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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84화 (84/191)

제84화

챕터 9.

공중에 부양한 채로 테스는 품에 있던 공간 장치를 꺼내 들었다.

투우웅. 퉁.

공간 장치 안에서 대량의 물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백여 장의 부적.

그런 부적이 더미처럼 뭉쳐 있는 주먹만 한 구체가 삼십여 개.

수많은 물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건 단 하나 존재치 않았다.

“후음…….”

의기를 이용하여 물품 전체를 떠올리고 있었으니까.

수백여 장의 부적이 그의 주변을 날개처럼 날며 부유했다. 수십여 개의 구체는 그 주변을 돌며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 자체로 드러내는 거대한 존재감.

“엇! 저기! 하늘이다!”

“적이다!”

아래를 지키던 기사들이 그를 눈치챈 것도 그쯤이었다.

“마법 폭격을 하려는 거다! 마법 방어 준비!”

“바로 신호 보냈습니다!”

그들은 분주해졌다.

급히 움직이며 마법 방어막을 끌어 올렸다.

“말들 챙겨!”

“옙!”

사육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말들을 급히 축사로 옮겼다. 마법 파편에 맞아 말이 상처 입을 걸 염려해서 하는 행위였다.

사람보다 말을 챙기고 있었다. 말이 이 영지의 근간이니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요량.

‘잘한다.’

하지만 그 행위가 테스로서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되레 그들이 말을 한 자리에 모아주길 그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야 그의 일이 더 수월해질 참이니까.

그렇기에 저들이 가만 움직이는 걸 바라봐 줬다.

그들은 금세 방비를 완료했다.

“방어 준비 완료!”

“됐다! 이제 못 뚫어!”

테스가 의도적으로 기다려 준 줄도 모른 채. 준비를 완료 한 그들은 기세등등해졌다.

그가 무얼 하든 막아낼 수 있단 자신감이 엿보였다.

“머저리 마법사 새끼. 어딜 노리려고.”

“빠르게 마법을 날렸어야지. 마법사들 포격이 끝나면 요격 준비해!”

“명!”

반격까지 준비하는 페넌의 기사와 마법사들.

그런 그들을 향해 테스는 비웃음을 날리며.

“우습기는…… 자, 시작해 볼까.”

부유시키던 삼십 개의 구체의 마력을 거뒀다.

쒜에에엑-

구체들이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테스가 내 뻗는 기운이 더해져 속도가 빨라진 구체는 금세 적의 방어막에 닿았다.

타아앙- 탕-

“허튼짓이다!”

“뚫지 못한다고!”

투명하게 치솟은 막 위로 처박히는 구체들. 겉으로 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어막에 막힌 듯 보였다.

“머저리 마법사가.”

“대체 어디의 마법사야?!”

여전히 사육장의 기사들은 기세등등했다.

타아앙.

마지막 구체가 방어막에 닿았다.

그 순간 테스가 흩트려 두었던 마력을 돋우며 외쳤다.

“멍청이들. 내 영지를 침범한 대가부터 받아라. 폭(爆).”

막에 닿아 있는 구체들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붉다 못해 퍼렇게 달아 오른 순간.

콰아아앙! 쾅!

거대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화염이 넘실거리며 치솟기 시작한다. 찢어진 구체의 파편 덩어리는 화염이 실린 채로 주변을 태웠다.

용암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화염의 덩어리들.

치이이이익-

두텁던 방어막을 녹이기 시작했다.

“어어억!”

“마법사 뭐 해! 마력을 돋우라고!”

막이 점차 옅어져 가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으으…….”

“쥐어짜!”

사육장의 마법사들이 마력을 돋워 방어구를 보강했다. 소용이 없었다. 넘실거리는 화염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고작해야 서른의 구체 덩어리.

그 구체가 페넌의 마지막 보루를 보호하는 막을 완전히 녹이고 있었다.

‘성능 확실한데.’

수백여 장의 부적. 그 가운데에 마력석을 박았다.

보통의 마력석이 아니었다.

폭발의 룬어를 다량 박아 넣은 마력석이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부적엔 증폭의 룬어가 새겨져 있었다.

폭발과 증폭.

그 방식은 단순했다.

