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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67화 (67/191)

제67화

챕터 17.

돌아오는 여정은 간결했다.

테스의 마차를 보고 달려드는 도적도 없거니와. 그를 따르는 행정관 무리 중에서 발목을 잡는 자는 더더욱 없었다.

돌아오자마자 그를 반기는 건, 레빈이었다.

“오랜만이네요.”

“우리가 오는 걸 미리 알았나 보네.”

“그쯤은 기본이니까요.”

“알지. 그런데 꼴을 보아하니 성공은 못 한 거 같군.”

“…….”

이런. 저리 이를 갈아서는 늙어서 고생할 텐데.

레빈은 피로에 절어 보였다.

낮으론 의뢰를 수행하고. 밤에는 내 영지를 뒤져보자고 지새웠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결과. 소문을 내는 의뢰는 성공했으나, 염탐은 완벽한 실패.

반대로 테스는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배운 게 많아. 아주 고맙다니까?”

“뭘 배웠다는 거죠?”

“있어. 그런 게.”

그녀가 애를 쓴 만큼, 정보 길드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정보 길드의 기본적인 움직임만 하는가 싶더니 웬걸.

테스의 도발에 그녀는 잔뜩 성이라도 난 건지, 제 자신의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꺼내 썼었다.

테스가 가진 탐색 마법보다 더 고차원의 탐색 마법을 사용했고.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마도구로 테스의 진법을 뚫어보고자 했다.

테스도 생각지 못한 온갖 마법과 기술들을 사용했다.

테스는 그조차도 아끼지 않고 기록했다.

고차원의 마법이야 당장 가져올 수는 없겠다만. 보고 분석하는 거만으로도 그에게 얻어지는 게 있는 터.

다른 건 몰라도 정보 수집에 관한 부분만큼은, 그녀 덕에 꽤 많은 득을 봤을 정도다.

오죽하면.

‘나중에 첩보대도 하나 개설할 수 있겠어.’

전에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니까.

그녀로부터 배운 방식. 벌써부터 써먹을 생각을 하는 그였다.

아, 그렇다고 남은 하나는 잊지 않았다.

“한 번 알아볼 수 있으면 알아보든가.”

“이익!”

도발이다.

“할 수 있다면 말이지.”

“…….”

으드득.

저리 이가 나가서야, 아무래도 얼마 뒤 환자로 볼지도.

분해하는 그녀를 두고. 테스는 뒤를 따라온 인재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 * *

50명의 인재 확보까지 예상한 기간은 일 년.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비슷한 수준을 여길 거라 생각했던 테스다.

하지만 웬걸.

‘총 56명 확보인가. 예정보다 빠른데.’

이미 목표치를 돌파해 버렸다.

제리코가 손수 낚아와 준 인재들이 반을 넘게 차지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유능한 자들이었다.

테스는 그들에게 미리 가족과 함께할 숙소를 준비하여 줬고.

그다음 날이 되자마자 이들은 바로 테스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이른 아침부터 저택에 들이고 봤더니.

“흐음. 이게 하루 사이 짜 놓은 조직표라고?”

“예. 지넬에서 이곳에서 오는 여정 동안 말씀하셨던 걸 토대로 한번 짜 보았습니다.”

“호오…… 어디 한 번 줘 봐.”

단 하루 만에 그 능력을 증명해 냈다.

테스는 이들에게 모든 걸 말하지 않았다.

‘지배 낙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완전히 믿긴 힘들긴 해.’

테스는 그들이 알아야 할 만큼만 알려줬다.

행정과 재무관이 필요함을 말하고. 약학관의 개념을 자세히 알려줄 수는 없으니 농업관으로 말을 하였다.

‘약초를 키우는 것도 농사나 다름없으니 거짓말은 아니지.’

여기에 앞으로 있을 치수와 토목 공사에 대해서 적당히 말을 던져 놨다.

치수는 전에 있던 물 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고. 토목은 앞으로 들어올 많은 인구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후음…….”

그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도를 벌써 가져올 줄이야.

테스는 그들이 가져온 조직도를 살피고. 그들이 배치해 놓은 인물들에 대해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하루 만에 만들어졌음에도, 꽤 두툼하여 읽을 게 많았다.

‘레빈이 데려온 자들과 제리코가 낚아 온 자들이 적당히 섞여 있군.’

살펴본 조직도는 나쁘지 않았다.

레빈이 말한 능력 좋은 자들이 상위에 배치돼 있었고. 중간 자리는 제리코가 말한 자가 배치돼 있었다.

하부 대다수는 정보 길드를 통해 데려온 자들이 맡았다.

겉보기와 달리, 서로 간에 친분으로만 자리를 잡은 건 아니었다.

‘레빈이 건네준 정보가 맞다 치면…… 꽤 좋게 배분해 놨어.’

전에 있던 정보와 교차 검증을 몇 번 해봐도 이게 맞는 조직도다.

