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챕터 18.
시간이 가진 흐름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농지가 개간됐다. 개간된 농지는 주로 곡물들이 채워져 갔다. 그중 일부는 과실과 실험을 위한 약초밭이 됐다.
이미 설치된 진법으로 풍년은 약속이 된 바.
그럼에도 테스는 약초밭에 몇 가지 진법을 더했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발전한 농업 부분만큼, 영지의 주거 시설들도 대대적으로 변화했다.
특히 도시 계획을 맡은 알스의 열기가 뜨거웠다.
보상을 받고 싶단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알스. 그는 쉬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
옆에서 같이 발을 맞춰야 하는 다른 행정가들이 힘겨워할 정도의 속도였다.
힘겨워하는 그들에게 테스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답했다.
보상은 곧 속도의 증가로 나타났다.
주거지가 끝이 나자마자, 특수 시설들이 올라갔다.
공용 목욕탕, 추가된 우물, 제분소…….
이 세계 필요 시설이라 할 수 있는 게 올라간 그 다음.
알스는 어디서 데려왔을지 모를 연금술사를 초빙하여 왔다. 연금술사를 데리고 뭘 하나 했더니, 연단로를 새로 확장했다.
무려 두 기나!
전보다 두 배는 거대한 연단로가 순식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완성만 된다면 영지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파워 홀스 생산량이 몇 배는 더 오를 기반 시설이었다.
그 둘 중 연단로 하나가 슬슬 완성할 때쯤.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어가는 동안, 테스는 자신을 위한 계획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 * *
‘영지는 궤도에 올랐어. 다음 단계가 오기 전에 내 일부터 끝내도록 한다.’
이번 마무리.
그가 지닌 마법에 관한 게 아니었다.
세 개의 서클이 영글어가고. 사 클래스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감히 마법의 끝을 논하기엔 그가 지닌 경지가 낮았다.
그가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건 무공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도 걸렸다.’
정확히는 그의 육체.
테스론의 여관. 각성에 이르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간부터 여태까지 끌고 왔던 계획을 중 하나를 실행할 때가 된 것이다.
육체를 뒤바꾸는 환골탈태!
육체의 최상승 경지 중 하나.
지금까지 해 왔던 간이개정대법. 그 수준을 넘어 완벽에 다다르길 원했다.
그를 위하여 지난 시간.
테스는 지난 몇 달을 수련실에 침잠하여 있었다.
“후우…… 다시 봐도 준비는 확실하다.”
수련실 안. 바닥엔 기운 순환을 위한 진법이 깔려 있었다. 그 위, 그가 미리 준비한 영약들이 즐비했다.
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점검이 끝났다는 의미.
끝났음을 깨닫자마자, 진법 가운데에 가부좌를 틀었다.
으적. 으적.
그리고 준비한 영약을 삼키기 시작했다.
* * *
자연지기.
모든 기운들을 총망라한 기운. 이 세계에서 달리 마나라 불리는 기운.
전생에 의선이었던 테스라도 자연지리를 단번에 벼리는 건 쉬운 일이 아녔다. 인간이기에 지닌 한계였다.
대신 테스는 나누었다.
수기. 목기. 금기. 토기. 화기.
오행. 다섯 속성.
자연지기에 가장 가까운 것들로.
전체를 벼리는 건 어려우나, 다섯으로 나누는 건 쉬웠다.
‘다른 자들은 이도 힘들었겠다만.’
다만 상대적일 뿐이었다.
불가능만 아닐 뿐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지난 시간. 온갖 영약, 사체, 마나석, 마법 재료를 구매했다. 그를 실험하여 같은 효과를 내는 걸 찾고 남는 시간 연단로를 돌렸다.
수많은 실험 끝에 나누는데 성공했다.
그 성공이 오행을 나눈 오행의 환단이며. 그가 집어삼키고 있는 영약들의 정체였다.
‘오행의 상생을 몸 안에 일으켜야 해.’
목으로 화를 생하게 하고. 생하는 화로 토를 생하게 한다. 다시 이어 토로 금을 생하게 하니…….
그는 오행환을 순서대로 씹어 삼킴으로써 오행의 순환을 만들어냈다.
우우웅-!
다섯 환단을 삼키자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시작됐다.’
