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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70화 (70/191)

제70화

챕터 20.

제 스스로 불의 정령을 계약하는 데 성공한 제자.

그런 제자를 두고 테스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역시 그거밖에 없지. 어째 전생에 제자들과 비슷하게 가르치게 되어 버리는데.’

며칠 간, 마음을 굳힌 테스는 프로스를 불러들였다.

며칠 만에 본 프로스는 살이 약간 올라 있었다.

“스승님!”

“혈색이 좋아졌구나.”

“스승님 덕분이죠. 아, 그리고 아버지 덕도요. 어서 출근시켜 주세요. 매일 달라붙어서 힘들다구요.”

“……이해한다.”

병을 치료하고. 그 뒤 행정관장 제리코가 출근도 않고 붙어 있었다더니.

‘심하게 과한가 보네. 하기는…… 완치는 제리코 소원이었지.’

예상은 했던 애정 표현이다. 제 모든 걸 걸고 프로스를 치료하고자 했던 제리코의 진심은 진짜니까.

덕분에, 프로스로서는 힘들어 보인 듯하다만. 그 조차도 행복해 보이니 좋은 모습이다.

테스는 한창 지난 며칠간 프로스의 고생 아닌 고생을 들어 주었다. 제리코 덕에 힘들다 말하면서도 얼굴은 항상 웃는 낯이었다. 제 아비의 사랑 덕분이겠지.

‘좋은 모습이야.’

한창 흐뭇하게 이야기를 듣던 테스.

그러다 그는 본격적으로 제자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저는 무얼 하면 되는 걸까요?”

“성인이 될 때까지 가르침을 받아야겠지. 아쉽게도 이 나도 정령사를 키우는 방법은 모른다.”

정령사로서 성장.

그 방식까지는 테스도 알지 못했다. 전생에 무림에선 정령사는 존재치 않았으니까.

“정령사 자체가 수가 적다곤 들었어요.”

“맞다. 너처럼 타고나야 하는 거니까. 배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게 정령사거든.”

“느낀다라…… 조금은 이해 가네요.”

그를 프로스는 이해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난 며칠, 테스는 둘째 제자를 키울 방안들을 마련해놨다.

“대신 네가 더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순 있겠지.”

“어떻게요?”

“딱 네게 걸맞은 무공이 하나 있거든.”

테스는 웃으며 미리 준비한 마법진으로 프로스를 이끌었다.

* * *

테스가 마련한 수련진. 그 위에 프로스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따로 말은 필요 없었다.

구음절맥을 이겨낸 저 아이의 재능은 뛰어나니까.

‘역시.’

프로스는 얼마 가지 않아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주변 대기가 은은히 울렸다. 기운들이 프로스를 향해서 흘러 들어갔다.

그가 방금 막 가르쳐 준 심법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일어나지 못할 일.

고작해야 한 번.

심법의 진결을 알려주고. 설명조차 제대로 해 주지 않았다. 심법의 묘리를 설명하는 건 불가해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저 아이는 금방 기운을 끌어들였다.

‘빨라. 구음절맥을 이겨낸 녀석들은 다 천재라니까.’

익히 예상은 했다. 놀랍기는 했다.

정령사가 된 제자 프로스. 그 제자를 위해 테스가 가르친 심법.

오행신공.

인간이 감히 오행의 기운을 익히도록 만들어졌으며.

그 기운으로 얻은 오행의 상승 효과가 끊임없이 육체를 돌게 돼 있는 게 오행심공의 묘리였다.

기실 테스가 아는 심법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말이 오행이었다.

실제 익히는 건 지랄 맞다 할 정도로 어려웠다.

‘오행을 약으로 만들어내는 거도 어려운데, 익히는 게 쉬운 건 더 이상한 일이지.’

테스도 환골탈태를 위하여 오행단을 겨우 만들어냈지 않았던가.

