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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82화 (82/191)

제82화

챕터 7.

개파 선언과 함께 진행하려 했던 독립 영주식은 아직 진행 전이었다.

개파 선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

그런데도 이미 그의 영지 주변엔 소문이 퍼져 나갔다.

-테스령에서 새로운 마탑 같은 걸 세우려고 한다.

-마탑이 아닌, 오러를 가르치는 곳이라 들었는데?

-테스 영주가 마검사잖아. 그럼, 둘 다 가르치겠다는 거 아니야?

-하나도 어려운데, 둘이라고? 그러다 망하는 거 아닐까?

-위력이 어마어마했다던데. 듣기로 오러 마스터급이라고…….

-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니야. 듣고 본 자가 넘친다고 하더라고.

안 그래도 테스는 새로운 강자다. 출현하자마자 독립 영주가 되더니, 제 실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 버렸다.

그 위력이 낮았다면 모를까. 어지간한 강자들은 회쳐 먹을 실력이었다.

소문을 좋아하는 호사가들. 심심풀이로 이야기를 듣는 평민들에게 알음알음 퍼지던 소식은 금세 퍼져나갔다.

그때부터는 소문의 영역이 넓어졌다.

숨어 있는 강자, 기인이사들, 방랑 기사, 도전자…….

-새로 제자를 들인다지?

-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그 진의를 내가 파악해 봐야겠다.

-테스. 내가 기억하는 그 자가 그렇게 됐다고?

수많은 계층들이 소문을 구걸하여 듣고. 그에 걸맞은 움직임들을 갖고자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새로운 바람이 왕국 내에서 불어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바람은 실체가 되어 테스에게도 전달됐다.

“영지로 꽤 많은 자들이 오고 있답니다.”

“무슨 소리지?”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전달받기로 방랑 기사들이 영지를 향해 온다더군요. 몇몇 상단도 움직이고 있고요.”

“상단이야 재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렇다 치고. 방랑 기사가 온 다라.”

말이 방랑 기사. 제대로 작위를 갖춰먹은 놈들은 방랑 기사들 중에서도 드물다.

진짜 방랑 기사보다, 되먹지 못한 용병단이 방랑 기사 행세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때로 가문의 적자가 아닌 차남들이 봉신이 되고자 방랑을 하기야 한다. 그조차도 기실 소수다.

‘그 경우는 이미 약속된 자리가 있는 편이니까.’

한데도 방랑 기사들이 움직인다라.

새로운 독립 영지가 생겨나고. 문파에 대한 소식이 들리니 뭐 하나 주워 먹을까 하고 움직이는 게 훤히 보였다.

속내를 훤히 읽고 있는 테스의 말이 부드러울 리 없었다.

“전쟁터나 가서 뭘 주워 먹든가, 다른 곳을 찾든가 할 것이지. 귀찮게 만들겠군.”

“영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졌을지도 모르죠. 혹은 봉신이라던가요.”

“어느 쪽이든 덧없는 환상이로구만.”

“영지군을 제외한 특수 무력은 문파만으로 충분할 거니 말입니까?”

“그래. 차고도 넘칠 거라고.”

다른 영주라면 방랑 기사를 환영할 거다.

신진 영주일수록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특수 전력을 방랑 기사들을 통해 채울 수 있을 테니까.

제대로 된 기사단만은 못해도 큰 힘은 분명 될 거다.

하지만 테스에게 방랑 기사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찾아오는 자들은 다 거부합니까?”

“우선은 그리해야겠지. 나중에 써먹을 곳이 있다면, 또 써먹겠지만 말이야.”

“다른 행정가들과 대응 방안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제리코도 비슷한 생각인 듯, 테스의 생각을 반대하진 않았다.

소식을 전달하는 게 그의 의무. 그렇기에 주변 소식을 전달했을 뿐이었다.

안 그래도 제리코의 표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일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문파 설립을 위한 밑 준비, 수련을 위한 물품 수급, 행정처리…….

한 사람이 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

그로선 꽤 강한 부하(負荷)를 받고 있었다.

“바깥에 대한 대응은 일단 그리 처리하지.”

“그리 전달하고 처리하죠.”

“그나저나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독립 영주 선언식을 다소 축소했음에도, 일이 넘쳐납니다. 새로 수급 받은 행정가들도 적응하기 바쁘고요. 다들 죽어라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원들을 수급해 줬잖아? 그 치들을 잘 부려보라고.”

“……그래도 부족하단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새 인원 수급을 쉽사리 허락해 주시더라니, 이걸 생각하고 해 주신 거 아닙니까?”

“크흠…….”

눈을 부라려 오는 제리코.

