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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79화 (79/191)

제79화

챕터 4.

“승천자를 모르는가. 하기는 이상한 일도 아니지. 성국에서 승천자에 대해서 쉬쉬하도록 만들었으니까.”

“뭔가 관련이 있는 거군요.”

급작스럽게 성국이라.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음에 테스는 당황했다.

‘승천자에, 성국. 거기다 중원식 검까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럴 만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많은 것들을 들어 버렸으니까.

혼란스러워 하는 테스. 그의 표정을 공작은 한참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승천자 그 자체겠지.”

“대체 그 승천자란 게 뭡니까?”

“승천자는 격을 뛰어 넘어 신이 된 자일세.”

“예?”

“사람이 일정 경지에 올라 격을 뛰어 넘으면 승천자가 된다, 이 말일세. 사실, 꼭 인간일 필요도 없네. 오크도 엘프도 하물며 슬라임도 이론상 가능은 하니까.”

“……허.”

격을 뛰어넘으면 신이 된다라.

테스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전생의 의선으로선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었다.

‘이거 우화등선이잖아?’

저 멀리 중원에서도 승천자는 존재했다. 다만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다.

신선!

경지에 오른 인간이 인간으로부터 탈각. 즉, 우화등선을 하는 데 성공하면 인간은 신선이 되어 선계에 오른다.

인간이 신이 되는 거다.

선계의 신이 되어 그 뒤가 어떻게 될 지는 테스도 알지 못했다.

‘……나는 실패했으니까.’

전생의 의선이었던 그. 의원으로 오랜 시간 공덕을 쌓고 화경을 뛰어넘는 경지에 올랐음에도 우화등선에 실패했다.

실패의 대가는 처참했다.

‘죽음…….’

말 그대로 죽어 버렸다. 의선문 한 가운데에서 벌어졌던 죽음이고. 터져나가는 그의 공력 덕에 시체조차도 남기지 못했을 터였다.

참혹했을 실패이며.

테스로서는 한이 되어 버린 우화등선이다.

한데, 그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될 줄이야.

이야기는 구체적이기까지 했다.

“승천자가 신이 되면 어떻게 됩니까?”

“잊힌 옛 신의 구역들을 맡게 되는 걸로 알고 있네. 빛, 죽음, 탄생과 같은 대신의 영역은 몰라도 그 아래를 맡는 셈인게지. 이를테면 ‘전쟁’의 경우 제국 초대 황제께서 맡으셨네. 재밌지 않나?”

“허…….”

인간이 우화등선하여 선계에 오르면, 그 뒤는 어찌 될지 테스조차도 몰랐다. 신계에 올라가 선업을 쌓는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도 아닐지도 모르지. 내가 어렴풋이 봤던 선계의 문턱에선 그따위 건 없었으니까.’

한데 여기는 잊힌 옛 신들의 영역을 맡는단다.

공작이 말하기론 대신 아래에 하위의 것을 맡는다 말했지만 그게 어디인가.

‘하위를 맡을 수 있다는 건, 상위의 것도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그 자격이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전에 있던 우화등선보다 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게 중요했다.

“황제뿐만이 아닐세. 그분을 따르던 분들도 하나, 둘 승천자가 되었었지. 그중엔 우리 가문의 초대 가주도 포함되신다네.”

“대단하군요.”

“허허. 몇 안 되는 자랑스러움 중 하나이지.”

더불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거도.

승천자. 우화등선. 신. 경지. 탈각…….

공작과의 대화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들이 테스의 머리를 번개처럼 때렸다.

‘……이거였구나. 한 가지 빠진 게 뭔가 했더니 바로 이거였어.’

지난 각성 이후. 테스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몸을 수련하고. 기틀을 잡아 환골탈태까지 해내었다.

그뿐이랴. 내공은 끝없이 수련하여 이 갑자에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선천진기는 40년을 넘어선지 오래다.

서클은 3클래스에 이르렀고 곧 4클래스가 열릴 듯 점차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작과 대화를 하는 이 순간에도 끝없이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빠르며 강력한 성장이다. 이리 끝없이 올라감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이유 모를 갈증이 있었다.