오행. 다섯 기운을 인간이 조율하는 건 결코 쉬울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제 몸에 스스로 심어내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

그 일을 프로스는 능히 해내고 있었다.

* * *

“아…….”

얼마 가지 않아, 프로스가 달뜬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프로스의 눈엔 성취감이 가득 있었다.

“정신이 드나?”

“네! 이거 정말 신기한데요?!”

그는 신이나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한 번의 심법. 이어지는 소주천. 그 한 번으로 일 갑자 가까이 있는 기운이 오행으로 변화되었을 거다.

제스스로 기운을 조율하는 기분이란.

어마어마한 전능감을 가져다준다. 마치 신이라도 된 듯 느껴지니까.

그러니 잔뜩 들떠 있을 수밖에.

테스는 그런 프로스의 내심을 이해했다.

“에나 누나, 아니 사저가 느낀 게 이런 거였어요?”

“비슷하다. 다만 차이는 있겠지.”

“어떤 차이요?”

“에나가 익힌 연류심공은 흐름을 곧 묘리로 삼는 거다. 네가 익힌 건 오행의 상승 작용이 그 중심이고. 비슷하며 차이가 있을 수밖에.”

흐름의 연류. 오행의 오행신공.

둘 모두 상승의 묘리이며. 고저를 칭하기 힘든 수준이 담겨 있었다.

그러한 수준에서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었던 걸까.

프로스는 테스의 말을 한참 웅얼거렸다.

그러더니.

“흐름과 오행의 상승 작용…… 상승 작용이라…… 우음.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르면서도 비슷한. 하…… 그런 거군요?!”

“허…….”

이내 다시금 눈을 반개하며 침잠해 들어갔다.

다시 침잠해 들어간 프로스의 주변으로 거대한 기운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이제 막 심어졌던 오행의 씨앗들이 발아했다.

프로스가 지닌 기운들의 다수가 오행으로 나눠졌다.

그 기운의 움직임. 테스의 기감은 놓치지 않고,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런 괴물을 봤나?’

그러기에 더 경이로웠다.

저 작은 아이가 금방, 가르침을 얻고. 그 가르침을 적용하는 그 하나하나가!

놀라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서 둘의 가르침을 보던 에나도 놀라 다가왔다.

“저거…… 깨달음 맞죠?”

“그래. 맞다.”

얼핏 본 에나의 눈.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질시 따위는 없었다.

‘다행이로군.’

그녀는 한참 주변을 느꼈다.

테스에게 배운 대로 기감을 세우기도 하고. 제 몸에 담긴 기운을 움직이기도 했다.

‘뭘 하려는 거지?’

몇 분간의 시간이 지난 걸까.

프로스를 바라보던 에나의 시선이 그에게로 돌아왔다.

“저 흐름을 보고 저도 느낀 바가 있다고 하면, 오만할까요?”

“그럴 리가.”

거짓은 아니었다. 그녀의 눈엔 현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좋은 자극제가 된 거네.’

그 현기가 가는 방향은 명확했다.

“그럼 저도 한번 담아봐야겠네요.”

“얼마든지. 막힌다면 언제든 찾아오거라.”

“이번만은 제 손으로 해 볼게요.”

에나는 그에게 답하며 다시 제가 있던 곳을 향해 움직였다.

후우웅-

제 자리에 선 그녀는, 애병이 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연류검의 흐름 위에 이전과 다른 흐름이 얹혀있었다.

흡사 오행기공처럼 기운이 나뉜듯하면서도. 동시에 흐름은 연이어졌다.

‘재밌는데.’

뛰어난 오성을 지닌 프로스. 그에 비해 재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그녀다. 그럼에도 그녀는 재능의 한계를 매울 한 가지가 있었다.

독기다.

노예 시장서 제 목숨조차도 선택의 대가로 놓고 움직이던 그녀다. 그런 그녀가 지닌 특유의 독기는 프로스에게 없는 재능.