하지만 증폭의 룬어가 수백여 장의 부적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그 위력은 강할 수밖에 없었다.

‘벽력탄의 응용.’

저 멀리 중원. 주술과 화약을 이용해 규격 외의 폭탄 벽력탄을 만들어내던 벽력문. 어렵사리 얻었던 그들의 비기를 응용하여 만들어낸 구체였다.

정확히 말하면 폭발의 구체!

폭발을 한없이 증폭하고. 또 증폭하여 대폭발을 일으키는 벽력탄의 방식.

그 위력이 거대한 사육장 방어막 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방어막 아래에선 난리가 났다.

“불을 꺼!”

“으아! 안 된다고!”

“물! 물 마법을 쓰라고!”

“방어막을 완전히 걷어 버리기 전에는 불가능해.”

방어막을 태워 버리는, 저 거대한 화염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그들이 굳건하게 믿던 방어막은 점차 녹아 버리고 있었다.

“커윽…….”

방어막의 마력을 컨트롤 하던 마법사들은 쓰러진 지 오래.

“사, 사라진다!”

“으아아아!”

그들을 지켜 줄 거라 믿던 방어막은 완전히 스러졌다.

츠츠츠츠-

치솟던 화염이 아래로 내려왔다.

“물이여!”

“막아!”

테스의 요격을 준비하던 마법사들. 그들은 요격은커녕 아래로 내려온 화염을 사그라트리느라 마나를 소모해야 했다.

그때, 테스는 마지막 남아 있던 다른 한 수를 내던졌다.

“자, 이제 이 타다.”

하늘을 부유하고 있던 부적들.

화염이 넘실거리는 사이 그 수가 천을 넘어가는 부적에 그의 의념이 실렸다.

중(重).

그가 실을 수 있을 무거움의 묘리를 부적에 실었다. 부적에 새겨진 룬어들이 의념을 증폭시켰다.

본디 종이 무게만 지녀야 할 부적들에 거대한 무게가 실렸다.

흡사 수십 킬로그램.

“내려앉아라.”

무게를 지닌 괴랄한 부적들이 떨어져 내렸다.

연이어지는 테스의 의념과 마력은 그 속도를 더 했다.

눈 깜짝할 사이, 떨어져 내린 부적이 축사에 닿았다.

콰즈즈즉-! 콰아앙!

방어막이 사라진 축사가 버틸 재간은 없었다.

애써 새겨 넣은 원소 방어 마법이 발동할 리는 더더욱 없었다. 테스가 날린 건 원소도 뭣도 실리지 않은, 말 그대로 물리력 그 자체였으니까!

우지끈-

“무너진다!”

축사의 천장이 부서져 내린다.

-히이이잉!

-크륵…….

안은 난리가 났다.

그 아래를 지키고 있던 말들의 머리를 무너져 내리는 벽이 때렸다. 겁에 질린 말들이 이리저리 축사 안을 움직이며 난동을 부렸다.

“워워!”

“멈춰! 멈추라고! 으아아악!”

말을 보호하던 사육사들이 진정시키려 해 본다. 진정이 될 리가.

“오, 온다!”

“칵…….”

어느새 완전히 뚫린 벽 위로 무게 실린 구체들이 재차 내려앉았다.

콰즉- 콰즈즈즉-

말이고 사람이고 가릴 게 없었다.

쏟아지는 부적에 닿는 그 순간, 피륙으로 만들어진 육신이 뭉개졌다. 철퇴로 맞은 듯 부서져 내렸다.

차라리 직격타를 맞은 자는 상황이 나았다.

“커으으윽…….”

“내 팔!”

빗겨 맞은 자들은 뭉개져 버린 제 몸을 눈 뜨고 바라봐야 했다.

지옥 같은 상황.

그 지옥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끝을 내주마. 다중 화염구.”

모든 마법 방어와 마법사들이 무너져 내렸음을 확인한 테스가 삼 타를 날렸으니까.

콰아아앙-!

넘실거리는 화염이 사육장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 * *

내려앉은 축사. 넘실거리는 화염. 죽어 버린 말들. 수습하자고 달려드는 병사…….

영지 페넌의 마지막 희망인 사육장이 스러져간다.

부상당한 말 하나라도 살리고자 달려드는 병사들의 모습은 처절했다.

