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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81화 (81/191)

제81화

챕터 6.

제리코를 위시하여 수많은 자들이 테스의 아래로 모여들었다.

임무로 인해 수많은 자들이 오지 못했음에도, 그 수는 수십이 넘었다.

저들을 바라보며 테스는 새삼스러움을 느꼈다.

‘많구나.’

각성을 한 이후.

장원을 갖겠다고 마음먹은 게 몇 년 전의 일이다.

지금에 이르러선 그때의 목표를 뛰어 넘은 지 오래다.

일곱 개의 장원을 다 합한 영지민의 수는 1만을 넘었다. 계속해 받아들이는 유민과 노예들 덕에 2만도 머지않았다.

영지를 받쳐 줄 세수도 적지 않았다.

파워 홀스는 계속해 만들어지고 있었고. 재생 연고라 이름 붙인 금창약도 곧 출시할 참이다. 약의 판매만으로 영지를 꾸리고도 남을 정도의 돈이 벌리고 있었다.

풍족하단 소리다.

그러기에 테스는 다음 단계를 말할 수 있을 자격을 갖추게 됐다.

“모두 모인 이유는 들어서 알 거라 생각한다. 개파 선언, 그를 위해서 모은 것이지.”

“선언은 알겠는데, 개파는 대체 무슨 이야기신지요.”

개파 선언.

중원에서는 문파를 만듦을 개파 선언이라 말하였다.

수많은 갈래를 지닌 무공 중 한 가지 갈래를 가지고 모인 자들. 그게 곧 문파였다.

이 세계에는 없는 개념.

비슷하다 할 수 있는 마탑과 아카데미 등이 있으나 문파와는 그 결을 달리했다.

그들에겐 끈끈하다 할 사제 관계도 옅었다. 힘의 전수 체계는 주먹구구식이기까지 했다. 체계가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 문파를 설명하는 게 어디 쉬울까.

‘설명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지. 하나씩, 기초를 세워 나가야 할 테니까.’

또한 이러한 일은 설명으로 끝날 일도 아니었다.

전생에 의선문이 그러했듯, 문파의 고유한 정신을 만들어내야 했다.

테스는 그를 위한 첫발을 이제 막 내딛었을 뿐이다. 이 모든 걸 이들에게 당장 주입하는 건 무리다.

그러기에, 그는 할 수 있을 한 걸음부터 나갔다.

“나는 하나의 수행자다. 마법과 함께 무공의 끝을 보는 게 나의 목표이지. 그 목표를 수행키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문파다. 나 혼자만은 하지 못할 일들, 그러한 것들을 모여 해냄으로서 내 수행의 끝을 돕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이지.”

“그 말씀은 결국 영주님의 수행을 위한 친위대 같은 거 아닙니까?”

“아니, 아니다. 그러자면 친위대를 뽑았겠지, 개파를 하지 않아. 문파는 단순 나를 돕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럼 누구를 돕습니까?”

“문파는, 그에 속한 자들은 서로가 서로의 수행을 돕는 게 기본이다. 서로가 가는 길의 끝을 보게 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지.”

“호오…….”

모인 이들 중 가장 눈치가 빠른 제리코가 눈을 빛냈다.

더불어 테스로부터 이미 제자로 들어간 에나와 프로스는 수련의 끝이란 말에 깊은 눈을 하고 있었다.

제리코가 핵심을 찔러왔다.

“수련을 서로 돕는단 말씀은, 영주님이 가진 그 신기한 기술도 전승을 하신다는 것입니까?”

“그래. 수행자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우선 가르침을 필요로 할 테니까.”

“……누구를 가르쳐 주실 겁니까?”

“저 멀리 영지 전체를 수행자로 땅으로 만드는 게 최종의 목표이나, 우선은 가장 가까운 가신들의 자제들부터가 시작이겠지.”

“저, 저희의 자식들을 말입니까?”

“맞다.”

테스의 단언.

그 말에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감에 물들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테스는 초인.