기운들은 제각기 날뛰면서도 서로 상생했다.
금의 기운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며 기운을 퍼트리고. 목의 기운이 그 뿌리가 됐다. 다시 수기가 흘러내리며 온몸에 들이부어졌다.
서로 상생하며 휘돈다.
그럼으로 기운이 성기기 시작하며. 스스로 크기를 키워갔다.
‘크흐…….’
제아무리 테스라도 버티기 힘들 만큼 거대한 기운들!
그 기운들이 내부를 날뛰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바야.’
날뛰는 기운을 느끼고 관조해야 했다.
폭포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기운을 한곳으로 모아갔다.
단전에서 백회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흐름을 타고 대주천이 만들어진다.
‘……한 번. 성공.’
두 번. 세 번. 네 번…….
의생공. 선천여의생공이 서로 휘돌고 날뛰며 기운을 키웠다. 그 가운데 세 개의 서클이 쉼 없이 휘돌았다.
‘마력 덕에 난이도가 지랄 맞게 올라가네.’
그 거대한 기운이 하나로 조율된다. 몸의 기운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성공이다.
그리고 그 순간!
테스가 기다리던 반응이 왔다.
쩌저적-
천정혈이 완전히 뚫렸다.
동시 모든 혈이 순백으로 돌아갔다. 태어난 그때, 작은 탁기 하나 존재치 않은 때로.
위로 기운이 치솟아 올라갔다.
“아아아…….”
저 아래부터 위까지. 기운이 그를 관통하였다.
이때가 그가 가장 기다려왔던 때.
‘버틴다.’
가부좌를 튼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주변에 있는 자연지기를 빨아들이고. 머금었다.
거대한 기운들이 재료가 되었다.
그의 몸을 벼리기 위한 재료가!
우득. 우드드득.
뒤틀리고. 으깨지며. 맞춰졌다. 무(武)에 있어, 가장 적합한 형태로.
* * *
둥실 떠올라 있던 몸이 내려앉았다.
바닥에 착지한 그는 제 몸에 담겨져 있는 검은 때들을 바라보았다.
지독한 냄새가 올라왔다. 탁기다.
“개정대법으로 계속해 씻어냈는데도 이 정도나 남은 거였나.”
탁기를 보고 혀를 차며 몸의 기운을 일으켰다. 열기가 치솟아 오르며 몸에 남은 탁기들을 떨어트려냈다.
‘좋다.’
동시에 그는 기운이 일어난 몸을 음미했다.
기운의 순환이 전보다 수배는 빨라졌다. 의지를 일으키면 기운이 바로 따라 움직였다.
의지와 기운이 연동되는 속도가 동시나 다름없다.
‘초식 펼쳐내는 속도가 더 빨라졌겠어.’
이제 의지가 생기면, 몸이 따를 터였다.
어디 그뿐이랴.
“보자…….”
몸에 지닌 기운의 총량 자체도 커졌다. 가벼이 팔을 뻗어내며 쥔 검. 그 검에 기운을 불어넣자 형체화된 검기가 뻗어 나온다.
스스슷-
기운이 수십 가락. 검사로 뻗어져 나오다 이내 합쳐진다.
검기다!
중급 이상의 기사가 겨우 만들어낼 게 오러. 그러한 검기가 그의 손에서 쉽게 뻗어져 나온다.
그러한 검기를 뻗어냄에도 그의 내력은 사그라질 줄을 몰랐다.
‘내력이 20년은 더 늘어났는데?’
환골탈태를 하며 늘어난 내력 덕분이었다.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내력이 일 갑자를 넘었다. 지금은 20년은 더 늘어나 일 갑자 반은 되었다.
중단전의 선천진기도 같이 늘었다. 선천진기가 사십 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미쳤군…….’
그는 검기를 뿜어내고 있는 내력에 선천진기를 더했다.
우우웅-
기이한 소리가 나며 검기가 짙어진다.
이내 크기를 키우더니 두터워져 갔다. 완성에 가까운 형상을 만들어가던 검기는 곧 검강에 가까워져갔다.
“크흐. 죽이는데.”
그가 익힌 영류비검의 성취는 구성.
다음 상위 검법인 유화의검에 비해, 영류비검이 지닌 묘리의 수준은 낮디낮았다.