그러한 장면을 만들어내 놓고도 아래를 내려다보는 테스의 눈은 침착했다.

‘됐다.’

그저 적의 피해를 가늠할 뿐이었다.

효과는 확실했고. 영지전 이후로 겨우겨우 말을 불리고 있던 영지 페넌은 이걸로 무너져 내릴 터였다.

설사 무너져 내리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네놈이! 감히이이! 테스!”

눈이 시뻘게져 위에 있는 테스를 쳐다보는 페넌의 영주. 그가 다시 영지를 되살릴 방도는 더 남아 있지 않았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조차도 언제고 무너트릴 자신이 있는 그였다.

다 무너져 내린 적.

그러한 적을 감상하는 괴팍한 취미 따윈 없었다. 테스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마지막 경고를 하며 물러날 뿐이었다.

“캬아아아악!”

떠나가는 그의 귀로 페넌 영주의 발악 같은 괴성이 들려왔다.

* * *

한달음에 영지로 돌아온 테스. 그는 영지로 돌아와 생각했다.

‘불을 질러 놨으니 잠시간 움츠러들겠지.’

그의 영지에 염탐꾼을 보낸 건 페넌뿐만이 아니었다.

백에 가까운 염탐꾼을 페넌 혼자 부릴 수 있을 리 없었다. 분명 밝혀지지 않은 몇이 더 있었다.

그뿐이랴. 직접 염탐꾼을 보내지 않았어도 뒤에서 페넌과 같은 자들이 움직이게 만든 자도 있을 터였다.

잠정적인 적들이 여럿이라는 의미.

테스가 생각했을 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결국 하나였다.

‘나, 그리고 영지의 성장.’

그들은 수십 년 만에 등장한 독립 영주 테스의 성장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리 염탐꾼을 급파할 리 없었다.

영지의 빠른 성장. 문파. 테스. 영지군.………….

수없이 많은 것들이 그들에겐 호기심이 이는 요소이고. 동시에 불안감을 가져다주는 존재일 터였다.

그런 적의 사정을 봐 줄 필요가 있겠는가.

“후음. 이럴 때일수록 적이 더 두려워하게 하는 게 맞겠지.”

테스는 이 상황에 되레 더 불을 지르기를 생각이었다.

승천자가 되기 위한 수련에 대한 욕심은 잠시 접고. 대신 그가 직접 나서 영지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질릴 정도로 속도를 올려줘야겠어.”

그가 성장하면 할수록 적의 두려움은 커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는 적들의 틈이 더 크게 드러날 테니까.

* * *

속도를 끌어올리기로 마음 먹은 테스. 그는 하루의 거의 전부를 할애하던 수련의 시간을 잠시 줄였다.

‘이거, 이거. 제리코가 원하는 대로 돼버렸네.’

대신 영지 건설에 그 시간을 보탰다.

영지 건설에 본격적으로 마력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영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사마다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아…….”

“언제 봐도 질리지가 않는구만.”

스스스-

마법사의 손을 생성. 수백 키로가 넘는 자재들을 순식간에 날랐다.

“거기서 뭣들 하나. 어서 움직여야지. 근력 강화. 다중.”

“네, 넵!”

공사를 위해 움직이는 인부들에게 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근력, 민첩 강화는 기본이다. 재생력까지 강화시켜 휴식 시간도 필요 없게 만들었다.

환골탈태와 함께 강화된 서클은 더 높은 버프 효율을 가져다줬다.

그는 식사 시간도 제 힘을 썼다.

“잘 먹어야 힘을 쓰겠지. 도와주겠어?”

-오랜만의 부름이구나.

물의 정령을 불러들였다.

스스스스-

그녀를 이용해 식사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강화시켰고. 여기서 더 나아가 선천진기도 듬뿍 뿌렸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비유가 아닌, 진짜 보약이 됐다.

“오오오…….”

“미쳤어.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 이거?”

몸에 좋은 데 쓰지도 않았다.

맛까지 끌어 올린 공사장의 식사는 줄을 서서 먹는 명물이 됐다.

자재. 속도. 식사.

영지를 확장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만한 세 가지가 테스의 손에서 완전히 무너졌고. 빠르게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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