마검사라 알려진 그의 힘은 가신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평민이던 그가 귀족위에 오르게 만든 게 그 힘이며, 전쟁 자체의 판도를 뒤바꾼 거 또한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런 초인으로부터 힘을 전승받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사승관계로 묶이게 되는 것이니까.

그의 제자가 된다 해서, 무조건적인 강함을 지닐 수 있을 거라 장담은 할 수 없을 일이었다.

‘불안해하는 거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기사가 종자라 데려가 노예처럼 부리고. 마법사의 제자도 마찬가지인 세상이다.

아카데미는 그나마 나으나, 돈이라는 무시무시한 대가를 바란다.

그런 그들이 보기에 냉큼 제 자식들을 제자로 들이라 말함은, 공포와 기대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일이 맞았다.

테스는 그를 이해했다.

그리고 그러한 공포를 어찌 깨부숴야 할지를 아주 잘 알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는가.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만 못하니, 우선 보아라. 문파의 제자가 된다면 가장 먼저 배울 것들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테스가 연단에 서서 검을 빼들었다. 검을 쥐어잡은 그의 손으로부터 푸른 기가 뻗어나갔다.

뻗어나간 검이 흉흉한 기운을 주변에 삽시간 퍼트려갔고.

동시에 검 전체를 두르더니,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

“오, 오러…….”

“……최상급!”

바라보는 모두의 눈이 크게 뜨인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이라면 알고도 남을 힘, 오러. 이 세계 최상의 힘 중 하나.

그 오러가 그의 검으로부터 뻗어 나왔다.

‘어찌…….’

‘잘해야 오러 익스퍼트 하급 정도 수준이 아니셨던 건가?’

‘마검사이기에 특별한 힘을 쓰시는 거라 생각했는데…… 검만으로도 이미 최상급에 다다른 수준이시라고?’

쉽게 볼 수 없는 게 오러다. 완성에 가까운 최상급의 오러는 더더욱 보기 힘들다.

설사 그러한 힘을 지녔다 해도, 쉽게 보여 주지조차 않는다. 힘의 노출은 곧 적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니까.

테스가 그러한 힘을 보여줌은 그가 지닌 자신감의 발로였다.

단지 그는 보여줌으로 끝내지 않았다.

“검을 원한 자 검을 쥐어줄 것이고. 창을 원한 자, 창을 쥐어줄 것이다. 내가 지닌 신묘한 의술도 모두에게 전달되겠지.”

그는 웅혼한 목소리로 그가 제자에게 가르칠 것들을 말하였다.

기가 실린 그의 목소리가 모인 가신들의 뇌리에 파고드는 가운데, 또 한편으로 그는 오러를 유지한 채로 움직였다.

손에 쥔 검을 휘둘러 검로를 만들어 냈다.

유려한 검로를 그려내며 그에 걸맞은 몸놀림으로 주변을 물들였다.

그건 하나의 검무였다.

단순 아름답기만 한 검무는 아니었다.

쩌엉-! 쩡!

그의 검이 휘둘러지며 닿는 그곳에 만들어진 파괴의 흔적은 거칠었다.

부드러이 펼쳐지되, 그 안에 내포된 힘의 격은 드높았다.

그뿐이랴!

흥이 오른 듯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 그의 몸놀림에는 속도가 더해졌다.

일순간 시야에서 놓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더니 어느새 주변이 오러로 물들어 있었다.

물든 오러는 빛처럼 산란했다.

산산이 산란하며 흐트러진 오러는 가신들의 주변을 떠돌았다.

‘……이리 오러를 가까이서 볼 줄이야.’

‘대체 어떻게?’

오러는 움직이면서도 주변의 가신들을 해하지 않았다. 티끌 같은 상처 하나 남기지 않았다. 그저 스쳐지나갈 뿐.

그러기에 더 전율스러웠다.

‘완벽하게 오러를 컨트롤하신다는 의미 아닌가.’