‘과연 어디까지 가려나.’

프로스의 오성. 에나의 독기.

둘 중 우위에 있다 할 수는 없다. 우위를 나눌 이유도 없었다.

그저 그가 해야 할 건 하나.

“잘 이끌어 줘야 할 텐데.”

둘의 스승으로서, 둘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이끎이다.

* * *

“하아앗!”

검술에 새로운 흐름을 담기 시작하는 에나.

“꼭 불의 정령만 계약해야 하는 거예요?”

-아니. 여럿도 가능하다. 네 능력이 닿아야겠지만.

“좋네요.”

그 옆에서 오행의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정령에게서 가르침을 청하는 프로스.

둘의 수련을 바라보며 테스도 자신의 육체를 조율해 나갔다.

분명, 단련은 아니었다.

환골탈태를 완벽히 해냈으니까. 그의 육체는 이미 완성된 상태라 봐도 무방했다. 그러기에 필요한 게 조율이었다.

“흠…… 이 정도까지인가. 아쉬운데.”

그가 지닌 근력. 유연성. 체력. 재생력…….

육체의 수많은 부분들을 살피고, 한계를 알아봤다. 더 나아가 어디까지 뻗어낼 수 있을지도.

그 모든 그의 조율을 물의 정령이 옆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해낸 거 아니더냐? 이미 인간의 한계는 넘어선 거 같은데.

“그럼에도 아쉽지.”

-욕심이 많은 거 같은데.

“저 애들을 가르치려면 나도 성장해야 하니까. 거기다, 성장 욕구를 가진 건 너도 마찬가지이지 않아?”

-……그건 그렇군. 그래서 옆에 붙어 있는 것이기도 하지.

환골탈태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두 제자와 함께 하는 수련 시간이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됨에도, 그녀는 테스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얻는 게 많으니까?”

-그래. 지난 일 년의 성과가 수백 년보다 많다면 믿을 수 있겠느냐?

“잘된 일이네.”

-덕분이다.

지난 시간 곁을 지킨 그녀의 현신체. 가진 존재감이 더욱 짙어졌다.

그만큼 그녀의 힘이 상승했단 의미.

테스의 곁을 지키며, 전에 없던 경험을 하였고. 그에 따른 성장의 대가가 바로 저 거대한 존재감이다.

-한때 저 불의 정령도 나보다 더 거대했다. 지금은 엇비슷해졌지.

“전부터 알던 존재인가?”

-정령은 많으면서 적으니까.

“모순적인 말이긴 하다만. 이해는 가네.”

가득 존재감을 지니게 된 그녀는, 이전보다 더 테스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 이유가 힘을 얻어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테스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도움은 됐다.

-이번에도 수련을 도와줄까?

“그럼 고맙지.”

스스스-

그녀가 가져다주는 손길.

그 효과로 얻는 회복은 그의 수련 속도를 빠르게 늘려주었으니까.

‘좋다…….’

환골탈태까지 한 지금에도 얻는 수련의 기쁨이라.

흔히 얻을 수 없을 경험이기에, 테스는 그 기분 자체를 즐겼다. 더불어 두 제자들이 아웅다웅하며 서로 성장해 나가는 그 모습도.

셋의 성장.

더불어 셋이 디디고 선 영지의 가파른 성장은 테스에게 진한 흡족감을 주고 있었다.

“자, 또 시작해 보자.”

-얼마든지.

누가 그러던가.

인간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성취감이라고. 그 짙은 성취감을 매순간 만끽하며, 테스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거대한 족적을 남기는 만큼 성장이 흔적이 되었고.

성장의 흔적만큼 시일은 빠르게 흘러가는 듯했다.

어느덧, 매서운 겨울이 다시금 찾아오기 시작했을 때.

‘드디어인가?’

테스가 전에 뿌린 씨앗들이 발아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영지 안. 그리고 영지 바깥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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