 담담히 전하였다.

“너희들의 스승이자, 주군으로서 제자가 된 너희들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며, 또한 너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도록 하마. 그러니 너희들은 의선문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행동하거라. 내가 바라는 건 그뿐일지니.”

그답지 않게 길어진 말.

“명심하겠습니다!”

그 말에 답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문파 전체에 울려 퍼졌다.

* * *

사제 관계의 서약이나 다름없는 구배지례.

이 세계에 없는 방식으로 사제의 연을 맺은 테스. 그는 아이들이 문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루간의 말미를 줬다.

대사저가 된 에나와 프로스가 저들을 이끌고 문파 곳곳을 누볐다.

그런 아이들의 뒤를 그들의 부모인 가신들이 따랐다. 제 자식들이 앞으로 어찌 지낼지를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서였다.

그들이 문파 곳곳을 누비는 사이. 테스는 자신을 위해 마련된 문주실에 들어섰다.

“후음…….”

들어서면서도, 그는 펼쳐놓은 기감을 그대로 유지했다.

문파 전체가 그의 기감의 영역.

그는 문파실 내에 있으면서도, 문파 전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수련실의 질에 놀라는 부모, 기숙사 형태로 유지될 숙소를 보고 신난 아이, 수련 도구들을 보고 흥분에 찬 이…….

온갖 형태와 감정이 그의 기감 사이로 전해졌다.

‘나쁘지 않군.’

그는 단지 그들을 지켜보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의 움직임, 행태, 눈빛, 기운. 많은 부분들을 파악코자 했다. 그의 제자가 된 아이들의 재능을 미리 파악키 위해서였다.

“많은데…….”

테스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에나와 프로스를 제외하고도 그 수가 50명. 가신들의 자식들 중 15세 이하의 아이들만 데려왔는데도 그 수가 많았다.

이들 하나, 하나를 살피는 일이었다.

‘다 같은 제자인데 차등을 둘 수는 없지.’

에나나 프로스만큼이나 자세히 살피기 위해선 꽤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덕분에 문주실에 위치한 테스로선 꽤 골이 아플 수밖에.

두어 시간 정도 지났을까.

문파 곳곳을 누비던 가신이자 부모들이 떠나가고. 저마다 뜻이 맞는 아이들이 기숙사의 방을 선택하는 것이 끝날 때쯤.

‘겨우…… 끝이다.’

아이들을 살피던 테스의 평가도 끝이 났다.

두 시간이란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의 수많은 면면들을 살폈다.

그 결과 테스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역시 이 세계는 재질이 풍부한 아이들이 많아. 최소가 지급의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라…….”

그의 제자가 된 아이들의 재능이 퍽이나 만족스런 덕분이었다.

* * *

테스가 아이들에게 허락한 여유로운 시간은 단 하루였다.

그는 바로 아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에나. 이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 여긴다. 가장 중요한 게 무어라고?”

“체력이죠. 모든 것의 뿌리기도하고요.”

“한번 멋들어지게 만들어 보거라.”

“옙! 맡겨만 두세요!”

에나부터 시작하여, 영지병이 된 자들에게도 빠짐없이 진행됐던 체력 단련이 시작됐다.

의욕 만만한 에나.

“자아, 한 바퀴 더!”

그녀의 옆을 보조하는 게 프로스였다.

“대사저! 쳐지는 아이들도 받쳐 줘야 한다고! 지금은 병사를 키우는 게 아니라니까?”

“……큼! 오랜만에 훈련이라 흥분하다 보니. 바로 챙길게!”

수련광인 에나가 아이들을 몰아붙이면. 뒤이어 프로스가 그런 에나를 조절했다.

몸에 부하가 일 정도로 밀어붙이면서도, 부서지지는 않을 수준.

‘잘하고 있군.’

테스가 봐도 흡족할 정도의 몸 만들기가 이뤄지고 있었다.

둘이서 제자들의 기초 체력을 쌓아주고 있는 사이. 테스는 문주실을 나서서 연단로 앞에 섰다.

문파 연단로 앞에는 이젠 낯익은 얼굴을 한 자가 보였다.

“오셨습니까?”

“레이즈, 오늘도 먼저 왔군.”

“제 자리라고 할 곳은 이곳뿐이니까요. 후후.”

레이즈. 도시 계획을 맡았던 행정관 알스가 데려온 연금술사.

테스는 영지의 연단로를 확장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그를 특별히 문파의 식객으로 받아들였다.

식객은 일종의 손님이자 문파에 머물면서 일을 처리하여 주는 자를 말했다. 평소 적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문파에 일이 생기면 이러한 객들이 나서곤 했다.

중원에서는 흔히 있는 일.

이 세계에서는 귀족들이 이러한 식객들을 성에 들여서 사용하는 자들이 간간이 있었다.

‘확실히 열심이야.’

테스는 그를 받아들이며 연단로 관리를 맡겼고. 그는 언제나 제몫을 해 주었다.

후우욱-

미리부터 레이즈가 달궈 놓은 연단로의 열기가 그를 반기는 게 그 증거였다.

“오늘도 딱 적당한 화력이로네.”

“몇 번을 반복했는데, 이쯤은 저도 할 줄 알아야죠.”

테스가 감탄하자, 레이즈가 어깨를 으쓱인다.

연금술사이면서 일 클래스 마스터이기도 한 그는 확실히 약에 미친 자였다. 그가 은근한 눈빛을 보이며 테스에게 물었다.

“흐흐. 오늘도 그럼 파워 홀스부터 만드는 겁니까?”

약을 만드는 거에 잔뜩 기대하는 눈치.

아쉽게도 오늘은 그가 원하는 걸 만들 생각이 없었다.

“아니.”

“헛. 이제 막 파워 홀스 조리는 데 재미가 들렸는데, 그럼 이번엔 대체 뭘 만드는 겁니까? 재생 연고는 재미가 없는데요.”

테스의 단호한 말에 레이즈의 얼굴에 아쉬움이 피어난다.

테스에게 있어 그의 아쉬움을 잠재우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새로 아이들을 들였으니, 새로운 약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오오오! 신약이라니! 대체 뭡니까?”

봐라. 신약이라는 말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여간 재밌다니까.’

테스는 가만 그의 얼굴을 보다 빙긋 웃었다. 그러곤 답을 했다.

“아이들의 기반을 닦을 영약.”

“……영약! 전에 만든 거와 또 다른 거군요.”

“그래. 보다 보면 자네도 얻는 바가 있을 거야.”

흥분한 레이즈가 연단로에 화력을 더 더하기 시작했다. 테스는 아직 말도 하기 전인데, 당장 약초방에 달려갈 기세다.

‘저리 서두르면서도, 약을 만들 땐 진지하단 말이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개처럼 신나 움직이는 레이즈. 그 뒤를 따라 차분히 움직이는 테스였다.

아이들을 위한 약을 만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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