테스는 그 이유를 향상심 때문이라 보았다.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 향상심. 그 끝을 모를 줄 모르는 욕망 때문에 항시 아쉬움을 느낀다 생각했다.

아니었다.

길을 몰라서였다.

‘제약 없는 자유, 끝없는 오르는 힘, 다 좋지. 한데 그 끝은 뭐냔 말이다.’

그 아쉬움. 전생에 우화등선이 있다면 이 세계엔 과연 그 끝이 무엇일지를 몰라서였다.

그리고 또한.

‘전생에 실패했던 우화등선. 그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다시없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

전생의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 였다.

한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길을 찾았다.

승천자라니.

위로 올라가 그 끝을 보고자하는 테스에게, 딱 어울리는 것이지 않는가.

‘이거다.’

테스는 마음속 한편에 있던 아쉬움과 전생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완전히 지워짐을 알았다.

머릿속에 있던 안개가 걷혔다.

길이 명확해졌다.

‘승천자…… 신이 되는 자라.’

소영주. 대영지. 영지의 발전. 그보다 더 멀리에 있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아득하리만치 멀고 먼 목표.

하지만 테스는 그 길이 자신의 길임을 완벽히 깨달았다.

아쉬움이 지워지자, 가슴 한편에 있던 답답함이 사라졌다.

그제야 테스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혼란스러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목표를 향한 도전자의 열망 어린 표정만 남아 있었다.

“재밌군요.”

“나 또한 마찬가질세. 승천자가 될 가능성을 지닌 자를 가장 가까이서 본 셈이니까.”

* * *

이어진 공작과 대화는 유익했다.

이제 막 귀족이 된 테스로선 알 수 없는 수많은 비사. 그것들을 테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여 주었다.

수많은 비사 가운덴 꽤 흥미로운 게 많았다.

‘그나저나 성국이라…….’

제국과 성국이 사이가 좋지 못한 이유.

승천자를 바라보는 관념의 차이 때문이었다.

초대 황제를 승천자로 보는 제국과 달리 성국은 승천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이 감히 신이 될 수 없다 봤다.

그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승천자는 신의 화신일 뿐이었다. 본래부터 신이었던 자가 잠시 인세에 화신을 보냈을 뿐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그들이 보기에 제국의 초대 황제도 화신체일 뿐이었다.

그 뒤를 잇던 다른 승천자들도 마찬가지.

그런 성국의 광신자들이 보기에 제국은 참을 수 없는 날조자였다.

인간이 감히 신이 된다니!

그들이 모시는 신을 능멸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러기에 그들은 끝없이 제국을 도발했다.

제국의 역사를 날조하려 하였고. 승천자란 개념 자체를 대륙에서 숨기고자 갖은 애를 썼다.

테스가 승천자란 개념 자체를 알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성국의 노력에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공작은 앞으로 주의해야 할 거라 말했지…….’

광신자는 단순히 바라봄으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행동하는 자였다.

승천자의 가능성을 지닌 듯 보이는 테스.

그를 향한 성국의 움직임이 있을 거라 공작은 말했다. 어떤 식으로 움직일 지는 공작조차도 예측치 못했다.

그들의 광기 어린 움직임은 정상인이 재어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꽤 곤란해질 거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가만있는데도 성국이 건드린다면…… 결국 내가 대응할 방법은 하나지.’

적극적인 항쟁.

죽음엔 죽음으로. 피엔 피로.

단순하며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은가.

광신자가 그를 노린다면 노린자를 절멸시킬 것이고. 그의 영지를 건드린다면 그들의 영지 또한 부숴 버릴 것이다.

그에 대한 준비. 지금부터 시작하면 될 문제였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그들이 움직일 게 예측된다면, 나는 더 준비하면 될 뿐이야.’

제국에 맞먹는 성국이니, 그들을 대비하려면 상상 이상의 것들을 준비해야 하겠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힘든 과정이 될 거다.

그러나 그조차도 테스는 상관없었다. 그는 힘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편이었으니까.