최상위 검법은 아니란 의미. 검강을 만들어내더라도 그 효율이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만들어낸 검강은 끝을 모르고 뻗어나가며 완성됐다. 환골탈태를 이뤄낸 육체가 몸에 주어지는 부하를 전부 감내하고 있었다.
몸의 내구성 자체가 달라졌단 의미. 그리고 그 의미는.
‘가만? 내구성 자체가 달라졌다는 건…….’
이미 한번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여긴, 그의 심장에도 영향을 줬다.
‘이거, 미쳤는데?’
마법사의 천형.
심장을 옥죄며 서클의 주인인 마법사를 천천히 죽여 가는 저주. 그에 대한 극복은 이미 개정대법으로 끝을 냈었다.
그 이후는 없을 거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서클이 달라졌다!”
그의 심장을 중심으로 휘돌고 있는 세 개의 서클. 서클 자체에 변화가 왔다.
크기가 이전보다 커졌다.
‘60퍼센트 가량은 커져버렸다.’
서클의 지름 자체가 커지고 두께는 굵어졌다. 전보다 빠른 속도로 서클이 휘돈다. 휘돌며 흘러오는 마나의 양은 배를 넘었다.
“폭염구.”
테스는 마력을 유동하여 마법을 만들어냈다. 서클에 부담이 가는 법 하나 없이, 마법이 생성됐다.
화르륵-
전장서 수십을 불태우던 화염구가 만들어졌다. 전보다 세 배는 더 큼지막했다.
“세 배라…….”
세 배. 폭염구가 지닌 파괴력이 증가했단 의미. 폭염구가 폭발 이후 화마가 주변을 집어삼키는 걸 생각하자면.
“파괴력은 최소 네 배는 더 커졌겠는데.”
새롭게 지닐 파괴력은 가늠도 되지 않을 정도.
테스는 실험을 하고자, 연공실 한편에 폭염구를 날렸다.
콰아앙-!
진법과 마법으로 떡칠 된 마도구에 폭염구가 작렬. 그대로 불이 붙으며, 주변에 수많은 파편을 날려댔다.
테스는 아머를 일으켜 파편을 막아내며 파괴되는 마도구를 놓치지 않고 바라봤다.
스스스스-
폭염구의 마력이 흐트러지고.
눈앞에 드러나는 마법 방어 마도구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삼 클래스는 쉽게 막을 거라 장담했던 마방구가 그대로 망가졌다.
“……못해도 사 클래스급. 비전 마법도 아닌데 이 정도.”
자신이 만들어낸 광경. 그럼에도 테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계속해 실험을 이어나갔다.
마법사의 손을 수없이 뻗어내고. 폭염구를 다중으로 만들어내며. 독, 물, 안개. 온갖 것들을 생성해 냈다.
우드드득-
그때마다 겨우 만들어냈던 마방구가 망가졌으나. 그는 심장을 도는 서클이 쪼그라들도록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실험 하나가 남아 있었으니까.
‘보자. 서클 회복력은…….’
쪼그라들어 버린 자신의 서클.
스스스-
그 서클이 주변 마나를 빨아들이는 마력 양을 가늠했다.
빨랐다. 명상을 하지 않음에도 전보다 세 배는 더 빠른 속도였다.
“후아.”
모든 측정이 끝났다.
놀라웠다. 그제야 그는 마지막 감탄사를 턱 내뱉었다.
‘육체 완성과 마법의 연동이라…….’
둘 사이의 연동. 그건 테스에게 새로운 화두였고, 동시에 무한에 가까운 상상력을 던져다 주었다.
그 자체로 흉기이며 완벽에 가까운 육체. 그 안에 날뛰는 마나.
그건 흡사 이미 사라졌다 여겨지는 한 생물이 떠오를 법한 일이었다.
‘……드래곤. 푸핫,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하다만.’
신의 대적자며, 동시에 대리인이라는 드래곤. 이제는 사라져 버린 그 개체들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계속해 떠오르는 드래곤에 대한 잔상에 테스는 머리를 휘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어가기보다는,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게 있었으니까.
“내가 너무 신나서 돌아버린 걸지도. 후음……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계획을 앞당길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