‘역시나 이래서 수급을 해 주셨던 거였군…… 일복이 워낙 넘치니, 주군을 잘 만난 건지 못 만난 건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테스도 이번만은 그 눈을 마주 바라볼 수 없었다.

‘씁. 쓸데없는 곳에서 예리해. 다 들켰네.’

“계속 안 봐주실 겁니까?”

“커흠. 커흐으음…….”

제리코가 계속해 눈 맞춤을 시도해 본다만 소용없었다.

테스는 한 번의 마주함 없이, 슬쩍 관련 서류만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항복 선언을 한 건 제리코였다.

“하…… 제가 앓느니 죽죠. 씁. 이리 여우 같은 분이 제 상사가 될 줄은 전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어허. 여우라니. 이리 우직하니 자리를 지켜주는 영주가 어디 있다고.”

“차라리, 나가서 일을 더 도와 주십쇼!”

그간 쌓인 일 때문인지, 급발진을 하는 제리코.

‘씁. 쌓인 게 많구만.’

어쩌랴. 달랠 수밖에.

테스는 추가적인 인력 수급에 더 신경을 써주겠다고 약속하며 한참을 달래었다.

테스의 확언에도 제리코는 꽤 오래 앓는 소리를 해댔다.

결국, 테스는 한 가지 약속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내 문파 공사는 손수 나서 도와주겠네. 어때? 그럼 일거리가 확 줄지 않겠는가.”

“그거만으로 되겠습니까?”

“그래. 인심 썼다. 그 옆에 연단로 공사도 도와주지. 그 정도면 만족하겠는가?”

“그 정도라면야, 해드려야죠. 후후.”

테스의 능력이 닿는 한은, 도와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제야 제리코의 얼굴엔 만족스러움이 묻어났다.

어느새 얼굴이 확 피어 있었다.

‘쯧. 처음부터 이 소리하자고 방랑 기사 이야기하면서 판을 깐 거네.’

은밀한 웃음.

그제야 테스는 자신이 당했음을 알았다.

하지만 어쩌랴. 영지의 행정에서 제리코의 손길이 없어선 모든 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가 적당히 떼를 써주는 거 정도야 충분히 당해 줄 만했다.

“그래서 뭘 도우면 되는데?”

“안 그래도 미리 좀 뽑아 놨습니다.”

제리코는 기다렸다는 듯, 품에 있던 서류를 펼쳐 보였다.

“허…… 자네…… 이거…….”

“다 가능하신 것들입니다. 영주님이라면요. 후후.”

빼곡히 적혀 있는 서류 안엔 어마어마한 일거리들이 담겨 있었다.

‘이 망할…….’

척 봐도 테스도 꽤 많은 애를 써야 가능할 정도의 양이었다. 수련 시간 일부를 할애해 줘야 할 정도의 양!

그렇다고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거절했다가는 당장 파업이라도 벌일 기세의 제리코였으니까.

“……하네. 해.”

“오오오. 역시 영주님입니다! 믿고 있었다고요!”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판을 깔 줄이야. 적당히를 넘어선 수준이다만, 어쩔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젠장 할. 우선은 연단로 확장부터 돕는 게 빠르려나.”

“안 그래도 그쪽 속도가 더디긴 하였죠.”

당했으나,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 모든 일들이 테스 자신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그렇게 한참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 제리코와 상의를 하던 찰나였다.

“……음?”

“왜 그러십니까?”

테스는 자신의 기감에 걸리지 말아야 할 은밀한 움직임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기감에 연동된 진법들이 그의 신경을 요란하게 건드리고 있었다.

“망할 놈의 쥐새끼들이 찾아온 듯해.”

“방랑 기사 따위가 아니로군요.”

이야기를 들은 제리코의 표정도 한결 진지해졌다.

“또 염탐꾼이겠지. 쯧. 아쉽게도, 돕는 건 나중에 하자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테스는 제리코의 말에 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 * *

‘시작도 전부터 난리군.’

테스의 기감에 은밀한 기척이 수없이 느껴진다. 동서남북 모든 방위에서 수십씩 쏟아지고 있었다.

‘물량전이냐.’

그동안 수많은 침입이 있었다.

그때마다 테스가 나서 많은 자들을 처리했다.

그 방비가 잠시 뚫린 듯했을 때는 과거 한 번. 테스가 전쟁을 위해 바깥으로 나섰을 때다. 그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온 자들이 있었다.

그들도 완벽한 성공은 하지 못했다. 영지병과 그의 진법에 막혔다.

‘그때도 해자 부근만 뚫렸더랬지.’

반쪽짜리 성공.