한참 조직도를 살피고 있는 테스.

그를 조직도를 짜 온 행정관들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잘해 왔군.”

결과는 합격!

‘이대로면 앞으로 문제없겠어. 아니 오히려 쉬워질지도?’

인구 1만, 아니 2만이 된다고 해도 문제는 없어 보일 조직도다. 이후 차근차근 인재를 늘리면 일은 더 쉬워지겠지.

제대로 시킨 것도 없는데 이리 가져올 줄이야.

‘크흐. 이래서 인재를 영입하면 편해져.’

가만있어도 술술 떠먹여 주고 있지 않은가.

테스는 시원스레 일을 통과시켰다.

“이대로 시행해.”

“옙!”

* * *

그들 손으로 만들어진 행정가 조직은 바로 제 구실을 하기 시작했다.

미리 마련해 놓은 행정관에 각자 자리를 잡았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장원의 기록을 다시 정리를 사직했다.

며칠 가지 않아 그 모든 기록을 분야별로 정리하는 데 성공. 테스에게 이를 가져다줬다.

“빠른데?”

“느렸습니다. 남작님이 없으셨으면, 장원으로 남을 곳이었잖습니까. 이 작은 정원에 기록이라 봐야 얼마 안 되는데, 이 정도 시간이면 오래 걸린 거죠.”

“후음…….”

수완가인 제리코야 그 속도조차도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나로선 좋은데 말이야.’

가만있어도 척척 가져다주는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는 테스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제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회의를 소집해. 영지 운영의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줄 테니까.”

“딱, 기다리던 일이군요. 바로 모아보겠습니다.”

어쨌거나, 기록이 끝이 났다는 건 행정이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의미.

‘이제 더 본격화할 수 있겠어.’

테스는 모든 행정가들을 모았다.

* * *

마련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의실.

아직 생나무 냄새를 풍기는 거대한 테이블을 중심으로 영지의 인재들이 전부 모였다.

가운데 있는 테스를 중심으로 하여 각 관의 담당자들이 좌우로 자리해 있었다.

무력은 둘이 맡았다. 테론과 에나였다.

‘후에는 분화시켜야겠지.’

무력에 관련해선 전생에 무력대를 따라갈 예정이었다. 저 둘을 필두로 하여 꽤 많은 조직으로 세분화될 터였다.

영지병도 방어와 공격을 나눌 생각이고. 특수 임무를 맡을 병종들도 여럿 신설할 예정이다.

이번에 얻은 지식으로 만들 첩보대도 더하면 그 수는 꽤 방대해질 터.

테론과 에나 둘이 제 몫을 해 줘야만 가능할 일이었다.

이 둘 다음으로 게일이 자리해 있었다.

“크흠…….”

자리에 어색하게 앉아있는 그.

행정관측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 중에 행정적 능력은 가장 떨어졌다. 행정관 중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자를 데려와도 그보다는 나을 거였다.

그럼에도 그를 앉혀 놓은 이유는 있었다.

‘사람을 융화시킬 줄 알아.’

그는 수완가도, 행정력을 지닌 것도 아니지만 사람을 다룰 줄 알았다.

일종의 덕이 있는 자였다.

당장은 빛이 나지 않을 터지만, 그에게 자리를 내줌으로써 그는 언제고 빛을 발할 때가 올 거였다.

그 옆으로 제리코. 도시 계획을 맡은 건축가 알스. 재무를 맡은 에일런. 농업에 바이트.

총 넷이 자리를 잡았다.

테스를 포함하여 총 여덟.

단출하다 할 수 있을 숫자지만, 이들이 앞으로 있을 영지 전반을 책임질 자들이었다.

테스는 그들을 슥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회의를 시작하지. 안건에 관해선 미리 전달받았겠지?”

“옙. 총 셋으로 들었습니다.”

“맞다.”

첫 회의. 테스가 이들에게 요구한 건 셋이었다.

1.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농지 확보.

2. 특수 작물을 키우기 위한 특수 농지 확보.

3. 위생 관리.

식량의 확보는 영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특수 작물은 그의 연단과 수익을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위생 관리.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하지.’

타 영지는 신경을 쓰지 않겠다만. 그는 가장 신경 쓰는 쪽이 바로 이 위생 관리였다.

전생의 의선으로 살았던 경험으로 말미암아, 위생을 통해 얻는 효과가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 안건에 처음 포문을 여는 건 도시 계획을 맡은 알스였다.

“셋 중 치수에 관해선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영주님께서 해 놓으신 해자가 있기 때문입죠.”

“그래서?”

“하니, 우선은 농지에 관한 확보부터 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주거지역도 확보해야겠죠.”

“나쁘지 않군.”

그는 정석적인 이야기부터 꺼내들었다.

건축가 출신인 알스. 그는 자신이 설계한 대략적 도안을 펼쳐 들면서, 설명을 덧붙여갔다.

‘좋네. 눈에 확 들어오기도 하고.’