‘영지 자체를 더 강화시켜야겠어. 구성원들도 질을 올려야겠군. 후음…… 꽤 재밌는 일이 되겠는데.’

상대해야 할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의욕은 더 샘솟았다.

기실, 그에게 문제는 성국 따위가 아니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가 어찌해야 할지 궁금한 건 단 하나였다.

그의 품에 쥐어져 있는 검 하나.

이 세상에서 볼 줄 몰랐던 중원식 검. 명장이 두드렸을 게 분명한 묵빛 검.

‘무슨 금속을 이용해 만들었는지조차 모르겠네.’

출처도 연원도 알 수 없었다.

“조사를 하다보면 얻는 게 있을 거라곤 했는데. 하, 참. 힌트라도 줄 것이지.”

수많은 비사를 알려주었던 공작이지만, 그는 이 검에 대해서만큼은 함구했다. 그저 테스의 재주껏 알아보라 말했을 뿐이다.

당장에라도 이 검의 모든 걸 알고 싶은 테스로선 아쉬울 따름이다.

“뭐, 조사하다 보면 정말 얻는 게 있을 지도.”

그래도 허언을 하지는 않을 공작이다. 그의 말대로 조사하다 보면 무언가 얻는 바가 있을 터.

테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곤 한참 제 품에 담긴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테스가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무렵.

‘과연 전달하는 것이 맞았을까.’

밤늦도록 자신의 집무실을 지키고 있던 아르펠 공작. 그의 고심은 계속해 깊어져 가고 있었다.

테스에게 승천자에 관해 알린 것도. 성국과 제국의 이야기를 옮긴 거도 과연 잘한 일일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 외에 꽤 많은 것들을 테스에게 전달했다.

테스는 모르겠으나, 이에 관한 이야기는 어지간해선 밝히지 않았을 비사들이었다.

“오스번. 성국에서 어떤 식으로 반응이 올 거 같은가?”

“저희 측에서 최대한 그를 숨기겠지만. 결국 찾아내긴 할 겁니다. 그들이 지닌 힘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니까요.”

“……관측자가 움직인다는 소리군.”

“당연합니다. 승천자가 생겨난다면,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는 자가 그들이니까요.”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두 가지죠. 하나는 그가 무너지는 걸 방관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적극적으로 돕는 겁니다.”

“자네가 나라면 전자를 택하겠지?”

“당연한 이야기 아닙니까.”

공작이 테스를 도울 이유는 없었다.

가능성을 지닌 그에게 승천자에 대해 알리고. 그를 넘어 성국이 움직일 거라 경고한 거만으로도 그는 제 할 일 이상을 했다.

그가 테스를 도울 의무 따위는 없었다.

그럼에도, 공작 마음 한편에 테스가 계속 걸렸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제 자식을 살려 주어서 인지, 혹은 공작가의 가주로서 본 테스의 가능성 때문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깊이 고민된다.

어지간한 일로는 마음이 흔들리는 법이 없는 그로선 생소한 일.

“흐음…… 어렵군.”

공작의 혼란 속에서 아르펠가의 하루가 저물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 밤에 이르러서도 움직이는 자들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테스의 치료 성공으로 곤란해진 공작 부인이었다.

그녀는 은밀히 제 가문의 사람을 불러들였다.

“명 받잡고 왔습니다.”

“잘했다. 네가, 전해 주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녀는 미리 준비한 편지를 품에서 꺼내었다.

“본가로 전달을 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성국의 벤 주교에게로.”

“예? 성국이라면…… 저라도 전달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꼭 성국에 닿아야 해. 그리해야만 나도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다음이로군요. 명심하겠습니다.”

편지를 전달받은 자는 결심이 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사 편지가 주교 벤에게 전달된다 하더라도, 제국민인 그가 성국에 가는 건 죽음을 각오해야만 하는 일.

그럼에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설령 목숨을 잃을지라도, 그가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선 전달돼야만 할 일이었으니까.

“그럼…….”

그는 각오를 다지며 제 모습을 다시 감추기 시작했다.

그가 떠나려는 찰나. 꼭 돌아오라는 공작 부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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