연단로, 저택, 수련장 같은 중요 시설들은 감히 아무도 넘지 못했다.

그때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하는 듯했다.

‘문파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왔으니, 진위 확인을 하고자 몸이 달아오른 것도 있겠고.’

테스는 몸을 띄웠다.

저 위로 떠오른 몸이 순식간에 공중에 올라선다. 그의 아래로 그의 영지민들이 개미처럼 작아진다.

그는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영지민보다도 그 바깥을 바라봤다.

그의 시야에 침입자들이 잡힌다.

“얼씨구. 그 와중에 몸을 숨긴 녀석들이 있네?”

테스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력을 돋웠다. 주변 대기가 그에게 동화됐다. 그는 기감이 여실히 강화됨을 느끼며, 마법을 영창했다.

“피라미들부터 잡아볼까.”

확산. 화염.

그 주변에 불길이 인다.

변형. 구체화. 구체화. 강화.

일어난 불길이 쪼개져 창의 형태를 이룬다. 넘실거리는 화염의 온도는 금세 치솟았다.

“화염 창 다중.”

쒜에에엑-!

거대한 불길 수십여 개가 주변으로 쏘아진다.

콰아앙! 쾅!

해자 너머 비어 있는 대지를 때린다. 실패였을까. 그럴 리가.

‘옳지. 제대로다.’

화염이 넘실거리며 주변에 폭발을 일으키자 전에 없던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스스-

타격을 입은 순간, 마도구로 숨긴 본 모습이 드러난 거다.

모습이 드러난 적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나 본데. 안일하기는.’

마도구에 은신술. 둘을 조합하여 왔는데도 걸릴 거라 여기진 않았던 거겠지. 테스가 눈이 아닌 기감으로 상대를 느낀다는 걸 알지 못한 저들의 패착이다.

저들은 제대로 정보를 갖고 이곳에 왔어야 했다.

‘머저리들.’

이제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달려든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재확산.”

테스는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화염에 재차 마력을 쏟아 부었다. 불타는 화염 창에 주어지는 마력은 곧 휘발유나 다름없는 터.

콰아앙! 쾅!

마력이 닿는 족족, 거대한 이 차 폭발이 일어났다.

폭음이 주변을 수놓고. 그때마다 적은 육편이 되어 스러졌다.

테스는 여기서 만족치 않았다.

“아깝게 버릴 순 없지. 흡수하는 손길.”

적이 죽어 쓰러지며 나오는 마나.

대기 중에 흩어지려는 마나를 향해서 흡수하는 손길을 사용했다.

스스스--

그의 손이 멀리 뻗어나갈 때마다, 주변의 기운들이 그에게 끌려왔다.

‘역시 개조하길 잘했지.’

흡수하는 손길의 페널티 중 하나는 접촉. 멀리 있는 자의 생기를 빼앗을 도리는 없었다. 테스는 그 결점을 보완해 낸 지 오래였다.

정확히 그의 영역인 이 영지 안에선 그 결점이 사라졌다. 그의 몸과 영지의 진법이 동화됨으로써 결점을 상쇄시키는 데 성공했으니까!

다른 곳이 아닌 이 영지 안에서 적의 죽음은 그에게 곧 힘이었다.

적으로부터 끌어모은 마력을 테스는 가감 없이 쏟아부었다.

“어디, 쇼를 시작해 볼까.”

거대한 화염구가 쏟아지고. 쪼개진 화염구 사이에서 화염 화살이 쏟아져 나와 적을 내리 깨부쉈다.

“크아아악!”

“캬악…… 살려줘!”

불쑥 튀어나온 대지가 도망치려는 적의 발목을 잡았고. 연신 아래로 끌어당겨 생매장을 시켜 버리기도 했다.

대기의 수증기가 한데 뭉쳐 물이 되기도 했다.

“꺼어어억.”

“커윽…… 컥!”

마법으로 만들어진 소량의 물은 적의 기도를 타고 들어갔다. 억지로 뽑아내려 해도 뽑히지 않는 물은 살아 있는 그들을 익사시켰다.

쿠웅. 쿵.

메마른 대지 위에서 익사당한 염탐꾼들의 몸이 쓰러졌다.

대지. 물. 불.

수많은 원소들이 적들을 배척하고 있었다.

환경 자체가 배척을 해냄에도 용케 버티는 자들이 소수 보였다. 대지의 마법을 피하고, 화염 확산을 마방구로 막고 물의 마력을 흩어 버리고 있었다.

흥미로운 자들을 발견한 테스의 눈이 반짝인다.

“호오. 너절한 실력을 지닌 놈들만 온 건 아니었다, 이건가.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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