한눈에 봐도 괜찮아 보이는 계획이었다.

과연 인재를 얻은 효과가 난달까. 테스가 직접 하였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들을 그가 미리 해결해 주고 있었다.

흡족하게 그 계획들을 살피고 지나갔다.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는 자도 있었다.

농업의 바이트였다.

“외람되나, 이 특수 작물이란 부분을 여쭤 보려 합니다.”

“으음?”

“특수 작물은 대체 뭡니까?”

“때가 되면 일종의 약초 같은 걸 키워 보려고 해.”

이들은 이미 테스의 사람이 된 터. 테스는 모두는 아니어도 농업을 맡은 바이트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줬다.

그 모든 말을 들은 바이트는 얼굴을 붉혔다.

“약초로군요. 저는 술을 담그기 위한 과실을 생각했었습니다. 이거 수정을…….”

제 생각이 틀렸다고 여겼기 때문.

‘오. 이거 봐라?’

테스는 그 말을 듣고 화색이 됐다.

과실. 그리고 술이라니!

듣기만 해도 돈 냄새가 풀풀 나는 안건이지 않은가. 약초로 돈만 벌 생각을 했던 테스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거였다.

“술이라고? 그거도 나쁘지 않겠는데. 포함해서 실행할 수 있겠어?”

“시간과 예산만 충분히 주신다면 가능합니다!”

“좋아. 그거도 바로 시행하도록 하게.”

“오!”

술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녔다.

그러나 바이트의 표정으로 봐선 그는 자신이 있어 보였다.

‘이거 생각지 못한 대어를 하나 낚은 거 같은데?’

과실주라. 지력과 수력이 풍부한 이곳이니, 꽤 괜찮은 과실주가 나올 터였다.

‘나도 나중에 한손 보태 주긴 해야겠어.’

테스가 손만 보탠다면, 과일주가 아닌 약주도 만들 수 있을 터. 돈이 되는 건 따 놓은 당상이었다.

제가 먼저 아이디어를 낸 바이트를 흡족스럽게 바라보던 테스.

‘가만…… 이 분위기를 이끌어 가려면, 보자. 그게 좋겠구만.’

그는 분위기가 돌아가는 김에 새로운 이야기도 꺼냈다.

“좋은 의견을 냈으니 이 달에 포상이 쏠쏠할 거야.”

“포상 말입니까!?”

바로 보상이었다.

“못해도 50골드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

“추,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암, 당연히 그래 줘야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데 가장 좋은 동기는 바로 보상. 그중 최상은 돈이었다.

돈을 받는다는 생각에 바이트의 얼굴이 더 붉어진다.

‘이득금이 나기 시작하면 포상금을 더 줄 건데, 그거 알면 더 놀라겠군.’

상벌을 정확히 하는 건 전생에 의선이던 시절부터 쭉 해왔던 일.

그러기에 자연스레 포상을 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회의장 안에 기이한 열기가 돌기 시작했다.

“제가 이 도시 계획을 더 보완하여 보겠습니다.”

“가능은 하고?”

“저, 저도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진행해 보게.”

“옙!”

“듣기로 영주님이 토목 공사에 일가견이 있다 들었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시면 반으로 시간을 줄여보겠습니다!”

“뭐, 그거도 도와주지.”

“저는 연단로를 새로 확장할 방법을…….”

다들 내심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본래라면 속으로만 알고 사장시키거나. 혹여나 책임을 져야 할까 싶어 말하지 않을 것들도 같이 쏟아졌다.

테스는 쳐낼 건 쳐내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였다.

짧을 거라 여겼던 회의가 밤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열기는 가라앉질 않았다.

그 홀로 해내려면 수일이 걸릴 안건들이 쏟아지고, 처리되었다. 이후 이들의 손을 거쳐 실행이 되면 그 효과는 상당할 거다.

‘이 맛에 인재를 들이는 거지. 후후’

회의장의 기이한 열기를 테스는 만끽했다.

이 모든 열기가 그와 영지에 득이 되어 찾아올 테니까. 흡족함이 가득 차오를 수밖에.

“자,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지. 보상은 바로 내일부터 주어질 거야.”

“오오!”

“감사합니다!”

“또 새로운 안건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도록 해. 바로 가부를 결정해 줄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진 회의.

그럼에도 열기는 가라앉지 않은 채로 회의가 끝이 났다.

* * *

회의의 소문은 영지 내에 급격히 퍼져갔다.

단순 월급뿐만 아니라, 새로운 보상까지 주어진다는 이야기에 너도나도 새로운 것들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을 밝혔다.

‘좋은 변화야.’

테스가 의도한 변화였고. 이는 후에 더 거대한 것들로 돌아올 터였다. 그러며 동시에 행정관들은 제 할 일을 위하여 움직였다.

열기 속의 회의에서 이뤄진 것들을 실행하기 위하여.

그렇게 시일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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