‘……기시단장급들도 쉽게 못할 일인데?’

‘설마, 오러 마스터……?’

극한에 이르러 있는 오러 컨트롤이었다. 신기와도 가깝게 오러를 다루기에 가능한 묘기였다.

거대한 오러의 산란.

그 하나만으로 압도당하는 가신들일진데, 그는 한 수를 더 더했다.

“내게서 배워 극한의 수련을 깨달으면, 이러한 마법도 가능하게 된다.”

그는 오러에 이어 마력을 돋웠다.

우우우웅-!

그가 숨기지 않고 드러낸 마나의 압박감은 컸다.

“읏…….”

“……큽.”

기감이 약해, 마나의 존재를 깨닫기 힘들 행정가들조차도 놀랄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오러에 이어 무슨 마법이…….’

‘이건…… 소문으로 들은 거 이상이지 않은가.’

그 거대한 압박감을 만들어 낸 주제에 평온한 표정을 짓는 테스.

‘어떤 그림을 그려준다? 그래, 그게 가장 좋겠구나.’

그는 돋워낸 마력을 주변의 자연지기와 공명시켰다. 삽시간에 주변의 모든 마나가 그의 색으로 물들어간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대한 전율감과 전능감이 느껴진다.

‘좋구나.’

그 거대한 전율을 만끽하며, 테스는 룬어를 조합하고 수인을 그렸다.

그가 만들어 낸 그림은 만개(滿開)!

그가 손짓하자 주변을 물들이던 오러가 꽃잎으로 화(化)한다.

수만, 수천의 꽃잎들이 춤추듯 움직이며 모여든다.

꽃잎이 모여 꽃이 그려지고.

그려진 꽃이 다시 모여들며 색이 덧입혀진다.

오러와 마력.

둘의 조화 속에서, 만개한 꽃밭이 만들어진다.

꽃이 비처럼 주변을 수놓았다. 압도적이며 경이로웠다.

아름답기만 한 화우(花雨)는 아니었다.

투웅-!

그가 조금의 변화를 주면, 언제고 주변을 피로 물들일 화우였으니까.

“아아…….”

무공과 마법을 익힌 자. 오롯 테스. 그만이 만들어 낼 경이로운 광경.

그 광경에 가신들의 불안이 잠재워진다.

‘내 자식이…… 저걸 배울 수 있단 말이지.’

‘허…… 저런 걸 내주신다고?’

‘역시. 내가 테스님을 선택한 게 맞는 거였다.’

되레 불안은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전에 없던 경외감이 물씬 풍겨 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인간이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한 그 광경을 손수 만들어 냈음을 하나, 하나 지켜보았으니까.

모두를 압도시킨 끝에, 테스는 마지막 손짓을 더했다.

스스스스-

그의 손짓이 끝났을 때, 주변에 만개한 꽃밭이 환상처럼 사라졌다.

“아!”

그제야 가신들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이들 모두가 멍한 눈으로 테스를 바라 봤다.

몇 분 뒤, 저들의 놀람이 가시고서야 테스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사제 관계가 되어 이 모든 것들을 누구보다 공정하게, 또한 공평하게 가르쳐 줄 것이다.”

“대, 대가는 없는 것입니까?”

“있다. 사제라는 또 다른 가족이 된 것이니, 문파의 일에 제자도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게 책임이니까.”

“묶이는 것이군요.”

“그래. 단, 하나는 약속할 것이다. 책임은 공평, 공정하게 주어질 것이다. 그게 우리 문파의 정신이니까.”

“공평과 공정이라…….”

“나, 그리고 앞으로 있을 제자들에게 가르칠 정신이지. 자, 이제 이해가 됐을 것이니 묻겠다.”

테스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누가 제자되기를 거부할 것이더냐?”

“…….”

“…….”

침묵이었다.

“없군. 그럼 다시 묻지, 제자가 되어 문파에 들어오겠는가?”

“바로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기꺼이!”

반대의 물음엔, 오로지 성원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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